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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개막과 함께 서울은 한 해 중 가장 뜨거운 예술의 계절을 맞는다. 페어를 보기 위해 서울을 찾는다면 전시장 밖으로도 눈을 돌려볼 것. 지금 가장 흥미로운 장소와 그곳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 올가을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리스트까지. 서울이 익숙한 사람에게도, 처음 찾은 여행자에게도 꽤 쓸모 있을 오감의 여정.

MUSEUM & GALLERY

한국의 전통과 동시대 미술, 공예부터 세계적인 컬렉션까지. 지금 서울의 미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미술관과 갤러리들

서울공예박물관

한국 공예의 과거와 현재

한국 공예의 과거와 현재서울에서 한국 공예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곳. 전통부터 현대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공예를 폭넓게 만날 수 있는데, 개관 4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상설전 <자수, 염원을 그리다>도 놓치지 말자. 탄생에서부터 혼인, 장수, 내세까지 사람들의 바람을 담아온 전통 자수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장식을 넘어 당시 삶과 풍습까지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9월에는 볼거리가 더 늘어난다. 9월 1일부터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기념전이 열리고, 9월 22일부터는 한국 1세대 섬유 디자이너 장응복의 약 40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기증특별전 <에퀴녹스: 추분_춘분>이 이어진다. 한지장과 조명, 섬유 설치 등 약 1백 점을 통해 한국의 무늬와 규방공예가 동시대 디자인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INSTAGRAM @seoulmuseumofcraftart

자수 병풍 ‘노안도’. 
일월수 다라니주머니.
 한국 전통 자수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는 자수 보자기. 

“서울공예박물관은 조선시대 왕실의 별궁인 안국동별궁이 자리한 역사적인 터이자 조선의 공예 장인 ‘경공장’들이 활동했던 종로의 공예 전통을 품은 공간입니다. 풍문여고의 건물과 터를 보존한 공간을 거닐며 4백여 년을 함께해온 은행나무를 만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공예의 흐름을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서울공예박물관 반태영 주무관

이세정 작가의 백자청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 Kyung Roh

신용산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지하에 자리한 미술관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넘나드는 폭넓은 컬렉션이 강점이다. 창업자 서성환이 한국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 공예품과 도자기를 수집한 데서 출발해, 현재는 서화, 도자, 금속, 목공예부터 국내외 현대미술까지 영역을 넓혔다. 미술관 밖에도 볼거리가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축과 올라퍼 엘리아슨의 대형 설치작품 <Overdeepening>은 이곳을 찾는다면 꼭 함께 둘러보자. 9월 1일부터는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Sol LeWitt: Open Structure>가 열리니 놓치지 말 것. INSTAGRAM @amorepacificmuseum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는 솔 르윗 개인전 전경. © Kazuo Fukunaga. 2026 The LeWitt Estat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퐁피두센터 한화

퐁피두센터 한화의 전시 공간.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서울에 왔다. 유명 컬렉션을 그대로 옮겨놓은 분관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6월 문을 연 퐁피두센터 한화는 파리의 컬렉션을 한국의 미술사적 맥락과 연결해 새롭게 보여준다.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에서는 피카소와 브라크를 비롯한 큐비즘의 흐름을 따라가는 동시에, ‘KOREA FOCUS’를 통해 김환기와 유영국 등 한국 작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주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건축도 볼거리다. 한국 전통 기와의 곡선을 담은 반투명 구조는 낮에는 자연광을 품고 밤이면 하나의 ‘빛의 상자’처럼 빛난다. 한때 서울의 초고층 시대를 상징했던 63빌딩에 자리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파리 퐁피두를 이미 가봤음에도 서울에서 다시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INSTAGRAM @centrepompidouhanwha

로베르 들로네, <파리의 도시>.©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GrandPalaisRmn
조르주 브라크, <레스타크의 고가교>.  © Georges Braque/ADAGP, Paris–SACK, Seoul, 2026,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GrandPalaisRmnGrandPalaisRmn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서 열린 김익영의 <백의 풍경> 전시 전경. 

명동을 찾는 여행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동선! 갤러리를 따로 찾아갈 시간이 없거나 쇼핑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일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세계 본점 더 헤리티지에 자리한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전시와 워크숍, 기프트숍, 디저트 살롱을 통해 한국의 공예와 장인정신을 오늘의 방식으로 소개한다. 9월 6일까지는 한국 현대 백자의 흐름을 이끌어온 1세대 도예가 김익영의 개인전 <백의 풍경>이 열린다. 조선백자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대표작과 생활도자는 물론, 자연의 능선을 닮은 신작 ‘산’ 오브제까지 70~8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를 본 뒤 지하 1층 기프트숍에서 김익영의 백자 테이블웨어와 작은 소품까지 구입할 수 있으니 함께 둘러볼 것.

김익영의 ‘백상감 가형합’.

답십리 고미술상가

답십리 고미술상가 지하에 자리한 두손갤러리.

고가구와 도자, 그림이 빼곡한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요즘 젊은 컬렉터와 디자이너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보물창고다. 올봄 두손갤러리는, 정동에서 이곳 지하로 터를 옮겼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전통 장식가구와 디자인, 현대미술을 한 공간에 아우르며 고미술상가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상가 2동에는 약 23.14㎡(7평) 남짓한 작은 큐레이션 숍 OF도 숨어 있다. 이 밖에도 고복희, 만복당, 예명당, 사로 아틀리에, 소고니고요, 호박포크아트갤러리 등 저마다 다른 취향과 전문성을 지닌 상점이 곳곳에 자리한다. 보물찾기하듯 골목골목 상가를 천천히 둘러보다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답십리 쇼핑의 묘미일 듯.

 첫 전시로 한국적인 선을 현대적인 가구로 풀어내는 정윤영 작가를 선보인 OF. 고미술상가 2동에 위치한다. 

최근 답십리는 날것의 유산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교차하며 서울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미학적 로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답십리 상가의 오랜 지하창고를 지나 문을 열면, 세월을 품은 고미술과 동시대 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두손갤러리만의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것에 깃든 역사성과 희소성이 오늘의 감각과 만나고, 시간과 취향의 경계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흐려집니다.

두손갤러리 김지인 이사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이와사키 히로스미의 ‘오리 Duck’ 조각품과 서도식의 도자 작품 시리즈 ‘Deep Light’.

도자에서 금속, 목공예, 아트 퍼니처까지 한국 공예의 폭넓은 면면을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청담동에 위치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로 향할 것. 조은숙 대표의 안목으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곳으로서, 감상하는 작품과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물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큐레이션이 특징이다. 9월 10일까지는 한국과 일본의 금속공예 작가 19인이 참여하는 <HAMMERED RESONANCE: Korea–Japan Metal Art 2026>가 열린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드리고 깎고 다듬은 금속이 얼마나 다채로운 표정으로 변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한일 금속공예 교류전 <HAMMERED RESONACE>는 9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앤솔로지아

오래된 주택에 자리한 하우스 갤러리 앤솔로지아.

완성된 작품 너머, 예술가가 무엇을 보고 수집하며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면 앤솔로지아를 찾아가보자. 조영진 디렉터가 예술가와 장인들의 소장품부터 고미술, 공예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 소개하는 하우스 갤러리다. 작품과 오래된 사물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어 전시를 관람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취향과 창작의 배경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전시 중인 작품과 고미술, 공예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평소에는 예약제로 운영하며 전시에 맞춰 문을 여는데, 8월 31일부터 9월 11일까지 1, 2층에서는 강석영의 <월화/도래>, 지하에서는 조기현의 사진전 <윤무>가 열린다. 방문 전 인스타그램에서 오픈 일정을 확인할 것.

작품과 고미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