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이화여대 근처에 위치한 선 타워 Sun Tower는 1997년에 완공된 것으로 미국
건축회사 모포시스 Morphosis의 대표 ‘탐 메인 Thom Mayne’의 작품이다.
신촌 이화여대 근처에 위치한 선 타워 Sun Tower는 1997년에 완공된 것으로 미국 건축회사 모포시스 Morphosis의 대표 ‘탐 메인 Thom Mayne’의 작품이다. 2005년에 건축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그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건축물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루미늄 타공판과 노출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한 선 타워 역시 하늘을 찌를 듯한 사선 모양의 과감한 외형으로 주목받았다. 이 건물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선 타워가 있는 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 화려한 모습을 눈치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층부의 디자인이 건물 위쪽에 비해 비교적 얌전한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빼곡하게 달라붙은 간판이다. 여느 대학가의 풍경과 마찬가지로 상가의 밀도에 비례해 벽면을 가득히 메운 간판들은 이 건물이 세계적인 거장이 설계한 작품이라는 기원조차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한 건축가의 절실한 열망을 담은 선 타워는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나이를 먹으며 상업적인 탐욕의 옷을 입었다. 담쟁이덩굴처럼 외피의 빈틈을 요리조리 찾아 타고 올라가며 어떻게든 이름을 알리려 하는 간판들로 뒤덮인 선 타워를 보고 있자니 자본의 논리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대의 욕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상가의 업종이 변하면서 그 외피도 바뀌어가는 모습은 건축가가 예상하지 못한 건축이 지닌 또 다른 면일지도 모른다. 이것을 아쉽게만 바라볼지 혹은 또 하나의 재미로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다.
포토그래퍼 신국범┃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