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사는 법

사막에서 사는 법

사막에서 사는 법

광대한 아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건축물은 마치 신기루 같다.
이 임시 주거지들은 건축학교 탤리에신 웨스트를 설립한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감행한 흥미로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샤를 라드 쉬프네 Charles Lath Schiffner가 디자인한 ‘라드 셸터 Lath Shelter(1970)’. 물이 마른 운하 위에 나무판으로 지붕을 얹은 것으로 커다란 굴뚝이 특징이다. 2010년, 샤를 그리츠마셰르 Charles Gritzmacher는 나무로 되어 있던 부분을 다시 튼튼하게 보완했다.

파트마 엘말리피나 Fatma Elmalipinar와 파비앙 만텔 Fabian Mantel이 만든 ‘행잉 텐트 Hanging Tent(2001)’는 철골과 강철 밧줄을 이용해 텐트를 공중에 매달았다. 덕분에 땅을 기어다니는 벌레나 동물들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하다. 2010년에 프라나 나익 Prana Naïk은 텐트의 천을 폴리카보네이트 판으로 바꿔 더욱 아름다우면서도 튼튼한 텐트로 완성했다.

첼시 클락 Chelsea Clark이 설계한 ‘로그 셸터 Log Shelter(2005)’는 거대한 나무 기둥이 합판 박스를 지탱하고 있는 구조다. 삼면을 막아 온기와 아늑함을 더했으며 열린 쪽으로는 맥도웰 산맥 McDowell Mountains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바다 위의 새 둥지 같은 이 건축물은 ‘데저트 퍼치 Desert Perch(1999)’로 현재 탤리에신 웨스트의 교장인 빅토르 시디 Victor Sidy가 학생 시절에 만든 것이다. 강철 막대를 뼈대로 삼고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판으로 지붕과 벽면을 만들어 한결 시원해 보인다.

마이클 p. 존슨 Michel P. Johnson의 ‘더 큐브 셸터 The Cube Shelter(2014)’. 이탈리아 산업용 세라믹을 활용해 완벽한 큐브 모양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 주거지의 주인이었던 학생은 훗날 탤리에신 건축학교의 교수가 되었으며 더 큐브 셸터는 자신이 계획한 모드 파브 Mod.Fab 프로젝트의 모티프가 되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손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는 1937년,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아리조나의 소노라 Sonora 사막으로 모험을 떠났다. 그가 야심차게 계획한 건축학교 탤리에신 웨스트 Taliesin West를 이곳 맥도웰 산맥의 끝자락에 설립하기 위해서다. 그는 여기에 자신의 주거 공간과 사무실, 연구소를 세웠고 1959년에 설립된 프랭크 로이드 건축학교 재단이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프랭크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되 수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지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그들만의 기숙사를 만들라는 과제를 냈다. 이후 이러한 전통에 따라 젊은 건축가들은 각자가 만든 거주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탤리에신 웨스트의 학생인 크리스토퍼 록 Christopher Lock은 건축 실험에 심취한 이곳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하지만 덩굴 숲, 물이 마른 운하 사이에 모래와 바위만이 즐비할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야구경기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안내하던 크리스토퍼가 파비앙 Fabian이 왜 텐트를 매달았는지 들려주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여자친구가 뱀을 무서워했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모든 학생들이 흙, 돌, 바닥에 버려진 콘크리트와 고철 같은 재료를 가지고 건축학적이면서 미적인 희열을 쏟아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죠”라며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임시 주거지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건축물들은 버려지거나 새로 만들어지고 혹은 리모델링된다. 현재 이곳 학생들과 교수들은 점점 더 과감하고 실험적인 베이스 캠프를 설계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부족함 없이 안락하게 생활하며 건축 공부를 해나가는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시몽 드 아게로 Simon de Aguero의 ‘브리틀부쉬 셸터 Brittlebush Shelter (2010)’. 그가 가장 선호하는 재료인 ‘마른 흙’을 이용하여 비대칭적인 공간을 만들고 나름의 거실과 난로도 갖추었다. 해양 장비에서 사용하는 천인 선브렐라 Sunbrella를 지붕 삼아 내부 공간을 보호하고 있다.

에디터 장-파스칼 비요 Jean-Pascal Billaud│포토그래퍼 가엘르 르 불리코 Gaelle Le Boulica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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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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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섞이지 않을 것만 같은 흑과 백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앙상블을 펼치는 흑과 백은 다채로운 그래픽 패턴을 만들어낸다.

선명한 무늬
부직포 소재의 전등갓 ‘페이퍼 램프 Paper Lamp’는 르네 바르다 ReneBarda가 디자인한 것으로 리네 로제 Ligne Roset 제품. 26×5×47cm 190유로, 26×8×57cm 195유로. 벽지 ‘말라쉬트 Malachite’는 포르나세티 컬렉션으로 콜앤선의 제품으로 오 피 데 쿨뢰르에서 판매. 10m×52cm, 롤당 128유로.

줄무늬와 물방울무늬의 도자 접시 ‘브루트 Brute’는 포맥스 Pomax 제품으로 베아쉬베 마레 BHV Marais와 라파예트 메종 Lafayette Maison에서 판매. 줄무늬 접시 18.5cm 12.50유로, 동그라미 접시 23cm 12.25유로. 식물 무늬를 실크 프린트한 도기 접시 컬렉션은 비르방 Virebent 제품. 17cm 22.90유로, 21cm 27.70유로, 27cm 31.60유로. 벽지 ‘페더 팬 Feather Fan’은 콜앤선 Cole&Son 제품으로 오 피 데 쿨뢰르 Au Fil des Couleurs에서 판매. 10m x 52cm, 롤당 95유로.

바우하우스 정신
세라믹 바우하우스 꽃병은 헤드윅 볼하겐 공장 Manufacture Hedwig Bollhagen 제품으로 봉 마르셰 Bon Marche에서 판매. 220유로부터. 벽지 ‘자카르타 Jakarta’는 노빌리스 Nobilis 제품. 10m×52cm.

도자기로 만든 머그와 촛대는 플뤼 Fleux 제품. 머그 9.90유로, 촛대 16.90유로. 유리잔은 앤클레버링 &Klevering 제품. 30유로. 벽지 ‘핫 하우스 Hot House’는 에리카 워컬리 Erica Wakerly 제품으로 오 피 데 쿨뢰르에서 판매. 10m×52cm, 롤당 99유로.

참신한 직물
1 리넨 쿠션 커버 ‘아누 Anneaux n°19’는 앙투아네트 푸아송 Antoinette Poisson 제품. 34x43cm, 84유로. 2 얇은 리넨 베개 커버 ‘카로 Carreaux’는 랭주 파티큘리에 Linge Particulier 제품. 50×50cm, 32유로. 3 앞면에는 프린트, 뒷면은 자수로 처리한 쿠션은 앙투아네트 푸아송 제품으로 봉 마르셰에서 판매. 66×42cm, 190유로. 4 페이즐리 무늬의 베개 커버는 리수아 Lissoy 제품. 65×65cm, 40유로. 5 리넨 쿠션 커버 ‘인디엔느 Indienne n°3’은 앙투아네트 푸아송 제품. 70×84cm, 220유로. 6 얇은 리넨 베개 커버 ‘카로 Carreaux XL’는 랭주 파티큘리에 제품. 35×45cm, 22유로. 7 기하학적 무늬의 쿠션 커버는 루즈 렝 Rouge Rhin 제품으로 봉 마르셰에서 판매. 25×50cm, 56유로. 8,9 리넨 베개 커버 ‘피에 드 코크 Pied de coq’와 ’마리니에르 Mariniere’는 랭주 파티큘리에 제품. 50×50cm, 32유로.

벽지 ‘이타크 Ithaque’는 노빌리스 제품. 10m×52cm, 롤당 98유로.

모빌 ‘그래픽 Graphic’은 앤클레버링 제품. 지름 60cm, 60유로. 면 90%와 폴리프로필렌 10% 혼방 바구니와 복조리형 바구니는 모두 칸디 앤 코 엠포리움 Khandi and Co Emporium 제품. 개당 25유로부터.

벽지 ‘키탄 Kithan’은 니나 캠벨 Nina Campbell이 디자인한 케세이 Cathay 컬렉션으로 오스본&리틀 Osborne&Little에서 판매. 10m×52cm, 롤당 106유로.

에디터 가엘 레이르 Gael Reyre | 포토그래퍼 소피 부사바 Sophie Boussah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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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em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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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면서 처음의 색깔은 옅어졌지만 세 식구의 개성이 기분 좋은 멜로디처럼 흐르는 어네이티브 인병철 대표의 집을 찾았다.

↑ 1층이라 마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간이 캠핑 온 기분을 내고 있는 어네이티브 대표 부부.

어네이티브 인병철 대표의 집은 2014년 8월호 <메종>의 웨딩 특집을 통해서 신혼집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임신 중이던 부인 최성희씨가 아이를 낳고 집 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얘기에 다시 찾아가고 싶어졌다. 어네이티브는 이미 야영객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특히 감성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다. 인병철 대표는 동대문시장에서 패션 도매업으로 승승장구하다가 5년 전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캠핑과 연관된 브랜드 어네이티브를 론칭했다.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어네이티브를 꾸준히 성장시켜온 사업가다. 그런데 에너지 넘치는 캠퍼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방문한 인병철 대표의 집은 생각보다 단정했고 침실은 클래식했다. “어네이티브 제품 중 테이블, 의자 정도는 집에서도 사용하지만 모든 가구를 캠핑 용품으로 꾸미진 않았어요. 함께 사는 아내의 취향도 있으니까요. 물건을 많이 올려두거나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벽도 깨끗하게 그대로 두고 아기 방을 제외하곤 소품을 최소화하려고 했죠. 일부 소품 장식은 아내가 한 것이라 그대로 두었지만요.”

↑ 딸 인디애나가 편안하게 놀 수 있는 낮은 가구로 구성한 넓은 거실.

위) 거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벽은 흰색 페인트로 마감했다. 아래) 결혼식 사진을 사이드 테이블 위에 올려둔 침실. 침실에서도 마당이 보인다.

왼) 현관에서 바라본 집 안. 왼쪽에 뚫린 벽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과 맞닿아 있다. 오) 거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클래식한 침실.

한남동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이 집은 60평대의 넓은 빌라다. 지하 공간과 마당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1층의 장점을 살린 집으로 아직 첫돌이 지나지 않은 딸을 생각해서 선택한 공간이기도 하다. 넓은 거실과 주방, 방 3개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방 2개를 온전히 아이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화려하고 귀여운 공간이에요. 아내가 장난감이나 가구, 소품 등으로 아기 방을 예쁘게 꾸몄어요. 방 하나는 잠자는 공간이고 다른 방은 마음 편히 어지르면서 놀 수 있는 방이죠.” 커서도 사용할 수 있는 침대와 나무로 만든 책장, 아기가 좋아하는 각종 인형, 창가를 장식한 갈런드 등 편집숍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아기자기한 방에서는 아빠와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당이 보이는 넓은 거실은 나무 테이블과 가로로 긴 소파, 빈티지 스피커 등으로 자연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꾸몄다. 넓은 창을 통해 보이는 앞마당은 사시사철 거실의 표정을 바꾸는 일등공신이다. 거실뿐만 아니라 다이닝 공간에서도 창을 통해 자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거실 벽이 너무 허전한가 싶어서 검은색 프레임과 나무색 선반의 스트링 시스템을 주문했어요. 못을 박아서 액자를 달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왕하는 김에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반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죠.” 침실은 또 다른 스타일로 꾸며졌다. 결혼할 때 구입했던 앤티크가구를 두어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커튼을 열면 앞마당의 정원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녹색이 푸른 이맘때부터는 더욱 싱그러운 분위기의 침실이 된다.

↑ 침대에 앉아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는 포동포동한 인디애나.

왼) 인병철 대표의 아내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하는 나무 선반의 책장. 오) 놀이방에는 방문에 딸의 이름을 이니셜로 붙여두었다.

↑ 놀이방에는 방문에 딸의 이름을 이니셜로 붙여두었다.

이 집은 오래된 빌라지만 구조 변경은 하지 않았다. 예전의 문화를 반영하듯 부엌에 메이드 방이 있는데 그것도 그대로 두고 창고로 활용하고 있으며 벽을 허물거나 가벽을 세우지 않고 원래 구조를 유지했다. 대신 벽이나 문에 시트지를 붙이거나 페인트를 발라 흰색으로 깨끗하게 마감한 것이 전부다. “부엌의 격자 창문 프레임도 참 예뻤는데 침침한 나무 색깔이라 어두워 보였어요. 흰색 시트지를 깨끗하게 붙였더니 새로 짠 프레임 같았죠. 거실은 벽지를 전부 떼어내고 페인트를 발랐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서 나머지 공간은 시트지 작업을 했어요. 나중에 보수도 간편해서 개인적으로 시트지 작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흰색 시트지로 깨끗하게 마감한 격자 창틀과 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이 부엌 공간을 이국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자연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다이닝 공간 역시 철이나 유리 소재보다는 주로 나무 소재의 가구로 꾸몄다.

↑ 격자 창문 프레임과 뒤에 보이는 담쟁이덩굴 때문에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다이닝 공간.

↑ 인병철 대표의 키덜트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지하실. 친구들이 놀러 와도 시끌벅적하게 놀 수 있는 곳이다.

1층이 주로 아내와 딸을 배려한 공간이라면 주차장과 이어지는 지하실은 아빠인 인병철 대표를 위한 공간이다. 운동기구와 TV, 컴퓨터를 두어 온전한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키덜트 성향을 반영하는 인 대표의 수집품이 빼곡하게 전시된 공간이기도 하다. “제가 정말 장난감을 좋아해요. 각종 피겨부터 RC카, 미니어처 등 그동안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모은 컬렉션을 지하 공간에 진열했어요. 이사 오기 전 집은 지금보다 작아서 한번에 정리할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또 친구들이 오면 아기가 잘 때도 지하에서 시끌벅적하게 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죠.” 인병철 대표의 취미와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지하 공간은 가장으로서의 고단함과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인 셈이다.
각자의 취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세 식구의 집. 각을 맞춰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집이 아니라 본래 모습과 자연을 그대로 활용했기에 편안함이 배가되는 집이다. “빌라지만 단독주택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집이에요. 채광도 좋고 정원을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풀과 나무가 많아서 벌레가 자주 들어오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살 만큼 마음에 들어요. 가끔 마당에 텐트도 치고 야외용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하면서 간이 캠핑 기분을 내곤 해요.” 자연을 벗하며 자신들만의 템포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세 가족의 모습은 지상 최고의 파라다이스를 집에서 찾은 이들의 초상이었다.

*에스티 로더에서 안티에이징 파워 커플, 어드밴스트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Ⅱ와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을 집주인께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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