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은 어디에서 묵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자연과 하나되는 건축물, 색다른 디자인을 통해 기억에 남을 여행을 선사할 숙박지 11곳을 소개한다.


해송집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출생해 1979년 한국으로 귀화한 민병갈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수목원에는 현재 총 11개의 기와집과 1채의 초가집, 2채의 초가형 콘크리트에서 숙박할 수 있는데, 기와집 중 해송집은 민병갈 선생이 10년간 생활하던 곳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었다. 해송집은 무악재 도로공사로 헐리게 된 한옥 5채에서 나온 자재로 지어졌으며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만큼 수려한 전망을 자랑한다. 해송집은 거실, 방 2개, 주방, 욕실 2개로 구성되었다. 최근 구가도시건축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노후된 자재를 교체, 단열을 강화하고 주방, 화장실을 새롭게 꾸몄다. 접이식 문을 위로 올리면 사방이 훤히 트이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으며, 방 곳곳에는 민병갈 원장이 직접 그린 풍경화와 그가 모은 작품들이 있어 더욱 운치 있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187
문의 041-672-9985


후거
제주도 애월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후거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보내는 아늑한 상태’를 의미하는 ‘휘게 hygge’에서 이름을 따왔다. 애월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실 조망이 매력적인 후거는 빈티지한 느낌과 깔끔한 디자인의 가구를 적절히 매치해 공간을 구성했다.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한 구성원이 동시에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파우더룸을 개별적으로 구성했다. 또 고급 헝가리산 구스로 침구를 꾸며 안락한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애월 앞바다를 바라보며 편히 쉴 수 있는 전용 루프톱 라운지가 있어 밤에는 바다와 하늘의 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 후거만의 큰 특징. 후거는 1실당 최대 4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379-1
문의 064-900-5100


봄날의 집
통영에 위치한 ‘봄날의 집’은 35년을 훌쩍 넘은 폐가를 개조한 것. 헐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의 노력 끝에 골조만 남기고 오래된 집이 갖는 시간을 살려낸 의미 있는 공간이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책상과 함께 아늑한 1인실로 꾸민 ‘작가의 방’, 통영에 살며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전영근 화가의 작품으로 꾸민 ‘화가의 방’, 통영12공방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을 투숙하며 체험할 수 있는 ‘장인의 다락방’ 등 3개의 각기 다른 컨셉트로 객실을 꾸몄다.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봄날의 책방’에서는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이 기획하고 창작하는 간행물과 책을 만나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조식을 제공하는데, 여름엔 장어시락국을 맛볼 수 있다.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6-1
문의 070-7795-0531


이좋은순간
1000평 규모의 감귤 과수원 ‘이좋은제주’에 지어진 독채 펜션 ‘이좋은순간’은 4년째 감귤밭을 가꾸어온 농부 정의준 씨가 운영하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마련한 만큼 집 안 어디서든 싱그러운 감귤밭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매력 포인트. 2층 규모의 건물 1층에는 부엌과 거실, 침실, 샤워 부스가 있는 화장실이 있으며 내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침실과 욕실, 파우더룸과 화장실, 테라스가 있다. 또 야외에 바비큐장도 마련되어 있다. 감귤밭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성인도 이용할 수 있는 트렘폴린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다 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889
문의 blog.naver.com/egoodjeju


613여관
부드러운 백사장과 맑은 바다가 아름다운 상주 은모래비치에 위치한 613여관은 건축가 서승모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삼각형 모양의 방,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나뉜 객실 구조 등 건축적인 매력을 지닌 총 7개의 객실이 있으며 아늑한 침실과 응접실, 확 트인 욕실과 테라스로 구성된 방 안에서 오롯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내부는 가리모쿠, 허먼밀러, 헤이 등 디자인 가구와 소품, 품질 좋은 구스와 코튼 소재의 침구로 꾸몄으며 타이의 내추럴 스킨케어 브랜드 탄 Thann 제품을 어메니티로 사용하는 등 여행객의 만족감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썼다. 또 613여관의 상주리 식탁에서는 남해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조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따뜻한 죽과 반찬을 기본으로 매달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주소 경남 남해군 상주면 남해대로 675번길 19
문의 055-862-6114 www.613inn.com


토스카나 호텔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판 ‘토스카나 호텔’은 객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중세시대의 유적이 많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주를 모티프로 꾸몄다. ‘자연 속의 힐링’이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레스토랑과 카페, 기프트숍, 주얼리숍으로 구성해 제주도의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모노톤으로 맞춘 가구와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아늑하며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애용했던 ‘에르노 라즐로 erno Laszlo’ 제품을 사용하는 스킨케어 스파 또한 토스카나 호텔만의 자랑이다. 그 밖에도 입구에 설치된 페타이어 소재의 코뿔소 조각상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3700-4
문의 064-735-7000


구름에
‘구름 위의 행복한 마을’이라는 뜻에서 ‘구름에’라고 이름 지은 이곳은 유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되살린 고택 리조트다. 건축가 김찬중이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전통 한옥의 고풍스러움은 그대로 살리되, 기존 민박식 고택 체험의 불편함을 보완하고자 현대식 욕실, 화장실, 실내 온도 조절기 등을 설치하고 쾌적함을 더했다. 1600년대 초부터 1800년대까지 건축된 7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ㅡ자, ㄱ자, ㅁ자 등 다채로운 한옥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8호인 계남고택은 리조트에서 가장 큰 한옥으로 안채, 사랑채, 중간방에서 최대 16명까지 묵을 수 있으며 가족 모임에 제격. 안동 식재료를 활용한 조식도 맛볼 수 있으며 신축 한옥으로 지어진 카페에서 고택 단지의 우아한 전경을 바라보며 전통 음료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주소 경북 안동시 성곡동 745
문의 054-823-9001

네스트호텔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호텔은 ‘당신만의 은신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갈대와 자연이 주는 사색과 예술적인 영감을 얻어갈 수 있도록 건축과 인테리어, 세세한 소품까지 네스트호텔에 맞게 모두 새롭게 디자인한 점이 특징. 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디자인호텔스’의 멤버가 되었다. 총 370개의 객실은 일반적인 정사각형이 아닌 사선으로 설계되어 더 넓고 입체적인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침대에 누워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또 전면 통창과 계단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레스토랑 ‘플라츠’에서도 아름다운 서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로비에 있는 ‘쿤스트 라운지’도 네스트호텔의 자랑거리. 일반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예술, 건축, 문화 등 디자인 서적이 약 1000여 권 비치되어 있고 국내외 예술가와 연계한 다양한 전시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주소 인천시 중구 영종해안남로 19-5
문의 032-743-9000

멍집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뒤쪽에 있는 멍집은 반려견과 함께 머물 수 있는 펜션이다.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부부가 과거 반려견과 여행을 갔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지었다. 부부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자리한 멍집은 건축사사무소 ‘디자인밴드요앞’에서 설계를 맡았으며 펜스가 있는 운동장, 테라스 등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 특히 신경 썼다. 객실은 평상을 높게 올린 점이 독특한데 평상 아래에서 반려견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공동 주방에서는 요리를 직접 해먹을 수 있으며 아침에는 간단한 식사가 제공된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길 71-7
문의 www.mungzip.com

글래드 호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투숙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을 선정해 소개하는 ‘디자인호텔스 Designhotels’ 멤버로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선정된 호텔이다. ‘실용성과 친근함’을 컨셉트로 고객의 입장에서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서비스와 요소를 제거하고, 고객의 동선을 염두하고 객실을 설계하는 등 합리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호텔이다. 호텔 객실을 ‘집’으로, 호텔 복도는 ‘거리’로 디자인해 객실을 찾아가는 복도에서도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또한 호텔 로비에 설치된 런던의 아티스트 그룹인 트로이카가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폴링 라이트 Falling Light’ 조명을, 14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Executive Lounge’에는 가구의 거장 핀 율의 ‘윙백 소파’, ‘45번 의자’ 등 핀 율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7-5
문의 02-6222-5000


고이
‘예부터 지금까지 단절의 시간 없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이어졌다면 오늘날의 서울 사람 생활 양식은 어떠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고이’는 1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호텔 레지던스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하며, 1인 혹은 2인이 사용할 수 있는 한옥으로 집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 과거와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기 바라는 마음에 내부의 집기에도 신경 썼다. 가전제품을 제외한 비치품은 여주 도성도요 백자 식기 세트, 전주 특산품 바구니, 담양 대나무 젓가락, 도예가 권나리의 화병 등 지역 자체 상품들과 공예가의 작품들로 구성해 숙박을 하는 동안 한국 문화와 예술을 일상 속에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13-12
문의 070-4116-8633에디터 최고은 ·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