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의 꽃집에 각각 두 개씩 꽃병을 내밀었다. 꽃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출을 부탁했더니 전혀 다른 스타일의 네 가지 어레인지먼트가 완성됐다.
↑ 흰색과 노란색의 어울림이 편안한 세라믹 꽃병 아마지오는 케흘러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
꽃병에 담은 프랑스의 봄
재료 수선화, 스위트 피, 글라디올러스, 아이비.
“입구가 좁고 가운데가 볼록한 꽃병에 꽃을 꽂을 때는 꽃병과 어울리게 풍성한 느낌을 살리는 것이 좋아요. 꽃병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어서 이와 잘 어울리는 봄 느낌의 따뜻한 색깔의 꽃을 꽂아보았습니다. 길이가 30cm 정도 되는 꽤 긴 꽃병이기 때문에 꽃을 꽂았을 때 꽃과 꽃병이 분리되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스위트 피나 글라디올러스처럼 볼륨감 있는 꽃으로 풍성하게 연출하고 아이비처럼 곡선 형태의 녹색식물을 꽃병 아래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리면 꽃병과 나눠진 듯한 느낌을 한결 줄일 수 있지요. 또 꽃을 가지런히 정리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뻗친 가지는 모양을 살려서 꽂는 것이 멋스럽답니다.”
↑ 금속 링을 움직여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튜브 형태의 꽃병은 체체 제품으로 루밍에서 판매.
한 송이를 위한 배려
재료 목수국, 스위트 피, 프리틸라리아, 스카비오사, 금낭화, 아네모네.
“평소에도 계속 눈여겨보던 꽃병이에요. 이 꽃병의 매력은 한 송이의 꽃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받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기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싱싱한 꽃이 있잖아요. 그런 꽃을 모아서 꽂아두기에 제격인 꽃병이죠. 이렇게 한 송이씩 꽂을 수 있는 꽃병에는 한 종류의 꽃보다는 꽃다발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어울리는 여러 종류의 꽃을 꽂아야 예쁘답니다. 어떤 꽃다발을 만들지 생각해본다면 한 송이씩 꽃을 고르는 일도 어렵지 않죠. 꽃병의 형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모양의 변화보다는 꽃 색상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아요. 그 대신 들쭉날쭉하게 변화를 줘서 리듬감 있게 연출하는 것도 팁이랍니다.”
↑ 백동 위에 은으로 도금 처리한 에스닉한 디자인의 꽃병은 하우스닥터 제품으로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다채로운 녹색의 매력
재료 유칼립투스(구니, 블랙잭, 폴리), 설유, 알스트로메리아, 다래 덩굴.
“보자마자 반했을 만큼 마음에 드는 꽃병이었어요. 어떤 꽃을 꽂을까 생각하다가 오직 녹색 소재만을 사용해 연출했어요. 소재만으로도 꽃 못지않은 풍성함과 싱그러움을 주고 싶었어요. 은색의 꽃병은 시원한 느낌도 들어서 녹색 소재와 참 잘 어울려요. 블랙잭, 폴리, 구니 등 잎사귀 모양이 다양한 유칼립투스를 주된 소재로 사용했고 작은 눈송이처럼 하얀 설유와 둥글게 구부린 다래 덩굴을 중간에 꽂아서 포인트를 주었어요. 소재를 꽂을 때는 물에 닿거나 꽃병 입구와 맞닿은 잎은 제거하는 것이 깔끔하답니다. 꽃병 입구에 테이프로 미리 격자 그물을 만들면 훨씬 쉽게 꽂을 수 있어요.”
↑ 대리석, 현무암 등 자연적인 질감을 살린 남성적인 디자인의 꽃병은 김현주 작가의 작품으로 챕터원에서 판매. 놋쇠를 두들겨 만든 핸드메이드 꽃병 마트키는 하우스닥터 제품으로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동양적인 여백의 미
재료 말린 연밥, 산동백.
“비나리 꽃병처럼 아무 무늬 없이 소재와 형태가 하나로 이뤄진 꽃병은 그 자체의 느낌을 존중해야 해요. 현무암 소재의 꽃병을 받았을 때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 조금 어려웠는데 어차피 구멍이 많아서 물을 넣을 수 없는 꽃병이라면 드라이플라워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꽃병의 남성적인 느낌을 살려서 말린 연밥과 이제 막 노란색 꽃봉오리들이 올라오는 산동백을 꽂아서 구조적인 느낌을 강조했죠. 또 잎이나 꽃이 있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여백의 미도 느낄 수 있어요. 뭔가 많이 꽂아서 꾸미기보다는 가지가 뻗어나가는 방향이나 모양을 살렸어요. 세로로 긴 꽃병에 식물을 꽂을 때는 꽃병의 높이보다 2배 정도 높게 꽂는 것이 안정적으로 보인답니다.”
SHOP INFO
보떼봉떼
정주희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프렌치 스타일의 플라워 아틀리에.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카트린 뮐러 스타일을 선보인다.
문의 www.beautebonte.com
1304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어레인지먼트를 소개하는 1304는 김슬기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비스포크 플라워 스튜디오다.
문의 1304.info
에디터신진수 | 포토그래퍼 안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