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동안 철이라는 견고한 물성을 단련해온 최가철물점의 최홍규 대표. 쇳대박물관의 관장이기도 한 그는 전통의 산물을 모아온 컬렉터이기도 하다. 최근 최홍규 관장은 휘슬러가 출시한 ‘솔라 리빙 컬렉션’으로 새로운 설치 작업을 완성했다. 전통과 현대, 철물과 세라믹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서 시대와 소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 고가구 서랍장과 휘슬러 솔라 리빙 컬렉션과의 매치.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서로 다른 분위기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어우러진다.
뜨거운 불 속에서 담금질을 거듭하며 철의 새로운 질감과 형태를 빚어온 이 시대의 장인 최홍규 관장이 최근 휘슬러가 새롭게 출시한 솔라 리빙 컬렉션을 만났다. 심플하고 모던한 철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해 간결한 사각형에 곱게 옻칠한 식기 작업을 펼쳐온 그는 솔라 리빙 컬렉션을 본 순간 자신의 철제 작품을 비롯해 유물 컬렉션과의 매치를 구상했다. “큰 작업이든 작은 작업이든 제 디자인 철학은 하나입니다. 심플하고 미니멀할 것. 직선미가 강조되고 군더더기없이 심플한 솔라 리빙 컬렉션의 디자인을 보는 순간 제 작품과 연결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휘슬러가 꾸준한 사랑을 보내준 한국 여성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출시한 솔라 리빙 컬렉션은 모던한 테이블웨어 시리즈. 빅 플레이트와 디너 플레이트, 수프 볼,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 머그와 주방 패브릭을 기본 구성으로 하며, 레드와 그레이 솔리드 컬러를 비롯해 휘슬러의 상징적인 오리지널 솔라 패턴과 패턴의 컬러 조합에 변화를 준 레트로 솔라 옐로, 레트로 솔라 레드로 등으로 이루어진다. 최홍규 관장은 레드와 블랙 컬러의 큐브를 번갈아 쌓아올린 듯한 철제 장식장의 한 칸 한 칸에 대비되는 컬러의 머그를 놓고, 그레이 컬러의 높다란 사다리에 빅 플레이트와 수프 볼 등을 풍성하게 쌓아올렸다. 서로가 처음부터 한 짝이었던 것처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근사했다. “좋은 디자인은 장식과 기교가 많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내면의 기품이 드러나기 마련이에요. 제 철제 작품과 솔라 리빙 컬렉션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네요.”
↑ 최홍규 관장이 직접 제작한 사다리에 솔라 리빙 컬렉션의 접시와 수프 볼, 머그 등을 한아름 쌓아 올렸다. 처음부터 서로가 짝이었던 것처럼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최홍규 관장은 자신이 오랫동안 모아온 유물 컬렉션 및 고가구와 솔라 리빙 컬렉션의 새로운 조합도 시도했다. 신라와 가야 시대의 작은 크기의 토기와 솔라 리빙 컬렉션의 머그를 아크릴 쇼케이스 안에 함께 진열했는데, 빛바랜 토기의 행렬 중간 중간에 놓인 머그가 포인트 역할을 하는 듯 유쾌한 설치 작업이 완성됐다. 최홍규 관장은 화병만한 사이즈의 토기와 휘슬러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리도구를 함께 진열했다. 서로 시대와 소재를 달리해도 그 경계를 초월해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전통과 현대는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현대는 전통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전통은 현대를 통해 영속성을 다집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물성과 형태를 탐구하고, 나 자신에게 좋은 디자인에 관한 질문을 던져오며 내린 결론은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영원하다는 것입니다. 영원한 가치를 찾는 것은 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위 왼쪽 레드와 블랙 철제 큐브를 쌓아 만든 장식장에 대비되는 컬러의 솔라 리빙 컬렉션 머그를 하나씩 매치한 모습이 유쾌하다.
위 오른쪽 기다란 테이블 위를 가득 메운 식기들.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최홍규 관장은 특히 솔라 리빙 컬렉션의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과 견고함을 높이 샀다.
아래 40여 년 동안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철을 단련해온 최홍규 관장은 오늘도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최홍규 관장은 박물관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전통 한옥의 띠살과 용자살, 창호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커다란 창문이 인상적인 최홍규 관장의 집은 직접 만든 철제 장식장과 액자 등을 비롯해 한국의 고가구와 앤티크 의자가 어우러져 이채로웠다. 최홍규 관장은 양문 서랍장과 오리지널 패턴이 들어간 식기와 박스만으로 새로운 설치 작업을 완성했다. 양문 서랍 속에는 양 끝에 화려하게 수놓인 네모난 베개가 가득 쌓여 있었다. 블랙과 옐로, 레드 컬러를 사용한 오리지널 솔라 패턴과 색색의 꽃과 나비 등이 수놓인 베개와의 조화가 이른 봄을 알리는 듯 화사했다.
“저도 이렇게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업을 할 때마다 그 어우러짐에 감탄하곤 해요. 전통의 힘에 놀라고 현대의 가능성에 기뻐하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휘슬러의 식기와 철 소재를 융합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최홍규 관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전통과 철재, 솔라 리빙 컬렉션의 시대와 소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만남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다.
위 최홍규 관장 댁에 있는 양문 고가구 서랍장과 오리지널 솔라 패턴의 식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 서랍장 안의 수가 놓인 화려한 베개와의 조화가 이른 봄을 알리는 듯하다.
아래 전통 유물로 가득한 쇳대박물관의 사무실 전경.
↑ 신라와 가야 시대 토기 속에 놓인 솔라 리빙 컬렉션의 머그가 포인트 역할을 한다.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진희석 | 어시스턴트 김지희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