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페스토

패스트 페스토

패스트 페스토

허브에 올리브유, 견과류, 치즈를 함께 갈아 만든 페스토. 흔히 알려진 바질 페스토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페스토를 만들 수 있다. 파스타, 샌드위치, 샐러드, 고기 요리 등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별별 페스토와 이를 활용한 음식을 소개한다.

깻잎 페스토
재료깻잎 30장, 마늘 2쪽, 잣 · 파르메산 치즈 가루 3큰술씩, 올리브유 1/4컵,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깻잎과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2 잣은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3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어 곱게 갈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루콜라 호두 페스토
재료 루콜라 1컵, 마늘 2쪽, 호두 · 파르메산 치즈 가루 · 올리브유 1/2컵씩.
1 루콜라와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2 호두는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3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호박씨 페스토
재료 호박씨 · 바질 잎 · 올리브유 1/2컵씩, 마늘 2쪽, 화이트 와인 비네거 · 꿀 1작은술씩,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호박씨는 찬물에 2시간 동안 불린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바질 잎과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3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어 곱게 갈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비트 페스토
재료 비트 1개, 마늘 1쪽, 물 · 레몬즙 2큰술씩, 피스타치오 1/4컵, 파르메산 치즈 가루 · 올리브유 1/3컵씩.
1 비트는 껍질을 벗기고 굵직하게 썬다.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2 내열 용기에 1의 비트와 물 2큰술을 넣고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서 10~15분간 익힌다.
3 피스타치오는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4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달걀 사과 샌드위치 + 비트 페스토
재료 샌드위치용 빵 4조각, 달걀 3개,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 100g, 사과 1/2개, 루콜라 5장, 비트 페스토 1/2컵, 올리브유 · 버터 ·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빵은 마른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2 푼 달걀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고 올리브유를 두른 달군 팬에 부쳐 달걀 지단을 만든다.
3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와 사과는 얇게 썬다.
4 빵에 비트 페스토를 고루 펴 바른다. 달걀 지단,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 사과, 루콜라를 올리고 버터를 바른 빵으로 덮는다.

파슬리 안초비 페스토
재료 이탈리아 파슬리 10~15줄기, 안초비 2마리, 마늘 2쪽, 홍고추 1개, 케이퍼 1/4컵, 올리브유 1/2컵, 말린 오레가노 1작은술, 화이트 와인 비네거 1큰술.
1 1 파슬리는 잎만 떼서 굵직하게 다진다.
2 안초비와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3 홍고추는 반으로 잘라 씨를 제거하고 굵직하게 다진다.
4 케이퍼는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5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구운 닭 가슴살과 채소 + 파슬리 안초비 페스토
재료 당근 · 콜리플라워 · 호박 1/2개씩, 가지 · 노랑 파프리카 1개씩, 닭 가슴살 2조각, 파슬리 안초비 페스토 1/2컵, 말린 타임 1/2큰술, 파르메산 치즈 가루 2큰술, 올리브유 적당량,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당근, 콜리플라워, 가지는 한입 크기로 썬다.
2 호박과 파프리카는 씨를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썬다.
3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손질한 채소를 올린다.
4 올리브유를 두르고 말린 타임,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5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간 굽는다.
6 닭 가슴살은 반으로 저민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고 올리브유를 두른 달군 팬에 노릇하게 굽고 한입 크기로 썬다.
7 구운 채소와 닭 가슴살에 파르메산 치즈 가루 2큰술을 섞은 파슬리 안초비 페스토를 곁들인다.

옥수수 페스토
재료 통조림 옥수수 1컵, 마늘 1쪽, 잣 1/4컵, 파르메산 치즈 가루 · 올리브유 1/3컵씩.
1 통조림 옥수수는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3 잣은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4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스파게티 + 옥수수 페스토
재료 스파게티 면 250g, 베이컨 4장, 실고추 1/2큰술, 옥수수 페스토 1컵, 올리브유 적당량, 바질 잎 ·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끓는 물에 소금과 스파게티 면을 넣고 11분간 삶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베이컨은 1cm 간격으로 썬다. 올리브유를 두른 달군 팬에 볶다가 실고추를 넣고 마저 볶는다.
3 2에 옥수수 페스토와 파스타 삶은 물 2큰술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4 삶은 스파게티 면을 넣고 국물이 자작해질 정도로 볶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고 바질 잎으로 장식한다.

파프리카 페스토
재료 빨강 파프리카 1개, 마늘 1쪽, 바질 잎 1/3컵, 호두 · 파르메산 치즈 가루 · 올리브유 1/4컵씩.
1 파프리카는 직화에서 까맣게 그을릴 정도로 굽는다.
2 한 김 식힌 다음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굵직하게 다진다.
3 마늘과 바질 잎은 굵직하게 다진다.
4 호두는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5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다.

스테이크 샐러드 + 파프리카 페스토
재료 쇠고기 등심 300g, 어린잎 채소 2컵, 파프리카 페스토 1/2컵, 고기 양념(말린 타임 1/2큰술, 레몬 1/2개, 다진 마늘 1쪽분, 올리브유 1/4컵,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올리브유 적당량,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쇠고기 등심은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밑간한다.
2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1의 쇠고기를 한쪽 면당 4분씩 미디엄 상태로 굽는다.
3 구운 쇠고기에 분량의 고기 양념을 고루 발라 8분간 재운다.
4 완성한 스테이크는 한입 크기로 썰어 어린잎 채소 위에 올린다.
5 파프리카 페스토에 올리브유 2큰술을 섞어 만든 드레싱을 뿌린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신국범 | 요리 이신영(Mi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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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페스토

칼의 이면

칼의 이면

주방 속 약방의 감초! 달걀 슬라이서, 마늘 슬라이서, 필러 등 식도는 아니지만 식재료를 자르고 써는 온갖 편리 도구들을 모아서 소개한다.

1 대파를 잡고 채칼로 훑어내듯 쓸어내리면 7개의 강력한 칼날이 간단하게 파채를 만들어 내는 ‘홈스웰 파채칼’. 손잡이에 고리가 달려 있어 세척 후 걸어서 보관할 수 있다. 홈스웰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5천9백원. 2 기본 칼날을 비롯해 톱니 모양의 칼날과 채칼이 내장되어 있는 ‘조셉조셉 로터리 필러’. 중앙에 있는 버튼을 눌러 회전시켜 용도에 맞는 것을 선택한 다음 사용한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판매. 3만3천원. 3 가위질하듯 움직이기만 하면 2개의 다른 모양의 칼날이 손쉽게 밤 껍질을 깎는 ‘카이 밤깎기칼’. 칼날 보호 캡과 잠금 장치가 있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홈앤키친 오금점에서 판매. 3만6천원. 4 4단계로 두께를 설정할 수 있으며 칼날 교체 없이 얇게 썰기와 채 썰기가 가능한 ‘프로그레시브 만도린 채칼’. 잠금 장치가 있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레시브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8만9천원. 5 톱니형 칼날이 수박 껍질을 쉽게 자르는 ‘쿤리콘 수박 나이프’. 칼날이 코팅 처리되어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는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판매. 6만8천원. 6 톱니 모양의 칼로는 사과 씨를 제거하고 필러로는 사과 껍질을 간단히 벗길 수 있는 ‘쿤리콘 사과 나이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판매. 3만8천원. 7 칼날이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면서 껍질과 과육을 분리하는 ‘베큐빈 파인애플 슬라이서’. 칼날을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리면 파인애플 슬라이스 1개가 만들어진다. 또 파인애플 슬라이스를 커터로 누르면 한입 크기로 자를 수 있다. 텐바이텐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2만2천원. 8 사과를 깨끗하게 씻어 꼭지를 커터 중간의 원형에 맞춰 놓고 위에서 아래로 누르기만 하면 사과의 씨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를 수 있는 ‘실리트 애플 커터’. 스테인리스 소재라 내구성이 좋다. 롯데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3만4천4백원. 9 집게를 벌려 아스파라거스를 고정시킨 후 집게 한쪽에 장착된 평평한 칼날을 밀어 껍질을 벗기는 ‘트라이앵글 아스파라거스 필러’. 아스파라거스 외에도 우엉처럼 기다란 채소의 껍질을 벗길 수 있다. 홈앤키친 오금점에서 판매. 2만7천5백원. 10 달걀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뚜껑 형태로 된 칼날을 누르기만 하면 0.5cm로 얇게 써는 것은 물론, 받침대 방향을 바꾸면 직사각형 모양으로도 자를 수 있는 ‘옥소 에그 슬라이서’. 받침대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판매. 3만2천원.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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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거나 친숙하거나

낯설거나 친숙하거나

아시아 서남부 중동에 위치한 요르단. 명절 때면 양을 잡아 여럿이 나누어 먹는 만사프 요리부터 즉석에서 흔들어 만드는 요거트, 이젠 유럽에서도 일반화된 케밥까지 가깝고도 먼 아랍 요리를 만나본다.

사막, 석유, 전쟁, 테러. 우리가 ‘아랍’ 하면 머릿속에서 연관지어버리는 키워드다. 하지만 이런 연상작용은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이라곤 드라마뿐이다’라는 문장처럼 온당치 못하다. 그리고 요르단은 그런 ‘아랍’의 스테레오 타입을 가장 경쾌하게 부숴주는 나라 중 하나다. 사막도 있지만 비옥한 농토도 있다. 세계에서 올리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스페인에 올리브를 팔아먹는 나라다. 하지만, 기름이라곤 올리브 기름뿐이다. 석유는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나라는 관광업에 목을 맨다. 천성적으로 손님을 좋아하고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목민의 기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관광업이란 퍽 어울리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이스라엘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 사이에 끼어서 저 혼자 평화롭길 기대한다는 것도 난센스다. 그래서 이 나라는 온갖 이질적인 것들로 넘쳐난다. 전쟁과 평화, 사막과 과수원, 종교적인 엄숙주의와 냉소적인 세속주의. 그리고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들은 언제나 그 경계 면에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다.

높이 솟은 첨탑에서 금요일의 3번째 기도 시간을 알리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세인 모스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일제히 메카를 향해 납작 엎드렸다. 사막의 태양이 한껏 힘을 얻기 시작하는 6월의 오후, 모스크 안은 사람들의 체온과 신앙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이 기도가 끝나면 사람들은 광장으로 몰려나가 미국을 성토하는 시위를 시작할 참이다. 때는 2004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의 이라크 침공 작전이 펼쳐진 지 1년이 지났을 시점이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 사람들의 심기는 뜨거워진 아스팔트만큼이나 달궈져 있었다. 이럴 땐 꼭 필요한 것만 취재하고 이면도로의 시샤, 즉 아랍식 물담배가 있는 카페로 퇴각하는 것이 상책이다. 각종 향료를 배합한 담배에 숯불을 얹고 그 연기를 물에 통과시켜 흡입하는 시샤는 아랍 사람들에게 허락된 몇 안되는 길티 플레져 중 하나다. 그래서 전통 카페에는 이 시샤를 준비하기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슬슬 시장기가 느껴지면 카페를 나서서 주변 골목을 기웃거려본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역삼각형의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돌려가며 굽고 있는 집이 금방 눈에 띈다. 샤와르마라고 부르는 아랍식 샌드위치다. 우리나라엔 터키식 이름인 ‘케밥’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랍에 왔으면 아랍식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도리다. 샤와르마는 요르단에서 가장 만만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양이나 닭 중 좋아하는 쪽을 선택하면 노릇하게 잘 구워진 가장자리 부분을 썩썩 썰어서 야채와 함께 납작한 빵에 돌돌 말아준다. 하지만 눈앞에 보여지는 과정이 간단하다고 해서 이 샤 와르마를 패스트푸드로 치부하는 건 어쩐지 미안하다. 잘 손질한 닭이나 양의 살코기를 레몬즙, 마늘, 오레가노 등의 허브 양념에 하루 정도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굽기 위해서도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꼬챙이에 꿰어 세로로 돌려가며 굽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불룩 튀어나오지 않도록 칼로 다듬어가며 길쭉한 팽이 같은 모양을 만든다. 구울 때도 은근한 불에 오래 구워야 맛있게 익는다. 제대로만 만든다면 패스트 푸드 전문점의 햄버거 따위는 댈 것이 아니다.

끈기와 인내가 만들어낸 요르단식 요거트
어느 정도 시장기가 가셨다면 이젠 사막으로 나가볼 차례다. 우리 문화의 원형이 만주 벌판에 있다면 요르단 문화의 원형은 사막의 텐트 안에 있다.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은 베두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베두인은 ‘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을 뜻하는 아랍어 바드우를 유럽 사람들이 잘못 옮긴 말이기도 하다. 암만 주민들은 늘 사막을 꿈꾸며 조금 여유가 있을 때마다 도시의 집을 놔두고 사막으로 가서 천막을 치고 살다 온다. 쫓겨나면 죽음뿐인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천막 아래로 찾아든 손님은 귀한 존재다. 주인은 먼저 차를 대접한다. 첫 잔은 주인이 마시고 그 잔을 씻어서 손님에게 내민다. 만일 손님에게 대접할 만한 차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주인은 그 찻물을 미련 없이 땅에 부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준비해 오라고 지시한다. 한 잔의 차로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하고 나면 이젠 요거트를 맛볼 차례다.
걸쭉한 죽처럼 진한 한 그릇의 요거트는 한 여성의 반나절이 오롯이 담긴 귀한 음식이다. 요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양들을 불러모아야 한다. 듬성듬성 자라난 풀을 억척스럽게 뜯고 있던 양들은 베두인 여인이 부르는 소리를 듣자 앞을 다퉈 모여든다. 100마리가 넘는 양 떼는 여인의 손놀림 앞에 굴비처럼 밧줄에 지그재그로 목이 엮인 형태로 늘어선다. 그렇게 양들이 정렬하는 사이 다른 여인이 젖을 짜기 시작한다. 신속하게 하지 않으면 질식하는 녀석이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한 작업이다. 이렇게 모은 젖으로 요거트를 만드는 방법이라곤 지난번에 먹고 남은 요거트를 조금 섞어 양가죽으로 만든 부대에 담고 계속 흔드는 것뿐이다. 유산균이란 녀석은 고집 센 당나귀를 닮았다. 엉덩이를 힘껏 때린다고 해서 속도가 많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부탁하듯이 재촉할 뿐이다. 아기 요람 흔드는 것처럼 권태롭게 양가죽 부대를 흔들다 보면 그 안의 젖은 어느새 요거트로 바뀌어 있다.

이렇게 만든 요거트는 바로 마시기도 하지만 소금을 섞고 굳혀서 자메드라는 덩어리로 만들기도 한다. 훨씬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메드는 요르단 사람들이 최고의 요리로 꼽는 만사프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다. 요르단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찾아오거나 축하할 만한 일이 생기면 친척중에서 도축 기술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만사프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만사프는 요르단식 ‘양 한 마리 요리’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한 마리가 온전히 들어가는 만사프를 대접받는다는 것은 요르단에선 최상의 접대다. 자신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통째로 선물한다는 의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율법에 따른 금기가 많은 아랍에서는 고기라고 해서 다 같은 고기가 아니다. 신의 이름으로 법도에 따라 도축된 고기만이 ‘할랄(허용된 것)’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로마의 원형극장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역사 도시 제라쉬 근교에서 나는 만사프를 준비하는 한 가족을 만났다. 1980년대 초반에 생산된 듯한 자동차가 힘겨운 신음 소리를 내며 개울가에 멈춰 서자 놀랍게도 그 안에서 다섯 사람과 양 한 마리가 내렸다. 이들은 살아 있는 양을 사서 직접 도축하기 위해 그 방면의 전문가인 친척을 차에 태우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눈에 봐도 억세 보이는 팔을 가진 사내는 양을 개울가로 끌고 가 물을 먹인다. 율법에 따라 양이 마지막으로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지가 묶인 채 자동차 뒷좌석에 실려온 양은 사람들이 아무리 호의를 베푼다 해도 죽음이 닥쳐온 것을 직감한다. 무척이나 우울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는 양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사내는 잠시 눈을 감는다. 전원이 나간 로봇처럼 양은 순식간에 무생물이 된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남지 않는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양은 20분 만에 잘 다듬어진 식재료로 변한다.
양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만사프를 준비하는 데에는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 큰 솥에 양 한 마리의 고기를 다 넣고 육수를 우려내는 것부터 시작해 여기에 요거트를 굳힌 자메드를 넣고 저녁까지 삶는다. 양고기가 충분히 익었을 때쯤 큰 쟁반에 밥을 담고 여기에 고기를 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 아몬드와 잣 등의 견과류를 듬뿍 뿌리고 농후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나는 육수를 넉넉히 부으면 완성이다. 이제 쟁반마다 서너명씩 둘러앉아 손으로 밥과 고기의 감촉을 즐겨가며 부지런히 입안에 밀어넣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준비한 만사프는 어느 모로 보아도 도시민의 음식은 아니다. 조막만 한 고깃덩어리에 푸른 잎사귀 하나와 꽃 한 송이가 올려진 레스토랑의 메뉴와는 세계관 자체가 다른 음식이다. 사막을 건너온 손님을 맞이하는 유목민의 환대가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음식은 따뜻하다. 풍요롭다. 해 저문 사막이 다시 죽음의 공간이 되어갈지언정, 텐트 안에서 만사프를 놓고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로는 따스한 생명이 흘러넘친다.

탁재형(다큐멘터리 PD) | 에디터 이경현 |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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