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북유럽에서는 겨울 동안 강렬하고 온화한 햇빛을 만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트와 모겐스 부부는 볕이 잘 드는 지역을 찾아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코펜하겐 부둣가의 옛 공장을 개조한 이곳이 바로 그들의 안식처다.

↑ 편안한 거실의 휴식 공간. 플래그 핼야드 체어는 한스 베그너가 PP 뫼블러를 통해 선보인 것으로 삼으로 엮은 좌판과 양가죽으로 제작된 헤드 레스트가 특징. 진회색 양털로 짠 카펫은 카스탈 Kasthall의 제품이다. 미켈레 데 루키 Michele de Lucchi와 지안카를로 파시나 Giancarlo Fassina가 디자인한 램프 톨로메오는 아르테미데 제품.

34개의 창문에 유리창이 400여 개나 뚫려 있다. 침실과 욕실을 구분하는 벽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는 산업 지역에 위치한 그들의 아파트는 정말이지 광활하다는 점이 유일한 미덕이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는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코펜하겐 강 왼쪽 지대에 나란히 선 로프트 중 아마도 평수가 넓은 집일 터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출신인 모겐스 달 Morgens Dahl은 직업적인 특성상 공간의 음향에 매우 민감했다. 그리고 아내 제트 에겔룬트 Jette Egelund는 인테리어 제품 회사인 비프 Vipp를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누구보다 빛에 민감했다. 그래서 실내의 가구와 소품을 햇빛의 이동 경로에 따라 배치했다. 덴마크의 특성상 특히 겨울에는 일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햇빛을 최대한 많이 쬐려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 이렇다 보니 부부는 동향에 자리한 침실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다. 햇빛은 서서히 손님방 쪽으로 이동한 다음, 남향에 위치한 거실을 비추게 된다.

↑ 화이트 & 블랙 톤의 욕실은 산업디자인 스타일을 고수하며 매우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강조했다. 바닥과 세면대의 일부는 블랙 스톤으로 연출했으며 세면대의 수도꼭지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 볼라 Vola를 위해 디자인한 모델이다. 욕실 있는 휴지통, 빨래통, 선반, 빗, 비누 받침대, 칫솔통은 모두 비프 제품이다.

이 집은 가족 모두를 위한 식당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열린 주방으로 설계되었다. 그 대신 여러 톤의 베이지 컬러로 연출하여 해 질 무렵에는 일몰이 연출하는 장관과 은은하게 조화를 이룬다. 제트와 모겐스는 한스 베그너뿐만 아니라 장 푸르베, 소리 야나기,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등 디자인계의 녹슬지 않는 명품 디자이너의 작품을 수집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을 여러 개 소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두 사람은 현대 예술품을 수집하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예술품의 위치를 때때로 바꾸기도 한다. 마치 햇빛이 이 로프트의 여러 공간을 떠도는 것처럼 예술품은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자리를 바꾸며 존재하는 듯하다.

↑ 메탈 프레임에 나무 상판을 올린 테이블 위에 놓인 세라믹 제품은 모두 비프에서 제작한 것이다. 과거의 비프는 휴지통을 크기별로 제작하는 사업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테이블 양 옆에는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천장에 설치한 조명등은 카스텔라니&스미스 Castellani & Smith 제품.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은 피터 보넨 Peter Bonnen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영국 출신의 익명의 작가가 그린 것이다.

↑ 작은 사각 유리로 된 34개 창문이 로프트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거실에는 한네스 베트슈타인 Hannes Wettstein이 에릭 요르겐센 Erik Jørgensen을 위해 디자인한 소파 ‘델피 Delphi’가 중성적이고 차분한 거실과 어우러진다. PP 뫼블러의 로 테이블은 세라믹 소재로 만든 비프 제품이다. 한쪽에 있는 양 인형은 글러럽스 Glerups의 제품이며 소리 야나기의 스툴 겸 발받침인 ‘버터 플라이’가 카펫 위에 놓여 있다.

에디터 카트린 코르니 Catherine Cornille | 포토그래퍼 로망 리카르 Romain Ri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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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초상

가족의 초상

가족의 초상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서래 마을의 한 빌라. 모던과 클래식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이 집은 장모와 사위의 합작품이라 더욱 따뜻하고 정겹다.

↑ 정원과 맞닿아 있는 1층 주방. 이영희 씨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다. 한쪽 벽에는 그동안 컬렉션해온 로얄코펜하겐 리미티드 에디션 그릇과 야드로 도자기 인형을 전시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는 나만의 집이 있다.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은 집.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일 수도 있고, 도시를 굽어보는 아찔한 높이의 펜트하우스일 수도 있다. 집주인 이영희 씨는 오랫동안 주상복합아파트에 살아오면서 마당이 있는 복층집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 그렇다고 전원 생활을 꿈꾼 건 아니었다. 편리한 도심 속에 살면서도 가족과 함께 때론 지인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는 정도의 집을 원했던 것.

↑ 모던한 느낌으로 꾸민 거실에는 노바모빌리의 소파를 배치했다.

이영희 씨의 두 딸 중 첫째는 출가해 이웃에 살고 있고 둘째 딸은 현재 함께 살고 있다. 주택 설계와 시공 업무를 진행해온 Pla건축사무소의 김현철 소장은 사위이자 이 집의 설계부터 완공까지 현장을 책임진 건축가. 딸밖에 없는 이 집에서 듬직한 아들 역할을 도맡아온 그는 장모님이 그리던 드림 하우스를 현실 속에 만들기 위해 원하는 부분을 꼼꼼히 체크해 나갔다. “장모님은 침실과 거실, 주방이 완벽하게 분리되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셨어요. 동시에 효율적인 동선도 희망하셨고요. 저는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장모님은 클래식 가구를 좋아하셔서 두 가지 스타일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1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복도를 폭이 좁게 만들고 문을 달아 1층과 2층이 서로 분리될 수 있게 했다. 2 둘째 딸 방은 모던클래식 스타일로 꾸몄다. 그랑지의 가구와 와츠에서 구입한 거울, 페리고의 파란색 휴지통이 조화를 이룬다.

264㎡의 집으로 들어서면 부부 침실과 둘째 딸 방, 게스트룸 그리고 거실이 자리한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마당을 끼고 있는 부엌을 만날 수 있다. 김현철 소장은 두 가지 스타일의 조화에 대한 해답을 마감재에서 찾았다. “공용 공간인 거실과 다이닝은 부드러운 흰색으로 마감했고, 방 안쪽은 바닥은 검은색 바닥으로, 벽은 회색 페인트 칠을 했어요. 온통 하얀 거실에서 검은색 문들이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방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을 펼칠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클래식한 가구와 잘 어울리면서도 나이 든 느낌을 상쇄시키는 재미있는 레이아웃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부부 침실은 이런 배려심이 가장 잘 표현된 공간이다. 보통은 침실에서 세면 공간으로 이어지지만 이곳은 침실로 진입하기 전 탈의하고 가볍게 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침대 앞쪽으로는 기다란 복도가 있는데 좁은 공간을 따라 작은 서재와 샤워부스도 만들었다. 침대 옆으로는 데크를 깐 작은 정원으로도 나갈 수 있다. 1층의 좁다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창문 밖으로 초록의 기운이 그림처럼 걸린 부엌을 만날 수 있다. 부엌은 자연과 이웃한 공간이라 바닥을 대리석으로 시공하고 자연적인 느낌으로 통일했다.

↑ 부엌앞에는 작은 거실도 마련했다.

부엌은 건축주인 이영희 씨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공간인 만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꾸몄다. “사위는 군더더기 없는 모던 하우스를 주장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던 스타일로만 공간을 채우면 너무 차갑고 건조해 보여요. 그래서 이 공간만큼은 색감이 있는 클래식한 그랑지 가구들을 선택해 공간을 꾸몄어요. 거실과는 분위기가 달라 아래 위를 오가며 다른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요.”

↑ 세면 공간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구조가 재미있는 부부 침실.

거실과 부엌을 잇는 계단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도 1층과 2층은 완전히 분리된다. 부엌 한쪽 벽에는 이영희 씨가 컬렉션해온 로얄코펜하겐의 리미티드 에디션 접시와 야드로의 인형이 주방 공간에 따스함을 불어넣는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 그릇들은 요리를 좋아하고 테이블 세팅을 즐기는 이영희 씨를 위한 공간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그동안 엄마, 아내, 장모님으로 살았을 이영희 씨에겐 이제 자신을 위한 인생을 꿈꾸며 가족과 함께 웃음꽃을 피울 일만 남았다. 그것도 사위의 사랑과 애정이 깃든 러브 하우스에서 말이다.

1 이명희씨와 첫째딸 그리고 손자 시후의 모습. 2 둘째 딸 방에 있는 히노키 욕조.

에스티 로더에서 집주인 이영희 씨에게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150ml)과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 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Ⅱ(50ml)를 증정했습니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문의 시공 및 디자인 Pla 건축사무소 02-6925-0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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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Back at 2014 (4)

Look Back at 2014 (4)

Look Back at 2014 (4)

과거를 알면 다가올 미래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법.
올 한 해 우리는 무엇에 열광했고, 어떤 것에 호감을 느꼈는지 돌아보았다.
26개 항목으로 정리한 리빙 디자인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다.

20 당신이 지금까지 알던 제주도
요즘 제주도에 가면 곳곳에서 포크레인과 측량 기사를 볼 수 있다. 건축 붐이 일고 있는 것.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과 더불어 제주 국제학교의 오픈, 자연 친화적인 삶을 꿈꾸며 제주행을 택한 이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건축가 이영조 소장이 지은 주택단지가 이슈가 됐으며, aA디자인뮤지엄의 김명한 대표와 마리아주드 미애의 홍미애 대표가 만든 디자인 게스트하우스와 주택단지와 리빙숍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1 허니듀래빗 키즈 소파. 2 디벨플래닛 블록.

21 유아 용품 디자인, 전환기에 직면하다
요즘 젊은 엄마들의 취향을 반영해 한결 간결해진 디자인의 유아 용품이 특히 눈에 띄었다. ‘리틀판트 Littlephant’는 스웨덴 일러스트레이터 카밀라 룬드스텐의 감각적인 패턴과 컬러감이 특징. 허니듀래빗은 토끼, 기린 등 친숙한 동물 모양을 등받이에 적용한 유아용 소파로 인기를 얻었으며, 아동발달 전문가와 함께 만든 목재 완구 브랜드 디벨플래닛은 너도밤나무를 사용한 블록 등을 출시했다.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엄마의 마음을 담아 정성 들여 제작했다.

1 일레븐플러스 블루투스 스피커. 2 삼성 사운드바. 3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

22 다양한 오디오의 등장
기술의 진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음향 기기다. 유선 스피커에 비해 음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로 천대받던 블루투스 스피커는 MP3 음악 파일의 음질 상태를 높여주는 등 다양한 기술을 갖춰 더욱 선명한 소리를 구현하게 되었다. 일레븐플러스의 ‘사운드원 블루투스 스피커’는 약 6cm 크기에 230g 무게라 휴대가 간편한 것이 장점. 고음질의 음악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보스의 ‘사운드링크 미니’는 휴대성은 물론 깊고 풍부한 음질을 재생하는 사운드 성능까지 모두 갖췄다. 거추장스럽던 홈시어터는 날씬한 사운드바로 변신하며 혼수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1 더띵팩토리의 수납장. 2 매스티지데코의 옷장.

23 혼자만을 위한 가구
싱글을 위한 가구는 협소한 주택 상황에 맞춰 기존 제품의 사이즈보다 더 작아지거나 변환되는 제품들이 많다.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며 싱글족들의 가구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샘, 매스티지데코, 바이헤이데이, 더띵팩토리, 두닷 등 국내 업체들도 나날이 증가하는 싱글족을 위한 가구를 경제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추후 다른 가구와 모듈 형식으로 연결할 수 있거나 공간 효율성을 고려한 것은 물론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과 소재도 다채롭다.

1 © bacsac. 2 파머스러브레인의 모종삽. 3 호즈의 물뿌리개.

24 품격 있는 정원 생활을 위해.
시티 파머, 베란다 가드닝 등 도심 속에서 혹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텃밭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드닝 용품에도 디자인이 가미됐다. 가드닝 명품으로 통하는 조셉 벤틀리의 내추럴한 도구와 영국 브랜드 호즈의 앤티크한 물뿌리개, 심플한 디자인으로 사용감이 좋은 파머스러브레인의 모종삽, 토목 섬유로 만든 박삭의 화분 등은 가드닝을 더욱 즐겁게 할 디자인 가드닝 용품들로 사랑받았다.

25 TV 홈쇼핑, 리빙 시작으로 돌격!
몇 년 전부터 디자이너를 내세운 침구 판매가 붐이더니 올해는 리빙 스타일리스트가 전면으로 나선 프로그램이 생겼다. 스타일리스트 조희선는 부엌 가구부터 생활 가구, 조명에 이르기까지 판매했는데 상품의 스타일링 비법을 귀띔하며 대중들도 쉽게 예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평가. 한샘, 에넥스, 리바트 등 국내 가구 브랜드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디자인 행주나 화분도 취급하고 있다. 앞으로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디자인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높아지게 될 것이며 상품의 영역도 넓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 © DDP

26 자하 하디드의 UFO
자하 하디드의 DDP가 올 3월에 개장했다. 불시착한 우주선,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문을 연 지 반년이 넘은 DDP는 디자인 관련 전시와 고급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유명 패션쇼의 무대로 활용되는 등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DDP의 개장으로 인해 그동안 침체됐던 주변 동대문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긍정적인 영향에 관한 뉴스도 종종 보인다. 단,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허브답게 디자인과 건축이라는 양질의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꾸준히 제공하길 바라는 바다.

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박상국 ·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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