예술과 건축이 머무는 호텔 라 퐁다시옹

예술과 건축이 머무는 호텔 라 퐁다시옹

예술과 건축이 머무는 호텔 라 퐁다시옹

예술가들의 거리, 파리 17구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럭셔리 호텔 라 퐁다시옹이 문을 열었다.

내추럴한 원목 가구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이그제큐티브 룸 © Romain Ricard

파리는 각 구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17구는 독특하게도 동쪽과 서쪽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른 곳으로 유명하다. 테른과 몽소 공원이 있는 서쪽은 1800년대부터 부유층이 거주하던 고급 주택가로, 우아한 주거지가 밀집해 있다. 반면, 바티뇰 거리가 있는 동쪽은 젊은 예술가와 보헤미안들이 모이던 활기찬 동네로,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다.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이 ‘인상파’라는 이름을 얻기 전, 바티뇰 거리 34번지에 있던 카페 게르부아 Guerbois에 모여 예술을 논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이들은 그때 ‘바티뇰파’로 불리며 그들만의 그룹전을 이어가다 인상파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역사적인 지역이 바로 17구 동쪽이다.

현대적인 스틸 골조와 유리 파사드가 돋보이는 외관 © Salem Mostefaoui for PCA-Stream

우아한 라운지 가구와 바가 있는 프리 스프릿 스위트 © Romain Ricard

17구는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몽마르트르 지역처럼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지역과 달리 파리의 여유를 느끼기에 적당한 곳이다. 여기에 갈리아 그룹이 지난 4월 몽소 공원과 바티뇰 사이에 약 1만㎡ 규모의 대형 호텔 라 퐁다시옹 La Fondation을 열자 17구를 찾을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이 호텔은 1960년대 지어진 빌딩과 주차장이 있던 자리에, PCA-STREAM 건축사무소의 설계로 새롭게 재탄생한 하이브리드 공간이다. PCA-STREAM는 샹젤리제의 8차선 대로를 대폭 줄이고 녹지를 확보하는 프로젝트 등 파리를 친환경 도시로 변모시키는 주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라 퐁다시옹 호텔 역시 이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으로서, 지속 가능성과 도시 미학을 겸비하고 있다.

높은 층고와 파리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레스토랑 라 퐁다시옹. © Romain Ricard

1층에 위치한 브라세리 라 베이스에서는 소박한 전통 프랑스 레시피로 완성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Romain Ricard

호텔은 5성급 규모로, 레스토랑 2곳과 루프톱, 오피스 공간, 클라이밍 월,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 파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호텔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로만 앤 윌리엄스 Roman and Williams’의 최고 디자이너 로빈 스탠데퍼와 스테판 알레쉬가 맡았다. 뉴욕 에이스 호텔로 이름을 알린 두 디자이너는 예술적 감각과 견고함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이번 프로젝트로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호텔에는 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58개 객실이 있다. 각각의 객실은 모두 다른 예술적 콘셉트를 담고 있어, 머무는 동안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1층 브라세리에서는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를, 8층 레스토랑에서는 현대적인 프랑스 요리와 함께 파리 시내를 전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호텔은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방문하는 모든이가 조화롭게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한다.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ADD 40 Rue Legendre, 75017 Paris WEB en.lafondationhotel.com INSTAGRAM @lafondation.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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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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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것들의 전시

숨겨진 것들의 전시

숨겨진 것들의 전시

관람객의 시선이 닿지 않던 박물관의 수장고가 이제는 전시의 중심으로 나섰다.
관람의 패러다임을 재편한 V&A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의 이야기.

총 4개 층으로 이루어진 V&A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의 드넓은 전경. © Hufton+Crow

웨스톤 컬렉션 홀의 중심에 자리한 로빈 후드 가든의 실제 건축 단면. © David Parry

V&A의 팀 리브 부회장 겸 최고 운영 책임자. © David Parry

미술관의 전시장이 연극 무대라면, 수장고는 백스테이지다. 관객들의 시선이 닿지 않지만, 단 하나의 완벽하게 큐레이션된 무대를 만들기 위한 수백, 수천 가지의 소품과 노고가 숨어 있는 곳. 백스테이지가 관객들에게 평생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듯 수장고 또한 마찬가지다. 전시가 아닌 보관의 영역을 담당하는 수장고 자체가 무대가 되어 관객 앞으로 나설 일은 없었다.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이 지난 5월 31일, V&A 이스트 스토어하우스를 전면 개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10년간의 준비 끝에 완성된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 Diller Scorfidio + Renfro가 설계한 곳이다. 총 1만6000㎡ 규모에 걸친 4개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큐레이션이나 보관 분류 체계에 따르지 않고, 관람객의 호기심에 따라 작품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전시 물품 또한 다양하다. 25만 점 이상의 오브젝트, 약 35만 권의 도서, 1000개 이상의 아카이브가 소장되어 있다. 고대 로마 유물부터 세계 최대 크기의 피카소 작품, 빈티지 밴드의 티셔츠, 아방가르드 패션, 오트 쿠튀르 작품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범주의 컬렉션을 갖췄다. V&A의 팀 리브 Tim Reeve 부회장의 말이다. “V&A 이스트 스토어하우스는 완전히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자 V&A에 대한 백스테이지 통행권으로서, 국가 소장품에 대한 접근 방식을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로 혁신한다. 전 세계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돌보는 것부터 새로운 연구까지,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전시에 있어 더 이상의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을 때, V&A는 그 한계를 넘는 새로운 방식의 경험을 제안한 셈이다.

수장고 겸 창고형 갤러리를 표방하는 V&A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엿볼 수 있는 공간. © Hufton+Crow

V&A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의 ‘보존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다목적 보존 스튜디오.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의 중앙 전시 공간인 웨스톤 컬렉션 홀은 얼핏 보면 박물관보다는 창고형 쇼핑몰에 가까운 공간이다. 하지만 그 중심을 구성한 6점의 대형 오브젝트는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건축 혹은 예술 유산이다. 미국 근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의 1930년대 카우프만 Kaufmann 사무실, 현대 주방의 모태가 된 건축가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 Margarete Schütte-Lihotzky의 프랑크 푸르트 주방, 브루탈리즘 건축의 대표 격인 로빈 후드 가든의 실체 건축 단면과 10여 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공개된 세계 최대 피카소 작품 <레 트랭 블뢰>까지. 이들은 지역 커뮤니티,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영상, 출판물, 예술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 주변으로는 약 100개의 소규모 큐레이션 전시가 배치되어 있다. 고대 불교 조각부터 토머스 헤더윅 Thomas Heatherwick의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대, 빈티지 축구 유니폼 등이 선반이나 구조물의 측면과 틈새에 설치되어 관람객은 마음 가는대로, 길을 잃듯 곳곳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카소 작품 <르 트랭 블뢰>가 전시되어 있다. © David Parry, The estate of Pablo Picasso

오더 언 오브젝트를 통해 보관된 소장품들을 볼 수 있다. 사진 속 작품은 루 리드 Lou Reed 콘서트 포스터와 더 스페셜스 The Specials 포스터. © Bet Bettencourt

여기까지 들으면 그저 창고형 갤러리를 표방한 공간이 아닌가 싶겠지만, 주문형 전시 프로그램 ‘오더 언 오브젝트 Order an Object’ 에 대해 듣는다면 이 공간이 왜 ‘수장고’라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더언 오브젝트는 그중에서도 전시되지 않은, 즉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소장품들을 관람객이 직접 선택해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대 이집트 유물, 로마 시대 프레스코화, 1930~60년대의 웨딩드레스까지. 폭 넓은 소장품이 대상이며, 지금까지 가장 많은 호출을 받은 것은 1954년 제작된 발렌시아가의 이브닝 드레스다. 전시된 작품만 감상할 수 있었던 기존 박물관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관람객들이 능동적으로, 보고 싶은 작품을 직접 골라서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에서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말은 단순한 관람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기억되지 못 할 뻔했던 것들, 아직 해석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부여하는 계기가 된다. 보관과 전시 사이의 경계를 흐린 이 공간은 박물관이라는 구조 자체를 재구성한 거대한 실험장이자 일종의 제안이다. 그간 철저히 분리되어 있던 무대와 백스테이지의 구분을 허물고, 관람의 새로운 시작점을 ‘수장고’로 끌어온 것, 아주 오래전 만들어졌지만 존재 자체가 희미해졌던 이름을 불러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이 공간에서 가능한 가장 깊은 감상의 형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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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팔레의 웅장한 귀환

그랑 팔레의 웅장한 귀환

그랑 팔레의 웅장한 귀환

한 세기의 기억 위에 다시 세운 문화의 건축물. 역사의 층위를 품은 그랑 팔레가 본래의 아름다움과 기능을 되살려
새로운 시대의 공공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샤티용 아키텍의 설계 아래 새롭게 태어난 그랑 팔레의 돔 공간, 나브. © Charly Broyez

건물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플라스 상트랄레.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시작으로 파리 중심에 자리해온 그랑 팔레가 4년간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지난 6월 전면 재개장했다. 샤티용 아키텍트 Chatillon Architectes의 설계 아래, 이 상징적인 건축물은 7만7000㎡에 달하는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며 다시금 문화의 무대로 돌아왔다. 3천장이 넘는 도면과 기록을 바탕으로, 이들은 공간의 시야를 회복시키고 전시 관람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확장했다. 전시 공간 역시 근본부터 재정비됐다. 수천 점의 조각과 장식, 그리고 중앙 회랑부터 센강까지 가로지르는 동선을 복원하며, 부근에 250여 종의 식물을 도입해 도시 생태계까지 고려한 설계를 주도한 샤티용 아키텍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웅장한 외관을 갖춘 그랑 팔레의 모습. © Charly Broyez

샤티용 아키텍트를 이끄는 시몽 샤티용과 프랑수아 샤티용. © Antoine Doyen

100여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로통드 당탱의 모습. © Antoine Mercusot

완벽한 대칭을 자랑하는 그랑 팔레의 당탱 내부. © Charly Broyez

그랑 팔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자 상징과 같은 건물이다. 프랑스인이자 건축가로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랑 팔레가 가진 상징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19세기, 순수미술 Beaux-Arts은 단순한 학문보다는 하나의 문명적 과업에 가까웠다. 당시 프랑스는 자국의 위상을 굳게 믿고 있었고, 만국박람회는 기술과 예술, 문화를 세계에 선보이는 무대였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그 정점에서 한 세기의 대미를 장식할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인 건축, 회화, 조각을 전시할 기회였다. 여기에서 ‘그랑 팔레 데 보자르 Grand Palais des BeauxArts’라는 아이디어가 나와 샹젤리제 정원 한가운데 이 건축물이 세워지게 됐다. 그 자체로 하나의 건축적 문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예술적, 역사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리노베이션을 계획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역사적인 건축물을 작업할 때엔 많은 제약과 고려 사항이 따른다. 특히 그랑 팔레처럼 규모가 큰 구조물의 경우엔 복원과 재해석이 필요한 공간이 많다. 건물 안에 숨어 있던 디테일과 아름다움을 다시 전면에 드러내고 싶었다. 계획 내내 중심에 둔 질문은 ‘무엇을 추가하고, 무엇을 남기며, 무엇을 제거할 것인가’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원이 아닌, 이 건물을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준비하는 일이었다. 결국 ‘이 건물이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오랜 시간 어떻게 쓰일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3천 장이 넘는 도면과 기록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데. 남겨야 할 것과 교체해야 할 것을 결정하는 일은 신중해야 했다. 수천 건의 아카이브 문서를 조사했고, 빌딩정보모델링 BIM 기술을 도입해 정보를 정리했다. 이처럼 역사적 건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BIM 기술이 사용된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총 15GB에 달하는 데이터는 측량 도면 수천 장, 포인트 클라우드, 아카이브 도면 등을 포함한 15만 개 이상의 정보로 구성된 35개의 디지털 모델로 이루어져 있었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통해 그려내고자 한 궁극적인 그림이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간을 ‘다시 엮어내는’ 일이었다. 역사적 공간과 갤러리, 발코니, 철제 구조물, 조각상 등을 복원하는 것이 한 축이었다면, 또 다른 축은 그것들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었다. 방문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공간인 르 레제다, 르 그랑 카페를 만들고 40개의 엘리베이터와 30개의 계단 또한 추가했다. 르 레제다는 미쉐린 스타 셰프 티에리 막스 Thierry Marx가 운영한다. 그 결과, 이 건물은 대규모 행사를 위한 넓은 공간과 함께 더 작고 섬세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건물 남쪽 외곽에 자리한 갤러리의 토대. © Antoine Mercusot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인 살롱 센. © Cyrille Weiner

모던한 구조와 계단은 건물에 새롭게 설치한 요소 중 하나다. © Cyrille Weiner

측면에서 바라본 그랑 팔레의 장 페로 파사드. © Antoine Mercusot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새롭게 조성된 전시 공간에 대해 설명해달라. ‘플라스 상트랄레 Place Centrale는 건물의 중심 공간으로, 한쪽에는 2024 파리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돔 공간인 나브 Nave, 반대쪽에는 로통드 당탱 Rotonde d’Antin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간들을 나눴던 파티션은 처음 건물이 세워졌던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과감히 제거했다. 이 중심 공간에는 그랑 팔레 Rmn과 보수 공사로 조만간 휴관에 들어갈 퐁피두 센터가 큐레이팅하는 전시 이 열릴 갤러리들이 배치되어 있고, 하부층에는 새로운 방문자 서비스 공간인 살롱 센 Salon Seine 또한 마련돼 있다. 로통드 당탱에서는 또 다른 갤러리 공간이 이어지고, 나브에서는 대형 설치 작품과 이벤트가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그랑 팔레를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 또한 기울였다고 들었다. 건물을 둘러싼 새로운 그랑 팔레 정원은 바로 옆 샹젤리제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곡선형 화단과 산책길, 잔디밭, 그리고 다양한 식물로 구성해 샹젤리제 정원과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처칠 대로에는 상록수 덤불을 심고, 250종 이상의 식물, 장미, 다년생 식물, 구근류 등 6만여 그루의 식물을 심었다. 새로 조성된 잔디밭은 건물 지붕에서 모은 빗물로 관수되며, 새롭게 심은 식물 중 대부분은 파리 지역 자생종에서 선택해 지역 생물 다양성과 곤충을 보호하기로 했다.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수십 년 동안 감춰졌던 건물의 정체성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랑 팔레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랑팔레는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건물이고, 동시에 단 하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건물이기도 하다. 이 건물은 건축가 앙리 드글랑 Henri Deglane, 알베르루베 Albert Louvet, 알베르 토마 Albert Thomas가 각각 설계한 3개의 주요 구조물로 구성됐으며, 이를 또 다른 건축가인 샤를 지로 Charles Girault가 총괄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건축 양식이 충돌하고 연결되며, 프랑스 건축사 전체를 이야기하는 독특한 흐름이 형성됐다. 우리는 이제 그 이야기에 우리 손으로 새로운 장을 더할 수 있게 됐다. 건축을 넘어, 프랑스 문화의 상징이며, 혁신과 사유, 호기심이 교차하는 중심지로 말이다.

앞으로 이 건축물이 대중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 바라는가? 그동안의 그랑 팔레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 건물은 단지 하나의 전시장이 아니라, 원래부터 하나의 문화지구로서 설계되었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이 공공의 아이콘을 진정한 ‘공공 건축물’로 되돌리는 과정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단지 멀리서 감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건물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 상징적인 공간을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잊힌 구석과 디테일, 숨겨진 보석들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 공간을 걸을 때, 웅장한 구조만이 아니라 작고 세심한 디테일에도 눈을 돌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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