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공간은 어른들의 공간처럼 주어진 기능에 얽매이지 않는다. 때로는 작은 우주이고 때로는 요새이며 때로는 놀이터다. 그런 아이들의 바람과 엄마의 사랑이 만난 다섯 개의 공간을 소개한다.
개구쟁이 형제를 위한 해법

↑ 형제가 한 방에서도 1, 2층으로 나눠 각자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웃음이 많은 세윤이와 성윤 형제에게 침실은 비밀 놀이터와도 같다. 언뜻 보기에는 2층 침대처럼 보이지만 1층과 2층에 각각 문과 창문을 내어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준 것 또한 비밀기지를 좋아하는 두 형제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도. 형제는 커다란 장난감 상자 같은 공간을 오르내리며 까르륵까르륵 웃어가며 놀이를 즐긴다. 각자의 방에는 파랑과 흰색의 체크무늬 침구를 두었고 여러 형태의 쿠션으로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또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읽을 수 있는 책과 장난감을 놓을 수 있는 수납함을 만들었고, 아이 방에 어울리는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조명도 설치했다. 침대 공간 옆으로는 투명한 캐비닛을 쌓아올린 수납공간이 있는데, 수납장 크기에 맞는 원목 테이블을 제작해 테이블 밑으로 캐비닛을 수납하자 위로는 작은 소품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덤으로 얻었다. 그 옆으로는 방의 색상에 맞춰 사각지대 없이 수납이 가능한 옷장을 제작했다. 벽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상으로 만든 스티커를 장식해 발랄한 분위기를 더했다.

왼쪽 형제가 한 방에서도 1, 2층으로 나눠 각자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오른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상으로 만든 스티커로 장식했다.

위, 아래 체크 무늬 침구와 여러 형태의 쿠션으로 포인트를 준 침실.
시공 및 디자인 멜랑꼴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 www.spacelita.com
엄마의 손길이 닿은 넓은 놀이방

왼쪽 조용하고 어른스러운 성격의 7살 세현이. 핑크색보다는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오른쪽 벽에 뭔가를 그리기 좋아하는 4살 연진이.
7살 세현이와 4살 연진이의 놀이방은 집에서 가장 큰 방으로 꾸몄다. 3살 터울이 나는 자매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술을 전공한 엄마는 직접 포인트 벽지를 바르고 칠판을 설치한 후 그 위에 페인트를 발라 아이들이 언제든 그림을 그리거나 자유롭게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 제품을 많이 구입하기보다는 엄마가 직접 만든 조명,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인디언 텐트, 앉아서 블록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낮고 널찍한 테이블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이방을 만들었다.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아서 텐트를 비롯한 장난감 등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아이들만의 공간이 더욱 넓어질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다. 가구는 엄마가 결혼 전부터 사용하던 서랍장과 수납장 등을 페인트칠만 새롭게 해서 재활용한 것으로 더욱 의미가 있으며 방에는 작은 화장실도 딸려 있어서 온전히 자매만을 위한 작은 파라다이스로 손색이 없다.

↑ 아이들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칠판 벽과 낮고 긴 테이블 등이 놓인 세현이와 연진이의 놀이방.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낮은 테이블을 두어 아이들이 앉아서 블록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 벽의 반 정도만 포인트 벽지를 발라서 꾸미고 가구는 엄마가 사용하던 것을 페인트칠을 새롭게 해서 재활용하고 있다.
–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아서 아이들만의 공간이 넓어졌다.
– 방에 작은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편리하다.
컬러의 틀을 깬 중성적인 방

↑ 하얀 별 무늬 벽지와 하늘색 가구가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5살 윤성이의 방. 가구 모서리에 다치지 않도록 보호캡을 씌웠다.
5살 윤성이 방은 언뜻 보면 남자아이의 방인지 여자아이의 방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방을 구성하는 색깔만으로는 아이의 성별을 잘 알 수 없어서 오히려 매력적이다. 엄마는 중성적인 방의 느낌을 위해 벽지나 가구, 소품 색깔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하얀색 별 무늬의 베이지 컬러 벽지와 나무 액자로 장식한 벽, 주방놀이 기구 등 남자아이 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요소를 더했다. 방에는 작은 소파도 있어 엄마와 함께 책을 읽기에도 편안하며 책과 장난감 등은 윤성이 키에 맞게 꽂거나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가구들의 높이가 대부분 낮아서 그 위로 소품을 장식해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유난히 공룡을 좋아하는 윤성이를 위해 수납장 위는 다양한 공룡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고, 북유럽 스타일의 소품들로 포인트를 주었다. 자작나무로 제작한 펜던트 조명과 신하루 작가의 사슴뿔 옷걸이, 그리고 여러 개의 갈런드를 늘어뜨려 장식한 창가가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 공룡을 사랑하는 윤성이. 화산과 공룡 숲으로 이뤄진 장난감을 가장 좋아한다.

왼쪽 신하루 작가의 사슴뿔 옷걸이에는 전구 펜던트 조명을 걸어두었다.
오른쪽 창가에 늘어뜨린 갈런드와 자작나무 소재의 조명, 엄마와 함께 책 읽기에 편안한 작은 소파를 두었다.
아이디어 가구로 기능을 살린 놀이방

왼쪽 연필, 가위 등 자질구레한 책상 소품을 유텐실로 수납장에 정리해놓은 모습.
오른쪽 동물 모티프의 훅을 활용해 가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태명을 그대로 딴 독특한 이름, 코코아. 또래 여자아이들 취향이 대부분 핑크색이라면 민트색을 좋아할 만큼 남다른 취향의 코코아는 9살 여자아이다. 때문에 이 방을 디자인할 때에도 코코아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일본인인 엄마의 영향으로 한국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코코아의 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몇 안 되는 일본어 동화책. 아이가 있는 여느 집과 달리 집에 책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이고 지고 살기보다는 집 근처 도서관을 활용하자는 엄마의 교육 철학 때문. 덕분에 숙제를 하고 친구들을 불러 종이접기를 할 수 있는 심플한 놀이방으로도 충분했다. 책상은 식탁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앉아도 불편함이 없도록 다리를 잘라 키를 낮추고 아직 키가 작은 아이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난간을 만들어준 배려심도 눈여겨볼 점. 테이블은 확장할 수 있어 여러 명의 친구들이 앉아서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다. 벽에는 낙서를 할 수 있는 검정색 보드와 오픈 수납 시스템 유텐실로를 설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벽면 한쪽에는 다이아몬드 패턴의 벽지를 시공해 율동감을 주었고, 의자에 방석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천을 활용해 커튼에 포인트를 주어 생동감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 독특한 이름 때문에 학교에서도 유명한 9살 코코아.

위 식탁으로 사용했던 테이블은 노란색 받침대를 달아 아이가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테이블은 필요에 따라 확장할 수 있어 친구들이 놀러오면 함께 앉아 종이접기를 하고 그림도 그린다.
아래 코코아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동화책이 꽂혀 있는 책장.
수줍은 아가씨의 비밀 기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컬러풀한 도나 윌슨 인형은 엄마가 오래전부터 모았던 것들이다.
– H&M HOME의 텐트에 들어가서 놀기 좋아하는 4살 하진이.
– 이스태블리시드앤선즈의 벽시계, 무어만 잡지꽂이, LC 소파를 본뜬 소파 등 디자인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 자주 입는 옷들을 행어에 가지런히 걸어서 방이 쇼룸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짙은 파란 색깔의 벽으로 둘러싸인 이 방은 이제 4살이 된 하진이의 방이다. 하진이의 방을 꾸미기에 앞서 엄마는 과하고 중후한 멋을 풍기는 벽지와 몰딩 때문에 고민했다. 주로 부부 침실로 사용하는 방이어서 클래식한 무늬의 벽지가 발려 있었던 것. 엄마는 과감하게 벽지 위에 진한 남색 페인트를 칠했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벽지의 줄무늬 패턴이 미세하게 보이는데 이마저도 일부러 연출한 듯 재미있다. 벽 색깔도 그렇고 하얀색 스트링 선반과 판텔라 조명, H&M HOME의 플레이 하우스 텐트 등 방을 구성하는 가구는 흰색이나 어두운 색으로 선택했고 대신에 침구나 인형, 소품의 색깔을 다채롭게 했다. 이스태블리시드앤선즈의 벽시계나 무어만의 잡지꽂이, LC 소파의 디자인을 그대로 본뜬 어린이 소파에도 어릴 때부터 디자인 가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이 담겨 있다. 또 행어에는 하진이의 겉옷류를 걸어두었는데 소재와 컬러가 제각각인 하진이의 옷들이 방을 색다른 분위기로 만든다.

↑ 벽지 위에 짙은 색 페인트를 발라 차분해 보이는 하진이의 방. 대신 소품이나 페르몹의 유아용 의자에는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ㅣ포토그래퍼 임태준 · 이과용ㅣ일러스트레이터 최시은 · 최가은
출처 〈MAISON〉 2014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