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앤티크에서 모던 빈티지 가구, 첨단 기술을 입은 현대적인 가구로 진화 중인
프레델시아를 알면 덴마크 가구의 역사가 보인다.

↑ 보르게 모겐센이 1963년에 디자인한 소파 ‘2209’.

1911년에 설립된 프레델시아 Fredericia는 고전적인 앤티크 가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1930년대 후반까지 프레델시아는 성장세를 이어갔고 스칸디나비아 국가 전체로 수출을 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본이 부족해지고 가구에 대한 수요가 점차 감소하면서 불황을 겪었다. 전쟁이 지나자 간결한 형태의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유행이 바뀐 것도 회사가 쇠퇴하는 데 한몫했다. 1955년에는 급기야 파산 직전에 이르러 단 3명의 직원만 남게 되었고 사업가인 안드레아스 가베센 Andreas Graversen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프레델시아를 인수하게 되었다.

↑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한 흔들의자 ‘J16’.

그는 기존의 앤티크 가구 라인을 폐기하고 당시 젊은 건축가였던 보르게 모겐센 Borge Mogensen을 영입하는 개혁을 감행했다. 보르게는 제품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용자를 관찰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가구를 선보였다. 1962년에 선보인 보르게의 대표작 2213 소파는 간결한 형태와 선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지금까지도 덴마크 곳곳의 관공서와 대사관저, 임원실, 주택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프레델시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J39 의자는 1947년에 출시된 것으로 구조가 아름답고 편안해 다이닝 체어의 표본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일본 디자이너 신 아즈미의 ‘나라 시리즈 Nara Series’ 중 코트 스탠드. 2 유려한 곡선이 특징인 ‘트리니다드’ 의자. 3 난나 디트젤이 프레델시아를 위해 처음으로 디자인한 작품 ‘두 개의 벤치’. 4 덴마크 빌룬드 공항을 위해 디자인한 ‘난나 Nanna 벤치 3540’.

1995년 안드레아스의 아들인 토마스 가베센 Thomas Graversen이 회사를 물려받고 난 뒤 프레델시아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해 나갔다. 토마스는 좋은 디자인에 대해 독단적으로 생각했던 아버지와 달리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조합을 통해 좋은 가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가능하다 Anything is possible’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유연한 설계 방법과 생산 방식을 도입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회사를 이끌었다. 또 보르게의 훌륭한 작품을 계속해서 생산할 뿐 아니라 덴마크의 여성 디자이너 난나 디트젤 Nanna Ditzel과 같은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 가오리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흔들의자 ‘스팅레이 Stingray’.

난나는 새로운 재료를 실험해 색다른 제조 방법을 찾는 디자이너로 1989년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의 ‘두 개의 벤치 Bench for Two’를 프레델시아와 함께 선보였고 1995년에는 그녀의 대표작인 트리니다드 Trinidad 의자를 제작했다. 전통 뇌문 세공 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트리니다드는 부채 모양으로 조각한 시트와 등받이가 특징으로 독특한 디자인과 안락한 구조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각 가정을 비롯한 상업 공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 보르게 모겐센이 1955년에 디자인한 ‘No.1’ 소파.

덴마크 본사에 적혀 있는 ‘Simply Said, We Trust Our Guts(간단히 말해 우리는 우리의 직관을 믿습니다)’라는 문구처럼 프레델시아는 대중의 취향에 맞추거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 특정한 디자인에 편중하지 않고 디자이너들을 최우선으로 신뢰하며 그들에게 요구하는 유일한 사항은 모르겐이 늘 강조했던 ‘인간’과 ‘기능’이다. 일상에서 유용하며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을 만한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품질에 대한 헌신이 담긴 가구를 제작하는 프레델시아가 있기에 덴마크는 여전히 디자인 강국으로서 건재한지도 모르겠다.

↑ 다양한 크기로 선보인 커피 테이블 ‘아이시클 Icicle’.

에디터 최고은 | 자료협조 덴스크 · 프레델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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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북유럽에서는 겨울 동안 강렬하고 온화한 햇빛을 만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트와 모겐스 부부는 볕이 잘 드는 지역을 찾아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코펜하겐 부둣가의 옛 공장을 개조한 이곳이 바로 그들의 안식처다.

↑ 편안한 거실의 휴식 공간. 플래그 핼야드 체어는 한스 베그너가 PP 뫼블러를 통해 선보인 것으로 삼으로 엮은 좌판과 양가죽으로 제작된 헤드 레스트가 특징. 진회색 양털로 짠 카펫은 카스탈 Kasthall의 제품이다. 미켈레 데 루키 Michele de Lucchi와 지안카를로 파시나 Giancarlo Fassina가 디자인한 램프 톨로메오는 아르테미데 제품.

34개의 창문에 유리창이 400여 개나 뚫려 있다. 침실과 욕실을 구분하는 벽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는 산업 지역에 위치한 그들의 아파트는 정말이지 광활하다는 점이 유일한 미덕이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는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코펜하겐 강 왼쪽 지대에 나란히 선 로프트 중 아마도 평수가 넓은 집일 터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출신인 모겐스 달 Morgens Dahl은 직업적인 특성상 공간의 음향에 매우 민감했다. 그리고 아내 제트 에겔룬트 Jette Egelund는 인테리어 제품 회사인 비프 Vipp를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누구보다 빛에 민감했다. 그래서 실내의 가구와 소품을 햇빛의 이동 경로에 따라 배치했다. 덴마크의 특성상 특히 겨울에는 일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햇빛을 최대한 많이 쬐려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 이렇다 보니 부부는 동향에 자리한 침실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다. 햇빛은 서서히 손님방 쪽으로 이동한 다음, 남향에 위치한 거실을 비추게 된다.

↑ 화이트 & 블랙 톤의 욕실은 산업디자인 스타일을 고수하며 매우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강조했다. 바닥과 세면대의 일부는 블랙 스톤으로 연출했으며 세면대의 수도꼭지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 볼라 Vola를 위해 디자인한 모델이다. 욕실 있는 휴지통, 빨래통, 선반, 빗, 비누 받침대, 칫솔통은 모두 비프 제품이다.

이 집은 가족 모두를 위한 식당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열린 주방으로 설계되었다. 그 대신 여러 톤의 베이지 컬러로 연출하여 해 질 무렵에는 일몰이 연출하는 장관과 은은하게 조화를 이룬다. 제트와 모겐스는 한스 베그너뿐만 아니라 장 푸르베, 소리 야나기,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등 디자인계의 녹슬지 않는 명품 디자이너의 작품을 수집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을 여러 개 소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두 사람은 현대 예술품을 수집하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예술품의 위치를 때때로 바꾸기도 한다. 마치 햇빛이 이 로프트의 여러 공간을 떠도는 것처럼 예술품은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자리를 바꾸며 존재하는 듯하다.

↑ 메탈 프레임에 나무 상판을 올린 테이블 위에 놓인 세라믹 제품은 모두 비프에서 제작한 것이다. 과거의 비프는 휴지통을 크기별로 제작하는 사업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테이블 양 옆에는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천장에 설치한 조명등은 카스텔라니&스미스 Castellani & Smith 제품.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은 피터 보넨 Peter Bonnen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영국 출신의 익명의 작가가 그린 것이다.

↑ 작은 사각 유리로 된 34개 창문이 로프트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거실에는 한네스 베트슈타인 Hannes Wettstein이 에릭 요르겐센 Erik Jørgensen을 위해 디자인한 소파 ‘델피 Delphi’가 중성적이고 차분한 거실과 어우러진다. PP 뫼블러의 로 테이블은 세라믹 소재로 만든 비프 제품이다. 한쪽에 있는 양 인형은 글러럽스 Glerups의 제품이며 소리 야나기의 스툴 겸 발받침인 ‘버터 플라이’가 카펫 위에 놓여 있다.

에디터 카트린 코르니 Catherine Cornille | 포토그래퍼 로망 리카르 Romain Ri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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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초상

가족의 초상

가족의 초상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서래 마을의 한 빌라. 모던과 클래식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이 집은 장모와 사위의 합작품이라 더욱 따뜻하고 정겹다.

↑ 정원과 맞닿아 있는 1층 주방. 이영희 씨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다. 한쪽 벽에는 그동안 컬렉션해온 로얄코펜하겐 리미티드 에디션 그릇과 야드로 도자기 인형을 전시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는 나만의 집이 있다. 언젠가 꼭 살아보고 싶은 집.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일 수도 있고, 도시를 굽어보는 아찔한 높이의 펜트하우스일 수도 있다. 집주인 이영희 씨는 오랫동안 주상복합아파트에 살아오면서 마당이 있는 복층집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 그렇다고 전원 생활을 꿈꾼 건 아니었다. 편리한 도심 속에 살면서도 가족과 함께 때론 지인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는 정도의 집을 원했던 것.

↑ 모던한 느낌으로 꾸민 거실에는 노바모빌리의 소파를 배치했다.

이영희 씨의 두 딸 중 첫째는 출가해 이웃에 살고 있고 둘째 딸은 현재 함께 살고 있다. 주택 설계와 시공 업무를 진행해온 Pla건축사무소의 김현철 소장은 사위이자 이 집의 설계부터 완공까지 현장을 책임진 건축가. 딸밖에 없는 이 집에서 듬직한 아들 역할을 도맡아온 그는 장모님이 그리던 드림 하우스를 현실 속에 만들기 위해 원하는 부분을 꼼꼼히 체크해 나갔다. “장모님은 침실과 거실, 주방이 완벽하게 분리되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셨어요. 동시에 효율적인 동선도 희망하셨고요. 저는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장모님은 클래식 가구를 좋아하셔서 두 가지 스타일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1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복도를 폭이 좁게 만들고 문을 달아 1층과 2층이 서로 분리될 수 있게 했다. 2 둘째 딸 방은 모던클래식 스타일로 꾸몄다. 그랑지의 가구와 와츠에서 구입한 거울, 페리고의 파란색 휴지통이 조화를 이룬다.

264㎡의 집으로 들어서면 부부 침실과 둘째 딸 방, 게스트룸 그리고 거실이 자리한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마당을 끼고 있는 부엌을 만날 수 있다. 김현철 소장은 두 가지 스타일의 조화에 대한 해답을 마감재에서 찾았다. “공용 공간인 거실과 다이닝은 부드러운 흰색으로 마감했고, 방 안쪽은 바닥은 검은색 바닥으로, 벽은 회색 페인트 칠을 했어요. 온통 하얀 거실에서 검은색 문들이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방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을 펼칠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클래식한 가구와 잘 어울리면서도 나이 든 느낌을 상쇄시키는 재미있는 레이아웃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부부 침실은 이런 배려심이 가장 잘 표현된 공간이다. 보통은 침실에서 세면 공간으로 이어지지만 이곳은 침실로 진입하기 전 탈의하고 가볍게 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침대 앞쪽으로는 기다란 복도가 있는데 좁은 공간을 따라 작은 서재와 샤워부스도 만들었다. 침대 옆으로는 데크를 깐 작은 정원으로도 나갈 수 있다. 1층의 좁다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창문 밖으로 초록의 기운이 그림처럼 걸린 부엌을 만날 수 있다. 부엌은 자연과 이웃한 공간이라 바닥을 대리석으로 시공하고 자연적인 느낌으로 통일했다.

↑ 부엌앞에는 작은 거실도 마련했다.

부엌은 건축주인 이영희 씨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공간인 만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꾸몄다. “사위는 군더더기 없는 모던 하우스를 주장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던 스타일로만 공간을 채우면 너무 차갑고 건조해 보여요. 그래서 이 공간만큼은 색감이 있는 클래식한 그랑지 가구들을 선택해 공간을 꾸몄어요. 거실과는 분위기가 달라 아래 위를 오가며 다른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요.”

↑ 세면 공간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구조가 재미있는 부부 침실.

거실과 부엌을 잇는 계단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도 1층과 2층은 완전히 분리된다. 부엌 한쪽 벽에는 이영희 씨가 컬렉션해온 로얄코펜하겐의 리미티드 에디션 접시와 야드로의 인형이 주방 공간에 따스함을 불어넣는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 그릇들은 요리를 좋아하고 테이블 세팅을 즐기는 이영희 씨를 위한 공간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그동안 엄마, 아내, 장모님으로 살았을 이영희 씨에겐 이제 자신을 위한 인생을 꿈꾸며 가족과 함께 웃음꽃을 피울 일만 남았다. 그것도 사위의 사랑과 애정이 깃든 러브 하우스에서 말이다.

1 이명희씨와 첫째딸 그리고 손자 시후의 모습. 2 둘째 딸 방에 있는 히노키 욕조.

에스티 로더에서 집주인 이영희 씨에게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150ml)과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 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Ⅱ(50ml)를 증정했습니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문의 시공 및 디자인 Pla 건축사무소 02-6925-0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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