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집을 본떠 만든 개집 말고 진정으로 반려견과 공유할 수 있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공간을 통해 함께 소통할 때 진정한 ‘반려’의 의미가 실현된다.
1 Kitchen 2 Dog Garden 3 living room
인류가 가축으로 삼은 최초의 동물은 소, 돼지가 아닌 개다.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개는 사냥, 목축, 운송, 경비 등 다양한 일에 참여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애완동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마당에 개집을 따로 만들어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1980년대 들어 반려동물 역할이 부각되면서 개를 집 안으로 들여 키웠다고 하니 반려견으로서 사람들과 삶을 공유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러한 반려견이 살아왔던 또는 현재까지 살고 있는 개집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살고 있는 집 형태를 모방하고 있으며 대개 원룸의 형식이다. 그러니 개집이라 하면 폐소공포증 탓에 언제나 빨간 박공지붕에 드러누워 있던 스누피 Snoopy의 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몇 해 전 일본을 비롯해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함께 개집을 디자인한 웹사이트 ‘아키텍처 포 도그 www.architecturefordogs.com’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마음에 찾아봤다. 다양한 견 종에 맞게 디자인된 개집이 흥미로웠으나 각 건축가가 평소에 추구하는 디자인 유형의 일부가 오롯이 축소, 투영되어 마치 건축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상품처럼 보여 어딘가 아쉬웠다.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삶을 공유하는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택을 계획하는 데 있어 가족 구성원, 성향,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려는 가장 기본일 테고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를 키우는 나에게는 반려동물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연스레 생각되었다. 반려동물의 종류, 낮과 밤의 성향, 주인과의 친밀도, 용변을 처리하는 태도까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사는 집이라도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람을 위한 주택 안에 개집이 있을 뿐, 사람과 반려견을 동시에 배려하고 그들이 삶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계획된 주택을 찾기 어려웠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배려한 공간을 고민해오던 차에 강원도에서 애완견 펜션을 운영하는 건축주를 만나게 되었다. 살림집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평범한 우리 안에서 여덟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는 건축주는 나에게 건축주 내외와 노모 그리고 자식들까지 3대와 여덟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가 함께 살기 위한 30평 규모의 주택을 의뢰했다. 세대 구성원을 위한 각자의 공간도 필요할뿐더러 동시에 반려견 여덟 마리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에 30평이라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나는 3대 간의 소통과 사생활을 가변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반려견들과 일상을 함께할 수 있도록 3×3 단위의 주택을 계획했다. 먼저 가로, 세로 3m인 공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했다. 그리고 각 공간을 세대 구성원을 위한 침실, 거실, 부엌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되게 배치하고 지면으로부터 1m정도 높게 설치했다. 이 높이는 반려견인 골든 리트리버가 활동하기에 지장이 없는 적정 높이이다. 위계로 따지면 개집 위에 사람 집이 있는 셈이다. 3×3 공간의 연결 부위에는 내부 통로나 외부 정원을 만들어 가족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그 아래에는 여덟 마리의 반려견을 위한 영역을 마련했다. 반려견들은 이 공간을 통해 사람이 오가는 정원까지 다다를 수 있고 이로써 3대의 가족 구성원들과 늘 일상의 삶을 마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유의 정원’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deneb@mckorea.com)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글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 | 사진 스튜디오 아키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