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스트빌리지 한복판의 ‘취향 좋은 친구의 하우스 파티’를 닮은 바, 슈먹.

체리우드 벽면이 감싸는 리빙 룸. 브루노 레이의 바 스툴이 놓여 있다.

이국적인 풍미의 ‘랍 가이’.

디터 람스의 체어와 소파가 어우러진 공간.
요즘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한 모퉁이는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올해 초 문을 연 바 슈먹 Schmuck.은 오픈 직후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평일 저녁임에도 문밖까지 인파가 이어진다. 바쁜 도시 한가운데서 ‘여유로운 거실’을 자처하는 이곳은, ‘친구의 하우스 파티’에 초대된 듯한 경험을 지향한다. 슈먹은 미드센추리 모던의 절제된 실루엣, 브루탈리즘의 거친 질감, 그리고 스페이스 에이지 특유의 과감한 색감을 하나로 엮어낸 공간이다. 메인 홀인 ‘리빙 룸’은 체리우드 벽면으로 감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별도의출입구로 이어지는 ‘키친 테이블 룸’은 노출 콘크리트 벽과 긴 원목 테이블, 원색 포인트 가구로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과 가구는 유럽 각지에서 공수한 빈티지 피스로 구성됐다. 머시룸 램프가 포인트처럼 배치된 스테인리스 바를 중심으로 브루노 레이 Bruno Rey의 바 스툴, 피에르 카르뎅 Pierre Cardin의 커피 테이블, 투박하면서도 우아한 디터 람스 Dieter Rams의 의자 등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의 가구가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공간을 만든 이들은 바르셀로나의 유명 바인 투 슈먹스 Two Schmucks를 이끈 바텐더 듀오, 모 알자프 Moe Aljaff와 줄리엣 라루이 Juliette Larrouy다. 세계 50대 바 중 7위까지 오른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2022년 투자자와의 방향성 차이로 팀을 떠난 두 사람은 새로운 출발지로 뉴욕을 택했다.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감각을 바탕으로, 창의적이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땅콩과 허브, 쌀, 칠리 오일을 조합해 이국적인 향을 살린 ‘랍 가이 Larb Gai’, 쇼츄와 브랜디, 베르무트를 섞은 베이스에 올리브 오일로 부드럽게 마무리한 ‘슈먹 마티니 Schmuck Martini’가 대표적이다. 음식 메뉴는 페르시안 요리 기반에 서유럽식 조리 방식과 플레이팅 감각을 더해 구성된다. 화이트 빈을 넣은 카치오 에 페페, 하리사 버터에 구운 새우, 절인 채소에 라브네를 곁들인 요리 등 가볍지만 풍미가 깊고, 절제된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두 바텐더의 손끝에서 완성된 이 바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뉴욕의 용감한 ‘얼간이들(Schmucks)’을 언제나 반갑게 맞이한다.
ADD 97 1st Ave, New York, NY 10003 WEB schmucknyc.com

카치오 에 페페와 라브네는 슈먹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