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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SF 감성과 포스트모던 디자인이 만난 칵테일 바, 오드볼.

쨍한 컬러와 조명 디테일, 레트로한 우주적 감성이 어우러진 오드볼 내부.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오래된 벽돌 건물 1층에 새로 문을 연 칵테일 바를 들어서자 영화 <스타 트렉>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쨍한 주황과 청록의 대비, 알루미늄 마감이 어우러진 공간은 그 시절 사람들이 미래는 아마 이럴 거라고 상상하던 어떤 매끄러움이었다. 이름처럼 엉뚱하고 괴짜 같은 곳 오드볼 Oddball은 레트로퓨처리즘의 미학과 1980년대를 풍미한 이탈리아 포스트모던 디자인 그룹 멤피스 Memphis의 선명한 색채, 그리고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화려함에서 착안한 공간이다. 설계를 맡은 디자인 스튜디오 ‘하우스 언더 매직’은 재즈 클럽과 리스닝 바를 거쳐온 이 공간을 개조하며 ‘정제된 장난스러움’을 모토 삼아 서로 다른 소재가 부딪히고 어긋나는 방식에 집중했다. 앞쪽 좌석과 바를 가르는 파티션과 테이블 상판에는 나뭇결이 굵게 살아 있는 벌 우드를, 그 곁에는 인조 콘크리트 블록을 나란히 뒀다.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공간을 전문으로 하는 팀 답게 바 위에는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커스텀 스피커가 자리한다.

바 좌석의 빨간 원형 의자와 색을 맞춘 둥근 조명은 밤늦도록 불을 켜두는 미국 다이너를 닮았다. 주류로 가득 찬 바 선반을 가로지르는 조명은 <스타 워즈>의 광선 검과 미니멀리스트 댄 플래빈의 형광등 조각 사이 어딘가에 있다. 칵테일 리스트 역시 공간처럼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의 조합에 기댄다. 블루베리에 짭조름한 유청과 홀스래디시를 더한 보랏빛 ‘라잇스피드 드리프터’, 토마토 베르무트 베이스에 땅콩과 쌉싸름한 허브 리큐어를 더한 새하얀 네그로니 ‘네거티브 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문 유닛’, ‘퓨처 퍼펙트’, ‘인피니트 루프’ 등 하나같이 우주적 상상을 담은 이름들 사이에는 남은 커피나 허브 등 버려지는 재료를 살린 칵테일도 있다.

블루베리와 유청, 홀스래디시를 더한 칵테일 ‘라잇스피드 드리프터’.

 

살사 오일을 곁들인 으깬 콩과 튀긴 빵.

칵테일 바로서는 기대 이상으로 풍성한 음식 메뉴는 살사 오일을 곁들인 으깬 콩과 튀긴 빵, 감귤 비네그레트를 더한 참치 카르파초 등으로 구성된다. 레트로퓨처리즘의 낭만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마음껏 꿈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드볼은 그런 낙관을 품는 괴짜를 자처하고 또 기다린다.

EDITOR | 문혜준
WRITER | 박지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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