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스러운 명동 거리 한복판에 나의 모교, 계성국민학교가 있었다.
번잡스러운 명동 거리 한복판에 나의 모교, 계성국민학교가 있었다. 명동성당 뒤편에 자리한 학교는 바로 옆에 수녀원이 있고 아름드리 커다란 은행나무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비밀 정원마냥 아늑하고 조용했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시골 학교 같았던 그 풍경이 서울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요즘 사람들에게 명동은 쇼핑의 메카, 명동성당은 한국 천주교의 성지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학교 옆 성당이었고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한 학년에 3반까지밖에 없어 친구들과 더욱 친밀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형, 누나와 함께 즐겁게 학교를 다니던 그때 기억이 마흔넷이 된 지금까지 나에게는 감성의 바탕이 되었다. 학교 건물 발코니에서 콩을 심어 화분을 기르고 친구들과 공 차고 놀던 기억, 학교에 가기 싫은 날에는 명동성당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신부님이 다니시는 비밀 통로를 찾아낸 경험은 건축가로 성장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작업할 때 늘 발코니를 만들어 외기를 접하게 한다든지, 매끈한 소재와 거친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등 반전의 요소를 즐겨 사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계성초등학교는 2005년에 반포동으로 이전하면서 아파트 단지 속에 있는 전형적인 사립학교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옛 모습과 달라지면서 그 안에 숨 쉬던 이야기 역시 맥이 끊긴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건축의 본질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유행과 첨단이 아닌 시간을 초월한 건축의 가치를.
에디터 최고은ㅣ사진 유병안ㅣ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 글 건축집단 MA 유병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