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유를 위한 빨대

초콜릿 우유를 위한 빨대

초콜릿 우유를 위한 빨대

초콜릿 우유를 위한 빨대

1위ㅣ제티 초콕 초콜렛맛
코코아 분말 10% 들어간 제품. 10개입, 6천원대.

안진하 4가지 제품 중에 알갱이가 가장 녹지 않는 편이다. 우유를 다 마시고 난 다음에도 알갱이가 남아 있을 정도. 하지만 시판 초콜릿 우유와 가장 흡사한 맛이 나서 만족도가 높다.
문영희 초콜릿의 맛과 향은 물론 단맛 또한 적당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빨대가 구부러져 먹기에도 간편하다.
김연주 풍부하면서 진한 초콜릿 맛과 꺾이는 빨대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
김양희 구부러지는 빨대로 아이가 음용하기 편리하다. 첫 모금에도 단번에 느껴지는 진한 초콜릿 맛 또한 만족스럽다.

2위ㅣ퀵 밀크 초콜렛맛
코코아 분말이 10.52% 들어간 제품. 10개입, 2천원대.

안진하 많이 달지 않고 은은하게 달아서 초콜릿 우유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을 듯.
문영희 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고 초콜릿 우유라기보다는 코코아 맛에 가까워서 다소 아쉽다.
김연주 입에 닿는 빨대 부분이 뾰족하고 날카롭다.
김양희 여러 번 빨아야 느껴지는 초콜릿 맛이 아쉽다. 녹는 속도 또한 제티 초콕과 밀크앤퍼니스트로우보다 느리다.

3위ㅣ밀크앤 퍼니스트로우 초콜릿맛
코코아 분말이 13% 들어간 제품. 25개입, 6천원대.

안진하 알갱이가 잘 녹지 않아 우유에 한참을 꽂아두었다가 먹어야 될 정도다.
문영희 초콜릿 맛도 적당히 진하고 단맛에 고소한 맛도 느껴져서 좋았다.
김연주 입에 닿는 빨대의 부분이 둥근 모양이어서 어린아이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김양희 너무 달지 않은 본래의 초콜릿 우유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던 제품이다.

4위ㅣ헬로 스트로우 초콜렛맛
분말이 10.52% 들어간 제품. 10개입, 2천원대.

안진하 알갱이가 잘 녹는 편이다. 잠시 꽂아둬도 흰 우유가 초콜릿 우유로 변할 만큼 잘 녹는다.
문영희 처음엔 초코 맛이 진하게 나지만 끝에는 단맛만 나서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연주 퀵 밀크 제품과 같이 입에 닿는 부분이 날카롭다. 그리고 단맛이 강하다.
김양희 여러 번을 빨아야만 초콜릿 우유 맛이 나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제품이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이향아 | 어시스턴트 박연주

CREDIT
초콜릿 우유를 위한 빨대

하쿠나마타타 마법의 향신료

하쿠나마타타 마법의 향신료

정향, 계피, 큐민, 넛멕, 타임 등 늘 아리송한 향신료가 있다. 사용량은 미미하나 최고의 요리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향신료 활용법을 소개한다.

정향 | 식빵 푸딩
식빵 10장, 우유 350ml, 생크림 50ml, 정향 5개, 설탕 · 건포도 50g씩, 달걀 2개, 시나몬 가루 2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1 냄비에 우유, 생크림, 정향을 넣고 따뜻하게 데운다.
2 달걀에 설탕을 넣고 녹인다.
3 1의 정향을 건지고 2를 조금씩 넣어가며 거품기를 섞는다.
4 식빵은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4등분한다.
5 오븐용 용기에 식용유를 고루 바른다.
6 식빵을 깔고 건포도와 시나몬 가루를 층층이 뿌리기를 반복한다.
7 3을 고루 붓고 포일을 덮어 실온에서 30분간 둔다.
8 포일을 벗기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30~40분간 굽는다.
TIP 클로브라고도 불리는 정향은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로 소화 기능을 돕고 통증을 줄여 한방에서는 약재로 쓰인다. 특히 달콤한 디저트와 궁합이 좋아 음료, 제과제빵 등에 두루 쓰인다.

넛멕 | 주키니 머핀
주키니 1개, 대파 1대, 반죽(박력분 1컵,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다진 파슬리 1큰술, 파르메산 치즈 가루 2/3컵, 넛멕 가루 1/2작은술), 달걀물(달걀 2개, 우유 1/4컵, 녹인 버터 30g), 식용유 적당량
1 주키니는 씨를 도려내고 곱게 채 썬다.
2 대파는 심지를 제거하고 곱게 다진다.
3 1과 2에 분량의 반죽을 넣고 고루 섞는다.
4 분량의 달걀물을 3에 넣고 섞는다.
5 식용유를 바른 머핀 틀에 4를 붓는다.
6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5~30분간 굽는다.
7 다 구운 머핀을 틀에서 꺼내 식힌다.
TIP 넛멕나무에서 자라는 열매의 씨로 담백한 감자요리나 식사용 빵과 잘 어울린다.

타임 | 버섯 부르스케타
모둠 버섯(양송이버섯 · 느타리버섯 · 표고버섯 등) 500g, 마늘 2쪽, 홍고추 1개, 타임 4줄기, 바게트 1조각, 레몬즙 1개분, 올리브유 2큰술,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모둠 버섯은 밑동을 자르고 한입 크기로 썬다.
2 마늘은 얇게 저미고 홍고추는 씨를 제거하고 곱게 다진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1의 버섯을 한소끔 볶는다.
4 저민 마늘, 다진 홍고추, 타임을 넣고 3분간 볶은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5 바게트는 한입 크기로 잘라 따뜻하게 데운 다음 4를 올리고 레몬즙을 뿌린다.
TIP 백리향으로 불리기도 하는 타임. 청량감이 느껴지는 향이 좋아 버섯, 육류 등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구이 요리에 잘 어울린다.

팔각 | 토마토 냉수프
올리브유 2큰술, 다진 양파 · 다진 당근 1개분, 다진 마늘 1작은술, 바질 가루 2작은술, 발사믹 식초 2큰술, 팔각 2개, 통조림 홀토마토 1개(425g), 채소 스톡 큐브 1개, 뜨거운 물 750ml,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양파, 당근, 마늘은 굵직하게 다진다.
2 달군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1의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
3 매운 향이 돌면 바질 가루, 발사믹 식초, 팔각을 넣고 5분간 볶는다.
4 양파가 익으면 1의 다진 당근, 홀토마토, 채소 스톡 큐브, 물을 넣고 20분간 뭉근하게 끓인다.
5 팔각을 건지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6 블렌더에 4를 넣고 곱게 간 다음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다.
TIP 스타아니스라고 불리는 별 모양의 팔각. 식욕을 돋우는 향으로 프랑스 요리와 중식에 두루 쓰인다. 닭고기, 돼재고기, 쇠고기 등 웬만한 고기류는 물론 토마토와도 잘 어울린다.

강황가루 | 옐로 필라프
안남미 1컵, 식용유 1큰술, 물 2컵, 채소 스톡 큐브 1개, 강황가루 1/2작은술, 대파 1대, 브로콜리 1송이, 블랙 올리브 10개, 건포도 1/2컵, 닭 가슴살 2조각,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중간 불로 달군 냄비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안남미를 넣어 2분간 볶는다.
2 물, 채소 스톡 큐브, 강황가루를 1에 넣고 볶는다.
3 한소끔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어 15분간 뭉근하게 끓인다.
4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15분간 뜸을 들인다.
5 브로콜리는 한입 크기로 썰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6 대파는 얇고 어슷하게 썰어 찬물에 30분간 담가 매운맛을 뺀다. 블랙 올리브는 반으로 자른다.
7 닭 가슴살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식용유를 두른 달군 팬에 노릇하게 굽고 한입 크기로 썬다.
8 4의 안남미에 브로콜리, 대파, 블랙 올리브, 건포도, 닭 가슴살을 넣어 섞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TIP 튜머릭이라고도 불리는 강황. 커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로 볶음밥이나 샐러드 드레싱에 활용하면 향은 물론 색 고운 노란색을 입힐 수 있다.

로즈마리 | 닭 가슴살 커틀릿
닭 가슴살 4조각, 허브 빵가루(빵가루 2컵, 다진 로즈마리 · 다진 파슬리 1큰술씩, 파르메산 치즈 가루 1/3컵), 밀가루 1/2컵, 달걀 2개, 우유 1큰술,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튀김기름 적당량
1 닭 가슴살은 저며서 2등분한다.
2 밀가루는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3 1의 닭 가슴살은 밀가루, 달걀을 푼 우유, 분량의 허브 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힌다.
4 달군 튀김기름에 4를 노릇하게 튀긴다.
TIP 이탈리아 요리에 특히 많이 쓰이는 허브로 육류와 채소 등의 구이 요리나 곱게 다져 튀김옷에 활용한다.

펜넬시드 | 사과 미트볼과 토마토소스
미트볼(간 돼지고기 600g, 다진 사과 1개분, 다진 마늘 · 펜넬 시드 1큰술씩, 시나몬 가루 · 후춧가루 1작은술씩, 소금 2작은술), 토마토소스(올리브유 4큰술, 저민 마늘 5쪽분, 다진 양파 · 다진 당근 1개분, 통조림 홀토마토 1개, 카이엔페퍼 · 설탕 2작은술씩, 물 1컵)
1 분량의 미트볼 재료를 섞고 5분간 치댄다.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빚는다.
2 유산지를 깐 오븐용 팬에 올리고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굽는다.
3 분량의 토마토소스 재료 중 달군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른다.
4 저민 마늘, 다진 양파, 카이엔페퍼, 설탕을 넣고 5분간 볶는다.
5 홀토마토와 물을 넣고 약한 불에서 20분간 뭉근하게 끓인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6 완성된 미트볼에 5의 토마토소스를 곁들인다.
TIP 향신채인 펜넬의 씨앗으로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커민 | 병아리콩 샐러드
통조림 병아리콩 1개(400g), 커민 비네그렛 드레싱(레몬즙 3큰술, 올리브유 2큰술, 커민 가루 2작은술, 소금 1작은술, 카이엔페퍼 1/4작은술), 방울토마토 15개, 오이 1개, 홍고추 2개, 대파(흰 부분) 1/2대분, 다진 호두 1/2컵, 샐러드 채소 50g
1 분량의 커민 비네그렛 드레싱 재료를 섞는다.
2 병아리콩은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방울토마토는 2등분하고 오이는 깍둑 썬다.
4 홍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대파는 얇게 송송 썬다.
5 병아리콩, 방울토마토, 오이, 홍고추, 대파, 다진 호두, 샐러드 채소에 커민 비네그렛 드레싱을 넣고 섞는다.
TIP 커리의 주재료로 콩류, 닭고기, 양고기 등에 잘 어울린다. 특히 샐러드 드레싱에 소량 넣으면 이국적인 풍미가 더해진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안종환 | 요리 이신영(Mi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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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유를 위한 빨대

땅 위의 행복

땅 위의 행복

레스토랑의 옥상이나 인근 지역에 직접 텃밭을 꾸리는 요리사들이 있다. 열심히 기른 각종 채소와 허브는 수확하자마자 바로 접시에 담긴다. 푸드마일리지 제로에 도전하는 도시 농부이자 요리사들의 텃밭 일기를 소개한다.

‘르 끌로’의 최연정, 최지민 자매 셰프의 1.5평 아담한 텃밭 일기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르 끌로’의 뒤켠에 1.5평 남짓한 공간이 바로 우리의 텃밭이다. 3년 전부터 각종 허브와 샐러드 채소를 기르고 있다. 토마토, 가지, 치커리, 청경채, 비타민, 상추, 루콜라 등은 샐러드 재료로 쓰며 로즈메리, 민트, 바질, 타임 등은 소스 재료로 사용한다. 각종 허브는 고기를 재울 때도 사용한다. 텃밭에서 나는 수확물의 분량이 레스토랑에서 필요한 모든 요리에 사용할 만큼 충분한 양은 아니다. 하지만 소량이어도 신선하고 질 좋은 수확물을 절대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는 없다. 작은 규모지만, 5월부터 9월까지는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의 70% 정도가 텃밭에서 나온다. 실제로 5월 중순부터 매일 오전 11시 반 즈음이면 점심에 쓸 채소를 텃밭에서 수확한다. 씨를 심고, 초록 잎들을 따먹고, 토마토가 붉게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텃밭을 가꾸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한 일상의 행복을 배우고 있다. 더불어 너와 나,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하는 것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이 우리를 요리사로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 텃밭이 한창일 때, 르 끌로의 샐러드에는 갓 딴 채소가 들어간다.

1 틈틈이 물을 주고 솎아주는 작업을 한다. 2 프랑스어로 밭을 둘러싼 담장을 뜻하는 르 끌로의 실내.

↑ 르 끌로의 최연정, 최지민 자매 셰프.

1 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와 치커리에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와 캐러멜 호두, 레몬 드레싱을 더한 샐러드. 2 베스트 메뉴인 ‘캬슐레’.

‘오키친’ 스스무 요나구니와 오정미 셰프 부부의 평생을 함께한 텃밭 일기
요리의 기본인 식재료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제철 재료를 기반으로 한 요리를 선보이는 우리 부부에게 사실 ‘팜 투 테이블’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뉴욕에서 만난 우리 부부가 브루클린의 그린포인트 지역에 살던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해온 일이 바로 텃밭 꾸리기다. 낡은 공장과 유통 창고가 많았던 그곳의 공간을 십분 활용하고 폐타이어를 화분 삼아 꽃과 허브를 심었다. 각자 셰프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바쁘게 일하면서도 쉬는 날이면 친구들을 초대해 수확한 식재료로 요리를 해서 나눠 먹곤 했다. 이를테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킨포크 게더링’을 십몇 년 전부터 실천해온 셈이다. 한국에 와서는 가회동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부터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봉산 안골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꿨다. 다들 일반적인 무, 배추, 파를 심을 때 래디시, 아티초크, 펜넬, 루바브, 오레가노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색 작물을 심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씨앗은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오곤 했다. 음식물 쓰레기나 커피, 약초 찌꺼기를 삭힌 퇴비도 직접 만들어 썼다. 처음에는 도랑 한두 개로 시작한 것이 점점 늘어나 농장 규모까지 됐다가 규모를 줄여 집 근처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도시 텃밭을 가꾸고 있다. 잎채소와 허브는 물론이고 래디시, 비트, 엔다이브, 아마란스, 딜, 루콜라, 세이지, 바질, 로즈메리, 월계수, 라벤더, 방아, 시소도 빠질 수 없다. 우도에서 가져온 토종 박하도 있고 사계절 내내 키우는 보라지 꽃도 있다. 매일 아침마다 텃밭에 들러 아이를 돌보듯 정성을 쏟아 키운 작물은 피자, 샐러드, 수프, 파스타까지 다양한 요리에 쓴다. 일주일만 보관해도 물러지는 일반 채소와 달리,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는 3주도 너끈히 갈 정도로 신선하고 맛이 뛰어나다. 무엇 하나 버릴 것도 없다. 텃밭에서 무엇을 수확하고 그것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 먹을지 고민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가 됐다. 오롯이 계절을 느끼고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1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도 주고 잡초도 솎아내며 정성을 쏟는다. 2 푸드 칼럼니스트와 푸드 아티스트로 유명한 스스무 요나구니와 오정미 셰프 부부.

1,2 한창 텃밭이 무성한 5~10월에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채소 중 절반을 직접 키워 쓴다.

↑ 광화문에 위치한 ‘오키친’의 실내.

1 직접 만든 훈제연어와 오정미 셰프가 좋아하는 보라지 꽃으로 장식한 완두콩 팬케이크. 2 농약을 뿌리지 않아 벌레 먹은 잎을 떼지 않고 뿌리째 깨끗이 씻어 만든 계절 샐러드. 3 텃밭에서 난 루콜라로 만든 페스토로 맛을 낸 파스타. ‘보나세라’ 샘킴 셰프의 비밀의 화원에 관한 일기
내가 일하는 ‘보나세라’의 건물 옥상에는 비밀의 화원이 있다. 1년 전, 쪽파와 고추로 시작해 지금은 애플민트, 로즈메리, 바질, 실버타임, 레몬타임, 라벤더, 방울토마토 등이 자라고 있는 근사한 텃밭이다. 텃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들 다니엘이 태어나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부터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보면 누가 어떻게 키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레스토랑에선 특히나 직접 장을 보지 않고 발주를 넣어 대량으로 식재료를 공급 받으니 직접 키우고 수확하는 등 제로 포인트부터 시작하는 푸드 마일리지에 갈증이 생겼다. 그렇게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옥상의 텃밭만으로는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라서 부천 집 인근에도 40평짜리 텃밭을 마련했다.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완숙 토마토 등 3가지의 토마토와 가지, 애호박, 래디시, 양상추, 로메인, 치커리 등을 키운다. 매일 아침 텃밭에 들러 시든 잎을 솎아내거나 물을 줬고 바쁜 요즘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꼭 텃밭에 들른다. 이렇게 생산한 수확물은 ‘보나세라’의 모든 메뉴에 들어간다. 방울토마토는 곱게 갈아 면포에 밭쳐 반나절이 지나면 맑은 색의 토마토 콩소메가 된다. 식사 전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인데 더치 커피마냥 오랜 시간 내린 유기농 방울토마토즙이 수수하면서 개운한 맛을 낸다. 게 집게살과 직접 기른 타임, 마늘, 올리브유를 버무려 구운 다음 오래 끓여낸 향긋한 비스크는 조미료가 흉내 낼 수 없는 감칠맛을 낸다. 바쁜 요즘 들어서는 텃밭을 꾸리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아이의 아빠이자 셰프인 내가 직접 키운 수확물로 요리하는 이 소소한 움직임이 분명 대한민국의 건겅한 식문화에 일조하리라는 확신에 오늘도 나는 텃밭을 찾는다.

↑ 매일 오전 옥상 텃밭을 찾아 오늘의 식재료를 수확하는 샘킴 셰프.

1 갓 따서 싱싱하고 향이 진한 허브. 2 비스크에 쓰일 게 집게살을 구울 때도 들어가는 허브.

↑ 따사한 자연 채광이 들어오고 곳곳에 허브 화분이 놓여 있는 ‘보나세라’의 1층 테라스.

1 종이포일에 생선과 각종 채소, 허브를 넣고 오븐에 구운 생선찜. 뜨거운 접시에 타임을 올려 먹는 내내 향을 음미할 수 있다. 2 잘게 다진 타임과 로즈메리로 향을 낸 닭 가슴살구이에 직접 수확한 가지와 애호박을 곁들인 샐러드. ‘더그린테이블’ 김은희 셰프의 5년 차 옥상 텃밭 일기
힘들 때마다 옥상에 올라 평상에 앉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비어 있는 옥상이 허전해 보였고 텃밭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작은 모종을 들여 키우기 시작했다. 자라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금세 큰 화분으로 옮겨 심는 분갈이를 해야 했다. 1천5백원에 산 바질 모종의 경우 쌈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잎이 되었다. 정말이지 한창인 여름부터 선선해지기 전까지 신선한 바질을 매일 딸 수 있을 정도였다. 부지런하고 충직한 허브의 생명력에 매료되어 열심히 텃밭을 가꿨고 지금은 그 종류가 어마어마해졌다. 15평 남짓의 옥상 한 켠에 있는 작은 텃밭이지만 한련화, 샐러드 버넷, 파인애플 세이지, 이탈리아 파슬리, 루콜라, 비올라, 오레가노, 물냉이, 애플제라늄, 레몬버베나, 방울토마토 등 있을 건 다 있는 허브 텃밭이 되었다. 이렇게 자란 허브와 채소는 따자마자 주방으로 옮겨진다.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데 그중 코스 요리에 나가는 일명 ‘허브 꽃다발’이 있다. 한 잎 두 잎씩 딴 모둠 허브를 컵에 담아 내는 메뉴다. 그간 접했던 허브 차나 허브 오일과 달리 씹는 순간 몸 구석구석에 퍼지는 신선한 아로마에 반해 리필을 요청하는 손님이 꽤 있다. 사과 퓌레와 구운 가리비가 들어가는 샐러드에도 옥상 텃밭에서 수확한 보물이 들어간다. 얼핏 가리비가 주인공 같지만 바질 오일, 달래 오일, 오디 엑기스 등을 넣고 버무린 허브는 푸른 잎의 깊고 다양한 맛으로 접시라는 무대를 평정해버린다. 틈이 날 때마다 노랗게 시든 잎은 솎아내고 여름에는 매일매일, 봄과 가을에는 2~3일 한 번씩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텃밭. 이렇게 키운 허브와 채소는 신선함은 물론 향긋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텃밭을 가꾸는 동안 정화되는 기분은 텃밭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나에게 텃밭은 힐링이다.

↑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더그린테이블’.

1 지하 주방부터 3층 옥상까지의 발걸음이 힘들지 않은 이유는 늘 푸르른 생명을 아낌없이 내주기 때문이라는 김은희 셰프. 2 옥상 텃밭에서 수확해 바로 주방에서 요리되는 수확물.

1,2 옥상 텃밭에서 수확해 바로 주방에서 요리되는 수확물.

↑ 섬세한 프랑스 요리를 구사하는 ‘더그린테이블’의 실내.

1 구운 아몬드 가루에 직접 수확한 방울토마토와 채소 잎을 올린 메뉴인 ‘그린테이블 텃밭’. 2 신선한 허브를 곁들인 가리비 샐러드.에디터 이경현 · 프리랜스 에디터 이지영 | 포토그래퍼 이병주 ·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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