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두 사람의 감성 충만한 작업실을 찾았다. 공식과 관념을 버리고 자신의 취향과 일,두 가지에 집중한 공간은 작았지만 자유로움이 넘실댔다.
↑ 일러스트레이터 이찬호 씨. 현재 DDP 비즈 센터 살림터에서 책가도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 중이다.
↑ 책장에 그동안 작업한 작품과 아끼는 물건들을 넣어 장식했다.
1 클레이 아트 교구 아리부바의 캐릭터 역시 그의 작품. 귀여운 인형으로도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2 뷰티 브랜드 비욘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한 패키지.
↑ 주거 공간을 겸하고 있는 사무실의 거실은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다. 미팅을 위한 원목 테이블과 컴퓨터를 올려놓은 작업대 그리고 포스터와 캐릭터 인형들이 어우러져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즐거운 연구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찬호는 그동안 가나아트센터, 크로프트, 고릴라 인 더 키친의 CI를 비롯해 오설록과 디어 초콜릿을 위한 패키지 디자인, 뷰티 브랜드 비욘드의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 전 방위에 걸쳐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왔다. 얼마 전엔 아이들을 위한 클레이 아트 교구 ‘아리부바 Aribuba’와 귀여운 캐릭터 인형도 만들었다. 따뜻하면서도 위트 있는 그의 작업 스타일은 얼마 전 이사한 작업실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신사동 가로수길, 번잡한 유흥가를 살짝 벗어난 뒷동네 빌라의 꼭대기 층에 마련한 그의 작업실 ‘엠 브레드 m. Bread’는 주거 공간도 겸하고 있다. 132㎡의 거실은 철저히 작업을 위한 곳이고, 3개의 방은 사적인 공간으로 구분한 것. 주거 공간은 소박하지만 작업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그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 거실에는 컴퓨터 작업과 미팅을 위한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벽에는 책장을 배치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이지만 지루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평범한 가구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한 덕분이다. 또한 사인 장식을 곁들인 책장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 테이블 주변의 기둥에 ‘Hello’, ‘Eat’ 등의 사인 장식을 군데군데 배치했는데, 책장을 부분적으로 막아주면서 개성과 비범함을 더했다. 책장은 MDF 박스에 분체 도장 처리한 후 시트지로 멋을 냈는데 몇 년 전 페어에 참가하며 만든 것.“단순히 살기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지 않았어요. 재미있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사는 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죠.” 책장 안에는 여행지에서 사온 흥미로운 물건과 그간 작업의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어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이네켄 맥주를 좋아해 로고가 새겨진 전용 냉장고도 갖췄고, 코카콜라 냉장고를 소품 수납장으로 사용하는 등 그만의 위트도 엿보인다.
에디터 박명주ㅣ포토그래퍼 임태준
↑ 빈티지한 분위기의 직업실. 벽면에 곽명주 작가가 최근에 선보인 비히클 포스터가 붙어 있다.
↑ 환한 미소가 어여쁜 곽명주 작가.
↑ 그녀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물감과 붓 등 도구들.
1 작은 방이지만 큰 창을 통해 햇빛이 환하게 들어와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2 후즈갓마이테일과 처음 작업한 포스터.
↑ 카페에서 바로 이어지는 작업실. 개인 작업 공간인지 모르고 올라오는 이들이 많아 난간에 안내말을 붙여놓았다.
언제나 밝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린 그림은 보는 이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전해준다. 밝은 기운을 지니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그림도 그렇다. 그녀는 최근 키즈 포스터 브랜드 ‘후즈갓마이테일’을 통해 탈것을 소재로 한 포스터 ‘비히클 Vehicles’을 선보였는데 명랑한 색감과 터치가 인상적이다. 경남 밀양 출신인 곽명주 작가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입학할 당시는 화학 전공 이었다. 취미로 그림을 꾸준히 그리다가 부푼 꿈을 품고 시각디자인과로 전과한 그녀는 지금은 어엿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해 여러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통의동 카페 스프링의 3층 꼭대기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은 기묘한 곳이었다. 보통 작업실이라 하면 누구에게 방해 받지 않는 공간을 떠올리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들락거리며 쉼 없이 떠드는 카페 한 켠에 고요한 섬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약간의 소음이 있는 것이 좋아서 일부러 문을 열어놓거든요. 그러면 손님들이 작업실인지 모르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곤 해요. 카페 직원인 줄 알고 물을 갖다 달라는 분도 있어요. 그럼 물을 갖다 드려요.”라며 쾌활하게 말하는 그녀. 작업실은 4평 남짓 되는 방 한 칸이지만 작업에 몰두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컴퓨터가 놓인 책상 옆에는 프린터를 두고 책장에는 참고 서적들과 좋아하는 물건들로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또 대학 시절 그녀를 응원하는 고마운 이들에게 선물 받은 색연필, 물감도 가지런히 정리해놓았다. 필요한 모든 물건을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둔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이 방에 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커다란 창이 있어서다.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이 건물에서 이 방은 가장 밝은 곳이에요.” 그녀는 창가에서 좋아하는 식물들을 키우고 있는데 개인 작품을 할 때면 이 화분과 식물, 꽃이 종종 등장한다.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 스프링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장소다. “벽이랑 바닥은 원래 모습 그대로 두었고요. 책상은 대학 시절 지인에게 선물 받은 건데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고요. 의자도 제가 예전부터 쓰던 걸 가지고 왔어요.” 갖고 있던 물건들로만 채웠는데도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이 방이 제대로 주인을 만난 것 같다.
에디터 최고은ㅣ포토그래퍼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