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메종>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집짓기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들었다.
독자들의 다양한 질문 가운데 더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 질문을 골라 전문가에게 보냈다. 그리고 건축 디자이너 7인이 가려운 곳을 쏙쏙 골라 긁어주듯 시원하고 친절한 대답을 보내왔다.
Q 친환경으로 집을 지으려면 비용이 어느 정도 들고 시공 기간은 보통 어느 정도 걸리는지 궁금해요. _atom
조남호 친환경 주택은 에너지를 적게 쓰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주택을 의미합니다.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말 그대로 연료든 전기든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주택입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단열을 강화하는 패시브 방식입니다. 성능 좋은 단열재와 창호를 사용하고, 기밀을 좋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열 성능을 좋게 하더라도 70% 정도까지는 줄일 수 있지만 여름과 겨울을 에너지 사용 없이 날 수는 없습니다. 부족한 30% 내외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지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적용해 해결합니다.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려면 과도한 공사비가 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경제적인 범위 안에서 단열 성능을 높이고 태양광 패널 정도를 설치하는 수준의 친환경 주택을 계획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친환경 주택은 주택의 성능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적게 쓰고자 하는 생활 태도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용은 일반적인 공사비에 30% 정도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적당하며 이로 인해 시공 기간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Q. 개량 한옥 건축에 사용되는 나무 재질에 따라서 시공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들었습니다. 한옥에는 어떤 나무 재질을 사용해야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30평 정도의 한옥 시공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_한옥의 재발견
이기옥 잘 아는 대로 한옥은 주로 목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사용되는 목재에 따라 강도, 미관 등 우선시되는 성질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근래에는 경제적인 한옥을 짓기 위해 수입목을 많이 사용하고, 부재별로 다른 수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기둥, 보, 추녀, 서까래 등 각기 다른 부재의 용도에 맞추어 육송, 다글라스, 미송 등 다양한 목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철골 등 다른 부재와 합성재, 집성목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옥의 비용을 특정해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 가지 사례를 든다면, 제가 현재 설계 중인 은평 한옥 마을 시범주택의 경우 시공 비용은 평당 1천만원 전후입니다.
Q.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예요. 전원주택을 지으려는데 아파트보다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짓기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부터 자세히 상담 받고 싶은데 보통 집을 지을 때는 누구와 어떻게 상담을 하나요? _하우스페어리
김종호 일반적으로 공동주택(아파트)보다는 일반 가정집이 전기 요금은 조금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수도는 아마도 공동주택이나 별반 차이가 없고, 전기(주로 냉난방)는 본인이 쓰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애매합니다. 모든 문제는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은데,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는 시공자가 아닌 건축 디자이너를 말합니다.
Q. 지은 지 25년 된 단독주택이 있는데 대지가 99㎡인 작은 집입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개축을 하거나 허물고 신축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어느 것을 더 추천하나요? 그리고 신축의 경우 철거하는 비용까지 포함해서 개축보다 추가 비용이 어느 정도 더 드는지 퍼센트로 알려주세요.? _지오맘
이영조 개축이냐 신축이냐의 판단은 우선적으로 집 구조의 안정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개축 시 계획상 구조 변경을 하거나 안전 진단을 통해 추가 구조 보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축 못지않은 비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비용적인 비교는 개축의 범위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의 변수가 있어 일괄적으로 말하기엔 어려우나 전체를 개축하는 기준으로 보면 신축의 80~100%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신축을 할 경우는 가끔 기존의 건폐율 및 용적률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있으니 사전 검토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친척 중 한 분이 최근에 리모델링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새로 짓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과 리모델링이 좋다는 의견이 팽팽한데요. 전문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권유하는지 궁금합니다. _Miran Hyun
유병안 신축을 해서 현재보다 현저하게 층수를 올리지 못한다든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에는 신축보다는 개축을 권하는 경우가 많고, 신축을 해도 현재와 같은 규모의 면적이나 층수만큼 확보된다면, 혹은 그 이상의 규모로도 신축이 가능하다면 신축이 당연히 좋습니다. 제대로 된 개축으로 진행될 경우 그 비용 또한 신축 못지않기 때문입니다.
Q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싶은데 장단점에 대해 알고 싶어요. _alsrl1004
조남호 태양광 발전은 태양광을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입니다. 생산된 전기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생산량의 차이가 많으므로 직접 사용하지 않고, 모두 한전으로 보내고, 사용량을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태양열이나 지열 시스템에 비해 기술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전기료는 흔히 알고 있듯이 누진제가 적용되므로 전기 사용량을 약간만 줄여도 전기료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일반적으로 투자비 회수 기간을 7년 정도로 이야기하는데 제가 설계한 집의 경우 1년에 9개월을 기본 요금만 냈다는군요.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지구환경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겠지요. 정부로부터 반 정도의 설치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는데, 지역마다 다르므로 자세한 것은 지자체에 알아봐야 합니다.
Q. 개인주택을 짓고 살면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하자 보수예요. 해결책이 있을까요? _미달이
유병안 제아무리 유명한 건축가나 시공사도 수백 개의 공정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건축 현장에서 완벽하게 마무리해서 건축주를 만족시키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하자가 생겼을 때 연락하면 달려와주는 시공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자 보수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유상 수리라도 해줄 수 있는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업체와 작업을 하면 오히려 아파트보다도 더 하자 보수나 유지 관리 면에서 수월할 수 있습니다.
Q. 동해 바닷가의 조그마한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용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싶은데요. 넓은 여유 공간의 독립된 방,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홀과 주방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약 661㎡의 공간이지만 절개지가 있고 이웃집도 있고 해서 어떻게 설계하고 건축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설계에 대한 기본 방향이라도 알려주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_불가사리
이성관 동해안 축산항에서 약간 북쪽에 놓인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군요. 동쪽으로 절개지가 있어 확 트인 바다 조망이 가능할 듯합니다. 절개지를 잘 활용하면 건물 배치상으로도, 단면상으로도 멋진 게스트하우스가 될 것입니다. 남향도 현 입지를 고려하면 양호한 편이며, 서쪽은 고창으로 하여 산의 풍경도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고, 북쪽으로는 차폐 조경으로 정원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이웃집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옆집 조망을 가린다거나 옆집에서 너무 잘 보인다거나 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방은 자체 완결적인 것이 바람직하며, 가령 욕실 등을 구비한다든가 스튜디오 타입으로 할 수도 있으며, 건물 내·외장재 선정에서는 해풍이나 염분 등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Q. 주택을 지을 때 이웃과의 간격 차는 어느 정도 두어야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을까요? 주택의 디자인만으로도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는 방법이 있나요? _린지
이우진 대부분 도심 주택을 설계할 때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이미 법에서 정한 범위가 충분히 적정한 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회적 거리가 멀었으면 하는 것이지 물리적 거리는 상당히 크고 넓게 대지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결국 이웃과 면하고 지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디자인적으로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너무도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믿을 만한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지요. 그렇지만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대지를 밟고 풀내음을 맡을 때 사생활 침해가 아닌 삶이 됩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주거는 삶이랍니다.
Q 집짓기를 위해 생각해야 할 A to Z를 알려주세요. _위민
유병안 먼저 꼭 알려주고 싶은 것은 설계의 중요성입니다. 건축주들은 설계를 그저 며칠 만에 뚝딱 그림 그리듯이 그려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대로 된 건축가에게 합당한 설계비를 지불하고 충분히 의논하며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다음으로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아주 냉철하게 계산하고 계획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액은 설계가 나오기 전에 건축가에게 자신이 가진 예산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말해서 설계할 때 참고하게끔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그림을 먼저 받아놓고 예산 때문에 몇 번의 재설계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주거의 경우에는 상업 시설과는 다르게 남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실생활 공간이니만큼 실제로 자신의 생활 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명시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집짓기를 통해서 자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공간은 사람을 바뀌게끔 만드는 의식주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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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명주·최고은ㅣ어시스턴트 송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