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티끌이 켜켜이 쌓여 큰 바위가 되듯이 한 시대의 문화 역시 작은 흐름에서부터 출발한다. 골목에 숨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옛것에 덧붙여 오늘의 모습을 쌓아가는 그들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SHOP │ 근대화상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 나성숙 교수의 작업실 겸 집을 개조한 근대화상회는 우리나라 장인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시작한 곳이다. 한옥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어우러진 소반, 함, 그릇 등의 공예품은 실제로 누군가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현식 대표는 근대화상회 같은 가게가 더욱 많이 생겨 사람들이 잘 만들어진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마루에는 방석과 소반이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쉴 수도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계동 73-6
TEL 02-3676-2231

SHOP │ 모자공방 아야
옛 철물점을 개조한 모자공방 아야 Aya는 일본에서 모자 디자인을 공부한 곽진옥이 운영하는 곳이다. ‘아야’는 일본어로 색을 뜻하는데 어떤 모자를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상과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야의 모자는 모두 천연 소재로 만들어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것이 특징. 여기에 그녀만의 감각을 더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모자를 제작하고 있다. 매장 안쪽에 자리한 작업실에서는 일대일 모자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머리 치수 재기부터 패턴, 액세서리 제작까지 나만의 맞춤 모자를 만들 수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계동 67-24
TEL 02-745-5422

SHOP │ 어쩌다 가게
이름이 독특한 어쩌다 가게는 소상공인과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기획된 곳으로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건물에 8개의 매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셰어 스토어다. 1층에는 파이 가게, 수제화 전문점, 서점, 스탠딩 바가 있고 2층에는 1인 미용실, 꽃집, 초콜릿 공방, 실크스크린 공방이 있다. 특히 2층은 판매는 물론 전시와 강연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은 1층에 마련된 어쩌다 라운지와 정원을 기점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며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공유, 실현하고자 한다.
ADD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48-12
TEL 02-6217-8838

SHOP │ 스토리지앤북필름
작지만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스토리지앤북필름은 필름 카메라와 독립 출판물을 함께 판매하는 서점이다. 스토리지앤북앤필름의 강영규 대표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고자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사진집이나 시집 등 독립 출판물로 서점을 채웠다. 그는 <투고포토 togofoto>라는 사진집도 출간하는데 홀수 호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짝수 호는 아마추어 사진가의 원고를 받아 제작한다. 올해 5월부터는 종이를 오리고 풀칠해 독립 매거진을 만드는 <진 메이킹>도 진행 중이니 나만의 책 만들기에 관심 있는 이들은 도전해볼 것.
ADD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701
TEL www.storagebookandfilm.com

CULTURE SPACE │ 그랜드마고
옛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의 삭막한 골목 사이에서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있다. 바로 분홍색 외관이 돋보이는 카페 그랜드마고다. 2층 가정집을 개조한 이곳은 1층은 카페 공간, 2층은 세미나와 강연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관이 가능하다. 또 인디 재즈 듀오 ‘파스텔로드’의 공연을 매월 정기적으로 여는 등 소소한 문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는 성수동에 이웃한 공정무역 업체와 사회적 기업과 함께하는 마을 문화 사업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더욱 달라질 성수동 거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ADD 서울시 성동구 성수1가 2동 668-50
TEL 070-4616-1611

CULTURE SPACE │ 문화공간 1984
3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는 출판사 1984는 종이 매체만을 고집하지 않고 독자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자 복합 문화 공간 1984를 마련했다. 1984라는 이름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따온 것인 만큼 획일화된 문화를 소비하는 문화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다채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예술,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서적과 의류,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하는 편집 숍은 물론 갤러리를 겸하는 카페, 소규모 공연과 강연을 하는 라운지를 마련해 아티스트를 후원하고 여러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ADD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8-24번지 혜원빌딩 1층
TEL 02-325-1984

CULTURE SPACE │ 보안여관
통의동에 위치한 보안여관은 1936년에 지어진 목조 여관 건물을 보존한 곳으로 시인 서정주와 함형수 등이 오장환, 김달진 등 문학 청년들과 교류했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80여 년간 여관으로 사용되다가 2007년, ㈜메타로그 아트서비스가 운영하면서부터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해 전시, 퍼포먼스, 무용, 연극, 워크숍 등 경계 없는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공간에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 더해져 다양한 시간이 교차하는 묘한 이미지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ADD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1
TEL 02-720-8409

CULTURE SPACE │ 대림미술관 구슬모아 당구장
대림미술관의 한남동 분관인 구슬모아 당구장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당구장을 갤러리로 활용한 곳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전시를 지원하는 대안 공간으로 기획되어 디자인, 설치, 영화, 독립 출판,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또한 관객과 작가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또 다른 창작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9-4
TEL 02-3785-0667

ETC │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을 살려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주변 풍경과 건물, 책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바우하우스 이후의 디자인을 조망한 약 1만1500여 권의 국내외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전체 도서 중 70% 이상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책으로, 3000권가량은 절판본이나 세계적인 희귀본으로 구성돼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이는 물론 디자인 관련 전문가까지 만족할 만한 자료들로 빼곡히 채웠다.
ADD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29-1
TEL 02-3700-2700

ETC │ 문래레코드
문래레코드는 본래 피아니스트 최민석과 베이시스트 장영은이 함께 꾸린 연습실이었으나 옥인상영관을 운영하는 김종우, 조각가 장규정이 디렉터로 합류하며 소규모 공연장을 겸하게 된 독특한 곳이다. 전면이 개방되는 연습 부스는 공연 시 하이라이트 조명이 켜지면서 무대로 변신한다. 지난 3월 말, 첫 프로젝트인 ‘리브, 유 Live, you’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뮤지션을 비롯해 여러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하고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ADD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4가 8-6 지하 1층
TEL www. blog.naver.com/moonrecord

ETC │ 스몰하우스빅도어
55년 된 오피스 빌딩을 개조해 만든 ‘스몰하우스빅도어 Small house big door’는 1층은 간편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와 갤러리, 2~4층에는 객실 그리고 옥상에는 라운지를 마련한 디자인 호텔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 메소즈’가 기획한 이 호텔은 객실 내부에 엔조 마리의 오픈 소스를 활용한 디자인 가구로 꾸몄으며 3D 프린터를 활용한 조명 디자인과 문패가 돋보인다. 현재 갤러리에서는 정원석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며 정기적으로 아티스트, 디자이너를 소개할 계획이다.
ADD 서울시 중구 다동 115
TEL 02-2038-8191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박상국·안종환 │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