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야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자연과 호흡하며 가족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캠핑에 빠진 네 사람.
그들이 쓴 캠핑 일기와 행복한 캠핑을 위한 요긴한 물건들을 공개한다.
캠핑이 준 깨달음
만삭까지 캠핑을 다녔던 나는 출산 후에도 백패킹을 떠날 날만을 고대해왔다. 봄에 태어난 아이는 이제 막 다섯 달이 되었고, 24kg까지 불었던 나의 체중은 아직도 10kg나 몸에 붙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캠핑을 다니지 못했던 몇 달 동안이 아득하고 길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편안한 오토캠핑을 떠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배낭을 메고 싶었다.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아직 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마음이리라. 그렇게 호기로운 마음으로 떠났던 굴업도 백패킹은 트레킹 무리에서 맨 마지막으로 뒤처졌다. 노을과 밤하늘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이전 같은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것을 볼수록 내 아이와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로막았던 것이다. 혼자가 되고 싶어서 배낭을 꾸린 지 고작 24시간 만에 내린 결론이 ‘다음 번엔 가족과 함께’라니. 소중한 것은 역시 조금 떨어져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이와 남편이 함께할 수 있는 조금 ‘덜’ 예쁘고 ‘더’ 가까운 곳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키티버니포니 기획자 이홍안
캠핑 갈 때 챙기는 것들
1 MSR 리액터 스토브 엄청난 화력으로 물이 빨리 끓어 커피나 차는 물론이고 밥을 데울 때도 유용하다. 2 크레모아 LED 랜턴 휘발유나 등유를 사용하지 않아서 안전한 랜턴. 핸드폰 충전도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캠핑장에서의 필수 아이템. 3 키티버니퍼니 미드나잇 수면 안대 아른 아침 텐트 안으로 햇살이 파고들 때 잠을 더 자고 싶거나 낮잠을 잘 때 유용하다.
인생을 바꾼 캠핑
처음으로 캠핑을 떠났던 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지인들과 모닥불을 쬐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어딘지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호사가 사치인 듯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10년 동안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으로 살아왔던 나에게 그날 밤의 ‘쉼’은 낯설고 어색했다. 그러고 나서 그 밤의 낯선 강렬함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캠핑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건 고가의 장비와 좋은 장소가 아니라고. 물론 조금 불편하고 고생은 하겠지만 그 경험은 무엇보다 값지게 남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고요한 숲 속에서의 밤. 타들어가는 모닥불, 희미한 전파를 더듬는 라디오의 잡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원시시대에는 생존이었지만 도시인에겐 낭만이고 행복이며 쉼이자 인생의 추억으로 남을 그것은 캠핑이다. 어네이티브 대표 인병철
캠핑 갈 때 챙기는 것들
1 콜맨 LED 랜턴 타워레코드, 스투시, 콜맨이 합작해 만든 랜턴. 4개의 LED가 분리가 가능해 요긴하게 쓰인다. 2 펜들턴 울 담요 50만원대의 고가 담요지만 소재가 좋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블랭킷에 어네이티브 에이징 스트랩을 달면 이동 시 편리하다. 3 유단포 끓는 물을 넣어서 잘 때 껴안고 자는 용도. 유단포 없는 밤은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유용한 제품이지만 화상에는 유의해야 한다. 도쿄 오모테산도 꼼데가르송 라이프스타일숍에서 구입.
캠핑과 결혼한 부부
우리는 연애할 때부터 산을 좋아했다. 이번 주말엔 어디로 떠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냈고 캠핑에서 돌아와서는 그 순간들을 떠올리고 아쉬워하며 또 떠날 것을 약속한다. 그렇게 함께 산을 누비고 캠핑을 다닌 지 벌써 4년째. 그사이 결혼을 했고 신혼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산 정상에서의 결혼식을 꿈꿨지만 축하해주러 오는 하객들에게 등산이라는 짐을 짊어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캠핑 결혼식을 결정했다. 웨딩드레스는 아내가 직접 만들었고, 캠핑장 대여부터 공간 꾸미기, 음식까지 준비했다. 2박3일에 걸쳐 진행된 캠핑 결혼식은 우리 부부와 지인, 가족들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그리고 한 달간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몽블랑 트레킹 8박9일, 그리고 나머지는 자동차 여행으로 계획했다. 손에 닿을 것만 같은 높고 푸르른 하늘, 눈앞에 펼쳐진 알프스 산맥들과 형형색색의 꽃들. 빙하로 덮인 산봉우리와 푸르른 초원이 공존하는 몽블랑. 빙하 물을 정수해서 마시고 걷다가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 앞에 텐트를 치고 잠이 들며 몽블랑과 함께 숨 쉬고 누렸던 그 시간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일반 트레커보다 걸음은 느렸지만 그만큼 함께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배우고 공감했다. 우리는 지금도 함께 산으로 들로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리얼 야생 백패커 부부다. 옥탑방 트러커 김현수
캠핑 갈 때 챙기는 것들
1 패트로 막스 랜턴 빈티지 랜턴으로 영구적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좋다. 불을 켜면 특유의 색감이 멋스럽다. 2 마틴 기타 배낭을 매고도 가볍게 휴대할 수 있게 설계된 여행자용 기타로 모델명도 ‘백 패커’다. 3 콜맨 스틸 쿨러 캠퍼들에게 필수인 아이스박스. 얼음을 넣으면 일주일 정도 가기 때문에 휴대용 냉장고로 사용한다. 4 헬리녹스 체어 원&테이블 원 접으면 부피가 작고 휴대가 간편하다. 캠핑과 백패킹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집 안에서도 유용하다.
삶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사진가로서 풍경 사진이 진부하게 느껴져 산을 싫어했던 내가 우연찮게 캠핑을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형님이 제일 값싼 텐트 하나 사서 캠핑을 가자고 제안했다. 자연에서의 하룻밤이라! 모닥불의 타닥거리는 소리,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아침잠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귐, 부자든 가난한 자든 자연이 내주는 상쾌한 공기와 느리게 가는 시간은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미덕. 나는 캠핑에 무섭게 빠져들었다. 도시에서의 끝없는 경쟁과 쉼표 없이 살았던 생활에 환멸을 느낄 즈음 찾아온 비상구였다. 딸아이의 그림 속 나는 소파에 붙어 있던 아빠였다.
이제 그 모습에서 벗어나 가족을 위해 텐트를 치고 불도 피우고 요리하는 아빠이자 남편이 되었고 TV 대신 대화와 놀이로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디자인은 자연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신기하게도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소라의 기둥은 회전형 계단, 딱정벌레는 유선형 자동차 등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았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만 것이다. 지금은 산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로 나무 옷걸이도 만든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 산으로 들로 계곡으로 떠난다. 사서 하는 고생이지만 분명 아름다운 시간이다. 포토그래퍼 이창주
캠핑 갈 때 챙기는 것들
1 클라이밋 침낭&에어 매트 초겨울에 사용할 수 있는 침낭. 에어 매트 위에 깔면 보온성이 배가된다. 2 피엘라벤 배낭 가벼운 무게가 장점으로 가방 양쪽으로 커다란 지퍼가 달려 있어 물건을 빼낼 때 용이하다. 3 콜맨 442 버너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휘발유 버너로 겨울에 쓰기 좋다. 버너에 캡을 꽂으면 작은 난로 역할도 한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박상국(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