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바지락

바지락 바지락

바지락 바지락

제철을 맞이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바지락. 바다의 내음을 머금은 바지락 요리가 겨우내 잠자던 입맛을 일깨운다.

↑ 노란색 법랑 냄비는 리스 제품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판매.

↑ 파스타가 담긴 하늘색 법랑 냄비는 키스마이하우스에서 판매.

↑ 흰색 대리석 접시는 챕터원에서 판매. 조개껍데기가 놓인 빈티지 접시는 마담스톨츠 제품으로 솝에서 판매. 나무 도마는 트위그뉴욕 제품으로 한국도자기 논현점에서 판매.

동남아식 바지락 샐러드
바지락 조갯살 1/2컵, 드레싱(톰얌쿵 소스 1큰술, 레몬즙 · 사과 식초 · 설탕 · 물 · 올리브유 2큰술씩, 다진 마늘 1/4작은술), 샐러드 채소(양상추, 로메인, 치커리, 래디치오 등) 100g, 파인애플 1/4개, 볶은 땅콩 4큰술.

1 바지락 조갯살은 끓는 물에 데쳐서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톰얌쿵 소스, 레몬즙, 사과 식초, 설탕, 물, 다진 마늘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1의 바지락 조갯살과 올리브유를 넣어 10분 동안 상온에 둔다.
3 2에서 바지락 조갯살을 건져낸다. 소스를 병에 담아 드레싱을 완성한다.
4 샐러드 채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한입 크기로 자른다.
5 땅콩은 굵게 다지고 파인애플은 한입 크기로 썬다.
6 그릇에 샐러드 채소, 파인애플, 바지락 조개살을 담고 땅콩으로 장식한다. 3의 드레싱을 곁들인다.

코코넛 진저크림 바지락찜
바지락 1kg, 양파 1개, 올리브유 4큰술, 다진 생강 2큰술, 태국 건고추 4개, 청주 1/4컵, 물 · 코코넛 크림 2컵씩, 레몬즙 1개분, 고수 잎 조금.

1 바지락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해서 깨끗이 씻는다.
2 양파는 채 썬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 다진 생강, 태국 건고추를 볶는다.
4 향이 나면 바지락을 넣고 청주와 물을 넣고 끓인다.
5 바지락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코코넛 크림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6 레몬즙을 뿌리고 고수 잎을 올린다.

바지락 치즈 디핑 소스와 채소 스틱, 칩스
바지락 조갯살 1/2컵, 다진 마늘 · 파프리카 파우더 1/4작은술씩, 화이트 와인 1큰술, 체다 치즈 · 모차렐라 치즈 1/2컵씩, 오이 2개, 셀러리 2대, 감자 칩 적당량.

1 바지락 조갯살은 다진 마늘과 화이트 와인을 넣고 고루 버무려 10분 정도 재운다.
2 오븐 용기에 체다 치즈, 모차렐라 치즈, 1의 조갯살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파프리카 파우더를 뿌린다.
3 2를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10분 정도 익힌다.
4 오이와 셀러리는 스틱 모양으로 자른다. 감자 칩과 함께 그릇에 담아 3이 익으면 곁들여 낸다.

바질 크림 페스토 바지락 파스타
바질 페스토(바질 잎 50g, 파르메산 치즈 가루 1/3컵, 잣 · 올리브유 1/4컵씩,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조금), 오징어 먹물 파스타 300g, 바지락 800g, 양파 1/2개, 마늘 4쪽, 올리브유 1/2컵, 페퍼론치노 10개, 화이트 와인 1컵, 우유 · 생크림 2컵씩, 소금 · 굵은 후춧가루 · 파르메산 치즈 조금씩, 장식용 바질 잎 적당량 .

1 믹서에 분량의 바질 페스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2 오징어 먹물 파스타는 끓는 소금물에서 삶아서 찬물에 헹궈 건진다.
3 바지락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해서 깨끗이 씻는다.
4 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썬다.
5 달군 웍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마늘, 페퍼론치노를 넣고 볶아 향을 낸다.
6 마늘이 노릇해지면 바지락과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인다.
7 바지락이 입을 열면 바질 페스토와 우유를 넣고 끓인다.
8 7이 끓기 시작하면 오징어 먹물 파스타와 생크림을 넣고 중간 불에서 3분 정도 끓인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9 그릇에 담아 굵은 후춧가루와 파르메산 치즈를 뿌린다. 바질 잎으로 장식한다.

중국식 바지락 볶음밥
대파 2대, 고추기름 4큰술, 밥 4공기, 바지락 조갯살 1컵, 달걀 4개, 두반장 2큰술, 소금 조금.

1 대파는 송송 썰어 흰색 부분과 녹색의 줄기 부분으로 나눈다.
2 달군 팬에 고추기름과 대파 흰 부분을 넣고 볶는다. 향이 나기 시작하면 밥과 조갯살을 넣고 볶는다.
3 밥이 고슬고슬하게 볶아지면 팬 한쪽에 달걀을 넣어 스크램블 에그를 만든다.
4 두반장과 대파 녹색 부분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소금으로 간한다.

청경채 바지락탕
청경채 4포기, 바지락 1kg, 생강 1톨, 마늘 4쪽, 양파 1/2개, 대파 1/2대, 식용유 · 청주 3큰술씩, 건고추 2개, 물 1L, 치킨 스톡 1개,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청경채는 길이로 반 나눈다. 바지락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해서 깨끗이 씻는다.
2 생강과 마늘은 편으로 썬다. 양파는 채 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생강, 마늘, 양파, 대파, 건고추를 넣고 볶아 향을 낸다.
4 3에 바지락과 청주를 넣고 볶다가 물과 치킨 스톡을 넣고 끓인다.
5 바지락이 입을 벌리면 청경채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허동욱 | 요리 문인영(101recipe) | 어시스턴트 김가영 · 황규정

CREDIT
바지락 바지락

봄 담은 접시

봄 담은 접시

냉이, 두릅, 달래, 봄동, 씀바귀 등 봄나물이 지천인 이 계절.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봄나물 요리를 한국 도자 작가의 그릇에 담았다.

↑ 나뭇잎의 비정형 모양에 초록색을 물들인 그릇은 신희창 작가. 모던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

↑ 흙 고유의 물성과 질감을 살린 그릇과 술병, 술잔은 모두 이능호 작가의 작품.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판매.

↑ 물레 성형으로 흰 백자에 다양한 색의 마블링을 입힌 그릇과 물 주전자, 컵은 모두 이인화 작가의 작품. LVS 크래프트에서 판매.

↑ 유려한 곡선에 은은한 옥색이 멋스러운 그릇은 김혜정 작가의 작품.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물푸레나무의 나이테를 그대로 살린 숟가락은 최기 작가의 작품. 갤러리 보고재에서 판매.

↑ 백자에 철운모를 섞어 가마에 굽는 동안 독특한 무늬가 만들어진 접시와 다기는 이경우 작가의 작품. 세담도예공방에서 판매. 타일은 모두 윤현상재.

유채 페스토를 곁들인 보리 리소토
보리 100g, 닭 육수 50g, 화이트 와인 30g, 다진 마늘 2쪽분, 월계수 잎 1장, 타임 3줄기, 마늘종 1대, 금귤 1개, 낙지 다리 3개, 청주 ·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올리브유 적당량, 유채 페스토(유채 100g, 잣 10g, 올리브유 25g, 다진 마늘 1쪽분,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팬에 보리, 닭 육수, 화이트 와인, 다진 마늘, 월계수 잎, 타임을 넣는다.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10~15분간 끓인다.
2 유채 페스토 재료 중 유채는 잎만 뗀다. 나머지 재료와 함께 믹서에 곱게 간다.
3 달군 냄비에 1의 보리와 2의 유채 페스토를 넣어 한소끔 끓이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4 마늘종은 3cm 길이로 썰고 금귤은 얇게 썬다. 낙지 다리는 1cm 길이로 썬다.
5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종과 금귤을 노릇하게 굽는다. 마늘종과 금귤을 꺼내고 낙지 다리와 청주를 넣어 볶는다.
6 그릇에 3의 리소토를 담고 구운 마늘종과 금귤, 낙지 다리를 올린다.
TIP 완성된 리소토에 거품을 낸 우유를 올리면 장식 효과는 물론 부드러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봄나물 키쉬
키쉬 반죽(박력분100g, 중력분 50g, 차가운 버터 75g, 달걀노른자 1개분, 찬물 35g, 소금 1/3작은술), 쑥 30g, 취나물 · 크림치즈 20g씩, 다진 대파 1/3개분, 다진 양파 1/4개분, 베이컨 1장, 체다 치즈 40g, 달걀 2개, 생크림 100g, 올리브유 적당량, 덧가루용 밀가루 ·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분량의 키쉬 반죽 재료 중 차가운 버터는 굵직하게 다져 박력분과 중력분, 소금에 넣고 섞는다.
2 고루 섞이면 달걀노른자와 찬물을 넣고 반죽해 냉장고에서 1시간 동안 휴지시킨다.
3 2의 반죽에 덧가루용 밀가루를 뿌리고 밀대로 밀어 0.5cm 두께로 넓게 편다.
4 타르트 틀에 3의 반죽을 넣고 재단한 다음 포크로 찔러 공기구멍을 만든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굽는데 이때 반죽 위에 콩이나 누름돌 등을 채워 반죽이 부푸는 것을 방지한다.
5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대파와 다진 양파를 볶는다.
6 양파가 투명해지면 굵직하게 썬 쑥, 취나물,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
7 6에 체다 치즈, 생크림, 달걀, 크림치즈를 섞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8 구운 반죽에 7을 채우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굽는다.

봄동 샐러드
봄동 40g, 모둠 잎채소 30g, 오렌지 1개, 오렌지 요거트 드레싱(플레인 요거트 30g, 홀그레인 머스터드 5g, 오렌지즙 · 오렌지 껍질 · 파르메산 치즈 가루 조금씩)

1 봄동과 모둠 잎채소는 한입 크기로 썬다.
2 오렌지는 껍질을 벗긴다.
3 손질한 채소와 오렌지 과육에 분량의 재료를 섞은 오렌지 요거트 드레싱을 곁들인다.
TIP 잎채소로 적로즈, 프리제 등의 고급 채소는 물론 상추, 치커리 등의 다양한 쌈채소를 활용할 수 있다. 완성한 샐러드에 말린 빵이나 크래커 등을 곁들여 바삭한 식감을 더한다.

봄나물 3종 튀김
냉이 · 두릅 100g씩, 씀바귀 30g, 튀김 반죽(튀김가루 · 물 1컵씩,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다시마 유자 간장(다시마 우린 물 1/2컵, 식초 · 유자청 1큰술씩, 진간장 2큰술, 설탕 1/2큰술), 덧가루용 밀가루 조금, 튀김기름 적당량

1 냉이는 시든 잎을 떼고 씀바귀는 뿌리만 준비한다. 두릅은 뿌리를 잘라낸다.
2 1의 봄나물을 흐르는 물에 씻어 흙을 제거하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분량의 튀김 반죽 재료를 섞는다.
4 2의 봄나물에 덧가루용 밀가루를 뿌린다.
5 4를 튀김 반죽에 담갔다 꺼내고 여분의 반죽을 털어낸다.
6 180℃로 달군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분량의 재료를 섞은 다시마 유자 간장을 곁들인다.
TIP 차가운 튀김가루와 찬물로 튀김 반죽을 만들면 튀겼을 때 식감이 훨씬 바삭해진다. 완성된 튀김에 방울토마토나 식용 꽃 등을 튀겨 장식할 수 있다.

참나물 파스타
파르팔레 130g, 참나물 30g, 버터물(버터 50g, 물 1/3컵), 다진 청양고추 1개분, 손질한 새우 3마리, 구운 마늘 8쪽, 파르메산 치즈 가루 10g, 올리브유 적당량,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파르팔레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9분간 삶고 체에 밭친다.
2 냄비에 버터를 넣고 녹인다. 물을 넣어가며 저어 버터물을 만든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청양고추를 볶는다. 매운 향이 돌면 손질한 새우를 넣고 노릇하게 굽는다.
4 3에 구운 마늘을 으깨어 넣고 파르팔레 삶은 물 1/5컵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5 삶은 파르팔레와 버터물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이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6 한입 크기로 뜯은 참나물을 올리고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고루 뿌린다.

찹쌀 달래부침을 곁들인 떡갈비
떡갈비 반죽(다진 쇠고기 200g, 다진 셀러리 · 다진 양파 · 다진 당근 20g씩), 떡갈비 양념(간장 2큰술, 설탕 1과1/3큰술, 참기름 1작은술, 생강즙 1/2작은술, 다진 마늘 1쪽분), 찹쌀 달래부침(달래 1/2단, 찹쌀가루 조금), 곁들임 채소(적양배추 1장, 겨자잎 2장, 래디시 2개, 껍질 벗긴 완두콩 4개분, 미니 양배추 · 미니 당근 1개씩), 버터 20g, 카놀라유 적당량,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분량의 떡갈비 반죽의 다진 쇠고기는 종이타월로 감싸 핏물을 뺀다.
2 1에 다진 셀러리, 다진 양파, 다진 당근과 분량의 떡갈비 양념을 넣고 고루 섞는다.
3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빚어 카놀라유를 두른 달군 팬에 굽는다.
4 달래는 뿌리의 혹과 껍질을 제거하고 카놀라유를 두른 달군 팬에 굽는다. 숨이 죽으면 소량의 찹쌀가루를 뿌려 찹쌀 달래부침을 만든다.
5 달군 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적양배추와 겨자잎을 구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6 5의 팬에 반으로 자른 래디시, 완두콩, 미니 양배추, 미니 당근을 넣고 볶는다. 노릇해지면 불을 끈 다음 버터를 넣고 고루 섞는다.
7 그릇에 떡갈비와 구운 채소를 담고 찹쌀 달래부침을 올린다.
TIP 곁들임 채소로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채소를 활용해도 무방하다. 한입 크기로 썰어 노릇하게 구운 증편이나 식빵을 곁들여 바삭한 식감을 더하면 좋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이과용 | 요리 김호윤(스와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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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미식의 환영

예상치 못한 미식의 환영

벨기에를 더 이상 초콜릿의 나라로 기억하지 못하게 할 감자튀김과 크로켓 그리고 맥주의 향연이 펼쳐진다. 입안에 침이 흥건히 고이고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벨기에 음식을 소개한다.

런던의 빅벤, 파리의 에펠탑,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유럽의 도시들은 저마다의 랜드마크로 기억된다. 하지만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를 대보라고 하면 대다수가 모를 것이다.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 정도라도 생각해냈다면 아마도 유럽 여행 경험이 꽤 있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수도인 브뤼셀뿐만 아니라 벨기에라는 나라 전체가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라는 유럽의 초강자들 사이에 위치한 남한 면적 3분의 1 크기의 나라가 가져야 할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왕실 모두가 이 지역을 차지하길 원했고 한때 소유했었다는 사실이 벨기에가 가진 매력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또한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의 벨기에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문화적 스펙트럼의 원천이기도 하다.
자국 내에 또는 인근 국가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 최상의 솜씨로 마무리해내는 것은 벨기에 사람들의 장기였다. 이를테면 유화가 그렇다. 15세기에 들어오며 당시 화가들이 안료에 달걀을 섞어 사용한 데 반해 기름에 개어 채색하는 기법을 고안한 얀 반 에이크 Jan Van Eyck(1395~1441)에 의해 최초의 유화가 탄생되었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증기기관을 수레에 처음으로 이식해 자동차라는 개념을 만든 것은 1668년 벨기에의 성직자 페르디난드 베르비스트였다. 이렇듯 기존의 것을 융합해 발전시키는 데 익숙한 벨기에 사람들이 발명자로서의 지위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에겐 ‘프렌치프라이’로 더 익숙한 감자튀김, ‘프리츠’. ‘프랑스식 튀김’이라는 뜻의 프렌치프라이라는 용어는 19세기 미국에서 쓰이기 시작했는데 벨기에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벨기에 사람에 따르면 이 음식은 1680년 이전에 남부 뮤즈 강변의 조그마한 어촌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강에서 잡은 조그마한 물고기를 튀겨 먹곤 했는데 강이 얼어붙어 낚시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감자를 작은 생선 크기로 잘라서 튀겨 먹었다는 것이다. 그 유래야 어쨌건 감자튀김에 대한 애정으로 따진다면 벨기에 사람들이 단연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벨기에 북서부의 유서 깊은 도시, 브뤼헤에는 감자튀김의 모든 것을 전시해놓은 프리츠 박물관 www.frietmuseum.be/en/이 있다. 별것 아닌 감자튀김을 가지고 박물관까지 만드나 싶을 수도 있지만 이 박물관에 담긴 세심함은 감자튀김을 ‘별것’으로 생각하는 열정의 결과물이라고밖엔 말할 수 없다. 감자의 생육과정, 시대별 감자튀김 조리법, 감자튀김 노점의 변천사, 그리고 각종 만화에 등장한 감자튀김 에피소드까지 모아놓은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면 감자튀김 노점으로 직행하고 싶을 만큼 시장기를 느끼게 된다. 그럴 땐 중앙 광장으로 가는 것이 상책이다. 노점 앞에서 호호 입김을 내불며 따끈따끈한 감자튀김이 튀겨지는 소리를 듣다 보면 정신은 아득해지고 입안은 침으로 흥건해진다. 두 번 튀겨서 바삭한 감자튀김에 다양한 소스를 뿌려서 먹다 보면 점심 한 끼가 어느새 해결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부이야베스와 크로켓의 참맛
서유럽의 중앙부에 자리 잡은 지리적 여건을 씨줄 삼고 이 지역을 거쳐간 수많은 열강들의 식문화를 날줄 삼은 것이 벨기에 요리라는 점을 깨달을 때 미식가들의 눈앞에는 천국의 문이 열린다. 대표적인 것이 부이야베스다. 마르세유 지역의 어부들이 팔고 남은 생선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이 프랑스식 매운탕은 성대, 달고기 등 지중해에서 잡히는 흰 살 생선과 새우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벨기에식 부이야베스는 북해에서 잡히는 한류성 어종을 이용한다. 아구와 홍합, 작은 바닷가재를 넣고 끓여낸 진한 육수는 전날 벨기에 맥주를 지나치게 탐닉한 술꾼의 속을 달래기에 딱이다(다만 먹고 있다 보면 맥주 한잔이 더욱 간절해진다는 것이 함정이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유래한 크로켓 역시 벨기에 사람들이 쉽게 최고의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 않는 음식 중 하나다. 고기와 야채를 반죽해 달걀물과 빵가루를 묻혀 튀긴 것이 크로켓의 정의라는데 벨기에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벨기에 사람들이 최고의 크로켓으로 꼽는 치즈 크로켓과 새우 크로켓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4월부터 9월까지 북해에는 회색 새우로 불리는 최고의 맛을 지닌 새우가 올라온다. 신선한 회색 새우를 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껍질과 함께 볶은 후 육두구와 붉은 고춧가루로 양념하고 다시 달걀흰자와 빵가루를 묻혀 튀겨내는 새우 크로켓엔 북해의 신선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북해에 면한 오스트뒨케르케라는 항구도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전통 방식으로 새우잡이를 하는 어부들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선 허리에 그물을 동여맨 말을 사람이 타고 직접 바다로 들어가 새우를 잡는다(이 방식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해마다 6월의 마지막 주말이 되면 이곳에서 오스트뒨케르케 새우 축제가 열린다. 새우잡이를 위해 특별히 훈련된 말들을 앞세운 퍼레이드에는 해마다 선발되는 새우 아가씨(!)까지 참가한다. 풍성한 새우 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어릴 때부터 동네 빵집에서 파는 크로켓(또는 고로케)과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라면 이맘때의 오스트뒨케르케야말로 크로켓 여정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닐지.

평생 가도 다 맛볼 수 없는 수제 맥주
전통의 토대 위에 창의성이라는 새로운 집을 짓는 데 능숙한 벨기에 사람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먹거리는 다름 아닌 맥주다. 벨기에 제3의 도시, 헨트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엔 허이헤라는 맥주 양조장이 있다. 생산량으로 벨기에에서 7위에 해당하는 이 업체에서 만드는 맥주의 가짓수만 해도 50가지다. 이 맥주 양조장의 매니저 필립 드볼더는 말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언제나 최고의 장인이죠.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면서 단순히 스파이스나 과일을 맥주에 던져넣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경험을 바탕으로 결과를 예측하고 나온 결과물을 다시 철저히 검증해서 확신이 있을 때에만 고객에게 제공하죠. 하지만 새로운 실험에 대해선 언제나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지역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헨트 관광청 직원 얀닉 드 코큐의 설명이다. 벨기에 전역에선 지금도 450개의 맥주 양조장에서 최소 3000여 종류의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아쉬움은 곧 조바심으로 바뀌었다. 평생 가도 다 맛볼 수 없는 그 맥주들을 하나라도 더 맛보고 떠나야 하겠기에. 벨기에에서 이렇듯 많은 종류의 맥주가 생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가진 지역색을 자랑스러워하고 그것을 보존하고자 하는 벨기에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대세’와는 무관한 비주류의 취향까지도 존중하려는 태도도 한몫한다. 벨기에 남부의 왈롱 지역에선 초가을 무렵부터 사냥해서 잡은 야생 조수로 만든 지비에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것은 사슴, 토끼, 멧돼지, 오리 등의 고기다. 어떤 맛일지 상상의 나래를 펴보지만 막상 먹어보면 소나 돼지에 비해 먹을 만한 부위가 많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향이 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규모로 사육되고 도축되는 가축의 고기로 충족시킬 수 없는 취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벨기에에선 이처럼 비주류의 고기로 만든 요리들까지 당당히 메뉴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벨기에 남부의 시메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스페인식 생선절임 에스카베체와 맥주가 들어간 소스에 졸인 토끼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시메 맥주와 치즈를 앞에 놓고 앉았다. 놀이공원에 처음 와서 놀이기구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은 이내 서로 다른 종류의 초콜릿이 잔뜩 들어 있는 선물 상자를 받은 아이의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벨기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질적인 요소가 가득한 식탁 앞에서 취해야 할 태도는 하나뿐이니 말이다. 벨기에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한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것 말이다.

탁재형(다큐멘터리 PD) | 에디터 이경현 |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인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