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재화로 바라보는 대중적인 시각에서 탈피하고자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한 정영한 소장.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집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최소의 집은 작은 집도, 아주 싼 집도 아니다. 최소의 집에 대한 정의는 집이 가지는 수많은 가치 중 그 크기와 비용에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것,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관해 문제 의식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제한된 경제적 환경을 극복해야만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 현실에서 집에 대한 의미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2013년 10월, 인사동에 있는 돌실나이 사옥에서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3월에는 창성동 온그라운드에서 네 번째 전시를 개최했다. <최소의 집> 전시는 앞으로 3년간 매년 2회씩 진행할 계획이며 각 회마다 3인의 건축가가 참여해 그들의 완공작 또는 완공 예정작을 선보이는 동시에 전시 주제인 ‘최소’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보여주는 대안 모델(실제 구축이 가능한 주택으로 제시하는 것이 규칙이다)을 보여주는 장기 프로젝트다.
첫 번째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m인 박스를 목적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퍼펙트 박스’를 제안했다. 또 건축가 김희준은 ‘방’을 집의 최소 단위라 정의하고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생성할 수 있도록 비워진 곳이라고 해석했다. 첫 전시에는 나도 함께 참여해서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6×6주택’을 설계하고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공간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두 번째부터 <최소의 집> 전시에 참여하는 건축가 3인 중 한 명은 반드시 자신만의 작업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숨은 건축가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하여 찾은 인물이 비온후풍경의 장지훈 소장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만능으로 해내는 실력자다. 그는 두 번째 전시에 참여하며 부산 수안동에 지은 ‘비온후주택’을 선보였다. 이 주택은 한 층의 면적이 59㎡로 3층 규모에 연면적이 165㎡인 좁고 높다란 집이다. 정육면체를 작은 단위로 지정했는데 이 조합이 사용자에 따라 복제, 변형될 수 있도록 완성했다. 건축가 고기웅은 ‘최대의 집 vs 최소의 집’을 통해 서울 시민 한 명이 다른 사람의 주거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최대 면적을 제시하고, 그 면적 안에서 주거의 최소 기능을 제외하게 된 나머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건축가 정의엽은 현대 주거 공간의 특이점 중 하나인 발코니 공간에 주목하고 각 방마다 발코니를 연결해 전체 공간을 재해석한 ‘보이드월’을 선보였다.
세 번째 전시부터는 ‘최소’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 부제를 설정하게 되었고 ‘유휴 영역을 찾아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부 공간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작은 장소를 발견하고 이를 ‘유휴 영역’이라 정의한 것이다. 건축가 박창현은 면적이나 부피는 넉넉하지 않지만 작은 공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에서 출발해 1인 가구의 확장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고 건축가 곽상준, 이소정은 자신을 위한 집을 최소의 집이라 정의하고 15평 안에 필요한 것만 담은 ‘5㎡ 하우스’를 설계했다. 건축가 임현진, 이도은은 현재 그들이 주거 겸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한옥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에 주목한 작품을 보여줬다.
네 번째 전시의 부제는 ‘외딴 방’으로 소외된 장소나 버려진 공간 혹은 자신만이 들어갈 수 있는 독백의 방일 수도 있다고 설정했다. 아마도 우리에겐 과거의 흔적이 담긴 장소와 공간에 대한 연민이 남아 그것들을 들추어낼 열망이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건축가 권경은은 일상의 필요와 욕심에서 벗어난 별채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설계했고 건축가 권현효는 작은 집이 나무를 담는 큰 화분이 되고 이들이 모여 도시가 더욱 푸르러지는 바람을 담은 작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 박종민은 농가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창고나 빈집의 벽들을 헐지 않고 벽 안쪽에 시간과 기억을 품는 ‘작은 방’을 두었다.
<최소의 집> 전시는 자신들에게 맞는 적정한 공간의 크기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 자신의 규모에 맞는 경제성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집을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deneb@mckorea.com)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글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