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좋은 40대 남자가 정성을 다해 손수 고쳐준 30대 젊은이의 집은 참으로 따뜻했다. 그에게는 인생의 선배에게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 침실 한 켠에 둔 책상과 조명은 직접 제작한 것. 그 위에 검정과 흰색 소품을 두어 멋스럽게 꾸몄다.
고양이 삼식이와 함께 사는 프리랜스 웹디자이너 박종만 씨는 취미로 목공을 하고 있다. 손수 고친 집을 블로그에 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친구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집 두 곳을 멋지게 바꿔주기도 했다. 그의 솜씨가 입소문을 타자 많은 의뢰가 들어왔지만 비전문가인 자신이 책임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 모두 거절했다고. 하지만 1년 전 수영동호회에서 알게 되며 친해진 최승현 씨가 새 출발을 기념하며 그에게 집을 고쳐달라고 부탁했을 때만큼은 외면할 수 없었다. “열 살 정도 어린 동생인데 자취생처럼 대충 살았더라고요. 이제 제대로 된 집에서 어른스럽게 살길 바랐어요.” 박종만 씨는 처음으로 대가를 받고 진행했던 집이라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썼다.
최승현 씨의 새 둥지는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투룸 빌라로 혼자 살기에는 넉넉했다. 지은 지 2년 된 건물로 전셋집이었기에 벽지만 새로 바르고 가구는 기존 바닥재 톤에 맞춰 구입하거나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아늑한 침실에 놓고 책상은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도 활용할 수 있도록 원목을 넓게 자르고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다리를 조합해 튼튼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벽에 걸어놓은 조명이다. “예전부터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굵은 밧줄에 전선을 집어넣고 전구를 달았죠. 그 다음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구해서 흰색으로 칠하고 벽에 고정시킨 다음 조명을 걸어놓았습니다.” 책상 위에 놓은 새 모양의 소품과 박스는 기존의 알록달록한 색상이 보이지 않도록 검정 스프레이로 칠했다. 침구 역시 전부 동대문에서 천을 구입해서 제작했고 차분한 회색으로 통일한 대신 질감을 달리해 지루함을 덜었다. 벽에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숍 ‘키 Key’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펜 드로잉 그림을 걸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1 흰색 가구로 깔끔하게 연출한 드레스룸의 책상. 2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구입한 꽃과 장식품으로 꾸민 화장대. 3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가구에 모노톤의 침구와 소품을 매치해 단정한 분위기의 침실을 완성했다.
1 새 출발에 대한 기대로 부푼 집주인 최승현 씨. 2 거실 수납장 위에 올려놓은 청설모 모양의 오브제 겸 트레이는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구입한 것. 3 침구는 같은 회색이지만 질감은 각기 다른 것을 선택해 재미를 주었다. 4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소품들. 나무 코스터, 솔방울 등 자연 모티프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 햇살이 잘 드는 거실에 놓은 TV장과 수납장은 박종만 씨가 공간 크기에 알맞게 손수 제작해주었다.
“거실이 생각보다 좁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책도 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2.5인용 소파를 놓고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두었죠.” 소파 옆에 있는 2단 수납장과 TV장은 크기가 꼭 맞는 것을 구하기 쉽지 않아 직접 제작했다. 공간이 좁아 미닫이문을 설치했고 선반을 제작해 소품을 올려두었다. 수납장 바로 위에 있는 큰 창에서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실내가 더욱 포근해졌다.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죠. 또 햇살이 잘 드는 것이 좋아서 커튼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침실은 너무 눈부실 것 같아 침대와 비슷한 색의 원목 블라인드를 달 생각이에요.”
드레스룸의 옷장, 화장대, 의자, 서랍장, 정리함 등은 흰색으로 맞추고 옷장은 모듈형 제품을 구입해 벽면 길이에 알맞게 넣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너무 만족스러워요. 나도 이렇게 잘 갖춰진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형의 도움이 컸죠. 앞으로는 제 힘으로 집을 더 가꿔보고 싶어요.” 두 남자의 멋진 우정으로 탄생한 이 집에 앞으로도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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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