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물어다가 하나하나 엮어 만든 새들의 둥지처럼 부부는 기본 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작업은 직접 계획하고 발품을 팔아 완성했다. 그렇게 꾸민 신혼집은 특별한 온기를 품고 있다.
1 다락방에서 내려다본 모습. 거실의 좁은 복도를 따라 두 개의 방으로 이어진다. 2 소파 위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애견 밤비. 3 세덱에서 구입한 원목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한 주방. 테이블 위로는 앤트레디션의 플라워 팟 조명을 달았다. 4 화사한 색감과 원목 가구가 조화를 이룬 따뜻한 느낌의 거실. 대학생 때 만나 10년 가까운 긴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이른 동갑내기 이미경, 이경석 씨 부부. 신혼 초기에 전셋집에 살다가 얼마 전 79㎡의 오피스텔형 아파트를 구입한 부부는 아담한 공간을 취향에 맞게 개조했다. 오랫동안 뷰티 기자로 일하면서 인테리어도 관심이 많았던 이미경 씨는 그동안 꿈꿨던 집의 이미지를 현실로 옮기기 위한 시장조사를 거쳐 2천만원의 예산을 잡고 공사를 진행했다. 작지만 천장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 빌딩 숲에 있지만 채광이 좋았던 집의 장점을 살려 낡고 오래된 마감재를 교체하고 약간의 구조 변경을 통해 보다 화사하고 개성 있는 집으로 완성했다. “적은 예산으로 공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디자이너를 따로 두기 힘들었어요. 동네에 있는 작은 인테리어 업체에 기본 공사만 의뢰했기에 제가 현장에서 디렉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공사 기간 내내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직접 집을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던 시간이었어요.”
↑ 주방 옆에 만든 사다리를 통해 이어지는 다락방은 남편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10년째 수리를 한번도 하지 않았던 아파트이기에 거의 모든 부분에 손을 대야 할 만큼 낡아 있었다. 공사는 다락방의 입구였던 나선형 구조의 계단을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주방 한가운데 있던 계단은 자리를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시야를 막는 요소였는데 주방 옆으로 날씬한 철제 사다리를 만든 것. 기존 ㄱ자형이었던 부엌 가구를 일자형으로 만들고 아일랜드 식탁을 설치해 좁은 부엌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깔끔한 주방을 완성했다. 바닥재는 지그재그 형태의 헤링본 시공으로 마감했는데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회색 벽을 따뜻하게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침실은 온전히 잠을 위한 아늑한 공간으로, 너른 창문이 있는 서재 겸 드레스룸에는 거울이 달린 빈티지 화장대와 수납장, 원목 책상 등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해 창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비트라의 수이타 소파와 산뜻한 색감의 카펫, 구비의 플로어 스탠드를 매치한 거실은 햇살과 어우러져 공간에 아늑함을 배가시킨다.
1 섹토 디자인의 원목 조명을 매치한 침실. 2 모벨랩에서 구입한 빈티지 화장대 옆으로는 세덱에서 구입한 원목 서랍장을 배치했다. 3 넓은 창문이 매입되어 있어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서재 겸 드레스룸. 4 약병에 유칼립투스를 꽂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5 현재 잡지사 뷰티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미경 씨와 애견 밤비의 모습.
이 집의 묘미 중 하나는 공간 곳곳에 자리한 디자인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것. 부부 침실에 달려 있는 섹토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부터 서재 겸 드레스룸에 있는 장 프루베의 스탠다드 의자, 수납장 안에 빼곡히 들어 있는 예쁜 향수병과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 등 집주인의 취향을 읽을 수 있는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좁은 공간에 최소한의 것들을 놓다 보니 점점 좋은 가구와 소품에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생기면 우리가 쓰던 물건을 아이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가구와 소품 위주로 구입했어요.” 두 사람의 필요충분 조건에 충실하며 의기투합하여 완성한 작은 집은 무척이나 아늑하고 정겹다. 아이가 생기면 지금의 인테리어도 변할 수밖에 없을 테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달한 결혼 생활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