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ta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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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실을 이전하거나 생애 처음 단독 작업실을 오픈한 작가 여섯 명을 만났다.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지만 작업실이 그들의 삶이자 일터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 원래 도시락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작업실 공간.

1 선반으로 작업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눴다. 2 영감을 얻기 위해 벽에 붙인 이미지들.

↑ 해외 전시를 앞두고 작업에 몰두 중인 이윤희 작가.

도예가 이윤희의 상상 공간
도예가 이윤희의 작품을 볼 때마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웠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나이를 가늠하게 됐는데 작업실에서 만난 이윤희 작가는 예상보다 앳된 얼굴이었다. 이윤희 작가는 최근 자신의 집이 있는 대전에 작업실을 얻었다. “원래 이 공간은 서대전역에 납품을 하는 도시락을 만들던 공장이었어요. 그래서 바닥에 타일이 깔려 있고 냉장고 자리와 물을 사용했던 공간 등도 그대로 남아 있었죠.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시락 공장이 나가고 난 뒤 제가 들어오게 됐어요.” 레지던시 생활을 하면서 갖고 있던 가구 등을 그대로 가져왔고 가마는 주문 제작을 의뢰하고 기다리는 상태다. 공장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벽도 바닥도 온통 하얀색이었고 창문도 많아서 햇빛이 화사하게 들어왔다. “아직 가마를 비롯한 장비가 다 들어오진 않았지만 작업을 하는 공방과 디자인 작업을 하는 책상 쪽을 나눴어요. 이제 거의 대부분의 작업이 이 작업실에서 이뤄지겠지요.” 곱게 말린 꽃, 무심한 듯 씌운 소파 커버, 도예 공방이 주는 특유의 담백함과 여성 도예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작업실이었다. 소녀와 꽃, 식물 등을 작품에 즐겨 사용하지만 아주 여성스럽다거나 귀엽지만은 않은 작가의 작업 성향과도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작업을 하려면 물레도 돌려야 하고 가마도 사용해야 하고 또 전시 준비를 위해 큰 박스를 두거나 흙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이 공장 형태의 공간은 최적이었죠. 무엇보다 집이 가까워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줄었고요.” 이윤희 작가는 9월에 있을 메종&오브제와 공예 비엔날레에 출품을 앞두고 있다. 어떤 디자인일지는 모르지만 밝고 하얀 작업실에서 단단하게 구워져나올 작품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 회색 벽과 기계가 어우러진 남성적인 분위기의 작업실.

1 직접 만들고 사용해보는 직품들. 2 좁고 세로로 긴 작업실 입구.

↑ 수줍음이 많지만 작품 철학만큼은 확고한 김현성 작가.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회색 작업실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업실을 찾았다. 금속공예라고 하면 장신구나 보석처럼 섬세하고 화사한 작품을 생각하지만 김현성 작가의 공간과 작품은 무심한 듯 손맛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한 지 이제 반년도 되지 않은 파주의 작업실은 그의 첫 개인 작업 공간이다. “그동안 학교 작업실에서 작업했어요. 마음이 맞는 작가들과 함께 작업실을 얻을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혼자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겠더군요.” 원래 가스 배달 회사의 사무실이었던 이 공간은 세로로 길고 좁은 입구를 지나면 나오는 안쪽으로 작업대와 책상, 싱크대 정도를 둘 수 있어서 혼자 지내기엔 무리가 없다. 김현성 작가는 어두운 회색 계열의 페인트로 벽을 발라 차분하면서 금속과도 어울리는 작업실을 완성했다. 제품 구상을 위해 습작 형식으로 그린 드로잉을 벽에 붙이고 싱크대 주변은 작은 식물과 직접 만든 커피 관련 도구들을 정갈하게 세팅했다. “제가 만든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려고 해요. 그래야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고 다른 디자인도 구상할 수 있거든요. 커피 스푼도 그렇고 벽에 건 옷걸이, 촛대 등도 다 제가 만든 것들이에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제대로 된 요리는 할 수 없지만 직접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작은 싱크대를 두었죠.” 김현성 작가는 자신의 성격처럼 꼭 필요한 것만을 갖추되 곳곳에 소소한 연출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작업실을 얻으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서 요즘엔 계속 작업실에 있어요. 금속공예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편견 없이 작가 김현성의 공간으로 봐주셨음 좋겠네요.” 금속의 차가움과 섬세한 손길이 공존하는 작업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생산해내는 그의 생활처럼 작업실 역시 계속 매만져질 것이다.

↑ 작업 중인 윤여범 작가.

1 자르고 남은 나무 자투리들. 2 이 벽을 배경으로 가구를 촬영하기도 한다.

↑ 쇼룸 겸 상담실.

맞춤 가구 디자이너 윤여범의 나무 탐닉
판교 주택가를 지나 조용한 응달산 자락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710퍼니처의 윤여범 작가는 홀로 나무와 대화하고 있다. 세 달 전 개포동 작업실을 정리하고 판교로 온 이유는 쇼룸을 겸하는 작업실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만큼 넓은 공간을 서울에서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주변에 밭과 산이 있어서인지 서울에서 훌쩍 떠나온 느낌이 좋았다고. 성산동에 살고 있어 출퇴근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지만 결혼을 하면 신혼집을 작업실 가까운 곳에 얻을 계획이라 당분간 어려움을 감수하는 중이다. 이곳은 혼자 뛰어놀아도 좋을 만큼 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덕분에 가벽을 기준으로 공방을 분리해 그가 희망하던 쇼룸도 작지만 알차게 꾸밀 수 있었다. “쇼룸을 더 넓히고 싶었는데 기존에 있던 가벽을 활용해야 했기에 제약이 있었어요. 가벽을 허물기엔 비용 문제도 크고 시간도 촉박했거든요.” 가벽 위쪽에는 유리창을 낸 후 카키색으로 깔끔하게 칠했고 바닥에는 육각형의 회색 컬러 보드를 시공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닥재로 나온 제품이 아니었지만 육각형으로 모양을 맞춰 직접 시공하고 나니 개성이 드러나는 시도였다. 주변에 식당이 몇 군데 없기도 하고 요리를 즐기는 그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싱크대도 마련했다. 싱크대 위에 있는 큰 창 너머로는 초록으로 뒤덮인 산이 그림처럼 어울렸다. “겨울에 계약할 때는 주변 환경이 삭막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풍경이 달라지더라고요.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쇼룸 뒤쪽에 있는 작업실은 각종 기계로 가득했고 흰색 벽에는 공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작업실 한가운데 끈을 연결해 천장에 매달아둔 라디오가 눈에 띄었다. “작업할 때 종종 라디오를 켜놓는데 우연히도 이 자리에서 전파가 가장 잘 잡혔어요. 소리도 잘 울리더라고요.” 큰 키로 겅중겅중 걸어간 그는 주문 받은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이윽고 작업실은 나무와 작가가 나누는 대화로 가득 찼다.

↑ 작업실 전경. 뒤쪽의 미닫이 문을 열면 작업 공간이 있다.

1 김정섭 작가의 ‘버블 시리즈’. 2 오랜시간 함께해온 각종 공구들.

1 작품을 위해 스케치 하는 모습. 2 작품을 옯기는 작가의 모습.

가구 디자이너 김정섭의 동네 속 작업실
망원동은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휘젓는 아주머니, 의자를 갖고 나와 햇볕을 쬐며 이야기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동네다. 자전거 벨 소리에도 모두가 돌아볼 정도로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김정섭 작가의 망원동 작업실을 방문했다. “파주에서 망원동으로 이사 온 지 6개월 정도 되었어요. 지금 작업실은 황형신 작가와 함께 사용합니다. 저와 황형신 작가 자택의 중간 지점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망원동으로 결정되었죠. 마침 모교인 홍익대학교 목조형 가구 디자인과에 출강하게 되어 위치도 아주 맘에 들어요. 가구의 재료가 시멘트이다 보니 파주에 있을 땐 몸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곳은 작업 공간을 분리해놓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망원동 작업실은 사무 공간과 작업 공간을 분리했죠.” 흰색 미닫이문을 여니 김정섭 작가의 작업 공간이 있었다. 먼지나 안료 냄새에서 쉴 수 있게 미닫이문을 설치했고, 작업 공간엔 환풍기를 설치해 먼지를 제거하고 있다고. 김정섭 작가의 ‘버블장’에 공구나 건담 모형이 놓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외 시멘트 스툴 시리즈와 황형신 작가의 그간 작업들이 전시되어 있어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천장에 걸어놓은 쇠자 때문에 언쟁이 있었어요. 저는 걸어놓는 것을 좋아하는데 황형신 작가는 그렇지 않았죠. 원래 같이 살면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황형신 작가도 어느새 자를 걸어놓고 쓰더라고요. 편했던 거죠. 이렇게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개구진 표정으로 말하는 김정섭 작가의 말을 듣고 보니 천장의 매달린 쇠자가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며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여 즐거웠다.

1 3D 프린터의 소재로 새로운 직품을 구상 중인 책상 위의 모습. 2 첫 작품인 양 모양 조명 ‘Lamb Lamp’.

↑ 작업을 하는 작가의 모습.

1 작가의 애장품. 2 작품이 어우러진 사무 공간.

가구 디자이너 정기호의 세월이 느껴지는 공간
보광동 언덕에 위치한 가구 디자이너 정기호의 작업실을 찾았다. 복잡한 골목을 헤매는데 2층 창문에서 손짓하는 반가운 얼굴에 긴장이 풀렸다. 정기호는 플라스틱 전선을 녹여 조명, 의자 등의 가구와 소품을 만드는 작가로 소재가 녹아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곡선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움직이는 듯한 면이 특징이다. 1년 전 학교와 가깝다는 이유로 구한 보광동 작업실은 시각디자이너 김시현, 금속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최창규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본래 주택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들었어요. 옛날 집이라 천장이 낮아 천장을 높이고 흰색 페인트칠을 했어요. 페인트칠을 하기 전에 벽지를 뜯었는데, 벽지가 잘 붙게 신문지로 밑 작업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한 겹 한 겹 벗길 때마다 10년, 20년 전의 신문이 나오는 거예요. 너무 재밌어서 기사를 읽어보기도 했죠. 또 예전에 살던 아이의 낙서도 있었는데 이 아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겠지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작업실의 한쪽은 업무와 디자인을 하는 사무 공간, 또 한쪽은 작품을 만드는 작업 공간으로 분리해 사용한다. 곳곳에 놓은 정기호 작가의 조명과 김시현 작가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지는 것도 이 작업실만의 독특한 풍경. “옥상이 개방되어 있어 올라가보곤 해요. 날씨가 좋은 날엔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고, 답답한 마음이 뚫리기도 하죠. 대구가 고향인데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어 참 정겨워요.” 정기호 작가는 최근 3D 프린터의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있다고 했다. 플라스틱 전선은 색에 한계가 있어 아쉬웠는데 3D 프린터 소재는 색이 다양하고, 소재를 녹일 때 냄새도 덜해서 좋다고. 보광동 작업실에서 잉태될 그의 작업물을 상상하며 다시 골목길로 나섰다.

↑ 왼쪽부터 양승진, 이윤정, 박은국, 서정화 작가.

1 못을 모티프로 작업하는 이윤정 작가. 2 먼지 나는 공구들은 뒤쪽에 모아뒀다.

1 풍선에 에폭시를 입혀 만든 양승진 작가의 의자. 2 서정화 작가의 작품.

네 사람의 유쾌한 일터
공장 지대였다가 예술가들, 카페, 디자인 브랜드가 모여들며 근래 새로운 문화의 거리로 주목받는 성수동. 서정화 작가는 이곳에 일찍이 작업실을 마련하고 묵묵히 작품에 몰두해왔다. 기존에는 다른 작가들과 작업실을 공유하다가 사정상 다들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는데 혼자 남게 된 그가 동료 디자이너 3명을 불러들여 작업실을 새로이 꾸민 것. 풍선으로 가구를 만드는 양승진 작가, 못을 모티프로 가구와 소품을 디자인하는 이윤정 작가, 유성 매직만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박은국 작가는 모두 대학 선후배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저희 모두 이곳에 입주하기 전부터 자주 오간 터라 익숙했어요. 다들 파주, 연남동, 이태원, 상도동에 뿔뿔이 살고 있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모이게 되었죠”라는 이윤정 작가. 그녀의 자리는 작업실 입구 쪽으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통로이지만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좋아 여기를 선택했다. 그 맞은편으로는 양승진 작가와 박은국 작가가, 안쪽 가장 넒은 곳은 지분(?)이 많은 서정화 작가의 자리가 있다. “각자 스케줄에 따라서 출퇴근하고 현장에 나가는 일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4명이 함께 작업실에 있을 때는 그리 많지 않아서 한산해요.” 큰 짐을 옮길 때 서로 도와주거나 대신 물건을 받아주는 것은 기본. 프로젝트가 밀려서 손이 부족하면 제작을 돕기도 하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보조가 되어주는 것은 작가로서 험난한 길을 걷는 동료애 때문이다. 서로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그들은 함께 있어 더욱 힘이 된다.

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포토그래퍼 박상국 · 신국범 ·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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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예약은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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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은 어디에서 묵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자연과 하나되는 건축물, 색다른 디자인을 통해 기억에 남을 여행을 선사할 숙박지 11곳을 소개한다.

해송집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출생해 1979년 한국으로 귀화한 민병갈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수목원에는 현재 총 11개의 기와집과 1채의 초가집, 2채의 초가형 콘크리트에서 숙박할 수 있는데, 기와집 중 해송집은 민병갈 선생이 10년간 생활하던 곳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었다. 해송집은 무악재 도로공사로 헐리게 된 한옥 5채에서 나온 자재로 지어졌으며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만큼 수려한 전망을 자랑한다. 해송집은 거실, 방 2개, 주방, 욕실 2개로 구성되었다. 최근 구가도시건축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노후된 자재를 교체, 단열을 강화하고 주방, 화장실을 새롭게 꾸몄다. 접이식 문을 위로 올리면 사방이 훤히 트이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으며, 방 곳곳에는 민병갈 원장이 직접 그린 풍경화와 그가 모은 작품들이 있어 더욱 운치 있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187
문의 041-672-9985

후거
제주도 애월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후거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보내는 아늑한 상태’를 의미하는 ‘휘게 hygge’에서 이름을 따왔다. 애월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실 조망이 매력적인 후거는 빈티지한 느낌과 깔끔한 디자인의 가구를 적절히 매치해 공간을 구성했다.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한 구성원이 동시에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파우더룸을 개별적으로 구성했다. 또 고급 헝가리산 구스로 침구를 꾸며 안락한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애월 앞바다를 바라보며 편히 쉴 수 있는 전용 루프톱 라운지가 있어 밤에는 바다와 하늘의 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 후거만의 큰 특징. 후거는 1실당 최대 4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379-1
문의 064-900-5100

봄날의 집
통영에 위치한 ‘봄날의 집’은 35년을 훌쩍 넘은 폐가를 개조한 것. 헐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의 노력 끝에 골조만 남기고 오래된 집이 갖는 시간을 살려낸 의미 있는 공간이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책상과 함께 아늑한 1인실로 꾸민 ‘작가의 방’, 통영에 살며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전영근 화가의 작품으로 꾸민 ‘화가의 방’, 통영12공방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을 투숙하며 체험할 수 있는 ‘장인의 다락방’ 등 3개의 각기 다른 컨셉트로 객실을 꾸몄다.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봄날의 책방’에서는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이 기획하고 창작하는 간행물과 책을 만나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조식을 제공하는데, 여름엔 장어시락국을 맛볼 수 있다.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6-1
문의 070-7795-0531

이좋은순간
1000평 규모의 감귤 과수원 ‘이좋은제주’에 지어진 독채 펜션 ‘이좋은순간’은 4년째 감귤밭을 가꾸어온 농부 정의준 씨가 운영하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마련한 만큼 집 안 어디서든 싱그러운 감귤밭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매력 포인트. 2층 규모의 건물 1층에는 부엌과 거실, 침실, 샤워 부스가 있는 화장실이 있으며 내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침실과 욕실, 파우더룸과 화장실, 테라스가 있다. 또 야외에 바비큐장도 마련되어 있다. 감귤밭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성인도 이용할 수 있는 트렘폴린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다 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889
문의 blog.naver.com/egoodjeju

613여관
부드러운 백사장과 맑은 바다가 아름다운 상주 은모래비치에 위치한 613여관은 건축가 서승모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삼각형 모양의 방,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나뉜 객실 구조 등 건축적인 매력을 지닌 총 7개의 객실이 있으며 아늑한 침실과 응접실, 확 트인 욕실과 테라스로 구성된 방 안에서 오롯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내부는 가리모쿠, 허먼밀러, 헤이 등 디자인 가구와 소품, 품질 좋은 구스와 코튼 소재의 침구로 꾸몄으며 타이의 내추럴 스킨케어 브랜드 탄 Thann 제품을 어메니티로 사용하는 등 여행객의 만족감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썼다. 또 613여관의 상주리 식탁에서는 남해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조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따뜻한 죽과 반찬을 기본으로 매달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주소 경남 남해군 상주면 남해대로 675번길 19
문의 055-862-6114 www.613inn.com

토스카나 호텔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판 ‘토스카나 호텔’은 객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중세시대의 유적이 많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주를 모티프로 꾸몄다. ‘자연 속의 힐링’이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레스토랑과 카페, 기프트숍, 주얼리숍으로 구성해 제주도의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모노톤으로 맞춘 가구와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아늑하며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애용했던 ‘에르노 라즐로 erno Laszlo’ 제품을 사용하는 스킨케어 스파 또한 토스카나 호텔만의 자랑이다. 그 밖에도 입구에 설치된 페타이어 소재의 코뿔소 조각상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3700-4
문의 064-735-7000

구름에
‘구름 위의 행복한 마을’이라는 뜻에서 ‘구름에’라고 이름 지은 이곳은 유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되살린 고택 리조트다. 건축가 김찬중이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전통 한옥의 고풍스러움은 그대로 살리되, 기존 민박식 고택 체험의 불편함을 보완하고자 현대식 욕실, 화장실, 실내 온도 조절기 등을 설치하고 쾌적함을 더했다. 1600년대 초부터 1800년대까지 건축된 7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ㅡ자, ㄱ자, ㅁ자 등 다채로운 한옥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8호인 계남고택은 리조트에서 가장 큰 한옥으로 안채, 사랑채, 중간방에서 최대 16명까지 묵을 수 있으며 가족 모임에 제격. 안동 식재료를 활용한 조식도 맛볼 수 있으며 신축 한옥으로 지어진 카페에서 고택 단지의 우아한 전경을 바라보며 전통 음료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주소 경북 안동시 성곡동 745
문의 054-823-9001

네스트호텔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호텔은 ‘당신만의 은신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갈대와 자연이 주는 사색과 예술적인 영감을 얻어갈 수 있도록 건축과 인테리어, 세세한 소품까지 네스트호텔에 맞게 모두 새롭게 디자인한 점이 특징. 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디자인호텔스’의 멤버가 되었다. 총 370개의 객실은 일반적인 정사각형이 아닌 사선으로 설계되어 더 넓고 입체적인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침대에 누워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또 전면 통창과 계단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레스토랑 ‘플라츠’에서도 아름다운 서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로비에 있는 ‘쿤스트 라운지’도 네스트호텔의 자랑거리. 일반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예술, 건축, 문화 등 디자인 서적이 약 1000여 권 비치되어 있고 국내외 예술가와 연계한 다양한 전시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주소 인천시 중구 영종해안남로 19-5
문의 032-743-9000

멍집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뒤쪽에 있는 멍집은 반려견과 함께 머물 수 있는 펜션이다.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부부가 과거 반려견과 여행을 갔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지었다. 부부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자리한 멍집은 건축사사무소 ‘디자인밴드요앞’에서 설계를 맡았으며 펜스가 있는 운동장, 테라스 등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 특히 신경 썼다. 객실은 평상을 높게 올린 점이 독특한데 평상 아래에서 반려견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공동 주방에서는 요리를 직접 해먹을 수 있으며 아침에는 간단한 식사가 제공된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길 71-7
문의 www.mungzip.com

글래드 호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투숙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을 선정해 소개하는 ‘디자인호텔스 Designhotels’ 멤버로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선정된 호텔이다. ‘실용성과 친근함’을 컨셉트로 고객의 입장에서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서비스와 요소를 제거하고, 고객의 동선을 염두하고 객실을 설계하는 등 합리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호텔이다. 호텔 객실을 ‘집’으로, 호텔 복도는 ‘거리’로 디자인해 객실을 찾아가는 복도에서도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또한 호텔 로비에 설치된 런던의 아티스트 그룹인 트로이카가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폴링 라이트 Falling Light’ 조명을, 14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Executive Lounge’에는 가구의 거장 핀 율의 ‘윙백 소파’, ‘45번 의자’ 등 핀 율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7-5
문의 02-6222-5000

고이
‘예부터 지금까지 단절의 시간 없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이어졌다면 오늘날의 서울 사람 생활 양식은 어떠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고이’는 1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호텔 레지던스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하며, 1인 혹은 2인이 사용할 수 있는 한옥으로 집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 과거와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기 바라는 마음에 내부의 집기에도 신경 썼다. 가전제품을 제외한 비치품은 여주 도성도요 백자 식기 세트, 전주 특산품 바구니, 담양 대나무 젓가락, 도예가 권나리의 화병 등 지역 자체 상품들과 공예가의 작품들로 구성해 숙박을 하는 동안 한국 문화와 예술을 일상 속에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13-12
문의 070-4116-8633에디터 최고은 ·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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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에 대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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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에 대한 시선

집을 재화로 바라보는 대중적인 시각에서 탈피하고자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한 정영한 소장.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집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최소의 집은 작은 집도, 아주 싼 집도 아니다. 최소의 집에 대한 정의는 집이 가지는 수많은 가치 중 그 크기와 비용에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것,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관해 문제 의식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제한된 경제적 환경을 극복해야만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 현실에서 집에 대한 의미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2013년 10월, 인사동에 있는 돌실나이 사옥에서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3월에는 창성동 온그라운드에서 네 번째 전시를 개최했다. <최소의 집> 전시는 앞으로 3년간 매년 2회씩 진행할 계획이며 각 회마다 3인의 건축가가 참여해 그들의 완공작 또는 완공 예정작을 선보이는 동시에 전시 주제인 ‘최소’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보여주는 대안 모델(실제 구축이 가능한 주택으로 제시하는 것이 규칙이다)을 보여주는 장기 프로젝트다.

첫 번째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m인 박스를 목적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퍼펙트 박스’를 제안했다. 또 건축가 김희준은 ‘방’을 집의 최소 단위라 정의하고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생성할 수 있도록 비워진 곳이라고 해석했다. 첫 전시에는 나도 함께 참여해서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6×6주택’을 설계하고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공간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두 번째부터 <최소의 집> 전시에 참여하는 건축가 3인 중 한 명은 반드시 자신만의 작업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숨은 건축가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하여 찾은 인물이 비온후풍경의 장지훈 소장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만능으로 해내는 실력자다. 그는 두 번째 전시에 참여하며 부산 수안동에 지은 ‘비온후주택’을 선보였다. 이 주택은 한 층의 면적이 59㎡로 3층 규모에 연면적이 165㎡인 좁고 높다란 집이다. 정육면체를 작은 단위로 지정했는데 이 조합이 사용자에 따라 복제, 변형될 수 있도록 완성했다. 건축가 고기웅은 ‘최대의 집 vs 최소의 집’을 통해 서울 시민 한 명이 다른 사람의 주거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최대 면적을 제시하고, 그 면적 안에서 주거의 최소 기능을 제외하게 된 나머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건축가 정의엽은 현대 주거 공간의 특이점 중 하나인 발코니 공간에 주목하고 각 방마다 발코니를 연결해 전체 공간을 재해석한 ‘보이드월’을 선보였다.

세 번째 전시부터는 ‘최소’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 부제를 설정하게 되었고 ‘유휴 영역을 찾아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부 공간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작은 장소를 발견하고 이를 ‘유휴 영역’이라 정의한 것이다. 건축가 박창현은 면적이나 부피는 넉넉하지 않지만 작은 공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에서 출발해 1인 가구의 확장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고 건축가 곽상준, 이소정은 자신을 위한 집을 최소의 집이라 정의하고 15평 안에 필요한 것만 담은 ‘5㎡ 하우스’를 설계했다. 건축가 임현진, 이도은은 현재 그들이 주거 겸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한옥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에 주목한 작품을 보여줬다.

네 번째 전시의 부제는 ‘외딴 방’으로 소외된 장소나 버려진 공간 혹은 자신만이 들어갈 수 있는 독백의 방일 수도 있다고 설정했다. 아마도 우리에겐 과거의 흔적이 담긴 장소와 공간에 대한 연민이 남아 그것들을 들추어낼 열망이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건축가 권경은은 일상의 필요와 욕심에서 벗어난 별채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설계했고 건축가 권현효는 작은 집이 나무를 담는 큰 화분이 되고 이들이 모여 도시가 더욱 푸르러지는 바람을 담은 작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 박종민은 농가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창고나 빈집의 벽들을 헐지 않고 벽 안쪽에 시간과 기억을 품는 ‘작은 방’을 두었다.
<최소의 집> 전시는 자신들에게 맞는 적정한 공간의 크기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 자신의 규모에 맞는 경제성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집을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deneb@mckorea.com)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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