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팝업을 이야기하는 시대, 과연 그 시장성은 아직까지 유효할까?
가나 초콜릿부터 비욘드까지, 성공적인 팝업 캠페인을 이끌어온 프로젝트 렌트의 최원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원석 대표, 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가나초콜릿 팝업의 굿즈. ©모현종
프로젝트 렌트가 정의하는 팝업이란 무엇인가? 판매를 위한 공간과는 다르다. 목적성과 메시지가 명확한 게 제일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팝업을 그저 ‘멋진 매장이 만들어지는 곳’이라 생각을 하는데, 사실 이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이다. 매장이 얼마나 예쁜가가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콘텐츠가 명확하게 있고 메시지가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팝업이 크고 비싸질 필요는 없다. 화려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야 할 이유가 명확한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 메시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불필요한 말이 다 사라져야 한다. 명확한 메시지 하나만 두고 다 버리는 거다. 소비자한테 전달하는 메시지는 브랜드가 가진 문제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람들한테 어떤 얘기를 할까’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팝업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중점으로 두는 점이 있다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에 어울리는 경험. 예쁜 것, 모던한 것 등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떠나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디까지 공감을 해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비욘드의 팝업 프로젝트를 했을 당시, 공간을 가구부터 벽까지 전부 종이로 제작했다.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의 90%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리며, 종이로 만든 리필 팩을 만드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결국엔 쓰레기가 되는 플라스틱 용기의 디자인에 신경 쓰는 대신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겠다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종이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공간이 브랜드의 이야기와 다 같이 어우러졌을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성이 중요한 시대는 이제 끝났다. 어떤 이야기를 할 거고, 사람들이 거기에서 가치를 느끼느냐가 본질이다.

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비욘드, 가나초콜릿 팝업 공간. ©프로젝트 렌트
단순히 프로모션 이벤트를 꾸미는 걸 넘어서,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프로모션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 더 현대 서울을 가지고 이야기 하자면, 더 현대 서울 이전의 백화점들이 수십 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해온 말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우리 세일한다’. 그런데 더 현대 서울이 처음으로 ‘슬램덩크 좋아하세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 이거 좋아하는데 가볼까?’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메시지라는 건 그런 거다. 시장의 어떤 물건도 ‘많이 잘못된’ 물건은 없고, 소비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물건도 없다.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고 싶은 옷이 없을 뿐. 이제는 기능이 아닌 더 근원적인 브랜드와 메시지, 소비자와의 관계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앞에 말한 ‘물성이 중요한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인가? 넷플릭스 ‘셰프스 테이블’ 1편의 주제가 피자였다. ‘피자의 정의가 뭔가? 오꼬노미야키는 피자일까? 오꼬노미야끼도 밀가루 도우 위에 토핑을 올려 굽지 않나?’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주제는 다르지만 물성은 다 똑같다. 그래서 그게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건 관점이지, 물성이 아니란 거다. 이제는 그 세계관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팝업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팝업이라는 건 엄밀히 얘기하면 물성이다. 피자 이야기와 똑같다. 이제부터는 철저하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오프라인 미디어로서의 관점이 본격적으로 확장될 거라 생각한다. 예전엔 팝업이 가지는 의미 자체를 증명해야 했는데, 투자 가치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났다. 이제는 점차 다변화할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하루짜리, 혹은 1년짜리 팝업도 등장하며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간에 대한 개념도 바뀔 것이라 본다. 팝업과 일반 매장의 경계 또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오프라인이 소비자와 끊임없이 인터랙션을 하기 위해 ‘콘텐츠를 어떻게 드라이브 할 건지’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팝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이 목적을 위해서 팝업을 하는 게 의미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생겨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 렌트
결국 오프라인 플랫폼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결국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운영되느냐’는 문제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는 컨벤션 비즈니스도 성수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코엑스에서 진행하는 게 관례라 여겨졌던 B2C 성향의 페어나 팝업들도 성수에서 진행되면서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것을 넘어, 갈수록 콘텐츠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너무 중요해질 것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