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 동안에는 장외 전시 푸오리 살로네가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전시장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의 다양한 전시와 이슈로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다. 예술적인 셀렉트숍 스파지오 로산나 오를란디를 비롯해 브레라, 토르토나 거리, 트리날레 뮤지엄에서 만난 이슈를 소개한다.
스파지오 로산나 오를란디
로산나 오를란디 Rossana Orlandi는 리나 카나파니 Lina Kanafani와 프리실라 콘란 Priscilla Conran과 함께 유럽의 디자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여성 3인방 중 한 명이다. 벽을 타고 무성해진 담쟁이덩굴 너머로 보이는 미로처럼 숨겨진 공간에서는 박람회장에서는 보지 못한 예술적인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했다. 올해는 마리메꼬 우니꼬의 론칭 50주년을 맞이해 핵심 제품과 신제품들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디자이너 니카 주판치 Nika Zupanc와 런던의 가구 브랜드 쎄 Se가 손잡고 만든 ‘컬렉션 3’에서는 우아함이 느껴졌다. 레진을 활용한 가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알카롤 Alcarol은 물의 속성을 표현한 레진과 폐목재를 결합해 에메랄드빛 바다를 표현한 테이블과 조명을 선보였다. 영국의 듀오 디자이너 힐 사이드 아웃 Hill Side Out 역시 레진과 플라스틱, 원목을 층층이 쌓아 올린 콘솔과 커피 테이블을 소개했다. 빈티지한 패브릭을 패치워크한 가구와 소품을 전시한 복자 Bokja의 전시장에는 노스탤지어 감성으로 가득했다. 올해로 4년째 로산나 오를란디와 함께 전시 중인 김희원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는데, 사람이 거울에 가까이 오면 본래의 사진이 사라지고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로 바뀌는 마술 같은 디자인을 선보여 많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 크바드랏의 디비나 원단을 사용해 만든 안톤 알바레즈의 실 감기 작품.
1,2 폐목재와 레진을 활용해 만든 알카롤의 테이블과 조명.
3 힐 사이드 아웃의 테이블.
4 레바논 출신 여성 듀오 디자이너가 만든 직물 브랜드, 복자의 소파.
5 김희원 작가의 미러 시리즈.
6 마리메코의 우니코 패턴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트리날레에서 만난 한국 공예
트리날레 미술관에서는 작년에 이어 ‘한국 공예 법고창신 2014’가 열렸다. 올해는 나전, 도자, 한지, 금속 등 5개 분야의 장인 20인이 170여 점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전시장을 가득 메워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우리의 전통 작품들이 한층 돋보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유기장 이봉주 장인이 만든 방짜유기 좌종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한산모시 장인들이 만든 100여 점의 조각보는 갈런드처럼 전시장의 천장을 장식했다. 도자 부분에서는 이기조의 백자와 맑은 시냇가의 돌을 연상시키는 황삼용의 자개 공예 ‘조약돌’은 파란 눈의 외국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250주년을 맞은 바카라
프랑스의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 baccarat는 산 카르포포로 San Carpoforo 교회에 바카라의 빛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표 상품인 샴페인잔 베가 Vega와 밀레 누이 Mille Nuit 촛대, 아르쿠르 Harcourt 글라스로 세팅한 테이블 위에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는 마치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듯한 신비로운 광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250주년을 기념해 만든 넨도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만나 볼 수 있었다.
패션 하우스의 디스플레이 감각
패션의 중심지인 밀라노답게 프라다, 베르사체, 보테가 베네타, 반클리프 아펠, 코스, 펜디 까사, 폴 스미스 등은 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 가구와 인테리어에 빠진 패션 디자이너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전시장을 마련했다. 메탈과 PVC로 제작한 기린, 타조, 오리, 당나귀들이 전시장을 뛰놀았던 마르니의 ‘애니멀 하우스’에서는 콜롬비아의 전통 의자를 재해석한 100개의 의자를 만나볼 수 있었다. 관람객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해주었던 미쏘니는 반사 효과를 즐길 수 있었던 천장 디스플레이가 유쾌했고, 고색창연한 팔라조 세르벨로니 Palazzo Serbelloni 궁전에서는 에르메스의 새로운 조명 컬렉션을 미리 만날 수 있었다.
1 햇살 가득했던 전시장이 초원인양 뛰놀았던 마르니의 애니멀 하우스.
2 에르메스는 원단을 폭포수처럼 연출했다.
3 마르니의 흔들의자.
4 관람객들에게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았던 미쏘니.
네덜란드 디자인 파워, 모오이
모오이는 참신함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 모오이의 아트 디렉터 마르셀 반더스와 오랜 파트너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 Erwin Olaf가 함께한 전시장은 오픈 전부터 SNS를 통해 기대감을 주었다. 장엄하고 웅장한 스케일과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과 성당의 실내를 대형으로 출력한 배너 앞에 꾸민 공간들. 동화적인 이야기를 담은 듯한 공간 구성부터 데커레이션 아이디어까지. 무한한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에디터 박명주
출처 〈MAISON〉 2014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