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시작된 더위에 마음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향하고 있다면 인테리어 전문가 4인이 직접 연출한 여름 풍경을 주목하자.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연출한 여름 인테리어. 눈에서 마음까지 시원함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았다
▲ 리넨으로 만든 금강산도와 강 물고기 오간자를 조각잇기한 볕 가리개, 소반 다리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화문석과 실크 방석은 모두 모노콜렉션에서 판매. 소반은 허은경 작가의 작품이다.
1 바람이 머무는 집 유년의 집 주위로 배밭이 둘러싸고 있었다. 양털 구름을 닮은 하얀 배꽃이 피어난 길을 걸으며, 인근 산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즐겼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배밭에 친 모시 텐트는 따가운 햇살은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은 끌어와 여름을 위한 집으로 손색없다. 천연 소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적함, 모시 텐트 안에서 꿀보다 달콤한 한여름의 낮잠에 빠져든다.
2 모노콜렉션 장응복의 ‘요산요수’ 풍경이 뛰어난 곳에 정자를 지어 대자연을 그대로 감상하고 서화를 즐기며 시를 읊조리던 우리 고유의 여름 나기를 그려본다. 우면산 자락의 선녀탕 계곡과 그 길에 있는 배밭은 장응복 대표의 아침 조깅 코스. 멀리 여행을 떠나기보다 짧게라도 자주 근거리에서 자연으로의 도피를 즐긴다.
3 여름 풍류 시원한 골짜기 바위에 앉아 자연을 즐기며 무더운 여름 더위를 이겨낸 옛 선비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시의 더위는 자취를 감추고 신선놀음을 즐기게 된다.
▲ 천막은 모두 모노콜렉션의 원단으로 제작한 것, 소반 다리로 디자인된 모던한 화문석과 불정대도 방석, 조각잇기한 패브릭과 오너먼트를 엮어서 만든 풍경은 모두 모노콜렉션에서 판매.
시에스타 이정화의 ‘여름색’
흔히 여름을 상징하는 색으로 파랑을 연상하지만 스타일리스트 이정화는 초록과 보라를 꼽았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연둣빛은 점점 짙어지고, 들판에는 쪽빛 꽃들이 만발하기 때문이라고. 작년 겨울, 너무도 추웠던 서울을 떠나 따뜻한 호주에서 사온 책에서 프린트한 나무 그림. 이를 프린트해 벽에 붙이고, 그림 앞에 화분을 놓았는데 작은 숲을 이룬 듯한 느낌이다. 초록색은 모노톤과 만났을 때 한층 세련돼 보이기 때문에 주변의 가구나 소품색을 선정할 때 유념해보길. 액자와 거울, 이니셜 오브제는 유럽 여행 중 구입한 것이다.
1 쪽빛 꽃꽂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들판이나 길가에는 수국이나 도라지꽃, 위겔라, 수레 국화 등이 핀다. 주변에서 따온 쪽빛 꽃들을 한 다발 가득 꽂아두면 집 안의 분위기도 금세 시원함으로 채워진다. 클래식한 거울은 이태원에서 구입한 것이며 새 오브제는 이딸라에서 구입했다.
2 초록과 보라의 보색대비 자연이 품은 두 가지 여름색 초록과 보라로 색채의 대비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전체를 바꾸기보다는 쿠션이나 화분, 꽂꽃이를 활용해 변화를 줄 것을 조언한다. 화분은 잎이 큰 파초 나무를 고르면 한층 더 시원해 보인다. 장 마리 마소가 디자인한 화이트 암체어는 폴트로나 프라우 제품. 3가지 색상의 테이블이 조합된 커피 테이블은 폴트로나 프라우 제품으로 모두 밀라노디자인빌리지에서 판매. 책장에 놓여진 초록색 유리병들은 시카고와 앤트워프에서 구입한 것이다.
3 접시에 만든 정원 비단이끼와 병아리 눈물을 활용해 접시에 아담한 정원을 만들었다.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면 분할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접시 정원은 하나의 작품처럼 빛을 발한다.
1 엔알디자인팩토리 김나리의 ‘레트로 서머’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나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까워서 쓰지 못했던 관상용 그릇들을 서슴없이 꺼내 썼다. 좋은 그릇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보며 안목과 취향이 생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됐지만 푸드 스타일리스트 못지않은 방대한 그릇과 소품 컬렉션을 보유하게 되었다. 평소 장르를 넘나드는 퓨전 스타일을 즐기는 그녀는 어린 시절을 반추하며 한국적인 모티프와 현대적인 아이템의 조화로 ‘레트로 서머’를 연출했다. 에스닉한 타일은 오라 이탈리아의 ‘퓨전’으로 두오모반요에서 판매. 도자 식기와 달항아리는 모두 식기 장인 백산 김정옥의 작품.
2 여름 가운데 빙수 오래된 재봉틀 위에 올려놓은 작은 화병들 사이, 복분자 빙수를 그릇에 담아 포인트 오브제처럼 연출했다. 오롯이 나만의 빙수 타임을 즐길 수 있는 정겨운 아이디어다. 꽃을 꽃은 화병은 다년간 여행에서 모은 것이며 빙수 그릇은 이딸라에서 구입. 재봉틀은 싱거 미싱의 빈티지를 구입한 것이다.
3 순백의 휴식 언뜻 보기에는 서양의 데이 베드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돌 침대로 마감한 평상형 소파이다. 소파 위에는 무명으로 누빈 매트와 근대의 패턴을 입은 쿠션, 까슬까슬한 무명으로 만든 화이트 쿠션을 여러 개 배치했다. 청아한 화이트 색감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소반을 둔 휴식의 공간을 만들었다. 광목을 누벼서 만든 보료와 돌 침대를 매입한 소파는 엔알디자인팩토리에서 제작, 하얀색 쿠션은 무지, 이케아에서 구입한 것과 영국의 화이트 컴퍼니에서 구입한 것과 믹스매치한 것이다. 포인트로 사용한 쿠션은 근대에 제작한 광목에 꽃을 수놓아 만든 조각을 사다가 쿠션으로 제작한 것.
포도나무 아래 피크닉
집 안에서도 툇마루에 앉아 피크닉을 즐길 수 있게 꾸민 공간. 포도나무가 프린트된 파라솔 아래 마련한 평상에는 와인에 곁들일 모시송편과 체리, 올리브, 수박을 세팅했다. 작은 연못까지 실내로 들여오고 싶다면 물확을 준비하는 센스를 발휘해본다. 보다 시원한 여름 느낌을 가미할 수 있다. 파라솔은 드룩 제품으로 몇 년 전 세컨드호텔에서 구입한 것이며, 러그는 나니 마르퀴나의 제품으로 넓은 것을 잘라서 사용하고 있다. 평상은 철거하는 한옥집의 마당에서 얻은 것들을 조합해 제작한 것이다. 체리를 담은 그릇은 스타우브의 미니 냄비이며, 올리브는 유기 사발에 담았다. 떡을 담은 그릇은 손경희 작가의 작품.
마리아 주 드 미애 홍미애의 ‘전원’
집이나 사람이나 아름다운 스타일의 완성은 건강과 자연미라고 생각하는 홍미애 대표. 공간을 꾸밀 때도 이 점에 가장 많은 신경과 관심을 기울여,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전원풍의 스타일을 지향한다. 베란다에 하나쯤 놓여 있는 화분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한 소품이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색다르게 변신할 수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철제 의자와 트레이를 주변에 배치하고 살아 있는 듯 보이는 재미있는 닭 등의 동물 오브제를 매치하면 평화로운 시골 정원의 한 장면이 완성된다. 빈티지 철재 의자와 닭 오브제, 새장, 바스켓은 모두 마리아 주 드 미애에서 판매한다.
1 자연색으로 물들인 마카롱 시원한 왕골 트레이에 소담스럽게 담은 알록달록한 마카롱. 레몬, 라즈베리, 망고, 피스타치오 등 자연에서 추출한 고운 색감으로 두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오브제가 된다.
2 기능적인 오브제 여러 개의 초를 함께 올려두면 힘 있는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낮에는 다채로운 컬러감으로 시원해 보이고, 불을 밝히면 환상적인 무드를 연출한다.
건강한 테이블
아파트와 단독주택,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베란다 데코 아이디어를 제안한 홍미애 대표. 가벼운 체크 패턴의 식탁보를 깔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촛대와 꽃,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소박한 음식을 올렸다. 체크 패턴 원단과 방석은 유럽 여행에서 사온 제품이다.
에디터 박명주 l 포토그래퍼 박재형, 임태준
출처 〈MAISON〉 2014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