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를 기념하고자 세운 환기미술관은 당시 재미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곳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를 기념하고자 세운 환기미술관은 당시 재미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곳이다. 비평지 <건축과 환경> 1994년 1월호를 통해 환기미술관을 처음 알았을 때만 해도 나는 건축물의 깊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98년에 대학 강의를 맡아 현장 수업을 준비할 때 이곳이 풍부한 건축적 담론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3년간 학생들에게 환기미술관을 예시로 건축 이론들을 설명하다 보니 특별한 애착이 생겼다. 미술관은 건축이기 전에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환기미술관은 그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경사가 급한 부암동 특유의 지형을 이용해서 주변과 잘 어울리는 미관을 갖췄다. 지붕이 있는 대칭 구조에 화강석을 엇쌓기하며 외벽을 마감한 외관은 고전적인 건축 언어에 가깝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현대적인 감각을 풍긴다. 그 이유는 벽이 맞닿는 모서리에 납동판을 수직으로 끼워넣어 벽을 분리시켜 석재의 무거움을 가볍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석재를 쌓는 재료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철물을 이용해서 붙이는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현대건축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에디터 최고은│사진 (재)환기재단 · 환기미술관 | 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출처 〈MAISON〉 2014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