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정돈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는 좀더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복잡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한 몇 가지 규칙만 이해하면 수납의 귀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의욕을 갖고 정리를 해보지만 잘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을 ‘정리’라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리기는 정리를 위한 기초 단계다. 쓸데없는 것들을 버린 후에 남은 물건들을 가지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한 후 제자리를 찾아주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정리가 완성된다. 수납의 본질은 삶을 유지해주는 물건들이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제자리를 정해주는 것이다.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대충 해도 그만이야’라고 생각한다면 금물! 일본의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잘해야 인생이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정리를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지 알게 되면서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기 위한 수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가장 먼저 집 안의 수납 상태부터 확인하고 장소에 따라 용도별로 소품을 차곡차곡 정리하도록 한다.

옷장
수납할 물건은 사용 빈도에 맞춰 결정하는데 무엇보다 옷을 쉽게 찾고 꺼낼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옷이 상하지 않으면서 꺼내기도 쉬운 이상적인 옷장의 넓이는 파이프 길이보다 20% 정도 여유가 있는 정도이지만 손을 가볍게 폈을 때 들어갈 공간만 있다면 문제없다. 의류나 침구는 평소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고 위쪽 선반 등 손이 닿지 않는 높이의 수납 공간에는 제철이 아닌 옷을 보관한다. 수납 용품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벽장이나 붙박이장의 크기를 먼저 재서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측할 때는 문을 열었을 때의 부분을 재는 것이 중요하며, 파이프가 있을 때는 파이프 바로 밑에서부터 높이를 잰다.

베란다·세탁실
베란다와 세탁실은 창고로도 겸할 수 있는 곳이라 계절이 지난 물건들을 보관하기 좋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몰아넣게 되면 금방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정리 정돈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곳. 먼저 어떤 물건을 보관해놓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쪽 벽면에는 천장 높이의 개방형 수납장 등을 설치하고 그 외에는 필요에 따라 철제 선반, 플라스틱 수납함 등을 크기에 맞춰 배치한다. 세탁기 주변에는 세제, 건조 도구, 빨래집게 등 다양한 물건을 두게 되므로 세탁기 위에 이동식 선반을 달고 바구니나 박스 등에 수납하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아울러 바퀴가 달린 헹어를 두면 어수선한 세탁물이나 의류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데 편리하다.

주방
식기, 냄비, 볼 등 자주 쓰는 기본적인 용품은 동선 가까이에 배치하고 베이킹 도구나 피크닉 용품 등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싱크대나 가스레인지 밑을 활용해 수납한다. 국자, 주걱, 뒤집개 같은 조리 도구는 벽에 고리를 붙여 두기보다 서랍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바깥에 꺼내놓으면 물이나 기름이 튀어 쉽게 오염되고 청결한 주방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기는 알게 모르게 점점 늘어나게 되므로 수납 방법을 고심하게 된다. 이 경우 슬라이딩 방식의 식기 스탠드에 세로로 꽂아서 보관하면 어떤 그릇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작은 주발이나 찻장 등 깊이가 있는 그릇은 서랍에 보관하면 깔끔하고, 유리 볼이나 간장 종지처럼 작은 식기류는 바구니나 박스에 넣어 식기장에 수납하면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다.

거실 수납장
가족 공용 공간인 거실은 책과 잡지, 신문, 각종 리모컨, DVD, 열쇠, 손톱깎이, 귀이개 등 자잘한 생활용품으로 어수선해지기 쉽다. 거실 수납에서는 무엇을 보이고 감출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포인트. 안경, TV 리모컨, 잡지 등 자주 쓰는 물건들은 손쉽게 넣고 꺼낼 수 있는 보관함에 정리한다. 수납장은 30~50cm 정도 되는 깊이가 사용하기 편리하다. 서랍의 최대 높이는 눈높이보다 한 단계 아래 있는 것이 적합하며, 서랍의 윗면이 턱 아래에 있어야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사용하기 쉬운 높이는 바닥에서 45cm 정도(무릎 근처)부터 턱 아랫부분까지로 서 있는 상태에서 손보다 아래에 있는 부분은 몸을 숙여서 사용해야 한다. 물건을 꺼내기 쉬운 높이의 순서는 ‘중→저→고’ 이므로 가볍고 부피가 큰 물건일수록 위쪽에, 무겁고 자잘한 물건일수록 아래쪽에 두는 것이 좋다.
INFO 정리 습관을 들이기 위한 3단계
1 물건보다 생각을 먼저 정리한다
방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며 필요한 것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답을 바로 찾기가 어렵다면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을 분류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도 좋다. 목표가 생기면 필요한 물건과 좋아하는 물건, 보관할 물건이 명확해지면서 정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2 현재 수납공간을 다시 점검한다
수납공간이 많다고 수납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수납공간은 블랙홀 같아서 넣을 수 있는 만큼 물건이 늘어나게 되고, 잔뜩 쌓아둔 다음에는 무엇을 뒀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집에 어느 정도 수납공간이 있는지 점검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감추기와 드러내기를 적절히 활용한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은 색상, 형태, 크기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미관을 해치거나 생활의 흔적이 드러나는 물건은 서랍에 넣거나 선반에 롤스크린, 천을 씌워 깨끗하게 감춘다. 또 시각적으로 만족을 주는 물건들은 유리로 된 장식장에 놓거나 사이드 테이블 등 가구를 활용해 가까이 두고 즐기도록 한다.
ITEM

1 최대 300kg까지 보관할 수 있는 수납 박스는 접이식이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보관하기 편리하다. 코발트샵에서 판매. 40×30×14.5cm, 9천9백원.
2 높은 곳에 올려놓아도 열기 쉽도록 손잡이를 아래쪽에 낸 ‘스페이스 빌더’는 여러 개 쌓아서 사용해도 좋다. 한샘 제품. 3만5천원.
3 지저분한 케이블 선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멀티탭 ‘플러그 팟’은 텐바이텐에서 판매. 5만4천원.
4 가로, 세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 높은 ‘ㄷ자 가구’는 안쪽에 책 등을 보관할 수 있다. 무인양품 제품. 높이 35×30×35cm, 12만원.
5 수납장에 끼워서 작은 선반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정리 랙은 3개 세트로 한샘 제품. 1만2천9백원. 6 모자, 목도리 등을 보관할 때 유용한 리즈 행잉 오거나이저 5단 서랍은 한샘 제품. 7천9백원.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김대형
참고도서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곤도 마리에, 더난 ·<공간 2배 행복 2배 수납법> (사)일본라이프로거나이저협회, 싸이프레스 ·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 카와카미 유키, 리스컴 · <친절한 인테리어> 신성출판사 편집부, 에디터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