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빌트인 시스템 ‘퍼니처 코리도’를 적용하면 작은 집에서도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수가 급증하는 요즘, 출산을 꺼리는 딩크족 2인 가구의 증가 또한 가파르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이를 뒷바라지하고 집을 소유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면 그 자식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 또는 배우자와 함께 삶을 즐기고 인생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대별로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이를 반영해 집을 설계하는 것이 건축가에게 큰 숙제가 되었다. 2013년에 설계해 완공된 ‘9×9 실험 주택’이 가로, 세로가 각각 9m와 높이 6m의 주택이었다면 ‘6×6 주택’은 가로, 세로가 각각 6m와 높이 9m로 설계되었다. 이 바닥 면적을 평수로 환산하면 12평이며, 2개 층 반으로 구성된 집으로 아이가 없는 부부와 반려견 두 마리가 함께 살기에 작은 공간이었다. 초기에는 서울 도심의 30평 대지에 계획되었으나 건축법상 문제와 경제적인 이유로 외곽으로 밀려나갔다. 작은 집에 대한 동경을 갖고 시작하더라도 서울 도심에서 땅을 매입해 집을 지으려고 하다 보면 그 마음을 실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부는 몇 년간 아이 없이 반려견과 살아오면서 의도적으로 작은 공간을 찾았고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이 부부에게 제안한 것은 ‘퍼니처 코리도 Furniture corridor’였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주택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능의 가구, 위생, 환기, 전시, 설비 등을 한곳에 모아 사용하게 만드는 것. 주택 가장자리에 작은 복도를 만들어 그 공간 안에 필요한 가구와 시설을 짜 넣어 필요시에만 문을 열고 사용하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나머지 공간을 훨씬 자유롭고 가변적으로 쓸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 폭 45cm, 길이 150cm의 테이블 하나로 책상, 식탁, 아내의 파우더 테이블까지 겸했던 부부에게 퍼니처 코리도 시스템은 낯설지 않았다. 두 번째로 제안한 것은 수직 정원과 텃밭이었다. 이 부부는 시간이 날 때면 아파트 테라스에서 상추를 키우거나 다양한 크기의 플랜트 박스를 만들어 화초를 키우곤 했는데, 발코니에 키우는 화초들은 대부분 거실에서만 볼 수 있고 관리하는데 제약이 많았다. 이러한 제한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방과 방을 이동하는 동선 사이에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토심을 확보했고, 두 부부가 먹을 양만큼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이 작은 텃밭을 테라스에 곳곳에 배치하니 마치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는 온실 같았다.
내가 건넨 마지막 제안은 반려견과 어떻게 한 장소에 살 것인지에 관한 부분이었다.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제이기에 설계 초기부터 사람과 개의 스케일을 동시에 고려했다. 집의 높이는 전체가 9m이지만 한 개 층이 3m로 구성된 3개 층이 아니라 중앙에 놓은 계단을 중심으로 한쪽은 개들이 통행 가능한 높이인 1.5m로, 나머지는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2.3m 높이로 계획해 주택 전체 높이가 결정된 셈이다. 주택 가운데에 설정된 퍼니처 코리도에는 이 집에서 사용될 다양한 가구와 위생기, 환기구, 설비 및 전기 배관 그리고 계단이 빌트인되어 있으며 심지어 반려견 두 마리의 집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여유로워진 나머지 공간은 부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6×6 주택이 재미있는 점은 내부와 외부의 경험이 교차된다는 것이다.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보면 흙을 담은 화분과 같은 야외의 테라스가 내부인 방으로 연결되고 중심에 있는 천장은 하늘로 열려 있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내리는 비와 눈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부부는 기존 집과는 다른 의외성을 이 집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deneb@mckorea.com)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글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 | 사진 스튜디오 아키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