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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가장 실험적인 디자인 갤러리 중 하나로 떠오른 펄프 갤러리.


 

2022년 파리 9구에 문을 연 펄프 갤러리 Pulp Galerie는 놀랍게도 20대의 두 청년, 폴 메나세르 푸생과 폴 루이 베토가 이끌고 있다. 이들의 갤러리는 가구를 박물관 유물처럼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주목받아왔다. 전시된 작품을 단순히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 공간에서 거주하며 사용하는 생활밀착형 큐레이션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곧바로 세계 무대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첫 참가한 ‘PAD Paris’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2024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서는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의 작품을 신전의 조각상처럼 배치해 ‘최고의 역사적 디자인 오브제 상’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파리 6구 중심부로 갤러리를 이전하며 제2막을 열었다. 이전을 기념한 첫 전시로는 1985년 쾰른에서 결성되어 독일 래디컬 디자인을 이끈 ‘펜타곤 그룹’ 회고전을 선택하며, 여전히 강렬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어 5월 말까지는 1990년대 뉴욕 광고계를 상징한 TBWA \ Chiat \ Day의 사라진 오피스를 펄프 갤러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가에타노 페세가 1994년 선보인 파격적인 건축적 실험을 집대성한 전시로서, 개막과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다. 가에타노 페세는 고정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날 익숙한 ‘자유로운 업무 공간(플렉스 오피스)’ 개념을 선구적으로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광고기획자 제이 샤이엇과 협업해 고정 좌석과 수직적 위계 구조를 과감히 해체하고, 집처럼 편안하게 이동하며 영감을 나누는 공간을 구현했다. 비록 이 전설적인 사무실은 1998년 사라졌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가구와 오브제를 통해 그 혁신적인 세계를 다시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기록을 넘어, 가구와 건축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페세의 따뜻한 철학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함께 발간되는 도록에는 사라진 사무실의 기록이 상세히 담겨 있어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전시장과 생활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온 펄프 갤러리의 태도처럼, 이번 전시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젊은 기획자들이 해석한 거장의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기 바란다.

WRITER |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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