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이탈리아의 개성 있는 브랜드 셀레티. 이탈리아의 여유로움과 위트가 담긴 디자인에는 발전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 배어 있다.
왼쪽 꽃잎이 벌어진 듯한 디자인의 실리콘 소재 조명 ‘카펠로(Cappello)’.
오른쪽 짚과 지푸라기로 만든 꽃 모양의 테이블 매트 ‘플로리그라피 (Florigraphie)’
2013년 국제가구박람회를 위해 밀라노를 찾았을 때 숍 로산나 오를란디를 방문했다. 오를란디의 안목으로 고른 컬렉션 중에서도 셀레티(Seletti) 부스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토일릿 페이퍼(Toilet Paper)’란 이름도 재미있었지만 접시에 그려진 손, 머그에 그려진 인체의 장기 등 자칫 괴기스러울 수 있는 패턴을 셀레티만의 유쾌함으로 풀어낸 위트 있는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셀레티의 제품이 매력적인 것은 디자인이나 컨셉트도 독특하지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셀레티는 1964년 로마노&마리아 셀레티에 의해 설립된 브랜드다. 로마노는 파트너와 함께 중국을 여행하면서 국제적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에 눈에 비친 중국은 흥미로운 나라였다. 때문에 초창기 셀레티는 중국의 전통적인 테이블웨어나 패브릭, 대나무로 만든 제품들을 수출했다. 그에게 극동 지역은 가능성이 무한한 노다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로마노의 아들과 딸인 스테파노와 미리아 셀레티가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이 되면서 셀레티는 지금보다 좀더 이탈리아의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량의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며 대중들이 무엇을 좋아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아트&크래프트뿐만 아니라 메탈, 글라스, 도자기류 제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셀레티의 상징적인 디자인이 된 고급 도자기 소재의 테이블웨어인 ‘에스테티코 쿠오티디아노(Estetico Quotidiano)’가 그 시발점이 된 컬렉션으로 오브제처럼 보이지만 접시, 저그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라인이다.
1, 4 2014년의 뉴 컬렉션인 픽&닉(Pin&Nic)의 야외용 의자와 샤워기.
2 글래머러스한 손잡이가 특징인 ‘아이 웨어(I Ware)’ 컬렉션의 도자기 슈거볼.
3 2가지 접시를 반쪽씩 이어붙인 하이브리드(Hybrid) 컬렉션.
7 카드 모양의 패넬을 조립해 사용하는 ‘아 라 카르테(A La Carte)’ 테이블.
스테파노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장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긴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겠지만 셀레티 역시 새로운 것,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에 늘 목말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푸라기와 짚으로 만든 테이블 매트와 냄비 받침 ‘플로리그라피(Florigraphie)’, 압축된 종이로 만든 조명 ‘에그 오브 콜럼버스(Egg of Columbus)’, 패턴과 모양이 다른 접시, 컵, 볼의 반쪽을 하나로 붙여서 완제품으로 만든 ‘하이브리드(Hybrid)’ 컬렉션, 꽃과 우산을 모두 꽂을 수 있는 도자기 소재의 ‘레인부츠(Rain Boots)’, 동물 모양의 수납장인 ‘센딩 애니멀스(Sending animals)’ 등 셀레티만의 유머와 개성이 담긴 제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셀레티의 시작이 중국이었던 영향 때문에 동양적인 패턴이나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질감을 줄이는 요소다.
대량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며 성장해온 셀레티는 이제 엄선된 디자인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아메리카와 중국에 셀레티의 해외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컨테이너 타워로 유명한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의 치코나라(Cicognara)에는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새로운 쇼룸과 창고도 지었다. 지금 셀레티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올해 메종&오브제에서는 5관과 8관 두 곳에 부스를 설치하며 브랜드의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스테파노는 인터뷰에서도, 홈페이지나 자료에서도 셀레티의 모토를 ‘(r)evolution is the only solution’이라고 밝혀왔다. 진화와 혁명만이 브랜드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라고 믿는 셀레티의 행보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 셀레티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에스테티코 쿠오티디아노’의 테이블웨어.
에디터 신진수│자료제공 셀레티(Seletti)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