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1) London

Global(1) London

Global(1) London

세상을 직시하는 예술, 별들의 전쟁, 밴드보다 레스토랑

세상을 직시하는 예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백인 중심의 인종차별과 예술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검열에 반기를 들고 1976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활동해온 작가 마를렌 뒤마의 대형 개인전이 지난 2월 5일 테이트 모던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마를렌 뒤마의 초기작부터 이제껏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까지 총 100여 점의 페인팅 작품을 선보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인 주제부터 사랑, 죽음, 성 등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의 작품을 시대별, 주제별로 총 14개에 이르는 전시실에 나누어 전시하며 마를렌 뒤마 특유의 기괴한 화법의 초상화를 통해 세상 속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주소 Bankside, London SE1 9TG
문의 +44-(0)20-7887-8888 www.tate.org.uk

별들의 전쟁
영국 출신의 배우 데미안 루이스와 연기파 배우 존 굿맨 그리고 시에나 밀러의 남편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톰 스터리지가 함께 출연하는 연극 <아메리칸 버팔로>가 런던의 윈드햄 시어터에서 4월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공연된다. 데이비드 마메트의 각본으로 197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996년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시카고 교외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돈 Don과 직원인 밥 Bob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게에서 우연히 20세기 초에 제작된 5센트짜리 니켈 동전인 아메리칸 버팔로(앞면에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두상이, 뒷면에는 미국 들소의 그림이 새겨진 이유로 ‘아메리칸 버팔로’라 이름 붙여졌다)가 발견돼 이것을 팔았다가 다시 훔치는 흥미진진한 내용과 각 인물들 간의 대립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소 Charing Cross Road, London, WC2H 0DA
문의 +44-(0)844-482-5120

밴드보다 레스토랑
글래스고 출신의 인디 밴드 샷 디스코 Shot Disco의 창단 멤버인 잰 리 Jan Lee가 소호를 관통하는 그릭 스트리트에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 보 드레이크 Bo Drake를 오픈했다. 중국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을 드나들며 요리에 대한 관심과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또한 글래스고 아트스쿨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 세계 전역으로 순회 공연을 다니며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경험했으며 밴드를 떠난 뒤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간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2월 중순에 오픈한 보 드레이크는 평론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으며 ‘달콤한 버번 소스를 곁들인 갈비’, ‘쌈장과 김치를 곁들인 보쌈’, ‘배를 곁들인 한국식 양고기 튀김’ 등의 메인 요리와 함께 소주로 만든 칵테일과 슬러시를 판매한다.
주소 6 Greek Street, Soho, London W1D 4DE
문의 www.bodrake.co.uk글&사진 정지은(런던 통신원)

CREDIT
기억 속의 집

기억 속의 집

기억 속의 집

우리가 사는 집의 원형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태어나 경험한 첫 번째 집, 말하자면 자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키슬러의 엔드리스 하우스 전경.

인류가 최초로 경험한 집은 아마도 10개월간 머물렀던 어머니의 자궁이 아닐까 싶다. 이 첫 번째 집에 대한 기억은 태내에서부터 몸에 밴 습관, 일종의 요나 콤플렉스 Jonah Complex에서 찾을 수 있다. 자궁 속 태반에 머물 때 그 내밀함과 따뜻함의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여전히 그 기준에 의존한다.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도 집의 실내, 구석, 장롱 서랍 등 집이 가지는 모든 장소는 내밀함의 총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듯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유형의 집에는 자궁의 원형이 곳곳에 남아 있다. 원시 인류가 거주를 하기 위해 발견한 동굴이나 수렵과 채집을 위해 이동하며 가설적으로 사용하였던 임시 주거인 움막도 마찬가지다. 이 움막의 평면은 보통 원형 또는 편자 모양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머니의 자궁을 닮아 있어 모든 것을 품고 보호해주는 느낌을 준다. 초기의 벌집형 움막은 지붕과 벽의 구분의 없는 단순한 은신처였다가 벽과 지붕을 각각 다른 재료로 사용하면서 분리가 이루어졌다. 움막은 이동식 주거이긴 하나 땅 위에 처음으로 시도한 건축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집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카파도키아의 바위 동굴처럼 부드러운 화산암 지역에 인공적으로 굴을 파내어 도시를 형성한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자연 동굴들은 비와 바람, 야생동물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장소로서 사용되었다. 그들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 같은 동굴의 어두움 속에서 궁극의 안정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카파도키아의 동굴 집. 아래 아돌프 로스의 뮬러 주택.

문화의 진화란 일상에서 장식을 배제해가는 과정과 같다는 주장을 통해 ‘장식은 죄악이다’라고 말한 유명 건축가 아돌프 로스는 그의 주택 작품인 ‘뮬러 주택’을 동굴로 표현하였다. 그는 건축을 동굴로 간주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닌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뮬러 주택의 파사드는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입면으로 구성했고 계단과 슬로프의 높이를 다양하게 두어 내부 공간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각 방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적용해 동굴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에 반해 오스트리아 건축가인 프레드릭 키슬러는 동굴의 공간 구성과 흡사한 평면 구성으로 재현한 ‘엔드리스 하우스 Endless House’를 통해 이것이 바로 ‘어떠한 부조리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공간’이라 이야기했다. 자궁이나 동굴 등의 원초적 공간이야말로 인간이 안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한 바 있는 그는 주거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거주인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할 엔드리스 하우스를 암컷의 건축이라 했다. 이렇게 태초에 인간이 처음으로 거주했던 동굴은 현재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되고 있으며 그 뿌리는 자궁에 원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

CREDIT
예술 작품은 어디서 살까요?

예술 작품은 어디서 살까요?

예술 작품은 어디서 살까요?

작품 한 점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 구입 장소를 물색해볼 차례다. 우선 서울 시내를 지역별로 나눠 예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를 리스트 업해볼 것.

↑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G-Seoul 아트 페어.

작품을 하나 사볼까 마음먹으면 그다음부터는 어딜 가든 작품만 보일 것이다. 집에도 잘 어울리고 아직은 저평가된 작가라 가격은 저렴하지만 나중에 가치가 높아질 작품. 그래서 보는 내내 행복하고 재테크의 효과 또한 누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은 어디서 살 수 있을까? 갤러리, 옥션, 아트 페어, 아트 컨설팅 등의 다양한 가능성 가운데 갤러리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 추천을 의뢰 받았을 때 내가 다니는 곳들이기도 하다. 요즘의 갤러리 밀집 지역은 단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주변부터 삼청동 근처다. 국제갤러리, 현대갤러리, 학고재갤러리를 비롯해 유서 깊은 갤러리들이 자리하던 곳인데 선재아트센터,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 스케이프 등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현대미술의 진원지가 됐다.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이나 북촌, 현대사옥 쪽으로 넘어가는 골목 사이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작품을 다루는 중소 갤러리도 포진해 있다. 삼청동에서 경복궁 건너편으로 서촌도 갤러리가 모여 있는 곳이다. 오래된 진화랑을 시작으로 시몬갤러리, 아트사이드에 이어 리안갤러리까지 합세하며 전문적인 갤러리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다양한 대안 공간과 대안 서점,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사무실이 많은 지역이라 지역 주민이 주축이 되어 서촌 특유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기도 하다. 자연히 상업 공간의 위세보다는 비주류를 표방하는 문화 지역으로서의 분위기가 강하다. 삼청동 쪽이 검은 리무진을 타고 오는 VIP 컬렉터가 종종 눈에 띄는 곳이라면, 통의동은 단연 에코백을 멘 젊은이들이 발길이 잦은 곳이다.

1 루마스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사진 작품 ‘Andre Wagner, Birenwald 6’, 100×150cm. 2013. 2 한국에도 문을 연 루마스갤러리. 10만원대 미만부터 1백만원대의 보급용 사진 작품을 판매한다.

↑ 윤진초의 작품 ‘DOGU I DOGU II’. 31.5×40.5cm. 2012.

컬렉터 층을 확보하기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강남은 의외로 갤러리가 많지 않다. 5~6년 전만 해도 청담사거리를 기점으로 다수의 갤러리가 있었지만 미술 시장의 불경기와 임대료 상승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편이다.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가로수길의 예화랑, 도산공원 대로변에 자리 잡은 313갤러리 등이 파인 아트 갤러리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들이 늘고 있다. 갤러리 보고재나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처럼 도자기나 식기류를 판매하는 공방 형태의 아트숍, 디아섹으로 처리된 사진 작품을 판매하는 루마스갤러리, 포스터 액자를 판매하는 가구점, 카페나 레스토랑에 작품을 전시하고 원하는 구매자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카페형 갤러리 등이 그 예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침 없이 아트 존을 형성하고 있는 곳은 평창동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지역도 2006~7년의 미술 시장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축소된 편이다. 리움의 개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한남동도 패션이나 요식업, 브랜드숍이 더욱 발전했고 갤러리는 별로 많지 않다. 국내외 신진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아트숍 개념의 엘스토어 정도다.

지방 쪽을 보자면 부산은 달맞이고개를 중심으로 조현갤러리를 비롯한 다수의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고 대구는 작가도 많고 컬렉터도 많은 지역으로 신라, 분도 등 유서 깊은 갤러리가 많으며 리안갤러리는 서울(서촌)에 분점을 낼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이 모든 갤러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트 페어의 장점이다. 4월에는 서울에서 G-Seoul 아트 페어와 화랑미술제가 열리고 6월에는 부산 아트쇼, 9월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가 열릴 예정으로 거의 두세 달에 한 번은 아트 페어가 열린다. 알고 보면 작품 하나 구입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옷 한 벌 사는 것도 어디 쉽던가? 평소 갤러리를 자주 다니며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술사를 공부해 시대적인 판단력을 기르고 미술관도 자주 방문하고 전문가의 칼럼도 읽으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명한 갤러리 외에 골목 안에 숨겨진 곳도 많으므로 김달진미술연구소 www.daljin.com, 뮤움 www.mu-um.com 등의 온라인 전시 정보 사이트를 참고하여 전시장을 직접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 연락처를 남겨 정기적으로 전시 소식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조금씩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높아져 있는 탁월한 안목과 작가의 이름을 술술 읊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 에디터 신진수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