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디자인을 알고 싶다면

핀란드의 디자인을 알고 싶다면

핀란드의 디자인을 알고 싶다면

지난 2014년 11월 13일부터 12월 7일까지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 <홈 오브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전시를 기념해 이딸라를 총괄하고 있는 파이비 팔톨라 페콜 부사장과 디자인 디렉터 하리 꼬스끼넨이 한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 주요 제품 컬렉션, 향후 비전 등에 대해 들어봤다.

파이비 팔톨라 페콜
Paivi Paltola-Pekkola 부사장

피스카스 Fiskars 그룹의 홈 리빙 비즈니스 부서 부사장으로 이딸라, 로얄코펜하겐 등의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1881년 론칭한 이딸라는 그 당시 어떤 브랜드였으며 어떤 제품들을 생산했나요? 1881년 핀란드 남부 이딸라 마을에서 유리 공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스웨덴 소재 유리 공장에서 근무했던 페트러스 마그너스 아브라함슨 Petrus Magnus Abrahamsson에 의해 핀란드에서 설립되었죠. 가마를 가열할 수 있는 나무, 물, 모래 자원, 근처의 철로 등 좋은 입지 조건 때문에 공장 설립 장소로 요지였는데 ‘이딸라’라는 브랜드 이름은 공장이 설립된 마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생산 초기에는 가정용 기본 유리와 의약품용 유리병 등 실용적인 유리 제품 제작이 대부분이었어요. 19세기 말 핀란드는 여전히 농업 국가로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 유리 제품을 소유했는데 크리스털 와인잔과 유리병도 이딸라에서 만들어졌으나 초창기 제품 모양은 동유럽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 이딸라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인 알토 화병 알토 화병은 이딸라를 상징하는 제품인데 처음 생산됐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1937년 이딸라는 당시 파리세계박람회에 출품할 제품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알바 알토가 이 전시를 위해 만든 것이 ‘알토’ 화병이에요. 이 화병은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파리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알바 알토와 아이노 알토 부부가 헬싱키의 사보이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맡아 호텔 내부에 꽃병을 전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딸라의 브랜드 철학은 무엇인가요? 독창적인 디자인이지만 다른 제품과도 조화로우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 시간을 초월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이딸라의 제품들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나요? 재료와 생산 방법에 따라 상당히 달라집니다. 기계로 압착한 유리 제품들은 꽤 빠르게 제조할 수 있으나 손으로 만들어지는 알토와 루뚜 화병 그리고 토이까 새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생산 시간이 10~15시간 정도이며 거의 10명의 사람들이 작업에 매달립니다. 100년 넘게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세상의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직함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만든다는 기업 철학이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딸라의 모기업인 피스카스 그룹은 올해 366주년을 맞이하는데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유산은 미래를 위한 굳건한 기반이 되어줍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선호하는 제품이 다른가요? 알바 알토 컬렉션이나 토이까 새 그리고 떼에마 디너웨어 같은 기본 제품군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높습니다. 식사 문화에서 약간의 차이가 발견되는데 유럽과 아시아의 주방에서는 서로 다른 종류의 그릇이 사용됩니다. 아시아 고객은 독창적인 토이까 제품뿐 아니라 클라우스 하파니아미의 따이가 디너웨어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딸라의 올해 이슈는 무엇인가요? 이딸라를 환영하는 신규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봄에는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의 루뚜 화병을 올 초 세계 시장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디자인 디렉터 하리 꼬스끼넨 Harri Koskinen
핀란드의 촉망 받는 디자이너 하리 꼬스끼넨은 독창적인 가구 및 소품 디자인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디자인은 불필요한 요소를 뺀 모던한 라인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2년부터 이딸라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상인 가이 프랑크 디자인상 Kaj Franck Design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199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혁신적이고 고품질의 산업디자인 및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또는 팀에게 수여하고 있다. 2014년 수상자 ‘하리 꼬스끼넨’(2014)을 비롯해 유리공예의 대가 ‘오이바 토이까’(1992)와 기비, 따이가, 떼에마 제품의 디자이너 ‘헤이끼 오르볼라’(1998) 등의 디자이너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만든 루뚜 컬렉션. 2,3 유리 공예의 대가 오이바 토이까의 버드 바이 토이까 시리즈. 현재 핀란드 디자인을 이끄는 젊은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지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통을 잘 이어가는 디자이너로도 불리고 있는데 역사와 전통을 잘 이어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리는 알바 알토나 가이 프랑크에서 비롯된 강력한 디자인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이들과 디자이너는 이런 유산이 일상에서 만나는 오브제들과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기능적이면서도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미학이 담긴 디자인은 바로 그것입니다. 가이 프랑크 역시 이미 한 세대 전에 이와 유사한 가치를 가졌다고 믿습니다. 나 역시 디자인을 할 때 이런 원칙에 충실하며 지속 가능성을 마음에 새기죠. 이딸라의 디렉터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이딸라의 디자인 컨셉트팀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앞으로를 내다보며 이딸라의 철학에 걸맞는 디자인을 선별하는 작업을 합니다. 또한 이딸라와 함께할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일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개발된 제품들이 생산 단계로 이어지기까지의 업무를 맡고 있어요. 당신이 디자이너로서 선보인 제품 중 랜턴 시리즈가 인상적입니다. 랜턴은 나 역시 좋아하는 제품입니다. 작은 오브제지만 공간을 따뜻한 분위기로 이끌면서 동시에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온을 안겨줍니다. 조명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오브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디에서 정보를 얻나요? 주로 작업을 할 때 영감을 얻습니다. 주어진 프로젝트를 할 때 디자이너와 나눈 대화에서 또는 기술적인 옵션이 추가될 때 등등입니다. 무엇보다 팀원과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딸라는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을 해왔는데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이딸라는 디자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제품군에 걸맞는 새롭고 흥미로운 디자이너들에게도 관심이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이딸라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고유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딸라와 맥락을 같이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더해줄 수 있는 북유럽 및 국제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2015년 새롭게 출시하는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와 협업한 루뚜 컬렉션을 소개해주세요. 루뚜는 핀란드어로 다이아몬드 또는 사각형을 의미합니다. 5가지 사이즈와 7가지 색상을 활용한 10개의 화병 컬렉션인데 로낭&에르완 부훌렉의 디자인이죠. 이들과 함께 진행한 이딸라의 첫 번째 제품으로 저희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컬렉션은 특히 기하학적인 형태와 섬세한 색상을 요구하는데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온도와 시간, 유리 질량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이딸라가 지닌 최고의 유리 블로잉 기법을 적용한 작품이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당신이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요? 우리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며 삶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주었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입니다.
INFO
홈 오브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이딸라’

이딸라 Iittala는 1881년 핀란드 이딸라 지역의 유리 공장에서 시작한 스칸디나비안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고품질의 유리 제품을 생산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이딸라의 브랜드 철학은 오랜 전통과 역사, 시대와 유행을 초월한 디자인, 디자인 거장과 장인의 노력이 결합된 장인 정신, 제품 간의 조화로운 어울림, 실용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예술품, 인테리어 소품, 테이블웨어, 패브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 알바 알토가 1936년 핀란드 호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알토 화병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문의 02-749-2002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양태준

CREDIT
마미손에 마미체

마미손에 마미체

마미손에 마미체

시간과 노력으로 물건에 영혼을 불어넣는 장인의 이야기.
이번 달은 열일곱 번째 이야기로 비단처럼 섬세한 왕실 공예, 마미체를 만드는 백경현 장인을 소개한다.

↑ 표주박 모양의 차 거름망.

경남 사천, <별주부전>이 유래되었다는 비토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만난 하늘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웠다. 평범할 것이라 여겼던 곳에서 만난 의외의 아름다움이 마치 우리네 부엌에 늘 자리하고 있던 둥근 마미체와 같았다.
백경현 장인은 “기록상 마미체는 말총으로 만드는 갓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통신회사에서 상무이사로 재직했다.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며 승승장구했지만 1998년 우연히 신문에서 본 마미체에 이끌려 입문하게 된 흔치 않은 경우다.

↑ 체크무늬를 입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마미체.

회계 전공자다운 꼼꼼하면서도 계산적인 성격이 촘촘한 마미체를 독학으로 익히는 데 밑거름이 되어주었고, 매듭 장인 김원형(서울무형문화재)에게 1년 동안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후 독학하면서 예전 장인들이 쓰던 기계들을 참고해 직접 제작해 쓰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최성철 장인(서울무형문화재 19호 체메우기)과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무형문화재 교육 전시관에서 함께 시연을 하기도 했다. 최성철 장인이 전통 마미체 제작 기법을 그대로 전승했다면 백경현 장인은 원형에 충실하면서 마미체가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능적, 미적 부분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 말총으로 만든 마미체의 섬세한 조직감.

마미체는 조선 법전(경국대전) ‘공전’ 편에 기록된 대한민국 전통 공예의 하나로 마미(馬尾), 즉 말총을 이용해 만든 체를 말한다. 그는 검은색과 흰색, 갈색 3가지 색의 말총을 직접 짜서 문양을 만들어 염색이나 화학 처리 없이도 개성 있는 망을 완성했다. 그리고 소나무와 솔 뿌리, 대나무 못으로 만든 체에 옻칠을 해서 체의 수명은 늘리고 방충과 방수 효과를 높였다. 온도나 습도에 따라 수축하는 망은 물이나 세제로 세척할 수 있고 먼지가 쌓이면 마른 수건으로 나뭇결을 따라 닦는다. 섣달그믐,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야광 귀신이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가면 신발의 주인은 1년 내내 병마에 시달린다는 미신이 있다. 다행히 야광 귀신은 구멍을 세는 취미가 있어 마미체를 보면 그 구멍의 숫자가 궁금해 구멍을 세기 시작하는데 중간 중간 헷갈려서 밤새도록 구멍을 다 못 세고 날이 새면 그냥 돌아간다는 믿음에서 처마 밑에 걸어두었다고 한다. 마미체는 악귀를 쫓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생활 도구인 셈이다.

↑ 마미체를 만드는 백경현 장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전통 공예이자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승되고 있는 보편적인 공예 중 하나입니다”라며 백경현 장인은 덧붙였다. 세계 각국의 마미체와 비교해봐도 우리의 마미체가 단연 으뜸이라는 것. 최근에는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한민국디자인박람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등 각종 공예 전시에 참여하며 마미체를 널리 알리고 있는 그는 2013년부터는 고향 사천에 내려와 말총으로 만든 커피 필터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직접 커피를 내려보니 그 맛이 일품이다. 사라져가는 전통 체의 맥을 이어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끼며 한파에도 마미체와 말총 커피 필터를 들고 서울로 상경하는 백경현 장인. “체는 손바닥으로 만지면 안 되고 손등으로 부드럽게 만져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섬세한 손길과 마음이 비단 한복처럼 고왔다.

↑ 장인이 직접 만든 ‘바디’라는 이름의 기계.

글과 사진 이정민(물나무스튜디오) | 에디터 박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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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Trend Forecast (4)

2015 Trend Forecast (4)

2015 Trend Forecast (4)

2015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올 한 해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거나 관통할 키워드 31개를 뽑았다.

24 킨포크처럼 살고 싶다면

2011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창간된 잡지 <킨포크>에서 시작된,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깊고 넓은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 충실하고 단순하고 느린 삶에 집중하며 혼자보다는 여럿인 삶을 즐기는 것의 대명사가 된 ‘킨포크’. 간단히 들리지만 사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가장 실천하기 힘든 삶의 모습이다. 잡지 속에는 미국과 북유럽 등지에 사는 사람들이 손수 만든 요리를 나눠 먹고 즐기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렇게 평범한 음식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것이 ‘킨포크’ 테이블이다. 그래서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는 지인들과 요리를 나눠 먹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바쁘고 유행에 민감한 삶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 올해도 많은 이들이 ‘킨포크’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듯하다.

흰색과 연하늘색 의자는 헤이 제품으로 100home에서 판매. 짙은 갈색 나무 스툴은 짐블랑에서 판매. 식탁은 팜파스 제품으로 100home에서 판매. 유리 촛대 케이스는 덴스크에서 판매. 2개의 도마는 굿핸드굿마인드에서 판매. 녹색, 갈색, 투명 잔은 로쇼룸에서 판매. 주석 냄비는 선혁구디에서 판매. 무늬가 화려한 법랑 접시는 챕터원에서 판매. 샐러드를 담은 접시와 치즈 요리를 담은 도자 볼, 올리브와 견과류를 담은 종지, 도자 컵, 커트러리, 버터 나이프는 모두 카인디시에서 판매. 여자 모델이 입은 상의는 꽁뜨와데꼬또니에, 남자 모델이 입은 스웨터는 TNGT.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 장소협찬 짐블랑

25 세계가 열광하는 발효 음식

↑ 발효시킨 콩 소스를 곁들인 조개요리

↑ 장과 식초에 장아찌를 볶은 요리

↑ 흑초에 절인 무를 곁들인 김 수프

세계적인 셰프의 성지라 불리는 미식 박람회 ‘마드리드 퓨전 2014’에서 스페인의 유명 셰프 다비드 무뇨스가 한국식 쌈과 김치, 키케다 코스타와 로카 셰프가 고추장을 활용한 생선 요리를 선보였다. 또 지난 2014년 7월,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세계적인 국제식품박람회 ‘팬시 푸드쇼’에서는 26만여 종의 식품 중 미국 김치제조 업체의 고추장이 식품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소피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는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요리계가 북유럽 음식의 염장, 초절임 등에 주목하면서 한국의 발효 식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최근 3년간 ‘마드리드 퓨전’에 참가하고 있는 샘표 장 프로젝트팀의 최정윤은 말한다. “최근 세계 각국의 유명 셰프들이 발효 식품인 ‘장’을 활용한 메뉴를 고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드리드 퓨전에서 한국의 발효 식품을 접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엘 세예 데 칸 로카’에서는 실제 정식 코스 메뉴에 샘표의 간장과 연두 제품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인 셰프들이 앞다투어 자연주의 요리법을 지향하는 이 시점에 천연의 깊은 맛의 발효 음식이야말로 전 세계가 열광할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에디터 이경현 | 사진 제공 샘표

26 달라지는 베란다

↑ N.E.E.D 건축사무소의 상계동 공동주택. 사진 신경섭

1 옐로플라스틱의 휘경동 사례. 2 건축집단 MA의 상일동 사례.

무조건 확장하는 공간이었던 베란다가 달라지고 있다. 베란다, 테라스 공간을 본래대로 인정하고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한국 아파트에서 베란다가 갖는 역사나 위상은 독특하죠. 화분을 놓아서 아름다운 경치의 부재를 해결하려고 했었던 거예요. 그 후엔 넓은 거실을 위해 베란다를 텄죠. 하지만 이젠 베란다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꾸미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유일하게 아파트 평면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곳이거든요.” 건축가 박천강은 베란다 공간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분석하며 좁고 긴 베란다 공간은 마치 카드에서 조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분양을 진행했던 강남 효성 해링턴 코트는 일명 테라스 하우스로 큰 인기를 모았다. 전 세대가 남향 테라스를 갖추고 있고 지형에 따라 테라스가 전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전원주택의 장점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만끽할 수 있는 구조가 인기에 한몫했다.
공동주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엔이이디의 상계동 공동주택도 새롭다. 도시에 있는 주거 공간에서 제대로 도시를 바라보지 못한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김성우 소장은 21가구 중 7가구에 실내 면적만큼이나 큰 테라스를 설계했고 면적이 작은 주거 공간에도 발코니를 넣었다. “전망이 좋은 도심을 바라볼 수 있게 널찍하게 설계된 테라스는 확장된 내부 공간이에요. 건물 내의 서비스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공간에서 외부로 통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라며 김성우 소장은 처음에는 이런 테라스 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이처럼 미래의 주거 공간은 넓기만 한 거실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베란다와 테라스에 특화된 구조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에디터 신진수

27 놈코어 룩이 가는 길

1 랄프로렌의 캐주얼한 시계. Ralph Lauren. 2 프로엔자 슐러의 소박한 핸드백. Proenza schouler. 3 모범생의 책가방을 연상시키는 랄프로렌의 크로스백. Ralph Lauren. 4 볼링백을 닮은 탑샵 유니크의 핸드백. Topshop Unique.

1 스트라이프 블레이저와 반바지, 화이트 티셔츠로 리조트 무드를 표현한 폴 스미스. 2 여고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프린의 V넥 스웨터. 3 스텔라 매카트니의 데님 점프 슈트. 4 스웨트 셔츠에 헐렁한 스커트와 포멀한 팬츠를 매치한 질 샌더. 5 헐렁한 티셔츠와 스커트, 크로스백을 매치한 폴 스미스. 6 스웨트 셔츠와 반바지를 매치한 엠포리오 아르마니.

1 버켄스탁 샌들을 연상시키는 마르니의 샌들. 2 마크 제이콥스의 하이톱 운동화. 3 보테가 베네타의 흰색 가죽 운동화. 4 장 폴 고티에의 레인부츠.

일반적인 것을 의미하는 ‘Norm’과 핵심을 의미하는 ‘Core’가 합쳐진 놈코어는 2014년의 가장 강력한 패션 키워드였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트렌드’라는 모순적인 개념으로 물 빠진 청바지, 아디다스 삼선 슬리퍼, 단순한 면 티셔츠, 검정 터틀넥 스웨터, 뉴발란스 운동화, 흰색 나이키 양말, 야구모자, 피케셔츠, 버켄스탁 샌들, 테바 샌들 등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제품이 중심이다. 놈코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럭셔리에 지친 이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현상을 반영한 트렌드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놈코어 트렌드는 2015년에도 계속될까?
“2015년 S/S 컬렉션에서도 놈코어의 영향이 엿보여요. 하이엔드 패션 또한 적극적으로 일상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나 그들의 제안에서는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 느껴져요.” PFIN 퍼스트뷰코리아 이현주 이사의 분석.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자. 보테가 베네타의 흰색 운동화는 최고급 가죽 소재에 핸드매이드 위빙 디테일을 더했다. 질 샌더의 스웨트 셔츠는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어깨의 절개선과 붕긋한 소매로 디자이너 감성을 담았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데님 점프 슈트는 허리 아래에 셔링을 풍성하게 잡고 바지의 폭을 넓게 디자인한 점이 신선하다. 한마디로 놈코어 아이템을 닮았지만 땟국물이 쏙 빠졌다.
“2014년의 패션 피플은 완벽하게 계산된 평범함으로 놈코어 룩을 즐겼어요. 언뜻 보면 평범하다 못해 무성의해 보이는 차림이지만 선수들끼리는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죠. 하이패션이 이에 동참하면서 2015년에는 조금씩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될 전망이에요. 예를 들면 아디다스 트랙 팬츠의 인기에 힘입어 실루엣과 소재를 더 세련되게 다듬은 유사품들이 많이 선보이지 않을까요? 또 이를 목이 늘어난 티셔츠가 아니라 테일러드 재킷이나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스웨터에 매치하는 방식도 제안될 테고요.” 스타일리스트 안정아 또한 놈코어 룩이 더 고급스럽고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한다. 대중의 일원이 되고 싶은 이들이 일으킨 놈코어 트렌드 안에서 또 다른 차별화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다운타운에서 시작된 놈코어 트렌드가 업타운으로 번졌다는 것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가진다. 얼마나 갖고 있느냐 대신 얼마나 여유 있느냐가 럭셔리를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이 된 것만은 분명하니까.

에디터 최영은 | 컬렉션 사진 www.imaxtree.com

28 소셜 미디어가 탄생시킨 셰프

미국 푸드 컨설팅 업체인 스털링라이스 그룹이 최근 발표한 ‘2015 요리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촉망되는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셰프를 키워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의미한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1회 우승자로 제주도의 일식집 ‘아루요’의 오너 셰프인 김승민이 그런 케이스다. 방송을 통해 레스토랑을 홍보할 법한데 불안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싫다는 이유로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소문이 퍼져 제주도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손님들 덕분에 최근 3호점을 준비한다는 소식이다.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호텔조리학과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해 차세대 셰프를 발굴하고 있는 토니오 셰프는 말한다. “연남동, 해방촌, 후암동 등 동네 상권에 생긴 실력파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성황 중입니다. 홍보나 마케팅 없이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현명해진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모호한 맛집 정보 대신 SNS의 사진 한 장과 짧은 글로 진정한 맛집을 분별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앞으로 소비자가 직접 발로 뛰어 맛보고, 선택한 맛집이 더욱 인정받기를 바란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허동욱

29 친환경 요리, 버그 푸드

↑ 자료사진 Getty Images / 멀티비츠

기후 변화와 인구 폭발로 전 세계가 심각한 식량난을 대비해 미래 식량으로 주목하는 곤충. 경주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이자 <빠삐용이 몰랐던 식용 곤충>의 저자 김용욱은 말한다. “식용곤충은 소, 돼지, 닭 등 육류 단백질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집트, 그리스의 문헌은 물론 중국의 <본초강목>, 한국의 <동의보감>에 약재로 기재되어 있는 등 영양은 물론 약용학적 가치 또한 높죠.” 가축에 비해 온실 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의 배출량도 적어 지구를 구하는 ‘착한 슈퍼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식용 곤충. 현재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국가적인 지원 아래 식용 곤충의 정착과 가공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곤충요리연구소장 송혜영은 말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식약청의 독성 실험과 중금속 실험을 거쳐 2가지의 곤충이 식용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제1회 곤충음식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고요.” 프랑스의 메뚜기 통조림, 미국의 귀뚜라미 버거, 영국의 꿀벌이 올려진 커스터드 푸딩에 이어 곧 우리 밥상에도 식용 곤충이 올라올 날이 머지않았다.

에디터 이경현

30 남자의 신세계

국내 남성들의 화장품 구매율은 세계 1위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 국내 그루밍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일반 남성까지도 ‘그루밍족’ 대열에 합류하면서 올인원 제품 일색이던 그루밍 시장의 다각화가 예상되는 것. 남성의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트러블, 색소침착, 늘어진 피부 등 다양한 피부 고민을 해결해줄 기능성 제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고 노화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안티에이징 제품에 대한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국내 프리미엄 크림 시장의 성장률에 비해 안티에이징 효과의 리프팅 크림 판매율이 무려 10% 이상 차이를 보이며 급격한 성장 속도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죠.” 랩 시리즈 홍보팀 주은혜 대리의 분석처럼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안티에이징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작년 출시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남성 전용 쿠션 파운데이션이나 진동 클렌저 등 스킨케어뿐 아니라 메이크업, 뷰티 디바이스 제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해진 남성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의 변화에 따라 옴니채널, 숍인숍 등 남성 화장품의 유통망 또한 더욱 다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부터 크리니크 ‘CFM 다크 스팟 코렉터’ 30ml, 9만원. 이니스프리 ‘천하무적 밀리터리 마스크’ 훈련 후 수분 충전. 23ml, 2천원. 클라란스 ‘라인 컨트롤 밤 & 크림’ 50ml, 6만2천원. 랩 시리즈 ‘맥스 LS 에이지-레스 파워 V 리프팅 크림’ 50ml, 11만5천원대. 필립스 ‘비자퓨어 맨’ 23만9천원. 트리아뷰티 ‘트리아 스킨 퍼펙팅 블루 라이트’. 34만5천원.

에디터 김주혜 | 포토그래퍼 김우진 | 어시스턴트 김민정

31 혼자 살아 행복해요

나이 들어 혼자 사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끽하는 싱글족들은 자녀 양육이나 부모 부양 등 결혼한 이들보다 자유롭다는 점에서 최대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을 위해 낭비를 줄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하게 용량을 줄인 제품과 더불어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가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트렌드 정보회사 스타일러스의 국내 사무국 대표 안원경은 “집의 규모가 점점 작아짐에 따라 주거 공간의 경계도 불분명해지는 추세로 최근에는 거실, 주방, 욕실 등 어디든 쉽게 옮겨서 배치할 수 있는 기능적인 가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혼자 살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싱글족들도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라고 분석했다.
LG하우시스 트렌드 연구소의 2015년 트렌드 키워드는 아니마 Anima. 애니미즘 Animism의 어원으로 ‘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테마에 따르면 집 안에 들인 가구나 소품은 이제 생활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감을 해소해주는 ‘명상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아주 작은 물건에도 가치를 부여해 자신을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흐름은 특히 싱글족들의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주어 궁극의 휴식처인 집 안을 의미 있는 소품으로 꾸미고자 하는 이들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와 촛대, 향초, 조명, 그릇, 인형 등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에 지갑을 열 일이 많아질 것이다.

1인용 소파와 나무 둥치는 제르바소니 제품. 물방울 모양의 유리 촛대와 꽃 모양의 투명한 화기는 모두 디자인알레에서 판매. 필립 스탁 디자인의 아브라시아오 금색 촛대는 카르텔에서 판매. 빈티지한 거울은 푸에부코 제품으로 짐블랑에서 판매. 벽에 기대는 하얀색 수납 사다리는 챕터원에서 판매. 벽에 건 도마는 로스틴 제품으로 짐블랑에서 판매. 1.5인용 토모코 벤치는 인디테일에서 판매. 테이블 조명은 와츠에서 판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 어시스턴트 조은정 · 김수지

기획·진행 <메종>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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