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신혼집이라면 어떨까. 좋아하는 디자인 가구에 과감히 투자한 김보람 씨의 여유가 넘치는 집을 소개한다.
1 이색적인 가구의 리디미컬한 배치로 재미를 더한 거실. 2 독일의 주방 가구 브랜드 알밀모로 꾸민 개성 넘치는 주방. 3 까시나의 거울 앞으로 에이후스에서 구입한 드롭 체어를 배치해 작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4 뉴욕에서 구입한 스페인 작가 라파엘 버나딘의 작품이 걸려 있는 복도 끝으로 LC4 의자가 보인다. 5 하얀색 소파에 앉아 있는 김보람 씨와 애견 조이의 모습. 현관문을 열자 눈이 동그래졌다. 부부와 애견 조이, 세 식구가 살기에는 넓은 323㎡의 아파트에 디자인 거장의 가구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 안주인 김보람 씨는 20대 시절부터 ‘보엔’이라는 패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CEO로 얼마전 결혼과 동시에 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신혼집을 마련하기 전부터 부부는 함께 살 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것을 고려해 방에 비해 거실과 다이닝룸이 큰 집을 선택했고 최대한 편안하면서 심플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붉은 기가 감도는 중후한 체리목 마감을 덜어내는 정도의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집 전체를 고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컸어요. 그래서 구조 변경은 하지 않았고 바닥재는 그대로 둔 채 코팅을 했고 벽과 문 색깔을 하얀색으로 교체했어요.” 부부가 원했던 간결한 공간을 위해 최소한의 공사만으로도 한층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얻어낼 수 있었다.
1 게스트룸에 놓인 빈티지 책상 앞에는 앤트 체어가 놓여 있다. 2 베개와 조명이 절묘한 대칭을 이루는 게스트 침실 모습. 3 부모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자기. 4 부부 침실에는 클래식한 메르디안 침대를 배치했다. 집은 현관에서 이어지는 작은 복도 옆으로 주방이 있고 정면으로는 거실과 다이닝룸이 배치되는 구조이다. 거실 왼쪽으로는 중문이 달려 있는 부부 침실과 게스트룸이 있는데 방과 방 사이를 잇는 데드 스페이스에는 그림 작품과 디자인 의자를 배치해 쉼터 같은 공간도 마련했다. 거실과 다이닝룸에는 까시나의 LC4 쉐즈 롱 체어를 비롯해 리네로제의 플룸 소파, 프리츠 한센의 시리즈 테이블과 드롭 체어, 시리즈 세븐 체어가 놓여 있다. 이 집의 백미인 거실은 가구의 배치로 공간에 강약을 불어 넣었다. 하얀색 소파 뒤로는 날씬한 책상을 두었고 커다란 커피 테이블 대신 작은 사이드 테이블을 두 개의 소파에 하나씩 나누어 배치한 것이 특징. “퇴근 후 남편은 LC4 의자에서, 저는 부드러운 착석감의 플룸 소파에서 휴식을 취해요.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해 구입한 가구이면서도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어서 좋아요.”
1 프리츠 한센의 시리즈 테이블과 세븐 체어를 배치한 다이닝 공간. 손님이 많을 때를 대비해 익스텐션 식탁을 구입했다고. 2 소파 옆에 둔 아르텍의 트롤리를 향초와 조명으로 꾸몄다.
부부는 아기자기한 스타일보다 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 평생 두고 사용할 가구를 신중히 선택했다고. “몇몇 가구는 맞춤 제작을 했는데 하얀색 소파와 대리석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은 쏘홈에서 맞춤 제작한 것들이에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사고 싶은 게 많았만 꼭 구입하고 싶었던 것만으로 채워 넣었어요.” 다른 공간과 달리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민 부부 침실에는 결혼 전 사용하던 버튼다운 형식의 헤드가 특징인 메르디안의 침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공간에 아늑함을 더하기 위해 침대 양 옆으로는 프리츠 한센의 벽 등을 달았다. 게스트룸의 침대 옆에 아르떼미데의 톨로메오를 단 것도 집주인 김보람 씨의 아이디어였다. 기본에 충실하면 서도 힘 있는 디자인 가구와 조명으로 넓은 공간에 아늑함을 채운 김보람 씨의 신혼 집. 유행보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충실한 집과 가구는 오랜 시간 삶의 동반자로 빛날 것이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신국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