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서쪽, 웨일스 출신의 디자이너 베던 그레이와 이탈리아 출신의 마시모 부부가 살고 있는 빅토리아식 주택.
외부는 고전적이지만 내부는 기묘한 색채 그리고 깜짝 놀랄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 발리의 전통적인 밀납 날염법으로 제작한 커튼 앞으로 해비타트 제품인 ‘래디우스 Radius’ 서랍장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1950년대 덴마크 화병과 빨간색의 작은 새를 두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딕슨에 의해 1998년에 발탁된 베던 그레이는 2008년에 독립하여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전까지 해비타트 Habitat 디자인 디렉터으로 일했다. 그녀는 그 당시 아주 밝은 색의 참나무 가구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대표작은 월페이퍼 매거진이 주최하는 월페이퍼 핸드메이드 전시에 선보인 흑백의 대리석 상판 ‘앨리스’와 베던 그레이의 출신지인 영국 페이갈 지방의 크리켓 테이블에서 착안해 팽팽한 가죽에 정교하게 구멍을 뚫어 장식한 작은 탁자 ‘브로그 Brogue’다. 자연적이고 섬세한 재료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남편인 마시모와 함께 인도에서 본 기하학적인 형태에 푹 빠져 있다.
런던 서쪽, 울창한 정원 심장부에 자리한 빅토리아풍의 아파트는 150㎡ 규모로 근사한 채광을 자랑하는 집이다. 특히 2층에는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공간은 마치 수를 놓으려고 준비해놓은 하얀 천 같았어요.” 베던 그레이는 그날을 회상하며 말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텅 빈 캔버스 같았던 이 집은 부부의 손을 거쳐 제 색을 찾아갔다. 노란 햇살이 점령한 거실 한 켠과 짙은 파랑으로 바탕을 칠한 현관과 방 안에는 그동안 수집해온 고미술품 오브제가 더욱 돋보인다. 이 집의 가장 포인트는 국경을 초월한 오브제가 한 공간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각국의 특색이 반영된 오브제들은 결코 한자리에서 마주치면 안 될 것처럼 각자가 뿜어내는 문화가 강렬하고 다르다. 그러나 집 안 곳곳에서 각 나라의 풍경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 입구에 집주인 베던 그레이가 디자인한 해비타트 제품 ‘하나 리 Hana Li’ 서랍장 2개를 나란히 놓고 대리석 상판을 덮어 연결시켰다. 그 위에 테라코타 화병과 발리에서 짚을 엮어 만든 바구니가 층층이 쌓여 있다. 창으로 탁 트인 공간 앞에는 베던 그레이가 디자인하고 존 루이스를 통해 선보인 벤치 ‘노아’와 포토벨로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흔들의자가 놓여 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 검은색의 지엘데 벽등 ‘로프트’로 벽면을 밝혔다. 장 콕토의 1951년산 세라믹 접시, 쥬느비에브 베네트의 콜라주 작품 그리고 콘란 피트 파울러의 작품인 올빼미 그림으로 벽을 장식했다. 그 아래로 콘란숍을 통해 판매하는 베던 그레이가 디자인한 소파가 있으며 샤렌 뮐랑이 수놓은 쿠션이 놓여 있다.
↑ 베던과 마시모 부부가 수집한 세라믹과 오래된 원단으로 커다란 책장을 채웠다. 오른쪽 아래에는 무라노섬에서 제작한 유리 화병이 있고 그 옆에는 런던 남서쪽 교외에 위치한 레스토랑, 묘목점, 골동품점 등에서 발견한 인디안 항아리가 있다. 상단에는 장 콕토의 접시 컬렉션이 놓여 있고 그 아래로 빈티지 스탠드 조명이 멋스러움을 한층 더해준다.
↑ 서재에 있는 대리석 벽난로 위에 소피 스말호른의 작품을 올려놓았다. 모듈형 책장은 무토 제품이며 녹색 의자 ‘PLC’는 피어슨 로이드가 디자인한 한정판으로 모더스 Modus 제품이다.
↑ 벽면에는 쥬느비에브 베네트가 조각한 가죽 작품으로 장식했다. 수납장 ‘하나 리’는 해비타트 제품으로 베던 그레이가 디자인했다. 수납장 위에는 테이블 램프와 테라코타 화분 장식이 있고 그 옆에는 짚으로 엮은 바구니가 쌓여 있다.
에디터 크리스틴 피로 에브라 Christine Pirot Hébras│포토그래퍼 줄리앙 아브람스 Julian Abr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