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레스토랑, 주거 공간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구축해온 브라이언 오설리번. 런던의 새로운 하이엔드 레지던스 더 캡스턴에는 그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좋은 호텔은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든다. 런던의 럭셔리 호텔 클라리지스와 더 코노트의 인테리어를 맡아온 브라이언 오설리번 스튜디오 Bryan O’Sullivan Studio는 그 감각을 이제 집으로 옮겼다. 런던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 재생 지역 중 하나인 나인 엘름스, 템스강변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레지던스 ‘더 캡스턴 The Capston’을 통해서다. 프로젝트에 앞서 공개된 스위트는 앞으로 완성될 레지던스의 디자인 철학을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장식이나 새로운 소재의 나열이 아니다. 건축과 예술, 장인의 손길이 하나로 연결되며 만들어내는 집의 감각, 브라이언 오설리번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좋은 집’의 기준이 공간 곳곳에 담겨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공간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기 바랐습니다. 도면이나 사양을 설명하는 대신, 프로젝트의 개성과 공간 곳곳에 담긴 세심한 고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죠.”


입구의 드로잉 룸에는 영국 정원을 모티프로 한 핸드드로잉 석고 장식이 벽을 따라 이어지고, 오랜 시간을 품은 듯한 벨기에산 화산석 벽난로가 공간의 중심을 잡는다. 대리석으로 만든 아치형 입구는 다음 공간으로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스튜디오가 직접 디자인한 펜던트 조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라이브러리에서는 세라믹 아티스트 파비엔 르오스티스가 만든 벽난로와 샘 우드의 천장 벽화가 마주한다. 조지안 시대의 석고 장식을 현대적인 추상 패턴으로 풀어낸 벽화와 월넛 패널, 맞춤 러그가 어우러지며 갤러리 같은 밀도를 더한다. 주방은 브라이언 오설리번 자신의 바비컨 아파트에서 출발했다. 오크 베니어 캐비닛과 칼라카타 비올라 대리석을 조합한 아일랜드는 벤치와 하나로 이어지며, 조리 공간과 거실의 경계를 허문다. 단순히 요리하는 장소가 아니라 가족과 손님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오래 머무는 공간을 상상했기 때문. 여기에 테라스와 연결되는 거실, 원목과 대리석으로 짜임새 있게 완성한 침실과 욕실 등 절제된 분위기를 완성했다. 화려한 제스처 대신 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을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 흔적이다.



브라이언은 더 캡스턴을 “우리가 집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담아낸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과 장인정신, 예술이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인들과의 협업이다. 파비엔 르오스티스의 세라믹, 스튜어트 서클링의 스테인드글라스, 파인 아트 몰딩스의 석고 작업, 맞춤 목공까지. 각 분야의 작업은 인테리어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가 된다. “최고의 프로젝트는 협업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를 탐구해온 장인들과 함께할 때 결과물은 한 사람이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풍성해집니다.” 그는 이번 작업을 건물을 ‘짓는’ 과정보다 서로 다른 요소를 하나의 작품처럼 조율하고 엮어가는 ‘구성’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요소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꼽았다. 빛 방향에 따라 공간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지며, 복도와 계단 같은 동선에도 색과 움직임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사랑한 일본 정원에서 착안한 계단 카펫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취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건축의 언어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 디테일이다. 오랜 시간 럭셔리 호텔들을 디자인하며 쌓은 경험은 주거 공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럭셔리는 화려함이나 과시가 아니라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집은 값비싼 소재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결정이 세심한 고민 끝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차분하고, 여유롭고, 개인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비례와 손끝에 전해지는 질감, 시간이 지나며 깊이를 더하는 재료, 그리고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 좋은 집은 완성되는 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기대되는 공간이다. 더 캡스턴은 오늘날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향하는 그 방향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