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Save the B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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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영불 해협을 건너 파리에 홍보 에이전시를 설립한 알렉산드라 포스터 버네임은 지극히 영국적인 스타일 대신 다양하고 솔직한 인테리어를 좋아한다. 반짝이는 오브제와 디자인 작품, XXL 크기의 거울로 꾸민 그녀의 집은 컬러풀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릭 레비의 조각품에 기댄 알렉산드라. 그녀 뒤로 벤 Ben의 작품이 눈에 띈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하는 주제인 ‘또 다른 생각 Une Autre Idee’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홍보 에이전시 APR을 운영하는 알렉산드라 포스터 버네임 Alexandra Poster Bennaim은 좋은 취향이 종종 코드화되는 세상에서 ‘어떤 것을 좋아해야 한다’ 또는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저는 반짝이는 건 뭐든 좋아해요.” 그녀는 블링블링한 취향을 밝히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두 아들과 살고 있는 파리 서쪽의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마 전 이사 간 새집에는 소품과 오브제를 많이 늘어놓아 따뜻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 작품도 빼놓을 수 없지요. 오래전부터 디자인 작품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제 일과도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죠.” 알렉산드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니콜라 트루셀 Nicolas Trousselle과 함께 집 안을 다시 꾸미면서 두 아이들의 의견도 수용했다. “물론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거장에 대해 말하면 알아듣고 내 세계를 이해해주었으면 하지만, 아이들이 집을 편안하게 느끼기를 바랐죠.” 그렇지만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는 법. 알렉산드라는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맘껏 펼치지 못하고 자제해야만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눈썰미가 날카로운 사람이라면 가구 위에 조용히 앉아 있는 개구리들을 진작 발견했을 것이다. ‘개구리 frog’는 영국 사람들이 개구리 뒷다리를 먹는 프랑스인들을 낮춰 부르는 말이기도 한데, 이것이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어렸을 때부터 개구리를 모았어요. 개구리는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죠. 그래서 집 안 곳곳에 개구리를 풀어놓았어요.” 온통 거울로 된 화장대는 어려서부터 정말 갖고 싶었던 것으로 그녀의 취향을 저격한 물건이다. 이 화장대는 트리 프로그 Tree Frog 제품으로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집 안 곳곳에 놓인 거울까지 블링블링하게 꾸민 이 집은 여러 가지 스타일을 뒤섞고 색상을 가미하는 그녀의 확고한 취향과 개성을 엿볼 수 있다.



거실 바닥에 깔아놓은 카펫은
라 매뉴팩처 드 코골린 La Manufacture de Cogolin의 코르델 Cordelles 컬렉션 중 ‘에피 Epi’ 제품. 플로어 조명 ‘플루트 매그넘 Flute Magnum’은 폰타나 아르테 Fontana Arte 제품으로 노바루체 Novaluce에서 구입했다. 벽에 건 나무 판화는 조에 우브리에 Zoe Ouvrier의 작품. 한 쌍의 암체어 ‘팔콘 Falcon’은 1970년 시구르드 로셀 Sigurd Rosell이 디자인한 제품이다. 쿠션 ‘프레셔스 Precious’는 크리스찬 라크르와 메종 Christian Lacroix Maison이 디자인했다. 소파 앞쪽에 있는 낮은 테이블 ‘넴페아 Nymphea’는 해밀턴 콩트 파리 Hamilton Conte Paris 제품이다. 테이블 위에 놓은 작은 세라믹 그릇 ‘시칠리아 Sicilia’는 사라 라부안 Sarah Lavoine. 암체어 옆에 놓고 탁자로 활용하는 스툴 ‘봉봉 Bonbon’은 루카 니케토 Luca Nichetto가 베레움 Verreum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다. 촛대는 조이 드 로한 샤보 Joy de Rohan Chabot 제품. 왼쪽에 있는
‘문 테이블 Moon Table’은 오크르 Ochre 제품이며 그 위에 아릭 레비가 디자인한 ‘솔리드리퀴드 SolidLiquid’가 놓여 있다.



“거실에는 거울이 많아요. 내가 꾸민 데커레이션을 비추고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죠.” 

 

오른쪽 벽에 걸어놓은 거울은 트리 프로그 제품. 앞쪽에는 해밀턴 콩트 파리에서 구입한 낮은 테이블 ‘넴페아’가 있고 그 위에는 사라 라부안의 세라믹 그릇 두 개가 놓여 있다. 소파 ‘루이스 업 Lewis up’은 메리디아니 Meridiani 제품. ‘퀴리티바 Curitiba’ 쿠션은 디자이너스 길드 Designers Guild 제품이다. 퍼 담요는 조프리츠 Zoeppritz, 커튼 ‘라이트 Light’는 마두라 Madura, 왼쪽의 낮은 테이블 ‘붐 Boom’은 메리디아니 제품. 꽃병 ‘아리아 아쿠아 Aria Aqua’는 켈리 호펜 Kelly Hoppen, 파란색 래커를 칠한 트레이는 콤파니 프랑세즈 드 로리앙 에 드 라 신 Compagnie francaise de l’Orient et de la Chine 제품이다. 소파 위에 있는 파란 담요는 콩파니 프랑세즈 드 로리앙 에 드 라 신 제품이며 그 앞에 놓은 쿠션은 르 마나슈 Le Manach의 ’플레슈 Fleche’와 디자이너스 길드의 ‘카리브 Caribe’다.



HMD 인테리어스 HMD Interiors의 수납장 위에는 해밀턴 콩트 파리에서 구입한 테이블 조명 ‘생 마르탱 Saint Martin’이 있다. 꽃병은 켈리 호펜, 금색 촛대는 카르텔 제품. 유리 상판을 올린 테이블에는 HMD 인테리어스의 빨간색 의자를 매치했다. 그릇 ‘젤리스 패밀리 Jellies Family’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것으로 카르텔. 벽에 걸어놓은 컬러풀한 그림은 존 원 Jon One의 작품이다.



식탁은 피터 존스 UK Peter Jones UK, 파란 의자 ‘C1715’는 22 에디시옹 디자인 22 Edition Design 제품. 파란색 래커를 칠한 사각 트레이와 원형 테이블 매트는 콤파니 프랑세즈 드 로리앙 에 드 라 신 제품이다. 쌓아놓은 그릇은 사라 라부안의 시칠리아 컬렉션이며 키친 클로스는 노엘 Noel 제품. 창밖에 보이는 차양 ‘포멘테라 Formentera’는 마두라에서 구입한 것. 식탁 옆쪽 벽에 걸어놓은 필립 스탁의 거울 ‘프랑수아 고스트 Francois Ghost’가 조리대까지 비추며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조리대 위의 꽃병 ‘시부야 Shibuya’는 크리스토페 필레트 Christophe Pillet가 디자인한 것으로 카르텔 Kartell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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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디디에 델마 Didier Delmas

writer

카린 케이방 Carine Keyvan photographer

안도 다다오가 혜화동에 지은 건축물

안도 다다오가 혜화동에 지은 건축물

안도 다다오가 혜화동에 지은 건축물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재능그룹이 만났다. 교육에 있어서 비슷한 신념을 가진 이들은 100년 동안 사람들이 드나들기 바라는 마음으로 문화센터와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지었다.


과거 교육의 중심지이자 선비들이 드나들던 혜화동 골목길. 그중에서도 창경로 35길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 급제를 기념하는 어사 행진의 길이었고 1900년대 초에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전차가 지나가던 길목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고즈넉한 창경로35길에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다. 기하학적인 구조, 뾰족한 삼각형 창문,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돼 있는 동그란 콘 자리 등 모던하고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건축물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재능문화센터(이하 JCC)와 JCC크리에이티브 센터다. JCC와 JCC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안도 다다오가 처음 서울 사대문 안에 지은 건축물이다. 설계를 의뢰한 재능그룹은 ‘스스로 학습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급해온 재능교육에서 시작된 회사로 현재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교육문화그룹이다. 재능그룹의 박성훈 회장은 교육 못지않게 건축과 문화,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JCC와 JCC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짓기로 결정했을 때 평소 좋아했던 안도 다다오에게 건축 설계를 의뢰했다. 안도 다다오는 재능그룹과 함께 ‘창의적인 생각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 ‘교육적인 사고를 길러낼 수 있는 공간’, ‘예술적인 열정을 길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세 가지 철학을 건축에 반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장 잘 다루고 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와 구조로 비슷한 듯 다른 성격의 두 건물을 지었다. 그는 문화센터 내의 전시 공간에서 상영되고 있는 인터뷰 영상에서 ‘꿈과 개성, 철학이 담긴 100년 건물’을 짓고 싶었다며 교육과 문화, 예술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가 설계를 맡은 지 약 3년의 시간이 지난 2015년 11월, 혜화동에 두 개의 건축물이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콘크리트로 담백하게 지은 JCC크리에티티브 센터.

비스듬한 언덕 형태의 골목길에 세워진 첫 번째 건물인 JCC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센터로 소규모 콘서트홀부터 전시 공간, 카페와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건물 내부의 각 층을 나선형처럼 유연하게 이어지는 계단으로 연결했고 삼각형 형태로 창문을 설계해 빛에 따라 공간이 달라 보이도록 했다. 현재 <길 위의 공간>이란 개관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혜화동길에서 발견한 다양한 기억과 이야기를 9명의 작가가 자유롭게 작품으로 풀어낸 전시다. 1층 메인 전시 공간에서는 전시장 전체를 바코드의 색 띠로 도배하고 거울 반사를 활용한 양주혜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는 경쾌한 전시다. 김종구 작가의 전시를 볼 수 있는 4층 전시 공간은 사선 형태의 삼각형 창문을 통해 혜화동의 모습을 전시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 김종구 작가는 광목 위에 녹슨 쇳가루로 깊은 명암이 느껴지는 풍경을 표현했는데 삼각형 창문으로 보이는 혜화동의 모습과 어우러져 명상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이었다. 4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은 아마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흥미로워할 전시 공간이다. 우중충하고 어두워, 때론 무섭게 느껴지는 비상계단에 작가 박여주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빔 조명을 쏘았다. 다른 작가들이 수평적으로 작품을 전시한 데 반해 그녀의 작품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수직으로 돌아보게 한다. 계단으로 한 층씩 오르거나 내려가다 보면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1 녹슨 쇳가루로 풍경화를 그린 김종구 작가의 작품. 2 재능그룹 본사가 바라보이는 옥상. 3 옥상에는 봄부터 다양한 식물을 심어 가꿀 예정이다.

맨 아래층에 위치한 콘서트홀도 남다르다. 일본의 나가타 음향에서 참여해 바깥으로부터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며 객석 의자도 일본의 고도부키 의자를 사용해 시간이 흘러도 삐걱거리는 소리 없이 오랫동안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리듬감 있는 나무 벽면도 인상적이다. 높이가 전부 다른 나무 패널로 벽과 천장을 마감해 소리의 반사를 조절하고 모든 객석에서 음악을 고르게 즐길 수 있다. 사방을 나무 패널로 마감한 콘서트홀에 앉아 있으면 외부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 마치 우주나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다. 단단하고 모던한 콘크리트 건축물 안에 문화와 예술이라는 포근한 감성을 담은 것이 JCC 문화센터라면 언덕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JCC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좀 더 사무실 같은 분위기다. 이곳은 재능교육의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는 센터로 재능그룹의 일부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그렇듯 외부 환경과 자연을 끌어들인다. 특히 옥상정원에서는 남산까지 바라보이는 조망을 즐길 수 있으며 봄부터 다양한 식물을 심을 예정이다. 센터를 천천히 둘러보니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안도 체어라고 이름 붙인 벽 고성식 의자도 두 개, 배수관도 두 개, 옥상의 기계 설비도 두 개다. 안도 다다오는 무엇이든 한 쌍으로 설치하는 것을 좋아해 굳이 필요 없는 것들은 가짜 모형을 만들어서라도 꼭 두 개를 맞춘다. 이런 강박에 가까운 취향과 철칙이 오늘날 그를 개성이 강한 건축가로 만든 것은 아닐지. 안도 다다오가 이번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오픈 마인드’다. JCC는 비스듬하게 경사진 보행자 골목에서 누구든 쉽게 필로티 구조의 건물로 들어올 수 있고 건물 외부를 통해 오르고 내려오면서 주위의 풍경을 유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건물 내부에 폴딩 도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평소에는 막아두었다가 언제든 접어서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폴딩 도어는 안도 다다오가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창문 형태 중 하나다. 콘크리트로 지어져 내부가 꽉 막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건물 안에서도 충분히 자연과 맞닿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온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지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1 김종구 작가의 작품과 삼각형 창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4층 전시 공간. 2 지하 콘서트 홀부터 지어지는 나선형 계단. 3 JCC크리에이티브센터 내의 R&D 사무실.

안도 다다오는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세계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상과 영감을 주춧돌로 삼아 세계적인 건축가가 됐다.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재능그룹에서 문화센터와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지은 이유는 많은 이들이 문화 생활을 통해 교양을 쌓고 시야가 넓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혜화동은 대학로와 가까워 각종 공연과 연극, 길거리 축제, 주말 시장 등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동네다. 혜화동에 교육과 문화를 이끄는 재능그룹의 문화센터와 크리에이티브 센터가 지어졌고 이것이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혜화동으로 향할 이유는 충분하다.



1 콘크리트 건물 구조 사이로 햇빛이 아름답게 내려오는 JCC크리에이티브 센터 지하. 2 오디토리움에 들어가기 전에 이용할 수 있는 널찍한 라운지.



1 벽과 천장을 나무 패널로 마감해 완벽한 음향을 선사하는 콘서트홀. 2 좌석 아랫부분을 누르면 의자가 나오는 오디토리움. 3 김용관 작가의 팝아트적인 시트지 작품 카페 전시 공간.


1 오디토리움은 계단식 구조로 세미나, 강연 등이 이뤄진다. 2 1층에서 전시 중인 양주혜 작가의 바코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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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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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칵테일처럼

톡 쏘는 칵테일처럼

톡 쏘는 칵테일처럼

프랑스 유명 텍스타일 회사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 창업자의 손자가 사는 파리 아파트. 그는 호기심 많고 생동감 넘치는 브랜드 이미지를 집 안에 그대로 구현했다.



피에르 프레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져온 수많은 오브제를 빨간색 책장에 전시했다. 두 개의 암체어 ‘도빌 Deauville’은 1920년대 화가 레옹 텍시에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피에르 프레이의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은 피에르와 에밀리가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상판을 연장하면 최대 15명까지 앉을 수 있다. 테이블은 영화감독인 에밀리가 작업할 때 주로 사용한다. 앵무새가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금색의 주석 펜던트 조명은 파리의 메종 샤를 Maison Charles에서 구입했다.



아파트의 중심부에 자리한 부엌은 넓은 거실을 거쳐 현관까지 이어진다. 흰색 대리석 상판을 올린 나무 테이블과 조리대는 주문 제작한 것. 천장에는 콩스탕스 귀세가 디자인한 프티트 프리튀르 Petite Friture의 가벼운 메탈 조명을 놓았고 조리대 위에는 오리지널 BTC의 펜던트 조명을 두 개 달았다. 의자와 스툴은 메이드닷컴 Made.com 제품. 오븐은 스메그 Smeg, 후드는 브란트 Brandt 제품이다.



빛이 잘 드는 넓은 거실은 침실과 연결된다.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해안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인 유카 화분이 녹색 소파와 어우러지며 이국적인 색채를 더한다. 소파를 커버링한 패브릭은 피에르 프레이의 ‘조르주 Georges’. 소파 앞에 있는 낮은 테이블은 피에르 프레이의 ‘파푸 Papou’ 패브릭을 씌웠다. 왼쪽 벽에는 아프리카 카메룬의 원주민이 쓰는 모자 ‘주주 해트 Juju Hat’를 걸어 놨고 콘솔 위에는 메종 데이롤에서 구입한 나비 박제를 놓았다. 큰 창 앞에는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테이블을 놓았다. 스트라이프 장식의 커튼은 피에르 프레이의 ‘제니스 Zenith’.


활짝 열린 공간.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의 아파트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이곳은 그의 존재 방식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 할아버지 피에르 프레이가 설립하고(그는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다) 아버지 파트릭 프레이 Patrick Frey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그는 홍보를 맡고 있으며 운 좋게도 할아버지가 마련한 이 건물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파리 2구의 중심지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피에르 프레이의 쇼룸과 사무실이 있고 그가 거주하는 곳은 꼭대기 층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60㎡에 불과한 작은 다락방이었는데, 지난 60년간 누구도 이 다락방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는 아틀리에 MKD의 건축가 마리카 드뤼 Marika Dru와 함께 레노베이션을 해서 140㎡의 거주 공간으로 만들었고 이 집에서 아내 에밀리 Emilie, 아들 조르주 Georges와 함께 지내고 있다. “대부분의 벽을 부수고 공간을 다시 나누었어요. 공간도 다시 배치했죠.” 길게 이어지는 공간이지만 동선은 유동적이다. 그리고 공간을 따라 길게 연결되는 유리창을 통해 수평선이 활짝 열린다. “이 아파트의 강점은 빛입니다. 빛이 모든 공간을 관통합니다.” 현관에서 부엌까지 일관된 톤이 이어져 이 집의 각 공간을 하나로 만들어준다. 방마다 여러 가지 소품과 오브제가 놓여 있고 저마다 이야기를 간직한 가구는 예술가의 아틀리에처럼 편안하면서도 활기찬 기운을 전한다. “몇 년간 뉴욕에서 살면서 일했어요. 그때의 경험이 삶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줬지요.” 뉴욕 스타일은 그가 일하는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쉽게 연결될 것 같지 않는 두 가지를 접목해 색다른 제품을 탄생시키는 거다. 특히 음악과 스트리트 아트를 좋아하는 그는 최근 미국의 그래피스트 톡식 Toxic과 함께 새로운 컬렉션 ‘에이티/서티 Eighyt/Thirty’를 완성했다. 그리고 프랑스 여배우 루이즈 부르고앵 Louise Bourgoin과 프랑스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마티아스 키스 Mathias Kiss가 함께 작업한 ‘포르토 Portor’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다음 달에 선보일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프랑스 모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Ines de la Fressange와 함께한 컬렉션을 새롭게 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1월 20일부터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리는 큰 전시와 1월에 선보일 7가지 이상의 새로운 컬렉션도 계획 중이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심미주의자는 바쁜 와중에도 잠깐 짬을 내서 겨울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한다. 곧 피에르 프레이의 원단으로 조끼를 만들어 입을 생각이다.



고요한 분위기의 침실 벽은 소리를 차단하는 피에르 프레이의 패브릭 ‘앵뒤 Indus’로 마감했고 바닥에는 브라크니에 Braquenie의 줄무늬 카펫을 깔아 편안한 인상을 더했다. 인디고 블루 색상의 침대 헤드가 피에르 프레이의 리넨 침대보 ‘돌리노 Dolino’와 잘 어울린다. 침대 옆 테이블은 디자이너 줄리 프리스카 Julie Prisca가 피에르 프레이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것. 원형 테이블 조명은 르 됭 Le Deun 제품이다. 





침실에서 가까운 욕실은 벽과 바닥에 에모 드 브리아르 Emaux de Briare의 원형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했다. 레트로풍의 욕조와 수전은 드봉&드봉 Devon&Devon 제품으로 미셸 콩트의 1980년대 사진 작품과 대조를 이룬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제롬 갈랑 Jerome Gal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