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과 암이 극명했던 자신의 일생만큼이나 극적인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보이는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

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Boy Bitten by a Lizard>, 1595, 캔버스에 유채, 65.5×50cm, 개인 소장.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뒤 도망자 신세로 말년을 보내다 사망한 화가 카라바조(본명 미켈란젤로 메리시). 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견해는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평이 나뉠 수 있지만, 카라바조가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 회화의 시대를 연 작가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화풍으로 여겨지는 극적인 명암 대비와 일상적인 모습으로 치환된 종교적 주제, 이 둘의 시작점엔 카라바조가 있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은 사후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그의 주요 작품과 동료 화가, 그리고 훗날 대담하고 생생한 그의 기법에 영향을 받은 ‘카라바조주의자’에 대해 폭넓게 다룬다. 전시는 총 6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 ‘정물화의 변모’, ‘온건한 고전주의’,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이라는 테마로 전개되는 섹션은 카라바조의 유년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아온 동시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특히 ‘정물화의 변모’ 섹션 속 페데 갈리치아의 과일 정물화는 평소 동료 작가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아 명예훼손 소송까지 가기도 한 카라바조마저 감탄할 정도로 섬세한 묘사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명과 암이 극명했던 그의 일생만큼이나, 카라바조의 작품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극명하다. 이런 대비는 대표작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카라바조의 얼굴이 투영된 소년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어두운 배경 속 인물에게 강한 조명을 비추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통해 더욱 강조된다. 유리병 속 장미 줄기의 가시와 과일 속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도마뱀은 사랑의 쾌락을 단순간에 고통으로 바꾼다. 잔뜩 찌푸린 표정과 흐트러진 자세는 쾌락과 유혹의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실내 테니스 경기 도중 살인을 저지른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카라바조의 표정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이후 교황의 사면을 기다리며 로마에서 도망쳐 이탈리아 곳곳을 떠돌던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된 지 4년 만인 1610년, 포르토 에르콜레에서 사망했다. 사후 카라바조에 대한 평가는 비행과 범죄로 얼룩진 개인적인 삶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극명하게 갈리며, 그가 남긴 발자취는 오늘날까지 예술의 빛인 동시에 어둠으로 남았다. 미국의 미술사가 버나드 버렌슨은 “미켈란젤로 이후 이탈리아의 그 어떤 화가도 그만큼 영향을 미친 사람은 없었다”며 카라바조의 영향력을 평했다. 2025년 3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페데 갈리치아 <배가 있는 정물화 Still Life of Pears>, 1605, 패널 위 종이에 유채, 24×41cm, 밀라노, 파인아트 스튜디올로.

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체포 The Taking of Christ>, 1602, 캔버스에 유채, 135×168cm, 우피치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