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와 프랑수아 조셉 그라프의 만남 그리고 중국이라는 주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파빌리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파리에서 만난 프랑수아 조셉 그라프는 펜디의 전통과 화려함을 살리면서도 중국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캡슐 컬렉션의 탄생에 대해 들려주었다.
↑ 펜디와 프랑수아 조셉 그라프가 함께한 파빌리온 시누아의 모습.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2014 AD 인테리어
주문 제작 방식의 캡슐 컬렉션을 매년 진행해온 펜디 까사는 그동안 당대의 위대한 디자이너인 마리아 퍼게이나 티에리 르메르 등과의 협업을 통해 리미티드 디자인을 발표해왔는데 이번 해에는 현대 장식미술의 전설이자 무대 디자인의 대가인 그라프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이다.
↑ 프랑수아 조셉 그라프가 펜디와 함께한 FJG 캡슐 컬렉션 중 소파.
펜디 까사와 그라프는 독특한 가구, 조명, 오브제 디자인을 진행 중인데 특히 이번 2014 AD 인테리어
↑ 프랑수아 조셉 그라프가 펜디와 협업한 결과물, FJG 캡슐 컬렉션.
INTERVIEW with Francois-Joseph Graf
이번 AD 인테리어전에서 선보일 가구는 중국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계기를 들려달라.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로는 아시아 국가 중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삼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중국을 몇 차례 여행하면서 유럽과는 다른 중국 문화에 대한 특별함과 다양성,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마스터피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세 번째로는 비즈니스적인 이유이다. 중국 상하이에 펜디의 대규모 매장을 오픈할 예정인데 이에 앞서 펜디의 오너와 함께 중국에 대한 오마주를 표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에서 18~19세기에 만들어진 앤티크 가구들이 박물관 창고에 잠든 채 있어 이를 이용하여 펜디 까사의 스타일로 새롭게 선보이고자 했다. 동양적인 배경에 서양의 분위기를 믹스하면 잠들어 있던 앤티크 가구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국과 일본은 서양의 예술에 오랫동안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펜디의 쇼룸에 있을 법한 가구들이 우리 집에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럭셔리하면서도 심플하고 서양의 느낌과 동양의 향기가 공존하는 가구들을 만들었던 이번 작업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1,2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중국의 유물이 특별히 함께 전시되어 고귀함과 우아함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다.
당신의 작업은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며 장식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한마디로 매우 다르다. 어찌 보면 당신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증명하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이런 색다른 작품이 나오게 된 이유가 있을까?
절제된 것과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했을 때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전시된 나의 선인장도 아름답지 않은가? 나의 모든 작품은 늘 새롭고 다르다. 펜디와 협업을 하기 위해 오너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펜디의 럭셔리함을 동양적인 시선으로 보여주겠다는 나의 아이디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펜디가 서양의 브랜드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해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브랜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라 생각하면 된다.
펜디는 글래머러스하면서도 럭셔리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당신과 함께한 이번 작품이 기술력의 구현이라는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소재의 접목이라든지 말이다. 나무로 된 소파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소파를 보면 펜디의 이니셜인 ‘F’ 를 옆면에 새겨넣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브랜드 네임을 노출하는 등의 디자인은 배제했다. 펜디의 패션 철학을 나의 가구에 무겁지 않게 반영했고 브랜드가 지닌 럭셔리함 역시 경박하지 않도록 유지했다. 패션과 장식적인 요소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은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이 가구들은 밀라노에 있는 본사로 옮길 것이다. 나는 2015년 1월에 선보일 메종&오브제에서 펜디 까사 전시장을 디자인할 것이고 다음 시즌에 판매할 수 있는 가구들을 펜디를 위해 만들 것이다. 동양적인 느낌은 유지하겠지만 이번과는 다른 다양한 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펜디의 어떠한 요소를 사용했으며 어떻게 재해석했는가?
선형성, 대칭, 그래픽 형태의 사용이라는 코드는 펜디 까사뿐 아니라 실비아 펜디에 의해 창조된 바게트 백과 같은 펜디의 패션 컬렉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매우 건축적이고 구조적인 펜디의 가죽 제품과 기성복 컬렉션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이기도 한 프랑수아 조셉 그라프.
처음으로 펜디의 제안을 받은 것은 언제이며 이후 어떤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나?
펜디 측에서 지난 4년간 나의 작업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를 검토해왔다고 들었다. 2013년에 협업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으로 오갔고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해 색다른 작업을 여러 사람들과 해오고 있는데 나의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작업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진행되고 있다.
이번 리미티드 에디션은 어떤 제품들로 구성되는가?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펜디 측에 보여주면 펜디는 그중에서 제품화할 수 있는 것을 셀렉트하게 된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모던함을 더해 지극히 한정된 수량만 제작될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은 내년 1월에 있을 메종&오브제를 겨냥하여 진행되고 있다. 정확한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줄 수는 없다. 내년 메종&오브제에 그 모습을 드러낼 테니 부디 참석해주기 바란다.
펜디와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들을 통해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 어떤 부분이며, 그 과정에서 펜디 까사만의 소중한 자산을 발견했다면 무엇일까?
밀라노 작업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작업을 도와준 많은 분들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에너지가 넘쳐났다. 펜디 측에서 제안한 이번 프로젝트는 내 삶의 새로운 활력이 되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항상 좋지 않은가.
파빌리온 시누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중국적인 요소만으로 보면 우리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펜디적인 요소가 적절히 배합됨으로써 이 공간은 서양과 동양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전시장이 되었다.
중국의 뻔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이는 이번 컬렉션의 컬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흔히들 중국이라 하면 붉은색 계열을 떠올리곤 한다. 이와 같은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가구에서 빨간색을 배제하고 시크하고 다소 어두운 색을 주로 사용했고 단지 포인트를 줄 때만 빨간색을 사용했다. 중국 전통 건축물의 내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펜디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서로 하모니를 이룬다고 생각해왔다. 내 작업은 이들의 밀접한 관계를 찾아내고 과거와 현재의 만남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펜디와의 이번 작업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중국과 관련한 많은 일을 하고 싶다.
편집장 노은아 | 진행 정기범(프랑스 통신원) | 사진 프랑수아 고아즈 François Go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