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영광에 가려지거나 미처 시선을 돌리지 못했던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다. 제2의 필립 스탁과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로 떠오를 가능성이 엿보이는 디자이너 여섯팀을 소개한다.
다재다능한 독일 디자인 스튜디오 베자우 마르구레
에파 마르구레 Eva Margurre와 마르첼 베자우 Marcel Besau는 부부 디자이너. 2011년 독일 함부르크에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과 스타일링까지 진행하는 베자우 마르구레 Besau Margurre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명품 브랜드의 소품 디자인부터 잡지 스타일링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은 2014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독일 디자인의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브랜드 e15와 협업해 노스 H North H 조명을 디자인했다.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차오르고 비워지는 달을 연상케 하는 이 조명은 여러 개가 모이면 드라마틱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이 제품으로 2015년 쾰른 국제가구박람회 디자인 어워드에서 홈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 섬섬옥수 손으로 짠 모아 Moa 바스켓과 무지갯빛과 황동색을 입은 거울 이리디센트 쿠퍼 미러 Iridescent Copper Mirror가 대표 작품이다.
과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디자인 아투로 업스만
아투로 업스만 Arturo Erbsman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국립고등 장식미술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하며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디자인 키워드는 얼음과 눈, 종유석, 결로 및 증기로 요약된다. 이런 요소를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연구한 첫 번째 결과물은 ‘폴라 polar light’였다. 고드름처럼 생긴 샹들리에 위에 눈이 서리는 과정을 표현한 신비로운 디자인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3년 선보인 앳모스 Atmos 조명은 그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으로 풍선처럼 생긴 조명의 내부에 물이 채워져 있는데 조명을 켜면 내부에 작은 물방울들이 알알이 맺히는 응결 현상이 발생한다. 이윽고 물방울들이 수정처럼 빛나면서 조명의 진가가 드러난다. 과학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자연 현상의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마법사 같은 디자이너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신예 포에틱 랩
포에틱 랩 Poetic Lab은 영국 왕립예술학교 RCA를 졸업한 타이페이 출신의 한시 챈 Hanhsi Chen과 시카이 쳉 Shikai Tseng이 결성한 디자인 그룹이다.
2008년부터 활동해온 이들은 2013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살로네 사텔리테 Salone Satellite에서 리플 라이트 Ripple Light로 3위에 입상했다. 리플 라이트는 같은 해 각종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었고 2014년 메종&오브제에서 ‘라이징 아시안 탤런트 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증명했다. 이렇듯 세계 무대에서 디자인을 인정받은 리플 라이트는 한 편의 시를 읊조리게 할 만큼 감성을 자극한다. 입으로 불어 만든 유리 조명은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작은 조명이 360도 회전하는 큰 유리 돔을 비추면 흔들리는 물결이 벽에 비치는 원리. 최근 금속 소재를 입은 단순한 디자인의 책상 소품 시리즈를 영국의 문구 브랜드 비욘드 오브젝트숍을 통해 선보였다.
오래된 것과 새것의 조화 알카롤
안드레아 포르티 Andra Forti와 엘레오노라 달 파라 Eleonora dal Farra는 혼성 듀오로 이탈리아 북부 벨루노에서 공방과 쇼룸을 겸한 스튜디오 알카롤 랩 Alcarol lab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바다에 배를 정박시킬 때 사용하는 나무가 쓰임새를 다한 채 쌓여가는 것을 보고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10년 동안 거친 바닷속에서 살아온 나무들은 이들의 손에 의해 가구로 만들어져 새 생명을 얻었고 그것을 브리콜라 Bricola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 상품인 테이블을 비롯해 스툴과 티 테이블, 조명, 바 스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되며 오래된 흔적과 부식된 구멍조차 멋스러운 것이 특징.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참나무와 레진을 섞어 만든 이 컬렉션은 신비로운 바닷속처럼 아름답다. 폐목재를 활용해 가구를 만드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을 만하다.
덴마크 디자인의 새로운 행보 메테 셸데
덴마크 오르후스에 건축학교를 다닌 메테 셸데 Mette Schelde는 졸업과 동시에 2012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가구와 오브제 디자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나무, 돌, 강철을 재료 삼아 디자인하는 그녀는 실험적인 주방 에트 코켄 Et Køkken으로 2013년 덴마크에서 열린 업 커밍 디자인과 2014년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컨셉트 상을 수상했다. 주방에서 이뤄지는 기본적인 행위를 가열기구와 작업대, 개수대로 나누었는데 원형으로 디자인하여 최소한의 동선으로 조리가 가능한 주방을 제시했다. 우주의 행성처럼 생긴 독특한 이름의 ‘플리즈 웨잇 투 미 시티드 please wait to me seated’는 조명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자석이 내장된 조명으로 원판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다. 황동과 가공된 알루미늄, 코팅된 색이 입혀진 철을 사용한 이 조명은 사용자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지아의 떠오르는 별 룸즈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태어난 동갑내기 나타 잔베르지 Nata Janberidze와 케티 톨로라이아 Keti Toloraia는 트리빌 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 사이다. 2007년부터 호텔, 레스토랑의 공간 연출부터 조명과 액세서리까지 함께 작업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듀오 디자이너. 2011년 모오이를 통해 선보인 포지톤 램프 Positon Lamp는 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작품. 이를 계기로 영국의 예술적인 셀렉트숍인 민트숍에서 전시, 판매를 하는 기회를 얻었다. 2014년에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 스파지오 로산나 오를란디에서 훈장처럼 생긴 거울 메달리온 미러 Medallion Mirrors를 전시했다. 디자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에게만 전시 기회를 주는 바가티 발세치 미술관에서도 이들을 초청했다. 이곳에서 신작인 브라스 테이블을 전시해 떠오르는 신예 디자이너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에디터 박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