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th SALONE DEL MOBILE(3)

54th SALONE DEL MOBILE(3)

54th SALONE DEL MOBILE(3)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2015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Salone del Mobile’. 세계 유명 가구 브랜드의 행보와 푸오리 살로네에서 만난 전시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인테리어의 흐름을 짚어본다.

1,2 바로비에르&토소의 조명 ‘엔젤’과 ‘링컨’. 3 아르떼미데의 스펙트럴 라이트.

1 마르셋의 ‘진저’ 펜던트. 2 아르떼미데의 스펙트럴 라이트. 3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의 모빌 조명. 4 사이버틱한 LED 조명 ‘히드라’는 아르떼미테 제품.

1 제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수퍼론’. 플로스 제품. 2,3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디자인의 ‘세리나’ 조명 시리즈는 플로스 제품.

빛의 향연, 에우로 루체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빛의 해’로 푸오리 살로네 산 페델레 광장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설치물이 등장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조명 박람회 ‘에우로 루체’ 전시장에는 다양한 조명 제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번 전시는 차세대 광원인 LED와 OLED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열 발산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조명 디자인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접목시킨 조형미를 갖춘 작품이 주를 이뤘다. 오로라와 프리즘의 광채처럼 환상적인 빛을 내는 조명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유리를 접목시킨 디자인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디자인은 선의 미학을 보여주는 조명이었다. 플로스, 비비아, 마르셋이 이를 대표적으로 선보인 브랜드. 조명계의 스타 디자이너로 등극한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는 플로스를 통해 신작을 선보이는 동시에 모빌 조명 작품을 전시한 단독 부스도 선보여 인기를 실감케 했다. 보치에서는 나뭇가지 모양을 형상화한 ‘보치 16’으로 부스 앞을 꾸몄는데, 웅장한 나뭇가지의 연출로 관람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13세기부터 명성을 이어온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바로비에르&토소는 디자이너 피비오 칼비&파올로 브람빌라가 디자인한 우아한 링컨 시리즈를 선보였다. 조명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던 아르떼미데 부스는 가장 문전성시를 이뤘던 곳. 세계적인 디자이너 군단 아릭 레비, 로스 러브그로, 장 누벨, 필립 람,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틀리에 오이 등과 함께 신작을 대거 선보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1 마인드 크라프트 15
산 심프리치노 성당에서 열린 마인드 크라프트 15는 덴마크 공예 디자인의 현재를 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덴마크 디자이너 감프라테시가 기획과 큐레이팅을 맡은 이번 전시는 작품보다 공간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거울 패널은 밀라노의 파란 하늘을 머금고 있어 관람객들이 구름에 둥실 떠다니는 환상적인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 새장처럼 연출한 전시 부스 안에는 덴마크의 재능 있는 공예인과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실 만츠, 루이스 캠벨, 올레 옌센의 실험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의자, 테이블, 책장, 파티션 등 생활용품에 대한 공예적인 접근으로 만든 15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2 월페이퍼 핸드메이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월페이퍼>는 그간 디자이너, 아티스트, 공예가들에게 특별한 제품 디자인을 요청해 그 결과물을 지면에 게재하고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올해는 ‘Eat me! Drink me! Tell me that you love!’를 타이틀로 열린 핸드메이드 전시를 비롯해 두바이 디자인 디스트릭트, 아프간 메이드와 협업한 카펫 전시, 에메코의 작업실, 구프람의 팝 라운지로 구성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전시 내용도 물론 좋았지만 전시장 주변의 복잡한 공간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전체 공간을 크바드랏의 원단으로 감싼 규모와 세계적인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피에로 리소니 등을 비롯해 쟁쟁한 기업들의 스폰서로 전시를 꾸리는 그들의 파워가 부러웠다.

3 닐루파 갤러리
알바 알토, 베르너 팬톤, 샬롯 페리앙, 프랑코 알비니 등 20세기 디자인 마스터 피스를 비롯해 순수 아트를 향한 작가들의 가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갤러리스트 니나 야사르가 1979년 오픈한 닐루파 갤러리는 이탈리아 아트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다. 밀라노 델라 스피가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올해 대규모 창고를 개조해 만든 전시 공간 닐루파 데포를 오픈해 화제가 됐다. 무려 3000여 점의 컨템포러리 디자인과 니나 야사르가 다년간 모은 작품들이 놓인 공간은 비현실적인 규모로 혀를 내두를 정도.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적인 가구들로 꾸민 거실, 침실, 다이닝룸은 마치 작품처럼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실내 건축은 이탈리아 출신 마시밀라노 로카텔리가 맡았고, 공간 곳곳에 놓인 네온 조명은 마루코 리주토가 디자인했다.

1 모오이의 매력
많은 이들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 중 기억에 남는 전시로 모오이 Moooi를 꼽는데 이번에도 역시 감탄이 나올 만큼 공들여 준비한 전시가 남긴 여운은 강력했다. 모오이는 조나 토르토나에 위치한 넓은 창고에서 이번 시즌 컬렉션을 발표했다. 매번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기획을 하는 모오이는 포토그래퍼 라히 레즈바니가 촬영한 흑백의 대형 인물 사진과 디스플레이를 진행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창립자 마르셀 반더스가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을 비롯해 사람 크기의 록킹 홀스, 아틀리에 반 리스하우트와 아리히로 미야케의 조명 등을 실제 인테리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선보였고 무엇보다 예술 작품 못지않은 다양한 패턴의 아트 카펫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모오이의 첫 아트 카펫 컬렉션으로 사진처럼 정교하고 강렬한 색감과 무늬를 자랑했다. 스튜디오 욥, 로스 러브그로브, 네리&후 등이 참여한 카펫 컬렉션과 가구가 어우러져 신비한 모오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2 과하라, 흥하라
스파지오 로산나 오를란디는 올해 다소 과장되고 대담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는데 구프람은 야외에 선인장 오브제 등을 연출해 팝아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실내에는 사람 크기의 큰 새 둥지를 전시해 휴식을 선사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디자이너 니카 주판크는 브랜드 ‘세 Se’를 통해 신제품을 소개했는데 얇은 다리와 과장되게 폭신해 보이는 시트 부분과 팔걸이가 인상적이었다. 지속 가능한 가구를 만들고 있는 알카롤에서는 채석장에서 대리석을 자를 때 쓰고 버려진 나무를 활용해 그 위에 투명한 레진을 입혀 평평하지만 다양하게 굴곡진 나뭇결을 볼 수 있는 ‘마블 웨이즈’ 시리즈를 선보였다. 버려진 나무를 레진 소재와 결합해 상품성 있는 제품으로 변화시킨 흥미로운 사례였다. 오후가 되면서 은은하게 불이 들어오는 야외에 설치된 셀레티의 ‘멍키 램프’도 로산나 오를란디의 성격을 알려주는 데 한몫했다.

3 오래된 공간의 소재 탐구
팔라조 리타에서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소재와 컨셉트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 <A Matter of Perception> 전시를 진행했다. 야외에는 트리부와 마르시오 코간의 아웃도어 가구를 놓아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실내에는 여러 명의 디자이너들이 소재에 집중한 전시를 선보였다. 알레시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마리오 트리마르키는 구리, 대나무, 나무 등의 소재로 만든 건축적인 테이블 톱을 소개했고 코펜하겐의 가구 회사인 PP 뫼블러는 눈에 익숙한 한스 베그너와 난나 디트젤 등 북유럽 가구 컬렉션을 디스플레이했고 스튜디오 이버린과 마테오 브리오니는 테라코타와 대리석, 코르크 등의 소재로 만든 벽 타일을 선보였다. 신규 브랜드인 잼에서는 알루미늄 프레임의 침대를, 알코프에서는 표면이 입체적인 사이드 보드 등을 선보여 클래식한 공간과 대비되는 가구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4 Design Junction 2015
월페이퍼 핸드메이드 전시와 함께 푸오리 살로네에서 꼭 봐야 할 전시로 자리 잡고 있는 영국의 디자인 정션 전시. 올해는 세계 최초의 B2B 기업이자 엄선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는 모노퀴와 오래된 오페라 하우스 건물에서 40개 이상의 브랜드를 소개했다. 영국의 스타 디자이너인 톰 딕슨은 시네마 하우스를 컨셉트로 어두운 극장 안에 자신의 제품을 디스플레이해 의리를 지켰고 독일의 젊은 조명 브랜드 나이타, 아름다운 꽃병을 선보인 코펜하겐 브랜드 뉴 웍스, 세련된 휴대폰 충전기를 선보인 푼트, 메탈릭한 금속 오피스 아이템을 소개한 비욘드 오브젝트 등도 자신들의 제품을 공간마다 알뜰하게 전시해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디자이너스 길드, 얼콜, 앵글포이즈 등이 참여한 친환경적인 전시인 ‘그린 룸’도 싱그러웠다.

마탈리 크라세, 주방을 말하다
세계적으로 음식과 주방이 트렌드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에게 음식과 주방은 삶 자체이자 늘 함께하는 대상입니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죠.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식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밀라노 팝업 스토어에서 선보인 메토드는 어떤 디자인인가요? 간단히 말해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머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엄마와 아이가 각자의 일과 놀이를 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습니다. 미니 정원을 만들어 채소를 수확하기도 하고 아이를 위한 옷장과 침대를 주방 뒤쪽으로 구성해 엄마가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돌볼 수 있는 독특한 멀티 공간이죠.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했나요? 나는 언제나 기능의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기능을 덧붙이는 것이 더 이상 해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의미 있는’ 제품을 제작해달라는 주문도 받지만 사물의 기능을 재발견하는 일을 더 좋아합니다. 실제로 일을 할 때에는 꼭 형태에 부합한 기능을 찾거나 분야마다 나름의 규칙(예를 들어 ‘라디오’ 하면 소리를 연상하지 열이 연상되는 토스터를 떠올리지는 않는다)을 준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상상을 통해 용도를 알아내려는 시도를 합니다. 엄마라는 역할이 디자인을 할 때 영향을 미치나요? 나는 늘 엄마라는 역할보다는 아이들 시각에서 아이들을 위한 기획을 해왔습니다. 나에게는 아이들이 노는 것만큼이나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역량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또 어른들이 문화에 적응하느라 잃어버린 것도 찾아내고 싶어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단숨에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사물을 경험하는 법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어떤 사회적인 관습에 따르지 않고도 물건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금방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소파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우주죠. 그런 점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좋아하는 식당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라면 바로 우리 엄마의 주방입니다! 사계절 음식을 옆집 친구들과 함께 먹곤 했어요. 파리에서는 오래된 유리잔이 있고, 유행에 맞는 맛있고 신선한 음식을 내놓는 곳, 기왕이면 훌륭한 포도주가 있는 레스토랑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상적인 주방이란 무엇일까요? 이상적인 주방이란 것은 없어요. 과일, 버섯, 아스파라거스, 마늘이 들어간 이탈리아 소스, 디저트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눠 먹는 것이 최고로 사치스런 음식을 먹을 때만큼이나 커다란 추억과 행복을 남깁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삶이니까요.
에디터 신진수

주방과 사랑에 빠진 이케아
이케아는 집에서의 생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브랜드 철학으로 지금까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 디자인까지 신경 쓴 제품을 선보여왔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맞이해 이케아는 밀라노 나빌리오 운하 근처에 컨템포러리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4월 10일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되는 특별 전시관으로 전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케아의 음식과 음료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케아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 관심사를 볼 수 있는 전시장에는 각국의 기자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일반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먼저 이케아는 새로운 주방 시스템인 메토드 Metod를 소개했다. 메토드는 주방이 가진 공간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납장, 서랍장, 문, 정리 용품을 수천 가지의 다양한 조합으로 연출할 수 있어서 공간과 사용자의 취향에 제약을 받지 않는 주방 시스템이다. 이케아는 메토드를 소개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의 시각으로 본 주방을 제안해달라고 부탁했다. 마탈리 크라세, 파올라 나보네, 토마스 샌델, 스튜디오 어바인 등이 이케아의 메토드 출시를 기념해 각자의 개성이 담긴 주방 시스템을 선보여 즐거움을 더했다. 마탈리 크라세는 아이가 생활의 중심이 된 주방을, 파올라 나보네는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주방을 디자인했으며 토마스 샌델과 스튜디오 어바인은 고급스럽고 품격 있으며 장애인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을 선보였다. 또 새로운 컬렉션 ‘신넬리그’를 소개했다. 신넬리그는 올 8월에 출시될 컬렉션으로 천연 재료를 활용해 아늑하고 편안한 제품을 소개한다. 특히 코르크와 나무 소재 등으로 만든 신넬리그의 제품을 녹색 식물과 디스플레이해 이국적인 리조트에 온 듯 전시 풍경을 연출했다. 이케아는 식사와 식탁의 의미에 집중하며 식사가 이뤄지는 공간인 주방과 음식 그리고 그곳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며 한동안 주방과 사랑에 빠져 있을 듯하다.

시간을 여행하는 디자이너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리 브룸은 대리석, 크리스털, 황동, 원목 등 고전적인 소재로 가구와 조명을 만든다. 어린 시절에는 연극 학교에 다녔고 세인트 마틴에서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한때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밑에서 일하기도 했다. 우연히 작은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맡으며 가구 디자인의 길로 들어선 그는 2007년부터 디자인, 제작, 판매 전반을 아우르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2년 ‘크리스털 벌브’로 영국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며 일약 스타가 됐다. 올해 푸오리 살로네에서는 비아 알프레도 카펠리니 거리에 있는 숍을 개조해 ‘더 디파트먼트 스토어’를 타이틀로 백화점처럼 꾸민 공간을 제안했다.

백화점이라는 공간 디자인 컨셉트가 재미있네요. 백화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상점부터 신사의 피팅룸, 여성을 위한 액세서리 코너 등을 만들고 적재적소에 맞는 가구와 조명, 테이블 등을 설치했습니다. 관람객은 2개 층으로 나누어진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환경에 맞는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작품 외에 다른 구조물들은 회색으로 마감해 가구와 조명이 놓일 때 마치 원근법을 적용한 그림을 보는 것처럼 연출했습니다. 신제품의 디자인 컨셉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총 20여 개의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디자인의 주된 컨셉트는 선의 균형으로 선명한 빨간색과 푸른색, 은은한 네온을 사용한 가구와 소품을 디자인했고 뉴트럴 색상과 원목, 대리석 등을 사용한 제품들도 만들었습니다.

궁극적으로 당신이 추구하는 디자인 컨셉트는 무엇인가요? 가구를 비롯해 건축, 패션 그리고 과거에 생산된 물건을 보는 것을 즐깁니다. 이것들이 서로 뒤섞일 때 나타나는 효과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현대적인 소재와 매치했을 때를 고려해 디자인의 컨셉트를 잡습니다.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있습니까? 알렉산더 맥퀸을 좋아합니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활력이 넘치는 런던에 있을 때 다양한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다 좋은 디자인 소스는 갤러리나 전시장 그리고 패션 잡지에서 많이 얻어냅니다. 이번 전시 공간은 패션을 전공했던 내 잠재 의식에서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직접 만든 가구나 소품을 사용하나요? 물론입니다. 제가 만든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당신의 일상생활에 대해 말해주세요.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항상 디자이너로서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좌우명이 있나요?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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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같은 벽지

마술 같은 벽지

마술 같은 벽지

영국의 전통 인쇄 기법을 고수하며 품격이 다른 벽지를 제작하는 콜앤선. 고전적인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오늘날 독보적인 벽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 포르나세티와 협업해 완성한 컬렉션. 2 히스토릭 로열 플레이스 컬렉션으로 연출한 공간. 3 지오메트릭 컬렉션을 가구에 부착했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것이 벽. 가구와 소품이 놓이는 배경이라는 생각에 벽지는 무난하고 튀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2차원적 한계를 뛰어넘어 독창적인 벽지를 선보이는 브랜드 콜앤선 Cole&Son의 제품을 본다면 그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다. 콜앤선은 1873년, 존 페리 John Perry가 설립한 ‘존 페리 유한 회사 John Perry ltd’에서 출발한다. 그는 목판으로 인쇄를 하는 블록 기법이 발달한 런던 북부의 이즐링턴 지역에 자리 잡은후 뛰어난 블록 인쇄 기술로 패턴 북을 만들고 19세기에는 제프리앤코, 샌더슨 등 유명 벽지 회사를 위한 제품을 제작했다. 그는 길게 늘어뜨린 색색의 실크사에서 영감을 얻어 운모를 이용해 실크를 모방하는 자스페 Jaspe 기법을 발명하게 되었다. 이는 진짜 실크를 벽에 바르는 것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대안을 모색한 것인데 훗날 벽지 산업에 크게 기여한 업적이 되었다. 존은 19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발달한 새로운 기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1680년 홀랜드에서 발명된 플로킹 flocking 기법을 도입하는 등 전통 기술에 주목해 기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입체감 있는 무늬를 벽지에 구현했다. 오늘날 전 세계를 통틀어 전통 방식으로 수제 블록 벽지를 생산하는 회사는 오직 콜앤선밖에 없다고 하니 가히 명품 벽지라 부를 만하다.

1 윔지컬 Whimsical 컬렉션 중 ‘우드 Woods’. 2 녹색 잎을 입체감 있게 표현한 벽지는 포르나세티 컬렉션. 3 기하학적 무늬가 멋스러운 지오메트릭 컬렉션. 4 포르나세티가 디자인한 띠벽지. 5 지오메트릭 컬렉션을 가구에 부착했다.

존 페리가 세상을 떠난 후 그가 수년간 축적해온 블록 벽지 컬렉션은 영국 킹스로드에 있는 이름난 벽지 업자 콜 Cole에게 매각되었고 그 이후 앨버트 Albert, 리오네 힐 Lionel Hill과 동업하면서 콜앤힐 Cole&Hill이라는 회사명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다 리오네가 은퇴한 후 마침내 콜앤선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된다. 콜앤선은 영국의 유명 데커레이팅 회사인 ‘코우탄앤선 오브 그로브너 가든스 Cowtan&Son of Grosvenor Gardens’의 블록 패턴을 인수하게 되면서 세계 곳곳의 저택이나 성에 납품하기 위해 제작된 블록들과 웨스트민스터 왕궁에 납품하던 벽지 디자인까지 소유하게 되었고 영국에 있는 블록 패턴의 대부분을 섭렵하게 되었다. 전통 기법을 연구하는 데 주목해온 콜앤선은 혁명적인 현대 디자인 운동에 대응하기 위해 최초로 스크린 프린트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더욱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 덕에 1950~60년대에 이르러 콜앤선은 전성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런던에 자리한 이 디자인 스튜디오는 수많은 예술가, 디자이너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의 벽지 디자인을 탄생시켰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데이비드 에스톤 David Eston, 톰 딕슨 Tom Dixon,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 피에로 포르나세티 Piero Fornasetti 등과 협업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끊임없는 연구로 콜앤선은 현재 약 1800여 개의 블록 프린트 디자인과 350여 개의 스크린 프린트 디자인, 그리고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행한 모든 스타일을 대표하는 벽지 원본을 소장하게 되었다. 이 중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디자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정통성 있는 기술과 디자인으로 벽지 산업의 원천임을 자부한다. 콜앤선의 방대한 아카이브는 새로운 디자인과 컬렉션의 원천으로 디자인 스튜디오에 의해 신중하게 선정, 변형되고 있으며 전문 기술자가 수준 높은 품질의 벽지를 제작하고 있다. 전통 기술과 현대 디자인의 결합을 도모하고 있는 콜앤선은 단순한 벽지 브랜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역사가 되었다.

에디터 최고은 |자료제공 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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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th SALONE DEL MOBIL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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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가구를 중심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다. 5박6일간 축제의 일원이 되어 앞으로 우리의 삶과 연동될 라이프스타일 동향을 내다보고 흥겨웠던 축제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9 미학적인 차단막, 아르퍼
아르퍼는 다양한 환경에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벽 모듈 시스템 파렌테싯 Parentesit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리보레 알테 몰리나가 디자인한 이 제품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사색과 집중을 위한 개인 공간 그리고 음향 시설이 설치된 뮤직룸 등 소음을 차단하고 싶은 공간의 벽에 가볍게 부착할 수 있는 시트 형태이다. 모양은 사각형과 원형, 타원형이 있으며 크기와 색상을 선택해 디자인할 수 있다.

10 젊은 클래식을 위하여, 비트라
지난 1월에 열린 파리 메종&오브제에서 비트라는 홈 컬렉션 분야만을 단출하게 보여줬지만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거대한 설치 전시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규모로 모습을 드러냈다. 켜켜이 쌓은 나무 패널과 철제 망사 캐비닛, 창고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운반 자동차도 등장해 흡사 비트라의 실제 창고를 엿보는 기분이었다. 부룰렉 형제가 라인을 강조한 ‘벨빌’ 라인을 선보였고 그 외에는 기존에 선보인 헬라 융게리우스의 ‘폴더 소파’와 임스의 플라스틱 체어, 바버&오스거비의 ‘마리포사 소파’에 감각적인 컬러를 입힌 ‘영 클래식’이 주목할 만했다.

11 클래식 명가, 카시나&카펠리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비웃듯 매년 규모에 맞는 탄탄한 기획을 보여주고 있는 카시나와 카펠리니. 카시나는 LC 컬렉션의 5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경연 대회의 우승 팀인 스튜디오 칼비&브람빌라의 프로젝트를 화려하게 공개했고 하이메 아욘, 마리오 벨리니, 피에로 리소니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와 함께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제품을 풍성하게 선보였다. 카펠리니는 카시나의 부스 바로 옆에서 신제품을 대거 소개했다. 파올라 나보네는 ‘판다 랜드스케이프’라는 이름의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강렬한 팝아트적인 디자인과 파올라 나보네의 탁월한 색감이 어우러진 2015년 카펠리니의 주요 컬렉션이다.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넥스트 카펠리니에서도 제작 과정과 요소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여 카펠리니만의 대담하고 실험적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12 소파로 만든 작은 건축, 알플렉스
알플렉스는 패브릭 소재를 다루는 노하우가 남다른 브랜드로 디자이너 마르코 자누소를 비롯해 프랑코 알비니, 카를로 콜롬보, 치니 보에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파트너와 협업해왔다. 올해 알플렉스는 건축가 클라에손 코이비스토 루네와 손잡고 맨골드 Mangold라는 소파 시스템을 선보였다. 3개의 모듈로 나뉘는 소파는 좌석과 등받이의 깊이와 높이를 서로 다르게 만들어 조합하는 형식에 따라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13 생일을 축하합니다!
몰테니는 80주년, 톨릭스는 A 체어가 80주년을 맞았고 USM 모듈러 시스템인 할러가 50주년을 맞이했다. 몰테니는 재스퍼 모리슨과 함께 몰테니의 80주년을 축하했다. 재스퍼 모리슨은 밀라노의 현대 아트 갤러리에서 몰테니와 우니포, 다다, 치테리오 등 4개 브랜드의 프로토타입 제품과 아이코닉한 제품을 큐레이팅했다. 톨릭스는 대표적인 의자인 A 체어 탄생 80주년을 맞이해 8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다양한 버전의 의자 전시를 진행했고 모듈 가구로 유명한 USM은 ‘프로젝트 50’이란 타이틀로 모듈에 관한 전시를 푸오리 살로네에서 진행하는 한편, 로 피에라의 워크 플레이스 3.0에서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 ‘키토스’를 선보여 새로운 오피스 가구 라인을 소개했다.

14 폐기물의 변신, 에메코
재스퍼 모리슨이 에메코를 통해 새로운 의자 ‘알피’를 선보였다. 알피는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 에메코와 재스퍼 모리슨의 이상적인 만남을 증명하는 의자다. 버려진 산업 폐기물을 활용해 만들어 친환경적인 알피는 3개의 의자로 이뤄진 벤치와 의자, 바스툴 3가지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밝은 오크색 다리가 산뜻함을 더한다. 등받이의 각도와 좌석 부분 역시 부드럽게 디자인돼 한번 앉으면 일어나기 싫을 정도다.

15 건축가의 가구, e15
정직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 직관적인 디자인의 가구를 소개하고 있는 e15는 영국의 스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손을 잡았다. e15와 치퍼필드는 정제된 소재의 선택과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 ‘페이랜드’와 벤치, 스툴이 그 결과물로 대지 위에 지은 견고한 나무 소재의 건물처럼 단단하고 올곧은 디자인이 돋보이는 시리즈다.

16 아릭 레비가 만든 톤 의자
톤 Ton은 독일 출신의 목재 기술자 겸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미하엘 토넷에 의해 설립된 150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 증기로 나무를 쪄서 나무를 휘게 만드는 벤트 우드 공법으로 만든 디자인이 유명하다. 올해는 아릭 레비와 손잡고 스프릿&블룸을 테마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의자, 바 의자, 암체어, 라운지 체어로 구성된 스프릿과 테이블과 티 테이블로 구성된 블룸 이렇게 두 가지 컬렉션을 출시했다. 의자도 카테고리별로 형태감은 모두 다르지만 이중 홀치기염색을 한 듯한 의자를 추천한다.

17 이것이 카르텔 스타일
카르텔은 올해로 로 피에라 전시장과 야외 전시에서 각각 다른 제품군을 선보이며
빅 브랜드의 위상을 드높였다. 로 피에라 전시장에서는 ‘Kartell Contemporary Lifestyle’이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신제품과 기존 가구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은 제안했는데 짙은 청록색의 벽과 카르텔의 컬러풀한 가구와 조명이 어우러져 주목을 받았다. 카르텔은 밀라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에토레 소사스 컬렉션을 발표했다. 밀라노를 시작으로 뉴욕 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전시될 이번 컬렉션에는 에토레 소사스가 카르텔을 위해 디자인한 미출시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라 더욱 뜻깊었다. 미켈레 데 루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필립 스탁 등이 디자인한 카르텔의 대표적인 가구에 에토레 소사스가 이끌었던 디자인 그룹 멤피스의 패브릭이 입혀졌고 에토레 소사스가 디자인한 꽃병과 조명도 볼 수 있었다.

거장의 자연주의 디자인, 미켈레 데 루키
미켈레 데 루키 Michele de Lucci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건축가 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시절 포스트 모던 디자인 그룹인 멤피스 그룹의 멤버로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에토레 소사스와 더불어 이탈리아 디자인계를 이끈 리더 중 한 명이다. 기능적인 디자인보다는 자유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했지만 1980년대 아르떼미데에서 출시한 톨로메오 조명을 시작으로 인간과 자연을 생각한 기능적인 자연주의 디자인으로 방향키를 돌렸다.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카시나와 협업한 ‘298 폴딩 체어’를 비롯해, 사무용 가구 전시관 워크 플레이스 3.0에서는 <더 워크> 전시의 디렉팅을 맡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멘토로 꼽을 만큼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 그를 카시나 부스에서 만났다.

젊은 시절 멤피스 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때는 30대였고, 지금은 60대가 됐습니다. 그때와 나는 다른 사람이에요. (웃음) 멤피스 그룹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정말 뭐든지 다 디자인한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것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이 파괴될 것에 대한 우려인데, 인간은 자연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 파괴에 대한 우려가 디자인 철학이 된 셈인가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합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주축을 이루지만 여기에는 상상을 기술로 실현시킨 디자인이 접목됩니다. 당신의 디자인 철학이 이탈리아 디자인이 나가야 할 미래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이것은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지만 이것은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98 폴딩 체어는 여느 폴딩 체어와 달리 편안한 착석감이 뛰어납니다. (의자를 접어 보이며) 재료 사용을 최소화해 디자인했습니다. 프레임으로는 비치 우드를 사용했고, 좌석과 등받이에는 열 성형시킨 폴리우레탄 원단을 입혔습니다. 착석 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압력을 지탱하는 고강도 이녹스 Inox 스틸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카시나를 통해 당신이 출시한 첫 번째 가구라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폴딩 체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오는 7월에 개장할 포르타 누오바 시티에 건축한 유니크리딧 파빌리온에 놓을 의자가 필요했습니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카시나를 소개받게 되었는데요. 카시나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많이 생산하는 브랜드로 298 폴딩 체어도 타임리스 디자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사무 공간의 미래를 제시한 의 컨셉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사무실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창조하려면 사무실에도 자유가 주어져야 하고 걸어다니며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잎클로버처럼 생긴 공간 구성이 독특합니다.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라운지 개념의 ‘클럽’, 작은 미팅룸과 개인 사무실로 구성한 ‘프리맨’, 많은 인원이 함께 회의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광장, ‘아고라’, 물건을 만드는 작업실 `랩’으로 구성해 유려한 곡선 형태로 이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은 밝은 원목을 얇게 잘라 디자인해 서로 소통하면서도 차단될 수 있게 했습니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수첩을 꺼내 보이며) 길을 걷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문득 머리에 스치는 형상이 있으면 바로 그림을 그려 수첩에 남깁니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것들이 디자인의 원천이 됩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사실 성공적으로 진행된 작품보다. 실패한 프로젝트에 더 애착이 갑니다. 나는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그것이 디자인 초석이 되고 다른 사람이 아이디어를 보태 진화시킬 수 있는지를 더 많이 생각합니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Alberto Strada

이딸라에서 만난 부룰렉 형제
이번 로 피에라 전시장에서 가장 바쁜 디자이너였다는 부룰렉 형제를 이딸라 부스에서 만났다. 이딸라의 대표적인 꽃병 알토 시리즈를 이을 꽃병이자 부룰렉 형제가 디자인한 ‘루투’는 이미 국내에서도 선보인 제품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부룰렉 형제는 이딸라를 통해 마름모꼴의 루투 꽃병을 선보였는데 유리를 잘 다루기로 유명한 이딸라의 기술력과 부룰렉 형제의 감성이 더해진 수채화 같은 느낌의 꽃병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딸라 부스에서 에르완 부룰렉을 만나 루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리로 만들 수 있는 모양이 많았는데 왜 마름모꼴을 선택했나요? 이딸라는 단순한 모양에 실용적인 기능을 부여하는데 이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구나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고요. 나 역시 단순하면서도 다른 제품과도 잘 어울릴 꽃병을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양의 유리를 사용해 입으로 불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정이 보기보다 까다로웠어요. 이딸라의 많은 제품군 중 꽃병을 선택한 이유는요? 이딸라 쪽에서 제안을 했습니다. 알바 알토의 알토 꽃병이 큰 성공을 거두었기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거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이딸라가 독특한 꽃병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꽃병 디자인을 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까요? 사실 꽃병은 만들기가 어려운 소품입니다. 꽃병 디자인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새롭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기는 어렵죠. 그런 점에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공한다면 그 보람과 기쁨이 아주 클 테니까 말이죠. 디자인을 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나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염두에 둘 것이 많지만 마치 요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상황, 예측하지 못한 변수, 재료, 시장, 사용자 등 모든 것을 고려해서 정확한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죠. 디자이너는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마치 요리할 때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양이나 색깔이 아무리 좋아도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죠.

당신의 집 안 인테리어가 궁금하네요. 사실 나는 많은 것을 집에 두지 않고 삽니다. 집에서는 디자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창문이 많지만 아담한 공간입니다. 단순한 공간이고 조명도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소품이 아니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파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주말마다 파리를 떠나 있었는데 지금 사는 아파트는 마음에 들어서 주말에도 머물고 있어요. 루투의 메이킹 비디오를 보면 유리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유리를 입으로 불어서 만들고 온도를 식힐 때 약간의 긴장감이 생기는데 여기서 조금만 실수해도 작품을 망칩니다. 먼지가 들어가거나 모양이 잘 나오지 않으면 실패 위험은 더 커지죠. 유리는 특히 작품을 만들 때의 상황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그래서 유리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도자기처럼 뭔가 중요한 것을 안에 숨긴 것 같기도 하고요.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아름다움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단순한 것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합니다. 아름다움은 꼭 완벽해야 하는 건 아니죠. 삶을 통해 무엇을 하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부룰렉 형제는 비트라와 아르텍, 글라스 이탈리아, 케탈, 마지스 등 다양한 나라의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아르텍을 통해 선보인 핀란드어로 아치를 뜻하는 ‘카리’ 컬렉션과 비트라에서 발표한 ‘벨빌’ 의자와 테이블은 선을 강조한 간결하고 모던한 컬렉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에디터 신진수
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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