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파트에서부터 빌라에 이르기까지 부부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은 여덟 곳의 신혼집. 신혼집에 입성하기까지의 다이어리와 직접 써보고 추천한 쇼핑 아이템을 소개한다.
포근한 패브릭의 힘
2년 전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패브릭 디자이너 남보라 씨. 홈 드레싱만으로 공간에 강약을 준 그녀의 따스한 신혼집.
↑ 창가의 풍경이 좋아 거실에 둔 식탁
1 캔들과 자주 읽는 책을 올려둔 트롤리. 2 철제 캐비닛을 활용한 작업실.
↑ 빈티지숍에서 구입한 식탁 의자와 직접 만든 리넨 식탁보
1 버려진 전통장을 활용한 수납장. 2 조리대로 사용하고 있는 주방 테이블.
↑ 세심하게 신경 써서 제작한 소파와 에스닉한 러그
공사 대신 홈 드레싱만으로 공간을 단장했네요.
신축 아파트의 경우 몇 가지 마감재 가운데 선택할 수 있어요. 가장 심플한 스타일을 고르고, 시공이 완료된 상태를 확인하러 왔죠. 입주 3개월 전 전반적인 마감재의 톤&매너를 체크하고, 실측해 커튼과 가구를 미리 발주했어요. 입주 일자에 맞춰 큰 가구를 한번에 세팅할 수 있었죠. 소가구나 소품은 싱글일 때 사용하던 것과 2년 동안 꾸준히 모은 제품들이에요.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어떤 그림을 그리며 공간을 꾸몄나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해요. 공간 자체가 밝은 우드와 화이트 색상이기 때문에 베이지, 그레이 색상 위주로 제품을 찾았어요. 거기에 저만의 스타일을 더하기 위해 클래식하고 에스닉한 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고요. 신혼집이라고 해서 러블리한 느낌을 강조할 필요는 없잖아요. 철제 가구의 거칠고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해서 블랙 철제 가구나 소품으로 공간을 분할하면서도 힘이 있도록 배치했어요. 우리 부부는 형광등을 켜는 걸 싫어해요. 좀 어둡게 살자는 주의여서 스탠드나 작은 조명을 곳곳에 배치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거실 창가요. 창을 통해 보이는 산과 작은 집들, 성당이 밀집된 동네 풍경이 아름다워 이 집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래서 식탁도 창가에 놓았고요. 세덱에서 구입한 익스텐션 테이블은 어두운 색상과 클래식한 디자인이어서 거실을 안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줘요. 식탁 의자는 이태원, 분당 등을 다니며 빈티지숍을 통해 하나씩 구입했어요.신경 써 고른 제품이 있다면요?
소파요. 거실 크기에 맞춰 2400mm 소파를 디자인해 제작을 의뢰했어요. 유일하게 남편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데, 누웠을 때 편안하도록 폭을 넓게 하고 팔걸이를 조금 높일 것, 목을 뒤로 젖혔을 때 받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 사항에 맞춰 디자인했어요. 크바드랏 원단을 좋아해서 고가이지만 과감하게 투자했어요. 내장재는 일반 메모리폼을 사용해 3백만원의 비용이 들었고요. 시중에 판매되는 소파보다 폭이 넓어 쿠션을 잔뜩 쌓아둘 수 있어서 계절마다 쿠션 컬러로 변화를 주는 재미가 있어요. 전문가로서 신혼집을 꾸미는 팁을 전한다면요?
전셋집이라면 이사 갈 것을 고려해 꼭 필요한 가구만 구입하세요. 저는 침대, 식탁, 소파를 제외하고는 큰 가구를 들이지 않았어요. 티 테이블 대신 스툴을 여러 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소파에선 차만 마시는 정도라 스툴이면 충분해요. 소가구는 다음 집에서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납장 위주로 구입했고요. 패브릭 소파는 쉽게 더러워질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그 부분은 가죽도 마찬가지예요. 거실에 포근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패브릭 소파가 좀더 효과적이에요. 톡톡한 소재를 사용해야 마모가 덜하고, 보풀 등이 걱정된다면 저희 집처럼 토퍼를 제작해 올리는 것도 방법이죠. 베딩처럼 자주 세탁해야 하는 패브릭 제품은 비싼 제품을 골라도 금방 소재가 상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국산 리넨으로 제작해 자주 세탁하고, 낡으면 교체하고 있어요. 거실과 침실에 큼직한 식물을 놓아 공간이 한결 시원해 보여요.
이 집은 일조량과 통풍이 좋아 식물이 잘 자라요. 천고가 높은 편이라 화훼단지에서 키 큰 식물과 큼직한 화분을 골랐어요. 거실에 놓은 식물은 떡갈나무고 침실에는 켄챠 야자를 놓았어요. 한결 싱싱하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1 단순한 구조와 형태로 조립이 쉽고, 모서리가 부드럽게 마감된 ‘랜드스케이프’ 테이블. 2 각도 조절이 쉽고, 우아한 디자인과 기능에 충실한 톨로메오 조명. 3 필요한 곳에 옮겨다니며 미니 테이블로 활용하고 있는 하우스닥터 스툴.프리랜서 에디터 이은경ㅣ포토그래퍼 이과용
옥탑방에 날아든 행복
결혼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째인 신혼부부의 집. 남편 김성수 씨가 10년 넘게 살아온 옥탑방을 부인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조했다. 작고 아담한 공간에 두 사람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가득하다.
↑ 주방과 옷장이 마주하는 좁은 통로
↑ 기존 다락방을 없애고 구조를 변경해서 생긴 복층
1 단촐하게 꾸민 주방. 2 2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 침대 발치에 테이블을 설치해 작업 공간으로 활용
1,2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폭이 넓은 계단.
옥탑방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바로 아래층에 부모님이 살고 계세요. 덕분에 큰 짐이 필요 없었고 대부분의 식사는 아래층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부엌 공간이 좁아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결혼 후 1~2년은 가족이 함께 살면서 정이 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공간을 개조하는 것이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이득이었고요. 처음부터 2천만원으로 금액을 정하고 예산에 맞춰 공사를 진행했어요. 천장형 에어컨을 설치하며 3백만원이 추가됐고요. 가구나 수납공간 모두 제작한 것이라 추가로 구입한 건 매트리스, TV, 냉장고와 몇 가지 소품 정도죠. 작은 공간이지만 알찬 레이아웃이 눈에 띄네요.
기존에는 방 한 칸에 다락방이 있는 구조였어요. 신혼집으로 결정하고 가온 건축에 의뢰해 레노베이션을 진행했죠. 다락방을 없애니 천고가 꽤 높아졌고 복층 공간을 만들 수 있었어요.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옷장, 화장실을 배치했고 복층에는 침대와 책상을 배치했어요. 가장 큰 공사는 복층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것과 화장실 배수로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간결하면서도 선을 강조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네요.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가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구조 변경과 디자인과 관련한 사항은 모두 가온 건축에 맡겼어요. 첫 도안이 마음에 들었고, 작은 것을 결정할 때도 많은 대화와 조언이 있었기에 더욱 믿음이 갔죠. 워낙 좁은 공간을 쪼개 쓰다 보니 컬러를 최소화하고, 대신 계단 프레임과 큼직한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신혼집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기 위해 주방을 분리하는 미닫이문과 상단 수납장에만 칠판 페인트로 도장했어요. 부부가 생활하기에 좁다고 느끼지는 않나요?
집 안에 있는 시간은 퇴근 후 간식을 먹고, 잠을 자는 정도예요. 작아도 있을 건 다 갖췄기 때문에 불편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좁은 만큼 포근함이 강해요. 화장실을 포함해 집 안을 청소하는 시간이 30분이면 충분해서 좋아요. 우리 부부는 결혼 전에도 1년에 한 번씩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옷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 습관을 유지해 짐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에요.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요?
거실이요. 부부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눌 소통의 공간을 꼭 마련하라는 소장님의 조언을 따랐어요. 막상 살아보니 보강하고 싶다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나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원목 자재에 좀더 신경을 썼을 것 같아요. 계단이나 테이블 상판, 미닫이문 등 우드 제품을 모두 MDF로 제작했거든요. 그래도 상상 이상의 공간이 연출돼 만족도가 높아요. 수납공간도 부족하지 않아 의자나 소품 정도만 이케아에서 구입했어요. 전부 합쳐도 10만원을 넘지 않아요.(웃음) 합리적인 소비를 원했던 우리 부부의 바람이 그대로 적용되었죠.
1 핸디형이라 이동이 편하고 힘이 좋은 다이슨 무선 청소기. 2 빈티지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쌓을 수 있어서 수납이 편한 휘슬러 머그. 3 유연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푹신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이케아 접이식 의자.프리랜서 에디터 이은경 ㅣ 포토그래퍼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