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제철을 논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한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만날 수 있게 된 딸기 알고 먹기.
딸기의 제철이 4~5월이라는 것도 옛말. 이제는 한겨울에도 시중에서 딸기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하우스 재배 기술이 발전하고 겨울에도 다량으로 생산이 가능한 국산 품종이 개발되면서 딸기는 제철 없이 한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만날 수 있는 과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의 오랜 연구 끝에 지난 2005년 ‘설향’이라는 딸기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겨울에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달콤한 향과 맛이 특징인 설향 덕분에 겨울철이면 소량의 일본 품종만 만날 수 있었던 국내 딸기 시장의 판도가 새롭게 바뀌게 되었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의 김대영 박사는 설향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제는 11월만 돼도 일반 마트에 딸기가 출시되는데 이때 시중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딸기가 설향이다. 석정 딸기농원의 한민우 대표는 “겨울철에도 다량으로 재배할 수 있는 설향은 크기가 굵고 단단하며 당도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재배 기간이 길고 다른 품종에 비해 농사가 수월한 편이라 요즘 국내에서는 설향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이 증가했습니다”라며 설향의 인기를 전했다.
3~4월이 되면 일본 품종인 육보, 장희 등의 품종이 시중에 나오기 시작한다. 육보는 검붉은 색을 띠며 알맹이가 크고 익을수록 세로로 주름이 잡히는 것이 특징. 새콤달콤한 맛에 식감이 탱글해 인기가 많다. 장희는 길쭉한 모양에 당도가 높고 무른 편이다. “봄철이 되면 갓 수확한 육보, 장희의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요즘 육보, 장희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가 줄어들면서 희소성 때문에 두 품종의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5월까지 계속 출시되는 설향을 부담없이 구입하고 철을 맞아 가장 맛이 좋은 육보와 장희는 소량만 구입해 제철의 맛을 즐기곤 합니다”라며 이마트 과일 매입팀 이현규 과장은 딸기 구입에 대한 추세를 설명했다.
딸기의 효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딸기는 피로 회복, 해독 작용에 관여하는 비타민C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칼륨,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 증가는 물론 빈혈에 시달리는 성장기 아이들이나 임산부 건강에 좋다. 특히 비타민C는 딸기 100g당 70mg 내외로 사과의 10배, 레몬의 2배에 달한다. 하루에 대여섯 알만 먹어도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분량의 비타민C를 모두 섭취하게 된다. 특히 제철 과일과 채소가 귀한 겨울에는 비타민C와 B의 섭취량이 줄어들어 면역력이 약화되기 십상인데 겨울 딸기인 설향을 꾸준히 섭취하면 겨울철 면역력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
딸기는 잘 익으면 표면에 윤기가 흐르고 붉은색이 선명해지는데 표면에 상처가 없고 꼭지가 싱싱하면서 뒤로 살짝 말린 것이 당도가 높다. 설향은 11월부터 3월까지 당도가 높고 3월 이후부터는 신맛이 높아진다. 육보와 장희는 4~5월이 당도가 가장 높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상림은 딸기를 보다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전했다. “딸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당도가 높을 때 생과로 즐기는 것이에요. 설향은 겨울철이 가장 맛있는데 3월이 지나면 생과로 먹기에는 맛이 떨어져요. 대신 겨울철에는 1kg당 1만5천원대로 다소 부담스러웠던 가격이 1만원 이하로 저렴해집니다. 이때는 대량으로 구입해서 우유와 함께 셰이크를 만들거나 요거트, 시리얼, 치즈 등과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육보는 생크림을 곁들여 먹으면 풍미가 배가됩니다.” 남거나 신선도가 떨어진 딸기는 잼을 만들거나 냉동고에 얼려 놓았다가 여름에 우유, 꿀과 함께 블렌더에 갈아 먹으면 별미가 된다.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