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에 오픈한 빌라드파넬은 주변을 온화하게 감싸는 자연부터 건축과 가구, 커피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저택에 초대 받은 듯 환영 받는 기분은 덤이다.

빛이 잘 들어오는 빌라드파넬 전시동의 1층. 탁 트인 전망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트리뷰 제품이 어우러져 화사하다. 크게 붙인 벽지는 프랑스 아난보 Ananbo의 제품.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용인시에 위치한 박곡리 안으로 들어서자 모던한 박스 형태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으로 그린 듯한 클래식한 촛대 로고가 그려진 두 개의 짙은 회색 건물과 흰색 건물은 네모반듯하게 잘 지어졌다. 차를 대고 내려서 살펴보니 빌라드파넬 Villa de Parnell은 크게 3개의 동인 물류창고와 카페동, 전시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구에 서서 바라보니 뒤편의 나지막한 산과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는 건물이 어우러져 “와, 좋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깔끔한 박스 형태의 전시동.

전시동과 카페동 사이에는 정원을 만들어 야외에서 웨딩이나 연주회를 진행할 수 있다.
파넬은 프랑스 수입가구 몽티니 Montigny를 비롯해 호주 브랜드인 하버 Harbour, 최근 힘을 싣고 있는 트리뷰 Tribù 그리고 자체 제작 가구까지 40여년간 가구업계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다. 부부인 최영범 대표와 조민임 감사, 딸인 최정원 이사와 최정아 실장이 이끄는 가족 브랜드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땅을 보러 다녔어요. 빛이 잘 들고 한적하고, 들어오는 길이 잘 정돈된 곳 등 몇 가지 기준을 만족하는 땅을 찾아 다녔죠. 땅을 고른 뒤엔 저희 집을 설계했던 디아키즈 건축사무소의 명재용 대표를 다시 찾았어요. 3개의 동은 모던하고 심플하게, 대신 내부는 파넬의 가구들로 부드럽게 채우기로 했죠.” 최영범, 조민임 부부가 전시동을 안내하며 빌라드파넬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아키즈 명재용 대표는 판교에 위치한 이들 가족의 ‘파넬하우스’를 인연으로 이곳, 빌라드파넬의 설계를 맡았다. “소개하는 가구가 대부분 클래식한 분위기라고 해서 외관까지 같은 스타일이면 올드하고 무거워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마치 창고처럼 무심한 듯 심플하게 외관을 만들고 어떤 스타일의 가구를 두어도 잘 어우러질 수 있게 내부 장식은 최소화했어요. 조경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다행히 얼라이브어스에서 건물과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조경을 완성해주셨고요. 여러모로 파트너십이 참 좋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라며 건축가가 설명을 보탰다.

높은 천고를 살려서 만든 난로와 트리뷰 가구들이 겨울에도 포근해 보인다. 트리뷰 가구는 아웃도어 가구이지만 실내에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리셉션처럼 연출한 전시동.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유리 온실처럼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만들어 의자에 앉아 위쪽의 유리 천장을 바라볼 수도 있다. 전시동의 첫인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모든 동은 1, 2층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동은 트리부 아웃도어 가구를 비롯해 자체 제작 가구, 하버 등 파넬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가구로 디스플레이했다 . 모든 스타일링과 디렉팅은 조민임 감사와 두 딸이 함께 했다. “집에 가면 음악도 틀고, 차도 마시고 소파에 기대서 쉬다가 에너지를 충분히 얻은 다음 일어나서 일을 하곤 해요. 저에게 집은 그런 곳이에요. 사무실과는 또 달리 편안하고 따뜻하고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곳이죠. 그런 느낌을 빌라드파넬에 오신 분들도 느껴봤으면 해요.” 조민임 감사의 말처럼 빌라드파넬은 갤러리 공간이나 전시와 판매를 목적으로 한 가구 쇼룸과는 다르게 당장 집에 적용해도 될 것처럼 실용적이지만 파넬만의 스타일링이 느껴진다. 맞은편의 창고와 맞닿아 있는 카페동은 스탠딩커피에서 커피를 책임지고 있고, 파넬에서 수입하고 판매하는 가구에 자유롭게 앉아서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앉아보고, 만져보고, 경험해야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대표의 신념이기도 하다. “요즘 노키즈 존도 많고,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곳도 많잖아요? 저는 생각이 달라요. 방문한 이들이 자연부터 가구, 커피, 공간을 어떤 제약 없이 충분히 느끼고 가셨으면 해요.” 최영범 대표는 다른 곳에 비해 칸이 많고 유모차가 들어가도 넉넉한 화장실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빌라드파넬은 유모차가 들어가도 넉넉한 크기의 화장실을 여러 개 만들어 아이를 동반한 고객을 배려했다.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 패브릭으로 힘을 준 공간. 블랙 패브릭 소파는 파넬 제작 제품이다.

자체 제작한 침대가 놓인 2층. 최근 뉴질랜드의 텍스타일에 매력을 느껴 제작했으며, 앞에 놓인 가구는 하버 제품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인 빌라드파넬은 갖고 있는 계획이 많다. 소규모의 대관 파티부터 웨딩, 리사이틀이나 작은 연주회 등 너른 정원과 건축을 활용한 이벤트를 하나 둘씩 선보일 예정이다. 봄에는 산수유가 피고, 여름에는 온통 녹음이 우거질 것이며 가을에는 단풍을, 겨울에는 펑펑 내리는 눈으로 덮인 풍경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혼자만 잘나서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파넬 식구들을 비롯해 건축가, 조경업체, 카페 또 구석구석 손을 봐주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빌라드파넬을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곳이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공간이 되지 않길 바라요. 파넬과 연을 맺고 있는 이들의 애정이 담긴 이곳이 한번 와보면 또 오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최영범 대표의 말을 들으니 왜 파넬이 40여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넉넉한 마음으로 누구라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곳, 빌라드파넬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다.

붉은색으로 벽을 칠해 다른 공간과 구분된 느낌을 주는 카페동 2층의 미팅룸. 여러 명이 둘러앉아 프라이빗한 모임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카페는 스탠딩커피에서 운영을 맡았다. 파넬과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파트너사 중 하나다.

카페동 2층의 모습. 전시동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내추럴하고 캐주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빌라드파넬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화장실 바닥과 벽, 디테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래머러스한 느낌으로 연출한 카페동의 화장실.

식물과 식물 모티프의 벽지, 패브릭 등으로 내추럴한 느낌을 살린 카페. 누구든 편하게 앉아서 가구를 체험할 수 있다.

‘수水 공간’으로 이름 붙인 정원의 한 코너. 얕은 물과 트리뷰의 아웃도어 가구를 섬처럼 떨어트려서 연출해 정적이고 차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