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한 그릇 (1)

감사의 한 그릇 (1)

감사의 한 그릇 (1)

한 해 동안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 오가는 이즈음.
상품권이나 값비싼 물건도 좋지만 따뜻하고 정성 어린 음식 선물이라면 어떨까.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를 시작으로 훈훈한 음식 릴레이로 이어진
6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노영희의 약고추장
‘품 서울’, ‘노영희의 철든 부엌’, ‘비스트로 품’, ‘스튜디오 푸디’의 대표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는 작년 8월, 삼성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3년지기인 ‘여름디자인’의 대표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보영이 시공한 공간이다. 각종 원목과 고벽돌까지 직접 고르고 꼼꼼하게 마무리해준 그녀 덕분에 노영희 대표는 진정 만족스런 공간을 갖게 되었다고. 늘 가까이 있어 고맙다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김보영에게 약고추장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반찬 없이도 따뜻한 밥에 비벼 먹기에 그만이고 떡볶이 양념으로 활용해도 좋다. 따뜻한 물에 타면 기분을 좋게 하는 자몽청과 빵이나 크래커, 치즈에 곁들이면 입이 즐거울 무화과잼도 함께 전했다.

약고추장
고추장 1컵, 다진 쇠고기 50g, 밑간 양념(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후춧가루 조금), 배즙 4큰술, 꿀 · 참기름 · 잣 1큰술씩
1 다진 쇠고기에 분량의 밑간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2 달군 냄비에 참기름 1/2큰술을 두르고 1의 고기를 볶는다.
3 고기의 겉면이 익으면 배즙을 넣고 끓인 다음 고추장을 넣고 약한 불에서 30분간 끓인다.
4 되직해지면 불을 끄고 꿀과 남은 참기름 1/2큰술을 넣고 섞는다. 식으면 잣을 넣고 마저 섞는다.

무화과잼
무화과 2kg, 유기농 설탕 1kg, 레몬 1개
1 무화과와 레몬은 껍질째 얇게 썬다.
2 1에 설탕을 넣어 섞고 실온에서 1시간 동안 둔다.
3 냄비에 2를 넣는다. 중간 불에서 저어가며 되직해질 때까지 졸이고 남은 레몬 껍질은 건진다.

자몽청
껍질 벗긴 자몽 1kg, 유기농 설탕 700g, 꿀 300g
1 자몽은 얇게 썰고 설탕을 넣어 버무린다.
2 물이 생기면 꿀을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마저 버무린다.
3 열탕 소독한 병에 담고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시킨다.

김보영의 모둠 강정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여름디자인’의 대표, 김보영. 평범한 공간에 나무와 고재, 철재의 절묘한 조합을 더해 디자인적 미학을 이끌어낸다. 베테랑의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김보영만의 따뜻한 감성이 더해진 공간은 훈훈한 숨결을 입고 살아난다. 이러한 김보영을 믿고 집과 사무 공간을 의뢰한 사람이 바로 ‘손스마켓메이커즈’의 손란 대표. 15년간 알고 지낸 관계를 넘어 자신의 공간을 내어줄 정도로 아낌없이 쏟아준 신뢰에 감사하며 오도독 씹히는 건강 간식, 모둠 강정을 선물한다. 밀대로 밀거나 칼로 자르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빚어 한입에 쏙 들어가는 강정이다. 특별히 직접 깎고 다듬어 만든 나무함에 담았다.

검은콩 땅콩강정
볶은 검은콩 300g, 껍질 벗긴 볶은 땅콩 100g, 쌀조청 250g, 유기농 설탕 1큰술
1 팬에 쌀조청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2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낮춰 1분간 끓인다.
3 검은콩과 땅콩을 넣고 고루 섞다가 설탕을 뿌리고 마저 섞는다.
4 종이포일에 펼치고 한 김 식힌 다음 한입 크기로 동글게 빚는다.
TIP 강정을 빚을 때 비닐장갑에 식용유를 발라 사용하면 용이하다. 들깨 땅콩강정
들깨 · 쌀조청 200g씩, 껍질 벗긴 볶은 땅콩 100g
1 들깨는 체에 밭쳐 씻은 다음 하루 동안 물기를 뺀다.
2 약한 불로 달군 팬에 1의 들깨를 넣고 흔들어가며 볶는다.
3 팬에 조청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4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낮춰 1분간 끓인다.
5 볶은 들깨와 땅콩을 넣고 고루 섞는다.
6 종이포일에 펼치고 한 김 식힌 다음 한입 크기로 둥글게 빚는다.호두강정
호두 250g, 쌀조청 200g, 유기농 설탕 1큰술, 계핏가루 1작은술
1 약한 불로 달군 팬에 호두를 넣고 흔들어가며 볶는다.
2 팬에 쌀조청, 설탕, 계핏가루를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3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낮춰 1분간 끓인다.
4 볶은 호두를 넣고 고루 섞는다.
5 실처럼 끈기가 생기면 종이포일에 펼처놓고 한 김 식힌다.
TIP 호두는 묵은내를 없애기 위해 팬에 볶아서 사용한다. 보다 바삭한 식감을 원한다면 완성한 호두강정을 160~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8~10분간 한번 더 굽는다.

손란의 건강 설기
캘리포니아 호두부터 와인까지 미국 농산물협회의 홍보를 전담하고 있는 홍보 마케팅 회사 ‘손스마켓메이커즈’의 대표, 손란. 사발, 자수, 골동품와 고가구, 현대미술까지 섭렵하는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늘 새로운 영감과 위안을 주는 예술 작품은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작가 김우영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김우영의 사진은 그림인지 사진인지 헷갈릴 만큼 묘한 색채를 띠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거처를 옮긴 그가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도 캘리포니아에서도 식사를 거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냉동고에 넣어두고 수시로 데워 먹기 좋은 설기떡을 준비했다. 박테리아를 배출시키는 데 탁월한 크랜베리가 박힌 홍설기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자두를 넣은 보랏빛의 자설기. 물과 설탕 대신 크랜베리 주스와 자두 주스를 넣어 천연의 단맛을 냈다.

홍설기
불린 쌀 1kg, 소금 2작은술, 시판 크랜베리 주스 160g, 말린 크랜베리 4컵
1 물기를 제거한 불린 쌀에 소금을 섞어 방앗간에서 빻는다.
2 쌀가루에 크랜베리 주스를 넣고 고루 섞은 다음 체에 내린다.
3 말린 크랜베리를 굵직하게 썰어 넣고 고루 섞는다.
4 젖은 면포를 깐 찜통 상단에 넣고 뚜껑을 덮는다.
5 찜통의 물이 끓어올라 김이 오르면 4를 올리고 센 불에서 10분, 중간 불에서 10분간 찐 다음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TIP 시판 쌀가루는 수분이 적어 떡이 퍽퍽하고 맛이 덜하다. 불린 쌀을 직접 방앗간에서 빻는 것이 좋다. 기호에 따라 호두, 잣, 밤 등의 견과류를 넣어도 좋다.자설기
불린 흑미 1kg, 소금 2작은술, 시판 자두 주스 160g, 말린 자두 4컵
1 물기를 제거한 불린 흑미에 소금을 섞어 방앗간에서 빻는다.
2 흑미가루에 자두 주스를 넣어 고루 섞은 다음 체에 내린다.
3 말린 자두를 굵직하게 썰어 넣고 고루 섞는다.
4 젖은 면포를 깐 찜통의 상단에 넣고 뚜껑을 덮는다.
5 찜통의 물이 끓어올라 김이 오르면 4를 올리고 센 불에서 10분, 중간 불에서 10분간 찐 다음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이과용 ·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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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한 그릇 (1)

어렵지 않아요

어렵지 않아요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늘 헷갈리는 테이블 매너. 도구 사용법 신경 쓰랴, 체면치레하느랴 정작 음식에 집중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미리 알아두면 한결 여유로운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를 소개한다.

1 와인잔
종류별로 미리 세팅되어 있는 정찬일수록 더욱 헷갈리는 와인잔. 이때 테이블 위 잔이 3개가 놓여 있을 경우 가장 작은 잔이 물, 중간 크기의 잔이 화이트 와인, 가장 크고 퉁퉁한 잔이 바로 레드 와인을 위한 것이다. 웨이터가 와인을 따를 때는 잔을 잡지 않는 것이 매너다. 하지만 양손이나 한 손으로 술을 받는 한국의 정서상 와인잔 받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목례나 미소를 짓는 정도는 무방하다. 와인을 마실 때는 온도에 민감한 와인의 특성을 고려해 볼록한 잔 말고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로 와인 다리의 중간을 잡는 것이 좋다. 건배를 할 때에는 잔을 45도로 기울여 흉내만 낼 정도로 살짝 부딪힌다.

2 빵 접시와 버터 나이프
여러 명이 앉는 정찬 테이블일수록 더욱 헷갈리는 것이 바로 식전 빵과 잔의 위치. 혹 실수로 옆 사람의 것을 먹을까 노심초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는 ‘좌빵우물’이라는 공식을 기억한다. 중앙 접시를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것이 빵 접시, 오른쪽에 있는 것이 본인의 잔이다. 빵은 손으로 한입 크기로 뜯어 먹고 버터 나이프는 버터를 바르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3 냅킨
옷의 오염을 막고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는 용도의 냅킨. 엎지른 물이나 젖은 손과 립스틱을 닦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 일행이 모두 자리에 앉으면 턱받이마냥 목에 걸지 않고 무릎 위에 펼친다. 식사 중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의자 등받이에 걸어둔다. 식사를 마쳤을 땐 되도록이면 고이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게 좋은데 이는 식사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낸다.

4 커트러리
접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커트러리부터 사용하면 된다. 즉 왼쪽 가장 바깥쪽의 나이프는 샐러드용, 오른쪽 가장 바깥쪽의 스푼은 수프용이다. 접시와 가장 가까운 안쪽의 포크와 나이프는 코스의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를 위한 것. 포크는 왼손으로, 나이프는 오른손으로 잡는데 왼손잡이의 경우 방향이 바뀌어도 무방하다. 식사 중간에는 포크는 오후 8시, 나이프는 오후 4시 방향, 즉 ‘八’ 모양으로 내려놓는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모아서 오후 4시 방향으로 놓는다. 커트러리를 떨어뜨렸을 때는 직접 줍지 않고 웨이터를 부른다. 메인 접시 윗부분에 가로로 놓인 것은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디저트용 포크와 스푼이다. 식전 빵에 바르는 버터 나이프로 착각하지 않는다.

5 코스별 식사법
수프는 몸의 앞에서 바깥쪽으로 떠먹는 영국식이 보편적인 에티켓. 남은 수프는 몸에 가까운 쪽의 수프 볼을 살짝 들어올려 반대쪽의 끝에 모이게 한 다음 다시 몸의 앞에서 바깥쪽으로 떠먹는다. 스테이크는 육즙이 빠지므로 먹을 때마다 잘라 먹는다. 감자, 고구마 등의 부드러운 가니시는 포크로 으깨면 훨씬 먹기 편하다.

그 외
단정한 옷차림이 무난한데 호텔이나 파인 다이닝, 즉 정통 레스토랑일수록 좀 더 격식을 갖추는 것이 좋다. 이때 짙은 화장과 향수는 다른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삼간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빈자리를 찾아 무턱대고 앉지 않는다. 반드시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착석하고 만약 안내한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새로운 자리를 요청해도 된다. 상대방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대각선으로 앉아도 무방하다. 코트는 의자에 걸어두는 대신 웨이터에게 보관을 부탁하고 핸드백은 등과 의자 사이에 놓는다.

*식기와 커트러리는 모두 무겐인터내셔널.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안종환 | 어시스턴트 권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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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에서의 미식 여행

독일 바이에른에서의 미식 여행

독일 특유의 고집과 완고함이 탄생시킨 건 비단 세계적인 명차만이 아니다.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에서는 중세시대 맥주
순수령에서도 비밀스레 지켜온 밀 맥주,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제 소시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으로 떠난 맛 기행을 소개한다.

“아우프 디 게준트하이트 Auf die gesundheit!” 구식 독일어 건배사가 거친 회벽으로 둘러싸인 둥근 천장 아래의 공간을 채우고, 음식을 나르는 중세풍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덩달아 연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손길도 바빠진다. 젖먹이 아이처럼 턱받이를 한 사람들은 한 손에 칼을 들고 고기를 잘라 맨손으로 먹는다. 이곳은 독일 바이에른 주 아우크스부르크의 벨저 쿠헤 Welser Kuche. ‘벨저가 家의 부엌’이라는 뜻을 지닌, 중세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레스토랑이다. 한때 남미에 개인 식민지까지 경영했던 유력 가문인 벨저가의 연회에 쓰이던 전통 레시피를 재현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중세의 바이에른 사람들의 테이블 매너까지도 함께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자분들은 음식이 떨어져도 잔이 비어도 손 하나 까딱해서는 안 됩니다. 주변에 계신 여자분들이 모든 시중을 들어주셔야 해요. 고맙다는 인사를 해서도 안 됩니다. 만일 이 규칙을 어기면 여기 있는 중세 형틀에 들어가서 벌을 받아야 합니다.” 중세의 하인 복장을 한 매니저의 유쾌한 설명이 이어진다. 서빙되는 음식은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아기 돼지 통구이, 각종 허브로 속을 채운 거위 요리, 약한 불에 천천히 익혀 육즙이 함빡 배어 있는 송아지 정강이 요리 등 500년 전 유럽의 최고 부자들이 즐기던 호방한 요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호사스런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바이에른뿐만 아니라 독일 전 지역은 슈파겔 Spargel, 즉 흰 아스파라거스 열풍에 휩싸인다. 시장의 가판대며 레스토랑 메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슈파겔 축제가 열리는 곳도 많다. 얼핏 보면 양초처럼 보이는 이 밍밍하고 심심한 맛의 채소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열광은 우리가 복날 삼계탕에 대해 가지는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슈파겔을 요리하는 법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끓는 물에 껍질을 벗긴 슈파겔을 넣고 푹 삶은 다음 달걀노른자와 식초, 버터와 레몬즙을 넣어 만든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으면 끝이다. 이 소박하고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독일 농부들이 느꼈을 안도감과 즐거움을 상상하다 보면, 의외로 밍밍하게만 느껴지던 요리에서 우묵한 단맛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든다 .

사실 독일은 300개가 넘는 군소 국가들로 분열되어 통용되는 돈의 종류만 해도 6000종류에 달할 만큼 경제가 낙후된 지역이었다. 서민들의 밥상 사정이 넉넉할 수 없음은 물론이었다. 1834년 독일어를 쓰는 국가끼리 관세 동맹을 맺으면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거듭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지역의 살림살이는 주름을 펴기 시작했고 통일된 국가를 향해 착실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바이에른은 소시지의 천국이다. 도시마다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다양한 소시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2가지를 꼽으라면 뉘른베르크의 브랏부어스트 Bratwurst와 뮌헨의 바이스부어스트 Weißwurst다. 브랏부어스트는 목재를 때는 화덕에 직화로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거칠게 다진 돼지고기에 각종 허브를 섞어 양의 창자에 채워 만든다. 때문에 입에 넣고 씹었을 때, 육즙이 툭 터져나오며 고기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매력 포인트다. 우리의 김치에 해당하는 시큼한 양배추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Sauerkraut와 맥주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흰색 소시지인 바이스부어스트는 송아지고기를 곱게 갈아 돼지 창자에 넣어서 만든다. 돼지 창자는 양 창자에 비해 얇기 때문에 불에 구우면 터져버린다. 이런 이유로 바이스부어스트는 끓는 물에 삶아 조리하는데, 담백하고 차진 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바이에른의 특산물 바이스비어 Weißbier(백맥주로 뿌연 빛이 감돌며 신맛과 단맛 등 일반 맥주에 비해 복잡한 향과 맛을 내는 것이 특징)를 함께 즐긴다면 그 순간만큼은 바이에른의 공작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밀이 주원료인 바이스비어는 보리, 홉, 물로만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바이에른 공작 빌헬름 4세의 맥주순수령(1516)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맥주이기에 근대에 이르기까지 공작 가문 내에서만 비밀스럽게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사람들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자 역시 가난했던 시절의 역사를 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감자를 먹는 대표적인 방법은 삶은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새콤한 와인 비네거 소스에 버무려 샐러드로 먹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것을 카르토펠 잘라트 Kartoffel salat라고 하는데, 특히 브랏부어스트와 찰떡궁합이다. 삶은 감자를 으깨서 버터와 육두구를 넣고 경단처럼 빚은 뒤, 끓는 물에 데친 것을 카르토펠 크뇌델 Kartoffel knödel이라고 하는데, 이것만 주식으로 먹기도 하고 고기 요리에 가니시로 곁들여 먹기도 한다. 경단을 의미하는 크뇌델은 감자뿐만 아니라 고기, 생선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오래된 빵을 활용해 만드는 젬멜 크뇌델 Semmel knödel은 바이에른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오래 놔둬 딱딱해진 빵을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라는 점에서 스위스의 퐁듀와도 통한다. 잘게 조각낸 빵에 우유, 달걀, 파슬리, 양파 등을 혼합해 둥글게 빚어 삶는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외양이 좀 큰 타코야키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젬멜 크뇌델은 그 빛깔과 모습 자체로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음식 중에서도 빵이야말로 독일 사람들의 자부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밀뿐만 아니라 호밀, 보리, 옥수수, 쌀, 기장 등 다양한 곡물로 만드는 독일 빵은 건강에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전역에 퍼져 있는 빵의 종류만 해도 400여 가지가 된다고 하니, 문자 그대로 ‘빵의 나라’라는 별명이 이처럼 어울리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것일수록, 비범함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리고 그 이면엔 피나는 노력과 장인 정신이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로텐부르크는 중세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눈송이를 닮은 과자, 슈니발렌 Schneeballen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도시의 중심에는, 중세 시대의 각종 형벌 도구를 전시해놓은 중세범죄박물관이 있다. 주정뱅이를 가두고 망신 주던 술통부터, 솜씨 없는 악사의 손가락을 묶어놓고 벌 주던 피리 모양의 형틀까지 총 3000점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앞뜰에 전시해놓은 지렛대 끝에 매달린 새장이다. 말이 새장이지, 사람 하나가 너끈히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다. “이 도구의 이름은 ‘제빵사의 세례식’이라고 합니다.” 박물관 큐레이터 올라프 브뤼거만의 설명이다. “제빵사가 빵의 무게를 속여 팔거나 하면 이 장치에 넣어서 물에 담그는 벌을 주었죠. 간혹 물보다 더 더러운 액체에 담그기도 했다고 해요. 이 형벌은 제빵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고, 맥주 양조업자를 비롯한 모든 장인들에게 해당되었어요.” 가난함 속의 비범함을 발전시켰던 것은 결국, 바이에른 사람들의 고집과 완고함이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은 빵을 만들 때나 자동차를 만들 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모양이다. 바이에른 모터 주식회사에서 만드는 자동차가 세계적으로 그렇게 인기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 참, 그 회사의 머릿글자를 따면 BMW라고 하던가.

탁재형(다큐멘터리 PD) | 에디터 이경현 |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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