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로 둘러싸인 도시에서는 흙이 보석보다 드물다. 그러나 흙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보살피니 보석보다 귀하고 고맙다. 4월에는 흙과 나무와 풀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초록 생명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도 강렬한 음색의 노래를. <메종>은 너른 마당, 텃밭 없이도 초록의 노래를 변주해온 다양한 사람과 사례를 만났다. 그리고 긴 겨울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순의 에너지를 담았다.
<11> 작업실에 들인 행복
식물을 옆에 두고 살며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 그린의 에너지로 가득한 편집 디자인 스튜디오 ‘팰린드롬’의 디자이너 남무현을 만났다.
스튜디오 이름이 독특한데 어떤 작업을 하는 곳인가요? ‘팰린드롬 Palindrome’은 앞뒤가 같은 단어를 뜻해요. ‘토마토’처럼요. 스튜디오는 옥근남 디자이너와 함께 운영하고 있어 둘이 함께 작업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짓게 됐어요. 회사의 이미지가 되는 브랜딩 디자인, 가수의 음반 재킷과 포스터 디자인 등 편집 디자인과 관련된 전반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공간과 가구를 보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보여요. 본래 인쇄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들었습니다. 옥상 공간에 벽을 세우고 난방 공사를 해 주거 공간을 만들었지요. 작업실 공간의 박공지붕은 아늑한 느낌을 줘 그대로 살렸습니다. 가구와 소품은 해외 사이트에서 찾곤 하는데 특히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안카를로 피레티 Giancarlo Piretti를 좋아해 그가 디자인한 카스텔리 Castelli의 ‘플리아 Plia’ 의자와 테이블을 이베이를 통해 적절한 가격으로 구입했어요. 찰스&레이 임스의 가구도 좋아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요.
곳곳에 놓인 식물이 가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식물 인테리어의 팁이 있나요.? 가구가 적어 허전해 보이는 공간에 줄기가 시원스럽게 뻗은 식물을 놓아 활력을 줬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공간에 식물을 두면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어요. 예를들면 턴테이블 아래 세워둔 LP판들이 산만해 보여 그 옆에 부피가 큰 식물을 뒀습니다. 와인 공병을 활용해 꽃이나 잎을 꽂아두는 것도 작은 재미를 주기에 좋습니다.
작업실의 식물은 취미로 모으는 건가요? 공간에 식물을 놓으면 활기가 생기는 것 같아 하나둘 사모으게 됐어요. 피규어를 모으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수종마다 키우는 방법이 달라 재밌어요. 식물의 수종에 따라 습한 것과 건조한 것을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찰스&레이 임스의 ‘행잇올’에 걸어 장식한 아프리카 식물 ‘파키포디움’은 건조한 환경을 좋아해요.
식물들이 모두 건강해 보여요. 특별히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요? 식물은 온도에 민감해요. 항상 10℃ 이상 유지해야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래서 난방비가 많이 들어요. 지금은 꽃샘추위 때문에 식물들을 실내에 들여놓았어요. 특별한 관리 비법은 없지만 위치를 자주 바꿔주고 햇빛을 많이 쬐게하는 등 항상 신경 쓰는 편이에요.
가장 아끼는 식물이 있다면요. 2년 전에 구입한 ‘리코포디움’이요.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 포토그래퍼 차가연
<12> 가구에 식물 더하기
수유동에 있는 더빵가게의 실내는 가구와 식물이 어우러져 더욱 특별하다. 이곳을 디자인한 IVAAIU 도시계획의 이동욱, 이현정 소장과 베리띵즈의 윤숙경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이현정 이곳은 1980년대 당시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수유재라는 주택이었어요. 1990년대부터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다가 더빵가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잡지 <엘로퀸즈>에서 주도하는 곳이라 처음 설계할 때 아티스트를 몇 명 모았는데 우리는 가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고 베리띵즈는 온실을 만들기로 해서 만났습니다.
선반, 테이블이 의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가구 구조가 매우 흥미롭네요. 이동욱 일반적으로 신축, 레노베이션 이런 식으로 공사를 나누는데 그 범주 밖의 공사를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니만큼 원래 있던 것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공간 구조에 맞게 삽입을 하는 식으로 계획했고요. 공사비를 절감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웃음) 조립식으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사를 갈 때도 수월하고 다른 가구를 덧붙이거나 제거할 때도 용이합니다.
가구에 식물을 첨가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윤숙경 처음에는 밭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가게 오픈 시점이 11월이어서 불가능했죠. 그래서 뭘 심는 것보다는 구조적인 가구에 레이어처럼 끼어 들어가는 형식을 생각했어요. 아파트가 많은 주거 문화에서 이런 가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식물을 선택했나? 윤숙경 아무래도 가게이니만큼 관리하기 쉬운 식물이어야 했어요. 그래서 다육식물을 골랐고 공간에 흰색이 많으니 그에 어울릴 수 있도록 색이 연한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또 베이커리라는 장소와 연관되는 보리와 벼 말린 것을 철제 화분에 심어서 분위기를 냈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큰 화분을 놓은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이동욱 계단이 좁고 높아서 올라가면 치마 아래가 보였어요. 그래서 대형 화분을 놓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도록 했죠. 아래쪽에 바퀴를 달아서 물 줄 때는 끌기 쉽게 만들었어요. 큰 부피에서 오는 압도감 때문에 공간이 이색적으로 보여서 아주 마음에 듭니다.
두 팀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은 어땠나요? 이현정 숙경 씨와는 안면이 있어서 편했어요. 예전 건축가들이 가구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처럼 식물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2호점의 실내 인테리어도 같이 할 계획인데 그때는 더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박상국
<13> 무성한 정글
화분을 바닥에 놓거나 선반 위에 올려놓는 것이 아닌 색다른 연출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젠틀몬스터 홍대점에서 진행된 15번째 퀸텀 프로젝트 ‘오버그로운 파크 Overgrown Park’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흰색으로 도장한 정글짐 구조를 이용하면 식물을 매달거나 걸치면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공간 구석구석을 이용할 수 있는 것. 덕분에 훨씬 무성한 이미지로 연출되었다. 또 식물들 사이에 해먹이나 그네를 매달아 숲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엘 트라바이 플로리스트 박소희가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3월 1일까지 진행되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14> 꽃밭이 있는 치읓
테이크아웃드로잉 속의 작은 책방이자 정원인 ‘치읓’. 3층으로 구성된 공간 지하는 공연 및 전시, 1층은 독립출판물 판매, 2층은 플라워 스튜디오인 ‘꽃밭’이 입점해 있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다육식물, 에어플랜트 그리고 꽃밭의 대표 제품인 꽃 카드 등으로 꾸민 공간이 매력적인 곳으로 식물 인테리어의 팁도 얻을 수 있다. 식물을 심고 가꾸는 가드닝 수업과 원데이 플라워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일요일 카페 앞 정원에서 열리는 ‘치읓 플라워 마켓’을 통해 식물을 일상에 들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플라워 마켓 참여 신청은 매주 목요일 오후 5시까지 받고 있다.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 포토그래퍼 차가연
<15> 초록의 응대
다양한 식물이 있다면 별다른 장식 없이도 공간이 풍성해진다. 얼마 전 신사동에 문을 연 착츱 주스 가게 ‘노박 주스 Novac juice’는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식물을 천장과 벽에 빼곡히 채워 싱그럽게 연출했다. 폭은 좁지만 천장이 높은 공간의 특성을 살려 커다란 해피트리 화분으로 중심을 잡았고 천장에는 금속으로 사각형 골조를 만들어 에어플랜트와 파리에서 구입한 펜던트 조명을 함께 매달아 고풍스럽게 꾸몄다. 무엇보다 바 테이블 중앙을 파내어 선인장을 심어놓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테이블을 화분처럼 만들어 선인장을 심으니 주방과 바를 분리하는 파티션 역할을 해 기능적이면서도 멋스럽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