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부터 열린 메종&오브제 파리를 다녀왔다. 테러와 불황이 겹쳐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파리였지만 박람회장만큼은 20주년을 맞이한 자부심과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1 금속으로 포인트를 준 욕실 시스템 ‘조지’. 2 파올라 씨에서 선보인 하이메 아욘의 ‘콜로세움’. 3 스컬투나의 트레이 ‘카루이’. 4 톰 딕슨의 뉴 컬렉션.
7 금속 질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금속 소재에 대한 러브콜은 계속됐다. 예전에는 포인트 정도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금속을 과감하게 사용한 제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구리, 황동을 유난히 사랑하는 톰 딕슨은 올해도 구리를 입힌 스테이플러, 연필꽂이, 테이프 디스펜서 등을 선보여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스컬투나에서는 디자이너 스튜디오 감프라테시와 함께 황동 프레임에 가죽으로 내부를 마감한 고급스러운 원형 트레이 ‘카루이’를 소개했다. 카루이는 일본어로 가볍다는 뜻. 부드러운 가죽과 산뜻한 황동 색깔이 어우러진 카루이 트레이는 3가지 사이즈로 만나볼 수 있다. 파올라 씨에서도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콜로세움을 닮은 트레이 스탠드와 고대 로마 시대에서 영감을 얻은 카라페, 오일 램프 등을 선보였고 욕실 브랜드인 팔퍼에서는 박스터의 가죽과 구리 소재를 결합한 욕실 시스템 ‘조지’를 소개해 최고급 욕실 인테리어를 제안했다.
1 포근한 느낌을 주는 암체어 ‘토아’. 2 벌트잔 포트의 카펫 ‘헥스헥스’. 3 독특한 디자인의 책상 ‘코야’. 4 피에르 폴랭의 ‘데이 베드’.
8 리네로제
언제나 가장 큰 규모의 부스로 위용을 과시하는 리네로제는 올해에도 모던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와 조명 등을 출시했다. 암체어 ‘토아’를 비롯해 소파, 책상, 수납장, 카펫과 조명 등을 선보여 따뜻함이 묻어나는 모던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들로 부스를 채웠다. 리네로제는 그동안 많은 가구를 함께 소개했던 디자이너 피에르 폴랭의 가구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2009년에 타계한 피에르 폴랭은 리네로제에서 데이 베드, 펌킨 소파 등 아이코닉한 가구를 선보인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 색다른 연출을 보여준 크바드랏의 부스.
9 예술적인 패브릭
따뜻한 나무 구조와 원단이 어우러진 크바드랏의 부스는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했다. 분홍, 초록, 파랑, 흰색 등 파스텔 색상의 원단을 부스 전면에 걸쳐 연출한 것. 크바드랏은 부룰렉 형제와 작업한 니트 컬렉션, 마하람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강렬한 기하학 패턴의 업홀스터리 텍스타일 ‘에이전시’, 멜란지 느낌의 울 패브릭 ‘라임’ 등의 신제품 원단과 기존에 선보였던 원단 스와치를 벽에 연출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만져보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왼) 비슷한 듯 다른 디자인의 ‘트윈스’. 오) 실내와 실외 모두 사용 가능한 ‘트윈스’.
10 쌍둥이 의자
아웃도어 브랜드 엑스포밈의 ‘트윈스’ 의자는 엄밀히 말하면 이란성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와 야외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의자이고 유전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트윈스 의자는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원단으로 마감돼 날씨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며 활용할 수 있으며 모던하고 남성적인 디자인과 포근하고 여성적인 디자인의 두 의자를 함께 연출해도 잘 어울린다. 의자 마감 소재는 3D 메시와 캔버스 느낌의 배티라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1 루카 니케토의 스툴 ‘봉봉’. 2 보사의 새로운 ‘시스터’ 시리즈. 3 맘보 언리미티드 아이디어에서 선보인 곤충 오브제. 4 프랑스 국기 색깔 버전으로 선보인 구프람의 선인장 오브제.
11 미소 유발자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부스를 만나게 된다. 가장 유쾌함이 묻어났던 부스는 팻보이. 야외 카페테리아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부스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고 신제품인 아웃도어 빈백 의자와 트레이 제품, 파라솔 등을 사용해보며 지친 다리를 쉬어 가도록 배려했다. 페타 리버터와 함께 새로운 ‘시스터’ 시리즈를 선보인 보사, 사탕 껍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베레움의 유리 스툴 ‘봉봉’, 금속과 세라믹으로 만든 정교한 곤충 오브제를 소개한 맘보 언리미티드 아이디어, 선인장 오브제를 프랑스 국기 색깔의 한정판으로 선보인 구프람 등에서도 재치와 유머가 느껴졌다.
1 모듈형으로 구성 가능한 조명 ‘포레스트’. 2 편안함을 강조한 의자 ‘파이버’. 3 담백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메뉴의 신제품. 4 1935년에 제작된 ‘타이어드 맨’의 새로운 버전.
12 북으로 회항하라
비록 헤이, 구비는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북유럽 브랜드는 자리를 지켰다. 특히 앤드트래디션에서는 파이프를 활용한 벽과 천장 조명 ‘포레스트’, 철을 부식시켜 만든 꽃병 시리즈 ‘트루 컬러스’, 그리고 작은 집에서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루카 니케토의 소파 ‘클라우드’를 소개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줬다. 바이 라센에서는 1935년에 출시한 암체어 ‘타이어드 맨’을 2가지 마감으로 다시 선보여 오리지널에 대한 존경을 표했고 메뉴는 과한 디자인과 색깔에 대한 반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물에 담갔다가 뺀 듯한 색감의 가구와 소품, 조명을 두루 출시했다. 무토에서도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테이블과 깔끔한 느낌의 의자 ‘파이버’를 신제품으로 출시해 북유럽 브랜드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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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