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30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도시 바레세. 이곳에 위치한
18세기 빌라를 방문한 이들은 영감이 가득한 수집품에 사로잡히곤 한다.
판자 가족의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여기 열리는 전시가 더욱 빛을 발한다.
↑ 건물 2층 복도 끝에 있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의 1974년 작 ‘스카이 스페이스 I’은 판자 가족의 컬렉션 가운데 하나다. 주세페와 죠바나 판자 Giuseppe et Giovanna Panza 부부는 열렬한 작품 수집가로 어떤 작품에 감동을 받으면 그 작가의 인생관과 예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작업장을 방문해 구입하기도 했다.
밀라노 출신의 부유한 가족이 자신의 작은 성에서 여름을 보내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숲이 우거진 도시 바레세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이 고풍스런 저택이라면 어떨까. 이곳은 2010년에 세상을 뜬 주세페 판자 백작과 그의 부인 죠바나가 머물던 곳이다. 그들 부부가 평생 동안 예술에 탐닉하며 모은 수집품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 1935년에 판자 가족의 소유가 된 18세기 귀족 빌라 전관 앞 통나무 소재 바닥은 설치 예술의 대가인 스튜어트 이안 프로스트가 1936년에 만든 작품이다.
판자 부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2명의 작가, 즉 40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다가 지금은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제임스 터렐과 로버트 어윈이 이 저택에서 기념 전시회를 열었다. 영광스러운 금의환향이라 해야 할까. 18세기 귀족의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빌라의 우아함과 세련미가 예술 작품과 어우러진 모습이 경이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정원을 느리게 걸으며 정원을 에워싸고 있는 빛과 적막함의 대조를 즐기다 보면 판자 백작 부부가 미국 여행에서 돌아와 자신들이 가져온 작품에 대해 얘기했을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 네온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 ‘피카딜리 Picadilly’는 아이스테시스 Aisthesis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인 로버트 어윈의 작품이다. 로스앤젤레스 환경예술 운동의 개척자인 로버트 어윈은 주세페 판자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공간과 빛을 아우르는 어윈의 작품은 설치 미술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프랭크 클라인 Frank Kline, 로버트 모리스 Robert Morris, 로렌스 와이너 Lawrence Weiner와 같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 말이다. 판자 백작 부부의 소장품들은 이 작가들의 초기 작품으로 이 작가들은 오늘날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판자 백작이 설립한 재단이 기획했다.“제임스 터렐과 로버트 어윈이 한 공간에서 함께 전시회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안나 베르나르디니는 이 점을 특히 강조했다.
↑ 로버트 어윈이 2011년에 선보인 빛의 기둥은 하루 해가 변해감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 작품도 아이스테시스 전시회에 출품되었으며, 이 저택에는 로버트 어윈과 제임스 터렐의 훌륭한 작품이 2점이나 전시되어 있다.
2명의 빛의 거장이 처음으로 이 빌라에서 함께 전시를 하는 것이다. 세상을 떠난 백작과 백작 부인이 보았다면 너무나 황홀해했을 전시회다. 전시회는 2014년 11월 2일까지 열린다.
↑ 주세페 판자는 정원 쪽으로 창문이 나 있는 이 호화로운 무도회장 내부에 현대미술 작가인 데이비드 심슨의 최근작 ‘모노크롬’을 3점 설치했다. 영원함을 담고 있는 모노크롬은 그에게 아주 큰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 ‘바레세로 통하는 방 Varese Portal Room’은 로버트 어윈의 1973년 작으로 우리에게 현실과 허상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방은 정원 쪽으로 열려 있어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며 내부와 외부 세계를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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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앙-세실 상쉐 Anne-Cécile Sanchez│포토그래퍼 뤼 텍세라 Ruy Teixe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